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형 선박 밀입국에 계속 뚫리는 제주 바다.. 해경 광역 레이더는 못잡아
제주 관광소비 1조 3천 억 넘어… 내국인 줄고 외국인 44% 뛰었다
순간, 사라지더라… 정미숙이 끝내 찍지 못한 제주
이름을 붙이는 순간 놓치는 것들… 쉘리김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낯선 언어’
이상봉 제주시장 "상대적 박탈감 드렸다.. 고개 숙여 사과"
"여기가 어딘지" 오름서 길 잃은 40대 구조
中 소형 선박 밀입국에 계속 뚫리는 제주 바다.. 해경 광역 레이더는 못잡아
제주를 노리고 들어오는 소형선박 밀입국 시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감지해야 할 광역레이더는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중국발 소형선박 등을 이용한 밀입국·밀입국 시도는 9건에 검거 인원은 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군 해안초소·감시망에서 탐지된 것은 3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6건은 주민·어선 신고나 불법체류자 단속, 다른 사건 연루, 표류선박 발견 등을 통해 적발됐습니다. 특히 제주에서 발생한 소형선박 밀입국 사건 2건은 모두 해상에서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고, 제주광역레이더에도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난퉁에서 출발한 중국인 6명은 약 16시간을 항해해 제주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상륙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상 차단은 없었고, 상륙 이후 주민 신고를 통해 밀입국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올해 3월 28일 제주 한경면 판포리 사건은 밀입국 사실 자체를 곧바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인 2명은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해 소형선박으로 약 22시간을 항해한 뒤 제주 판포리 해안에 상륙했으나 해상에선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육상 경찰이 담당하는 다른 사건에 연루되면서 밀입국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 의원에 따르면 해경은 고무보트 등 소형선박은 레이더로 식별하기 어렵고,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 역시 소형 고무보트 등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지난 3월 제주 사건은 과거 국내에 불법체류하다 강제출국된 사람들이 다시 소형선박을 이용해 제주로 들어온 사례라는 점에서 해상 감시만으로 밀입국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문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문 의원은 "수백㎞ 바다에서 몇 m 크기의 소형선박을 모두 찾아내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실제 제주에서는 주민 신고나 다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밀입국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레이더·드론 등 감시장비를 보강하는 동시에 정보 중심의 사전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제출국된 사람이 다시 소형선박을 타고 제주로 들어오는 일이 발생한 만큼 이제는 '배'를 찾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출항하기 전에 '사람과 조직'을 찾아내야 한다"며 "법무부의 출입국 정보와 해경의 외사·해상범죄 정보를 법적 근거에 따라 연계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밀입국 알선조직까지 추적하는 상시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2026-09-29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제주 관광소비 1조 3천 억 넘어… 내국인 줄고 외국인 44% 뛰었다
