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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라디오북클럽탐나는문학/문학욕심꾼오승주작가 /첫번째 책 - 김은국 작가 / 순교자
2020.6.3.수.제라진DAY
#수요일라디오북클럽
#탐나는문학/문학욕심꾼오승주작가

#6월주제(호국 보훈의 달)
#첫번째 책 - 김은국 작가 / 순교자

< 오늘내용 소개>
안녕하세요. 질문과 해석이라는 두 날개를 퍼덕이고 싶은
문학욕심꾼 오승주입니다.

1. 오늘은 6월의 주제 ‘호국보훈의 달’에 어울리는 책을 읽기로 했죠? 첫 책은 무엇인가요?

네. 숨막히는 미스터리. 노벨문학상 후보작. 전세계 10개국어로 번역된 김은국 작가의 1964년 소설 <순교자>를 읽어보겠습니다.

2.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요?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죠. 매우 뜻깊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재미는 더 있지요. <순교자> 초판이 나왔을 때 ‘뉴욕타임스’ 서평에는 “도스토옙스키, 카뮈의 위대한 전통 속에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제가 두 작가를 좋아하는데 솔직히 도스토옙스키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카뮈보다는 재밌었습니다.

3. 우선, ‘순교자’ 줄거리를 정리해주실까요?

(간단하게 줄거리~ )
1950년 11월 국군이 평양을 함락하고 나서 다시 눈물을 머금고 후퇴할 때까지의 시간 동안 12명의 순교자와 2명의 생존자,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순교를 선전에 이용하려는 자가 벌이는 추격전입니다. 중요한 진실을 알고 있는 주인공 신 목사는 진실을 밝히려는 육군 정보 장교 이 대위를 피하려고 하지만 이들은 결국 만날 운명이었던 거죠. 짧은 질문으로 요약한다면 “진실은 최선일까?”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진실은 최선일까?”라는 질문을 좀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나요?

12명의 순교자들이 사실은 신을 부정하고 동료들을 헐뜯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쳤지요. 한 목사는 그 충격으로 정신병에 걸리고 나머지 1명인 신 목사만이 유일하게 당당히 맞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로 신 목사는 신도들의 비난에 시달리죠. 신 목사에게 진실은 최선이었을까요?

5. 신 목사는 정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군요. 나머지 등장인물들을 소개해주세요.

순교자들을 선동에 이용하려고 하는 육군 정보부 평양 파견대장 장 대령과 난처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 대위가 대척점에 있고요. 12명의 순교자 안에는 신앙에 빠져 가족을 팽개친 박 목사도 있었는데요. 아버지를 평생 원망한 박 목사의 아들 박인도 대위 역시 아버지의 최후를 알고 싶어하죠.

6. 호국보훈의 달 기념으로 <순교자>를 추천하신 이유를 알려주세요.

<순교자>를 읽을 때는 12명의 순교자가 자신들의 처형 집행자인 북한군 앞에서 실제로 했던 행동들을 낱낱이 밝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곤 합니다. 이 대위는 신 목사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신 목사는 국군의 동행 권유를 뿌리치고 평양에 남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과 실천이 진실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7. 작가님은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셨나요?

신 목사가 이 대위에게 고백하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생 신을 찾아 헤맸지만 찾아낸 것이라고는 고통받는 인간과 무정한 죽음뿐이었다는 고백이었죠. 그래서 도스토옙스키의 뒤를 잇는다고 하나 봐요.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은 ‘신과 종교를 평생 의심했다’고 고백하거든요. 이들의 고백 덕분에 저는 신앙은 없지만 신은 믿게 되었습니다.




8. <순교자>가 호국보훈의 달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6.25는 이념전쟁이면서 미국과 소련의 패권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 그리고 고통받는 신도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위험을 마다하지 않은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의 희생만큼은 인간적인 감동을 줍니다.

9. 책 속 문장 중에.. 작가님이 소개해주고 싶은 부분이 궁금합니다.

오늘 열두 살짜리 소년 하나를 묻었소. 소년의 아버지는 평양 탈환 직전에 공산주의자들에게 끌려갔는데 북쪽으로 가는 길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소. 죽음의 행진이었지요. 난 간밤을 그 죽어가는 소년 곁에서 보냈소. 아직 의식이 남아 있을 때 아이는 자기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나는 아암, 만날 수 있지, 하고 대답했고. 하늘나라에도 또 아버지를 잡아갈 내무서원들이 있나요? 아냐, 없어, 거긴 그런 사람들이 없어. (262)

10-1. 이 부분을 고르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답변) 지도자의 위치라는 건 고통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말하는 것 같아요. 신 목사는 신도들의 고통을 너무나 분명히 보았기 때문에 진실을 사치스럽게 여겼죠. 21대 국회가 개원되고 국가의 지도자들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이 순간에 큰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살펴봐주면 좋겠습니다.

11. 마지막으로 ‘순교자’를 통해 우리 제주사회를
돌아본다면 어떤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요?

21대 국회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처리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3특별법은 제주도민만의 법률이 아니라 나라의 법률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요. 역설적으로 <순교자>는 제주4.3과 연결돼 있습니다. 서북청년단을 조직한 영락교회의 뿌리가 바로 북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계에서 제주4.3 당시의 행동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발맞춰 제주에서도 북한 지역에서 탄압당한 종교인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손을 건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2. 다음 주 함께 읽어 볼 책 듣고 마무리 할게요.

다음 주 읽을 작품은 제가 사랑하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입니다. 유명한 우화 <동물농장>의 뿌리를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고, 전 세계의 뜻 있는 사람들이 파시즘을 막기 위해 열정적으로 싸웠던 기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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