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넘쳤는데, 왜 사람은 줄었나” 제주 하늘길의 역설.. 이젠 ‘남는 시간’이 아니라 ‘머무는 이유’를 묻는다
2025년 상반기(1~6월), 하늘길에서는 묘한 역전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공항 이용객은 국제선 확대의 영향으로 소폭 늘었지만, 정작 제주를 찾은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6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총 1,376만 5,6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선은 8.7% 줄었고, 국제선은 19.6% 늘었습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약 60만 명 줄어든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만 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반가운 현상이지만, 기본적인 내수 시장 위축세가 이어지면서 그 안의 관광 산업 근간이 뒤집혀버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하늘길은 열렸지만, 제주행은 막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14개 지방공항(인천 제외) 이용객은 전년 대비 5% 줄었습니다. 제주와 김포, 김해 등 주요 국내선 거점 공항도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국내선 항공편 수는 22만 9,083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 6,448편)보다 3.1% 줄었고 이 가운데 국내선 편수만 놓고 보면 7.5%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항공사들이 어린이날 연휴, 6.3 대통령선거 등으로 몰린 수요에 맞춰 국제선에 기재를 집중하면서 국내선 좌석 공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공급이 줄자 수요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비행기는 떴지만, 정작 목적지는 제주가 아니었고 해외로 나서는 발길에 내수 시장 위축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팬데믹 특수는 끝났다.. 제주, 이제 이유를 설계한다. 코로나19 시기, 해외여행이 막히자 제주도는 가장 손쉽고 안전한 여행지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특수는 끝났고, 여행객들은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항공노선 회복과 공급 구조 변화는 그 흐름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가까워서 가는 제주’에서 ‘굳이 가야 할 제주’로,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게 이 때문입니다 단순히 보기 위해 찾는 ‘방문지’라는 이유는 부족합니다. 이젠 ‘체류’가 핵심으로, ‘왔다가 흩어지는 관광’에서 ‘머물고 연결되는 여행’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제주 관광은 더 빠르게 경쟁지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 디지털 인증 ‘NOWDA’, 체류부터 소비까지 기록하는 제주식 해법 제주관광공사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관광증 ‘NOWDA(나우다)’를 올해 7월부터 시범 운영 중입니다. 9월부터는 본격적인 정식 서비스에 들어갑니다. NOWDA는 제주 입도 후 모바일로 발급되는 디지털 관광증으로, 여행자가 전기차를 이용하거나 친환경 숙소에 머무는 등 행동을 하면 포인트와 지역화폐 혜택을 제공합니다. 소비자에게는 실질적 보상이 돌아가고, 참여 업소는 체류·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세부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 내 관광업체를 대상으로 가맹 모집이 진행 중이며, 플랫폼 확장을 위해 네이버페이와의 연동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관광 플랫폼이 아닌, 관광 생태계 전체를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구조로의 전환인 셈입니다. ■ “이젠 방문이 아닌, 체류를 기록하는 관광의 시대”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문객 수로 모든 걸 판단했지만 지금은 ‘어디서, 얼마나 머물고, 무엇을 소비했는지’가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며 “NOWDA는 제주 관광이 양적 지표를 넘어 체류 중심의 질적 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NOWDA는 제주, 그리고 여행자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얼마나 머물렀고, 무엇을 남겼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다시 제주를 찾고 또 찾아야 할 이유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2025-07-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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