올해 상반기 제주 관광객 카드 소비가 1조 3,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5억 원 늘어난 가운데 내국인은 오히려 152억 원 줄었습니다. 외국인은 937억 원 증가했습니다. 내국인이 1.5% 감소할 때 외국인은 44.4% 늘었습니다. ■ 전체 785억 늘어... 외국인 937억 증가 제주관광공사가 29일 발표한 ‘제주 소비 동향 브리프: 2026년 1·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 관광객 카드 소비액은 1조 3,141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2,356억 원보다 6.4% 증가했습니다. 내국인은 지난해 1조 243억 원에서 1조 91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외국인은 2,113억 원에서 3,05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금액으로는 내국인이 152억 원 감소했고 외국인은 937억 원 증가했습니다. 전체 관광객 카드 소비 가운데 내국인이 76.8%, 외국인이 23.2%를 차지했습니다. ■ 1분기 늘었던 내국인, 2분기 7.7% 감소 분기별로 보면 내국인은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7.7% 감소했습니다. 외국인은 1분기 63.1%, 2분기 34.5% 증가했습니다. 2분기 내국인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30대와 40대, 50대도 감소했고 60대 이상은 증가했습니다. 건당 사용액은 20대 이하가 2만 2,000원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30대 3만 1,000원, 40대 3만 5,000원, 50대 4만 1,000원에 이어 60대 이상은 5만 2,000원이었습니다.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의 건당 사용액은 2배 넘게 차이 났습니다. ■ 20대는 미용·60대 이상은 골프 연령에 따라 많이 이용한 업종도 달랐습니다. 전체 연령대와 비교한 업종별 소비 비중을 보면 20대 이하에서는 미용업이 2.0배 높았습니다. 30대는 서양식 음식점업이 1.5배, 40대는 박물관 운영업이 1.4배 높았습니다. 50대는 여행사업이 1.5배, 60대 이상은 골프장 운영업이 1.8배였습니다. ■ 외국인 45.8% 중화권… 북미 310억·유럽 228억 2분기 외국인 카드 사용액은 중화권이 851억 원으로 전체의 45.8%를 차지했습니다. 아시아권은 331억 원으로 17.8%, 북미권 310억 원 16.7%, 유럽권 228억 원 12.3%였습니다. 일본권은 80억 원, 오세아니아권은 40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아시아권이 59.1% 늘었습니다. 유럽권 44.8%, 오세아니아권 43.3%, 일본권 43.0%, 북미권 31.5% 증가했습니다. ■ 중화권 화장품 51%·한식 55% 증가 중화권의 2분기 화장품·비누 및 방향제 소매업 사용액은 1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증가했습니다. 한식 음식점은 66억 원으로 55.8% 늘었습니다. 면세점은 60억 원으로 1.2% 감소했습니다. 북미권은 숙박업에서 165억 원을 사용해 전체의 53.3%를 차지했습니다. 휴양콘도 운영업 소비 비중은 외국인 평균의 2.1배, 자동차 임대업은 1.8배였습니다. 유럽권은 자동차 임대업 소비 비중이 외국인 평균의 2.3배였고, 렌터카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5% 증가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신용카드 소비데이터 공급사가 신한카드에서 BC카드로 변경되면서 2020년 이후 데이터를 BC카드 기준으로 재정비해 작성됐습니다. 외국인 권역은 실제 국적이 아닌 카드 발행 국가를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중화권에는 중국과 홍콩, 대만, 마카오가 포함됩니다.
2026-09-2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한동훈 "李, 북 지뢰 비판 못 하는데 우크라는 직접 비난.. 주적 바뀌었나"
이재명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도 정치권의 공방을 두고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한 것을 두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의원은 오늘(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사구분하라"라며 "아무리 사적으로 북한에 대북송금 약점 잡혔더라도, 공적으로 대통령으로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북한 지뢰공격에 대해 북한을 응징·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 대통령이 북한 포로 입국 공개한 우크라이나를 직접 비난하는 것과 비교해 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주적이 북한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바뀌었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선 "21일 폭발 직후 유엔사 즉시 조사 요구 거부하고 29일로 현장조사 미룬 사람이 대통령 맞나"라고 거듭 압박했습니다. 한 의원은 또 지뢰사고에 대해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한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향해서도 "북한이 재미삼아 지뢰 심었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방위원장 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6-09-29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순간, 사라지더라… 정미숙이 끝내 찍지 못한 제주
