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중복 아닌 음력 6월 20일".. 제주만의 전통 복날 '닭 잡아 먹는 날'
대중적으로 초복·중복·말복에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제주에는 음력 6월 20일 닭을 먹으며 무더위를 이겨내던 고유의 전통 복날인 '닭(독) 잡아 먹는 날'이 있습니다. 올해는 바로 오늘(2일)입니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이날 닭을 먹으면 만병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날은 봄에 부화한 병아리들이 중닭으로 자라고, 농가에서는 조 파종을 마친 뒤 본격적인 김매기에 앞서 잠시 쉬어가는 때였습니다. 옛 제주 사람들은 이 시기에 닭 요리를 먹으며 여름철 기력을 보충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제주도민속 세시풍속(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1969년) 등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이날에는 닭죽과 함께 제주 전통 보양음식인 '닭제골'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닭제골은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운 손질닭을 꼬챙이에 꽂아 무쇠솥 안 뚝배기 위에 올려 중탕해 만드는 음식입니다. 뚝배기에 모인 진액을 약선 음식처럼 먹었습니다. 고(故) 양용진 제주요리연구가는 생전 JIBS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 할머니들이 몸이 약한 손주들을 위해 약으로 해 먹였다"며 "음식이라기 보다는 약에 가깝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먹이는 닭도 달랐습니다. 몸이 허하거나 큰 병을 앓은 사람에게는 약닭을 먹였는데, 약닭 중에선 특히 오계(烏鷄)를 최고로 여겼습니다. 부인병에는 황계(黃鷄)에 마늘과 쌀, 백토란 등을 넣어 고아 먹였습니다. 어린이에게는 회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여겨 앵두나무, 쌀, 황톳물을 넣고 닭을 고아 먹였다고 합니다. 여성은 수탉을, 남성은 암탉을 먹어야 효험이 크다는 속설도 전해집니다. 제주만의 독특한 절기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제주지부는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제주 재래닭 음식점에서 '닭 잡아 먹는 날' 행사를 열어 제주 재래닭의 가치와 식문화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강주남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제주지부장은 "올해도 제주 재래닭과 슬로푸드에 관심 있는 회원, 시민들과 함께 소규모 행사를 진행했다"며 "잊혀져 가는 제주의 고유한 식문화와 재래 닭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08-02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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