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깨진 항아리와 탄피, 탄두가 무더기 발견된 동굴의 지명이 '어오름궤'로 밝혀진 가운데,
이 궤에서 사람들이 죽었다는 증언이 확보됐습니다.
또 이 어오름궤로 피난을 갔던 일명 큰빅데기 마을은 4·3 당시 불에 타 지금은 사라졌는데요.
JIBS가 잃어버린 마을인 이 큰빅데기 마을의 위치도 처음 확인했습니다.
김동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마을.
90세가 넘은 오기찬 할아버지는 최근 현장이 확인된 어오름궤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기찬(92세)/서귀포시 안덕면
"(어오름궤는)낭떠러지 궤인데, 거기에 돌을 놓아서 그렇게 다녔어요. 돌을 놓아야 사람이 들어가지.."
어오름궤 수직 입구 안쪽에 떨어진 돌들이 4·3 피난민들이 만들었던 계단이었다는 얘깁니다.
더 중요한 기억도 어렵게 털어놨습니다.
오기찬(92세)/서귀포시 안덕면
"(거기서 사람도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나요?)네, 4.3 때니까 총으로 쏘고..."
당시 이 현장에서 피난민을 상대로 한 내부 토벌이 있었다는 정황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4·3 당시 피난민들이 토벌대에게 적발되는 과정도 증언했습니다.
오기찬(92세)/서귀포시 안덕면
"(개가) 다니다가 거기 들어가거든.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개가 들어가는 것을 쫓아가니까 사람이 숨어서 있었다고..."
이 어오름궤로 피난을 떠난 주민들은 중산간 화전 마을인 일명 큰빅데기 마을 주민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큰빅데기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큰빅데기가 고향인 진재식 할아버지는 4.3 당시 참혹했던 상황이 생생합니다.
1948년 이 마을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됐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집에서 나오지 못한채 희생됐고, 어머니와 둘째 형님도 숨졌다고 말합니다.
진재식(86세)/서귀포시 안덕면
"농사 지은거 장만도 하지 않고 그냥 놓고 있었는데, 다 불을 붙여서, 전부 불을 붙였어. 전부..."
지난 1948년 항공 사진을 보면, 큰빅데기 마을에는 8에서 10 가구 가량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현장이 확인되지 않은 이 마을을 전문가와 함께 추적해 봤습니다.
당시 마을 인근의 큰 길을 지나, 숲 안쪽으로도 들어가봤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돌담들이 나타납니다.
마을 울타리 담으로 추정됩니다.
더 깊은 숲 속에는 방앗돌이 있던 공간도 확인됐습니다.
김동은 기자
"4·3 당시 집들이 모두 불에 태워져 버린 이곳 마을은 이처럼 지금은 돌담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여기에 불을 지르다 보니까 완전히 사라지게 됐고, 여기서 당시 죽은 사람도 있고, 죽지 않기 위해서 산으로 도주했던 분들은 어오름궤 등으로 숨어드는데..."
이 큰빅데기 화전 마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던 화전 마을도 서너곳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
이들 화전마을의 죽음의 피난과 어오름궤의 연관성의 실체를 밝히는건, 이번 진상 규명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