카메라를 들었을 때는 있었습니다. 셔터를 누를 즈음에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사진을 확인했을 때, 그 구름은 이미 없었습니다. 몇 초 사이 윤곽은 풀리고 빛이 옮겨갑니다. 방금 전까지 하나였던 덩어리가 갈라지고, 그 틈으로 다른 색의 하늘이 들어옵니다. 사진에는 분명 남았는데 정작 그 사진 속 풍경은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정미숙의 여덟 번째 개인전 《머무르지 않는다》는 이 어긋남에서 시작합니다. 사진 한 장을 얻는 동안 사라져버린 시간. 작가는 그것을 되돌리려 하지 않습니다. 사라지는 대로 바라보고, 끝내 붙잡히지 않은 것까지 사진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귀포 원도심 서귀중앙드리미센터 2층 미술관에 제주 하늘과 구름을 담은 사진들이 걸립니다. 구름의 모양보다 구름이 그 모양이었던 시간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 한 장을 얻는 동안 하나의 풍경을 잃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구름은 자꾸 다른 것이 됩니다. 짙푸른 덩어리가 화면을 거의 삼킨 사진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산의 능선이 보입니다. 검은 구름 한 덩이는 밝은 하늘을 길게 가로지릅니다. 그 아래 작은 새 한 마리가 지나갑니다. 함께였던 시간은 길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사진에서는 거대한 구름이 솟습니다. 한쪽은 빛을 받아 풀어지고, 다른 쪽은 푸른 하늘을 밀어내듯 짙어집니다. 이 사진들에는 공통점이라기보다 하나의 사건이 있습니다. 찍히는 동안에도 달라졌습니다. 흔히 사진은 시간을 멈춘다고 말합니다. 1초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잘라 한 장 안에 남길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구름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점을 맞추는 동안에도 움직입니다. 바람 한 점에 경계가 흐트러지고 빛이 조금만 옮겨가도 다른 얼굴이 됩니다. 셔터가 닫힌 순간 하나의 모습은 얻었습니다. 그 앞과 뒤에 있던 수많은 변화는 놓쳤습니다. 정미숙은 그 놓침을 실패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흐려지고 흔들리고, 때로는 온전히 포착되지 않은 이미지까지 작업 안으로 들입니다. 작가는 “완전히 붙잡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붙잡을 수 없었던 순간의 흔적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보면 이 사진에는 찍힌 것보다 찍히지 않은 시간이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 사진에는 있는데, 세상에는 없다 《머무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여기서 묘해집니다. 벽에 걸리는 순간 구름은 멈춥니다. 더는 흩어지지 않고 빛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가도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정작 사진 속 구름은 그렇게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대상을 사진만 멈춰 세웠습니다. 사진은 무언가를 보존하는 매체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이미 지나갔음을 보여주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사진에 남은 순간과 세상에서 사라진 순간이 한 장 안에 함께 있습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밝은 방』에서 사진을 두고 말한 ‘ça-a-été’, 곧 ‘그것은-존재했음(that-has-been)’이 여기서 겹쳐집니다. 바르트가 주목한 것은 사진 속 대상이 실제로 카메라 앞에 존재했다는 사진의 독특한 조건이었습니다. 사진은 지금 여기 없는 대상에게 과거의 시제를 부여합니다. 정미숙의 구름도 그 시제로 남았습니다. 저 구름은 있었습니다. 사진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증거 때문에 우리는 저 구름이 이제 없다는 사실도 압니다. ‘있다’와 ‘있었다’ 사이. 정미숙의 사진은 그 작은 문법의 차이를 이미지로 길게 늘여놓습니다. ■ 결정적 순간이 결정되고 난 뒤 여기서 또 하나의 오래된 사진 언어와 마주칩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과 함께 널리 알려진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움직이는 현실에서 형태와 의미가 응축되는 찰나를 포착한다는 사진의 오랜 미학입니다. 하지만 구름 앞에 서면 ‘결정적’이라는 말부터 난처해집니다. 어느 순간이 가장 구름다운 구름일까. 가장 높이 솟았을 때인지, 빛이 가장 아름답게 걸렸을 때인지, 윤곽이 무너지기 직전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형태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머무르지 않는다》는 결정적 순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이 결정되고 난 뒤에도 시간이 계속됐다는 사실을 봅니다. 