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박사 "국립수목원, 왕벚나무 '일본산' 발표는 허위"

국립수목원이 제주도에 자생하는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표를 몇 해 전 한 것과 관련해, 국내 한 연구자가 이 주장이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한라생태문화연구소 김찬수 소장(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 소장)은 오늘(6일) 오전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수목원이 한국 고유 식물인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했고,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떨어트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지난 2018년 9월 13일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 보로자료는 국내 대학 연구진이 세계 최로로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으며, 이를 통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기원과 종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서울 벚꽃 명소인 윤중로를 비롯해 전국에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있는 왕벚나무와 제주도 한라산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제주산 왕벚나무가 완전히 다른 종이라는 취지입니다.

왕벚나무를 주제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국립수목원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왕벚나무를 '일본산'으로 규정한 것은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라며, "국립수목원이 말하는 '일본 왕벚나무'라는 종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를 자의적으로 인정해, 지금까지 불러온 '왕벚나무'를 보도자료 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 왕벚나무'로 통용되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소장은 "국가표준식물목록 내 자생식물에서 지난 2020년 왕벚나무를 삭제해 공식적으로 한국 고유종의 지위를 박탈했다"며 "이것은 왕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해 결과적으로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일본에 무상 양도한 셈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소장은 또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인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유산 제3호’까지도 베어내 완전히 인멸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왕벚나무의 '일본산'" 주장과 관련해 그 근거에 대해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김 소장은 "국립수목원은 일본 왕벚나무(Prunus × yedoensis)는 '일본에서 인위 교잡을 통해 만든 잡종'이라고 전제했지만, 이는 근거가 없이 인터넷상의 제목만 있고 내용은 없는 정체불명의 자료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단지 왕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고 성토했습니다.

국립수목원이 유전체 검사를 위해 기준목으로 사용한 일본 '고이시카와식물원' 내 왕벚나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김 소장은 "이 나무는 식물원 내에 열을 맞춰 심은 여러 나무 중 1개체로서 국립수목원은 ‘나무의 나이와 기원은 알 수 없다’라고 답변하여 정체불명의 나무임이 드러났다"며, "따라서 이 '일본 왕벚나무'임을 입증할 수 있는 기준으로 부적합한 나무와 유전적으로 합치하므로 '일본 왕벚나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제주 왕벚나무 분석을 위해 표본으로 삼은 왕벚나무의 개체 수가 너무 적어 전체 자생 나무를 대표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김 소장은 "근거가 빈약한 벚꽃 관련 연구 결과로 인해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인 왕벚나무에 '왜색'이 씌워지는 게 안타까워 이번에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을 알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현재 가로수로 많이 활용되는 '왕벚나무'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며 "이에 따라 '자생식물목록'이 아니라 '재배식물목록'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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