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협력’의 말끝에서 드러난 양국의 계산
한·중 관계, 다시 현실의 무게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오후 경주에서 97분 동안 마주 앉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보다 10분 길었지만, 그 10분의 의미는 단순한 시간 차가 아닙니다.
11년 만에 다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화해의 장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두 지도자의 계산된 대화였습니다
■ 평화의 언어, 냉정한 계산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협력이지만, 그 안에는‘중국을 배제한 한반도 구도는 없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최근 활발한 중·북 고위급 교류를 “대북 관여의 조건”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 주석은 “한국과 함께 도전에 대응하고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응했습니다.
중국이 내세운 ‘전략적 협력’은 한국을 포섭하려는 언어이자,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완곡한 반박입니다.
■ 경제협력 7건, ‘호혜’와 ‘연속성’의 충돌
정상회담 뒤 양국은 모두 7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핵심은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왑과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이 대통령은 “한·중 경제협력은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호혜적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 중심 제조 질서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의 자율 축을 세우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대(對)한국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속성’은 중국식 질서 안에서의 안정, 즉 변화보다 관리의 언어입니다.
이날 서명된 문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이 표현입니다.
■ ‘지방에서 출발한 두 지도자’, 공감 너머의 정치적 메시지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은 지방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도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방식으로 소통을 유지해왔다”고 응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감은 우호의 제스처였지만, 동시에 중앙 권력 중심 질서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기도 했습니다.
‘지방에서 출발한 정치’라는 공통점이 이번 회담에서 일종의 현실 감각으로 작동했습니다.
■ 트럼프보다 길고, 언어는 달랐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87분)보다 길었고, 한·일 정상회담(41분)의 두 배였습니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27분간 한·미 회담을 했던 장소와 동일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의전도 같았습니다.
시 주석은 전통 취타대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고, 이 대통령의 환영을 받은 뒤 방명록에 서명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한 후 회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주요 양자회담 중에서도 이날 한·중 회담은 가장 긴 편에 속했습니다.
미·중 회담은 100분, 중·일 회담은 30분에 그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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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다시 현실의 무게로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회의 개별정상 영접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오후 경주에서 97분 동안 마주 앉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보다 10분 길었지만, 그 10분의 의미는 단순한 시간 차가 아닙니다.
11년 만에 다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화해의 장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두 지도자의 계산된 대화였습니다
■ 평화의 언어, 냉정한 계산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협력이지만, 그 안에는‘중국을 배제한 한반도 구도는 없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최근 활발한 중·북 고위급 교류를 “대북 관여의 조건”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 주석은 “한국과 함께 도전에 대응하고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응했습니다.
중국이 내세운 ‘전략적 협력’은 한국을 포섭하려는 언어이자,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완곡한 반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정상회의 세션 2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통령실)
■ 경제협력 7건, ‘호혜’와 ‘연속성’의 충돌
정상회담 뒤 양국은 모두 7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핵심은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왑과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이 대통령은 “한·중 경제협력은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호혜적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 중심 제조 질서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의 자율 축을 세우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대(對)한국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속성’은 중국식 질서 안에서의 안정, 즉 변화보다 관리의 언어입니다.
이날 서명된 문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이 표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 ‘지방에서 출발한 두 지도자’, 공감 너머의 정치적 메시지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은 지방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도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방식으로 소통을 유지해왔다”고 응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감은 우호의 제스처였지만, 동시에 중앙 권력 중심 질서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기도 했습니다.
‘지방에서 출발한 정치’라는 공통점이 이번 회담에서 일종의 현실 감각으로 작동했습니다.
■ 트럼프보다 길고, 언어는 달랐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87분)보다 길었고, 한·일 정상회담(41분)의 두 배였습니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27분간 한·미 회담을 했던 장소와 동일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의전도 같았습니다.
시 주석은 전통 취타대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고, 이 대통령의 환영을 받은 뒤 방명록에 서명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한 후 회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주요 양자회담 중에서도 이날 한·중 회담은 가장 긴 편에 속했습니다.
미·중 회담은 100분, 중·일 회담은 30분에 그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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