셔터는 한 장면을 선택했지만 구름은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사진 안에서는 멈췄고, 사진 밖에서는 계속 흘렀습니다. 그 때문에 작품을 보고 있으면 프레임 바깥의 공간보다 먼저 프레임 바깥의 시간이 궁금해집니다. 셔터가 닫힌 1초 뒤, 10초 뒤, 그리고 저 구름이 흔적 없이 흩어진 뒤까지. 사진은 보여주는 매체인데, 이 사진들은 자꾸 보여주지 않은 다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찰나에 시선을 모은다면, 정미숙의 구름은 그 찰나가 지나간 자리에서 시간을 다시 흘려보냅니다. 바르트가 사진에서 ‘있었음’을 읽었다면, 정미숙의 사진에서는 그 ‘있었음’이 만들어지는 동안조차 대상이 다른 모습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굳이 둘의 사진론을 정미숙의 작업에 그대로 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두 질문 사이에서 이번 사진들이 슬쩍 빠져나가는 방식입니다. 있었던 순간을 붙잡았는데, 그 순간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한순간일까. 구름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습니다. 이미 달라졌습니다. ■ 구름을 보는데, 어느새 내 기억이 들어왔다 시간만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보는 사람의 눈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구름은 파도가 되었다가 산이 되고, 어느 순간 얼굴이나 동물처럼 보입니다. 조금 전까지 분명했던 형상도 다시 보면 사라집니다. 무작위적인 형태에서 익숙한 모습을 찾아내는 시지각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작품들 앞에서는 용어보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이 더 흥미롭습니다. 사진가가 찍지 않은 것까지 보게 만듭니다. 같은 사진에서 누군가는 바다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런 형상을 찾지 않은 채 흑과 백, 빛과 어둠의 움직임에 오래 시선을 둘 수도 있습니다. 구름은 정미숙이 찍었습니다. 그 구름에서 무엇을 꺼내는지는, 온전히 보는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제주의 어느 날, 어느 시각의 하늘이 낯선 사람의 아주 사적인 기억을 건드립니다. 사진가의 시간이 관람객의 기억을 통과하면서 전혀 다른 시간대와 포개집니다. 작가가 구름을 “감정과 기억, 그리고 상상을 불러오는 매개체”라고 적은 이유는 이쯤에서 한층 더 선명해집니다. ■ 사진이 넘치는데, 보는 시간은 줄었다 지금은 웬만한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하늘이 아름다우면 찍고 여행을 가서 찍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사람이 모여도 찍습니다.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다시 다 보지 못할 만큼 많은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남길지보다 무엇을 지울지가 고민입니다. 사진을 얻는 일은 쉬워졌습니다. 한 장을 오래 보는 일은 그만큼 드물어졌습니다. 굉장한 광경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난 것도 아닙니다. 늘 머리 위에 있었던 제주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오래 보고 있으니 익숙했던 하늘이 낯설어집니다. 매일 있었지만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머무르지 않는다》는 구름에만 해당하는 말도 아닙니다. 구름이 지나가는 동안 사진가의 시간도 흘렀습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 역시 조금 전과 같은 시간에 있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사진만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습니다. 여기서 전시 제목과 사진이라는 매체가 서로 반대 방향을 봅니다. 머무르지 않는 것을, 머무르게 하는 사진. 오래 남은 사진이 끝내 보여주는 것은 보존보다 소멸에 가깝습니다. ■ 여덟 번째 전시, 가장 가벼운 것을 향해 이쯤에서 사진가 정미숙의 시간이 보입니다. 여덟 번째 개인전입니다. 2017년 《색, 삶의 결이 되다》를 시작으로 2019년 《섬의 빛·닿다》, 2020년 《인물전 한정수 Ever glow》, 2021년 《제주의 지붕과 나무》, 2022년 《이유》, 2024년 《깊은(Deep)》, 지난해 《살아,》까지 개인전을 이어왔습니다. 카메라 안에는 사람도 있었고 집과 나무도 있었습니다. 《제주의 지붕과 나무》에서는 마을의 지붕과 곁을 지켜온 나무를 바라봤고, 《살아,》에서는 겨울 한라산으로 들어가 눈과 나무, 혹독한 계절을 건너는 생명을 좇았습니다. 이번에는 구름입니다. 사람과 집, 나무에는 다시 찾아갈 좌표가 있습니다. 구름에는 없습니다. 