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연료가 없어서”… 막 살아난 하늘길, 이번엔 ‘못 떠서’ 꺾이나
막 살아나던 항공시장이 다시 꺾였습니다. 이번에는 수요 때문이 아니라 연료입니다. 비행기를 띄우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올 연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운항 조건이 됐습니다. 중동발 유가 파장이 가격을 넘어, 운항 자체를 좌우하는 변수로 바뀌었습니다. ■ “버틸수록 손실”… 국적사도 이미 같은 구조 24일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여파가 국내외 항공업계를 강타하면서 아시아 전역과 호주 등에서 항공 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도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아예 노선 감축에 들어갔습니다. 항공유는 항공사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됩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손실은 구조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약 450억 원의 비용이 증가합니다. 저비용항공사는 더 취약합니다. 한 LCC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를 올려도 상승분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노선을 유지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간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운항편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부산은 다음 달부터 부산발 다낭·세부·괌 등 주요 노선에서 총 20회를 감편하기로 했습니다. 수요가 아니라 비용 구조가 노선을 밀어내는 모습입니다. ■ “3배 인상”… 가격 충격은 이미 통과 다음 달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대 3배 가까이 오릅니다. 대한항공은 편도 기준 최대 30만 3,000원, 아시아나는 25만 원 수준까지 인상됩니다. 유류할증료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는 한 달 만에 6단계에서 18단계로 상승했습니다. 2022년 전쟁 국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이미 한 차례 뛰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아니라, 출발 자체가 가능한지 여부가 변수로 바뀌고 있습니다. ■ “연료가 없다”… 외항사가 먼저 멈췄다 문제는 공급입니다. 비엣젯항공은 인천~푸꾸옥 노선을 포함해 일부 노선을 전면 취소했고, 베트남항공도 운항을 줄였습니다. 항공사 측은 “유가 급등과 함께 제트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은 항공유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합니다. 호주는 비축량이 한 달 수준에 그칩니다. 중국과 태국의 정유 제품 수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연료 확보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에어뉴질랜드는 연료 부족을 이유로 1,100편 항공편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비행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연료가 없어 운항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 “돌아올 연료 못 구해”… 바뀌는 항공 기준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항공유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항공사들도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에어프랑스KLM 최고경영자는 “도착지는 있어도 돌아올 연료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지금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요와 운임으로 움직였던 항공시장이, 이제는 연료 확보 가능성이 운항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 외항사에서 시작… 국적사로 번질 조건도 같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이 곧바로 연료 부족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건은 같습니다. 고유가, 고환율, 공급 불안까지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지금은 버티는 구간이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노선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할 수 있다”며 “외항사에서 시작된 감편과 취소는 우리도 피해가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연료 부족이 운항 자체를 제한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하늘길은 다시 비싸지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연료가 없어 못 뜨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2026-03-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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