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입틀막' 공포 지운 카이스트 졸업식...이번엔 하이파이브에 셀카 행렬
졸업식장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2년 전 대통령 경호원이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냈던 그 강당에서, 이번에는 졸업생들의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20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본원에서 열린 2026년도 학위수여식을 찾았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카이스트 졸업식을 방문한 건 지난 2024년 이른바 '입틀막 사건' 이후 꼭 2년 만입니다. ◆ 2024년 그날, 강당엔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 2년 전인 지난 2024년 2월 16일, 같은 자리에선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석사 졸업생 신민기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학사복을 입은 채 경호에 나서던 경호처 요원들은 곧바로 달려들어 신씨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신씨는 행사장 근처 별실에 사실상 감금됐다가 대전 유성경찰서로 인계됐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4% 삭감한 상태였습니다. 신씨의 항의에도 대통령실은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고, 이 장면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로 확산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카이스트 학생과 교직원 4000여명이 공식 사과를 촉구했고, 동문들은 경호처장과 직원들을 직권남용과 폭행.감금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 2026년, 같은 강당에 하이파이브가 흘렀다 ◆ 2년이 지나고, 같은 강당의 공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순간, 졸업생들은 일제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대통령은 걸어 들어오며 졸업생들과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나눴습니다. 카이스트 졸업식이 처음으로 생중계되는 날, 강당의 첫 장면은 그랬습니다. 축사도 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무너진 연구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단단한 이공계 안전망을 구축해 적어도 돈이 없어서 연구를 멈추는 일은 결코 없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진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기초연구 예산을 17% 이상 과감히 늘린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실험실 창업이든 세상이 아직 상상하지 못한 미지의 이론이든 상관없이 정부를 믿고 마음껏 도전하라고 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성공을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연구 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공계 지원을 언급할 때마다 졸업생들은 환호성을 지르거나 손뼉을 쳤습니다. 퇴장 장면도 2년 전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수여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는 이 대통령 내외를 향해 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대통령님, 같이 셀카 찍어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이 대통령은 학생들의 요청에 하나하나 응하며 여러 차례 사진을 찍었습니다. 청와대 경호관들은 대통령 뒤로 물러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다가올 수 있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2년 전 학사복 경호원이 졸업생의 입을 막던 자리에서, 이번에는 경호관들이 스스로 뒤로 물러났습니다. 같은 강당, 같은 졸업식. 하지만 졸업생 모두의 표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2026-02-21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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