어디에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이름을 붙이는 동안에도 모양이 달라집니다. 여덟 번째 전시에서 사진가가 택한 것은 손에 잡히지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도 없는 대상입니다. 그 구름을 좇다 사진 자체에 대한 질문에 닿습니다. 남길 수 없는 것을 찍는 일은 무엇을 남길까. 정미숙은 답을 정해놓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붙잡기보다 바라보며, 변화하는 자연과 그 곁에 머무는 시간을 기록한다”고 이번 작업 배경을 설명합니다. 작업은 전시장 밖에서도 지속됐습니다. 2011년부터 서귀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진동아리 강사로 활동했고 청소년 쉼터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사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에는 지역신문에 포토에세이 《노고록이》를 격주 연재했습니다. 공연과 지역 현장의 아카이브 촬영도 이어왔습니다. 사람과 장소 가까이에서 시간을 기록해온 카메라는 이번에 하늘을 향했습니다. 대상은 멀어졌고 형태는 이전보다 불확실해졌습니다. 대신 사진이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정미숙이 말한 ‘기록’도 그래서 보존과 조금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라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남길 수 있습니다. 《머무르지 않는다》는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귀중앙드리미센터 2층 미술관에서 열립니다. 휴관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첫날인 17일 오후 4시에는 이성홍의 사회로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됩니다. 바람슷긴 사진관이 주최·주관하고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합니다. 정미숙이 사진에 담은 구름들은 이미 없습니다. 남은 것은 어느 날 제주 상공을 지나간 구름 자체라기보다, 그것이 달라지는 동안 그곳에 머물렀던 시선들입니다. 사진 한 장이 생겨나는 그 짧은 사이에도, 세계는 이미 이전과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2026-09-2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놓치는 것들… 쉘리김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낯선 언어’
바다에서 건너온 것들이 흰 벽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조개와 성게 껍질, 해초가 있고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 파편도 섞여 있습니다. 깨지고 닳은 것, 본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발견한 상태 그대로 작업 안으로 들였습니다. 바다를 지나온 시간이 표면에 남았습니다. 오늘(29일) 서귀포 키위새스테이션에서 개막한 쉘리김 개인전 《낯선 언어들 The Obscure Tongues》입니다. 작은 자연물들이 칸을 얻어 벽을 채우고 손글씨가 그 곁을 지납니다. 원고지를 연상시키는 격자에는 문자 대신 조개와 파편이 들어앉았습니다. 멀리서는 일정한 체계를 가진 기호처럼 보이는데, 거리를 좁히면 저마다 다른 물질의 표정이 살아납니다. ‘언어’라는 전시 제목은 이때 구체성을 얻습니다. 작가는 자연물을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도구로 삼기보다 인간의 언어가 미처 데려오지 못한 부분까지 화면에 남겨둡니다. 그 남겨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전시입니다. ■ 10여 년 이어진 바다, 질문은 달라졌다 쉘리김의 작업에서 바다는 오래된 축입니다. 2019년 첫 개인전 《기억의 서》 당시 이미 10년가량 제주 바다와 관계를 맺으며 조가비와 부유목 등 해변에 떠밀려온 것들을 모아 작업으로 풀어냈습니다. 당시 해변의 인상을 프레임 안에 담는 추상 작업을 “기억을 그리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래고 휘고 부서진 오브제를 관찰하고 거기에서 받은 심상을 옮겼습니다. 어떤 것은 부엉이의 일부가 됐고, 어떤 것은 알파벳이나 추상의 한쪽으로 변주됐습니다. 그때부터 이어진 바다를 향한 시선은 이번 전시에서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향합니다. 또렷해진 것은 자연물 자체가 품은 시간입니다. 무엇을 닮았고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이 작은 존재들이 어디에서 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의 형태가 됐는지 살핍니다. 인간의 시선이 그 시간을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는지도 함께 묻습니다. 