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흔들리자, 소비가 멈췄다… 고환율·생활물가·경기 불안 ‘트리플 충격’
겁을 먹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출 결정을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환율이 불안해지자 생활비 부담이 먼저 커졌고, 이어 경기 전망이 꺾였으며, 그 다음에 소비가 늦춰졌습니다. 지난달 112.4까지 올랐던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만에 109.9로 내려왔습니다. ■ 고환율 불안 속 소비심리 한 달 만에 하락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84.9원까지 올랐다가 외환당국 구두개입 이후 1,465원대, 이어 1,450원대 중반까지 밀렸습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소비 심리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보다 2.5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9월(110.1)과 10월(109.8) 연속 하락 뒤 11월 112.4로 반등했지만, 그 반등은 한 달로 끝났습니다. ■ 가장 먼저 꺾인 건 경기… ‘앞’에 대한 인식이 먼저 식었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96에서 89로 7p 떨어졌고, 향후경기전망지수도 102에서 96으로 6p 낮아졌습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불안하다는 응답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입니다. 지출을 줄이기 전에 먼저 미래를 다시 계산하는 심리가 확산됐고, 그 계산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소비 판단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 물가는 오른다고 느끼는데, 소득 전망은 그대로 향후 1년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6에서 148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임금수준전망지수는 큰 변동 없이(123→122)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가격은 오를 것 같고, 소득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인식이 겹치자 소비는 공격적으로 줄기보다 ‘지금은 보자’로 이동하는 양상입니다. ■ 지역별 반응은 엇갈려… 체감 빠른 곳일수록 먼저 반응 같은 충격이라도 지역별 체감 속도는 다릅니다. 관광·서비스 비중이 높고 생활물가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변화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제주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새 108.0에서 103.5로 4.5p 떨어졌습니다. 전국 평균(109.9)보다 6.4p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경기판단은 95에서 87로, 향후경기전망은 101에서 94로 각각 크게 내려왔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충격 전달 속도의 차이로 해석됩니다. ■ 하락 성격은 ‘위기’가 아니라 ‘대기’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10으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소비를 포기했다기보다 시점을 미룬 상태라는 의미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연이 길어질 경우 매출, 고용, 투자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들이 환율 상승을 우려했고, 특히 향후 경기 전망 지수 하락에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경기 판단 하락에 대해서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생활 밀접 품목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2025-12-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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