작업의 곁을 지켜온 바다는 그대로지만, 그 바다에 건네는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 표본을 닮은 벽, 분류가 끝난 곳에서 시작되는 것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작은 작업들은 흡사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개와 해초, 성게 껍질과 여러 파편은 사각의 화면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얻습니다. 수집하고 나누고 배열하는 방식에는 분류의 질서가 있습니다. 손글씨까지 더해지면서 하나하나의 존재를 기록한 작은 도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류가 종착점은 아닙니다. 조개의 이름을 확인해도 그 안에서 살아간 생명의 시간까지 드러나진 않습니다. 발견 장소를 기록한 뒤에도 어떤 계절의 어느 파도를 타고 그곳에 닿았는지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쉘리김은 알지 못하는 영역까지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억지로 봉합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놓습니다. 그래서 이 벽은 표본장을 닮았으면서도 그 질서 바깥으로 뻗어갑니다. 분류가 끝난 자리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 예쁜 조개를 오래 보면, 시간이 보인다 처음 시선을 끄는 것은 형태입니다. 희고 작은 조개, 정교한 구멍이 이어지는 성게 껍질, 말라붙으며 전혀 다른 선을 갖게 된 해초와 파편들이 작은 화면 안에서 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그런데 오래 바라볼수록 그 뒤에 쌓인 시간이 보입니다. 조개껍데기는 생명을 감싸던 집이었고 성게의 정교한 표면도 한때 살아 있는 몸을 이루었습니다. 해초와 이름 모를 파편에도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지나온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파도에 닳은 표면, 부서져 없어진 모서리, 색이 빠진 자리까지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작가의 손이 만든 질서와 바다가 먼저 빚어놓은 형식의 경계도 흐려집니다. 생명이 지나간 자리, 파도가 만지고 간 표면, 시간이 남긴 작은 물증들이 모였습니다. ■ 사라짐에도 속도가 있다 전시에는 제주 바다의 변화도 스며 있습니다. 쉘리김은 오랫동안 사계 해변을 찾으며 눈에 익었던 생명의 흔적이 줄고 익숙했던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을 감지했습니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는 거듭 걸어온 해변의 작은 차이를 통해 작업 안으로 들어옵니다. 쉘리김이 기록하는 것은 같은 장소를 지켜본 사람이 알아차린 미세한 차이입니다. 예전에는 눈에 띄던 것이 어느 순간 잘 보이지 않고, 익숙했던 흔적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험입니다. 이 작업에서 사라짐은 어느 날 한꺼번에 닥치는 장면이라기 보다 어제와 오늘 사이 조금씩 비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오래 수집한다는 일의 의미도 여기에서 달라집니다. 흥미로운 형태를 발견해 가져오는 행위에 무엇이 이곳에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이 포개집니다. 개인의 채집은 그렇게 한 장소의 시간을 간직하는 기록으로 넓어집니다. ■ 글자가 있어야 할 칸에 조개가 들어갔다 전시의 생각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격자 위에 놓인 작은 자연물들입니다. 원고지를 연상시키는 칸을 채운 건 글자 대신 조개와 해변의 파편입니다. 인간이 말을 적기 위해 만든 질서와 그 문법으로 온전히 옮기기 어려운 물질이 한곳에서 만납니다.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이름을 붙입니다. 이름이 생기면 구분할 수 있고, 구분한 것은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름 뒤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습니다. 조개의 나선과 성게의 구멍, 해초의 갈라진 선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존재하진 않습니다. 생명이 살아가며 만들어낸 구조를 인간이 뒤늦게 발견하고 의미를 읽어냅니다. 쉘리김은 그 시간차를 없애지 않습니다. 이름 붙이기 전부터 존재했던 형태를 인간의 문장 한가운데 가져다 놓습니다. 글자가 사라진 칸에서 바다의 문장이 시작됩니다. ■ 바다를 대신해 말하지 않는 법 이 지점에서 《낯선 언어들》은 인간을 세계의 유일한 해석자로 두지 않으려는 동시대 생태미학의 문제의식과 맞닿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작가가 자연물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쉘리김은 해변에서 발견한 파편을 전시장으로 옮겨 자신의 질서에 따라 배열합니다. 작가의 손을 거친 뒤에도 자연물이 가진 낯섦은 하나의 뜻으로 닫히지 않습니다. 관찰하고 배열한 자리에는 해석의 여백이 남습니다. 전시의 ‘낯선 언어’는 풀어내면 답이 나오는 암호와는 결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친 흔적입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이름을 붙이고 뜻을 찾습니다. 자연물은 이미 자기 방식의 시간과 질서를 품고 있습니다. 작품은 작은 자연물을 본래 크기에 가깝게 두면서 관객을 가까이 불러들입니다. 표면과 손글씨를 살피려면 작품 앞까지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벽을 채운 수많은 화면도 한꺼번에 읽히지 않습니다. 눈길을 옮겨가며 하나씩 들여다보게 됩니다. 작은 것들이 관객을 가까이 불러들이고, 보는 속도를 늦춥니다. ■ 오래 본 바다가 더 낯설어졌다 쉘리김은 이번 전시를 “순수하고 치열하며 거대한 멘토, 바다에게 바치는 나의 연가”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 바다는 작품 뒤에 펼쳐진 풍경을 넘어 작가와 말을 주고받는 상대가 됩니다. 자연물을 발견하고 모으는 곳이면서, 다시 찾을 때마다 다른 표정을 내보이는 곳입니다. 작가는 전시를 소개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소리가 떠밀려온다. 단어들이 부서지고 이야기가 내달린다. 모래 속으로 스며든다. 들을 수도, 받아 적을 수도 없는 오롯이 그들의 언어.” 쉘리김은 “제주 해변에서 내가 건져 올린 것은 바다라는 치열한 존재와 나눈 깊은 교감이자 대화”라고 말합니다. 바다를 알아갈수록 모르는 것도 늘어납니다.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던 자연물에서 그들 자체가 품은 시간으로 눈길이 옮겨가고, 이름과 분류 뒤에 남는 것까지 작업 안으로 가져왔습니다. 끝내 미지로 남는 바다입니다. ■ 하나의 사계, 세 갈래로 이어지는 시선 《낯선 언어들》은 10월 17일까지 서귀포시 홍중로27번길 28 키위새스테이션에서 열립니다.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백주산보에서는 《마주하는 시간, 사라진 흔적들 Moments of Encounter》이 열리고, 11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스테이위드커피에서는 《사.계.사.색》이 이어집니다. 각각 독립된 전시지만 사계 바다를 관찰하고 기록해온 작업이 세 전시를 잇습니다. 같은 장소를 거듭 찾다 보면 전에 없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있던 것이 사라진 자리도 발견하게 됩니다. 어제를 기억하기에 오늘의 부재를 알아봅니다. 쉘리김에게 사계는 제주 바다의 한 풍경을 넘어 작업의 좌표로 자리했습니다. 익숙해질수록 낯선 바다였습니다. 그 낯섦이 지금, 조개와 해초와 작은 파편들의 언어로 전시장에 도착했습니다.
2026-09-2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배재고엔 발끈해놓고.. 끔찍한 위선" 국힘, '암살자(들)' 맹폭, 경찰 고발도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을 두고 야권에서 앞서 이뤄졌던 여권에서의 역사왜곡 대응을 빗대며 맹폭에 나섰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좌파 진영이 끊임없이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공격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을 자기 부인까지 죽인 독재자로 만들여야 산업화를 실패한 역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를 두고 일어난 불매운동을 두고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라며 "'스타벅스 불매' 처럼 대통령과 정부가 나선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은 양자택일하라"라며 "'육영수여사서거 역사왜곡처벌법'을 만들 것인가, 5·18 왜곡처벌법을 폐지할 것인가"라고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5·18에 대해 허위사실 한마디에 징역 5년까지 가능한 법을 만들었다"라며 "자신들이 정한 역사만을 성역화, 징역형으로 억압해 보호하고, 다른 역사적 비극은 표현의 자유로 난도질하는 끔찍한 위선.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배재고 학생들 5·18 묘지 참배시켰듯이 패륜 영화 암살자(들) 감독, 배우, 관계자들 박정희 대통령님 묘지 앞에서 참배하고 사죄하라"라며 "이재명과 민주당은 스타벅스 광고와 배재고 응원에는 발끈해 응징하면서 이 패륜 영상은 왜 침묵하며 감싸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10월 23일 문체위 국정감사에는 영화 '건국전쟁'을 만든 김도경 감독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했던 만큼만 같은 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오늘(29일) 서울경찰청에 영화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역사 왜곡 비판에 대해 영화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항변했습니다.
2026-09-29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