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강 건넜다던 한동훈… 왜 결국 정형근 앞에서 말이 막혔나”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이름 앞에 멈춰 섰습니다. 정형근입니다. 한 후보는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위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역 내 신망이 크다”, “지역민 추천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조직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논란 중심은 정형근 개인보다, 오히려 한동훈 정치의 기준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 정치인입니다.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문 수사 연루 의혹이 오랫동안 따라다녔고, 2022년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한 후보가 그동안 직접 강조해온 정치적 메시지와 이번 인선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 후반부부터 “보수가 극단과 결별해야 한다”, “음모론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산 북갑 선거에서 가장 먼저 손을 잡은 인물이 정형근이었다는 사실이 정치권 안팎에서 묵직한 질문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 “후원회장이 아니라 후보를 봐달라”… 그런데 질문은 계속 원점 한 후보는 인터뷰 내내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후원회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후보는 저다”, “후원회장이 제 선거 방향을 정하는 게 아니다”. 질문은 계속 같은 자리로 돌아와 “왜 하필 정형근이어야 했나”로 이어졌고, 특히 진행자가 정 전 의원의 고문 수사 의혹과 부정선거 발언 문제를 거듭 언급하자 인터뷰 분위기는 눈에 띄게 거칠어졌습니다. 한 후보는 “계속 물어보신다”, “말꼬리를 잡으신다”, “이 정도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바로 이 장면이 이번 논란을 더 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의문이 풀렸다기보다, 질문 자체를 정리하려는 모습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후보는 인터뷰에서 “지역 선거”라는 표현을 반복했지만, 왜 자신의 정치적 언어와 충돌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명확한 기준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 “미래로 가야 한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나온 건 과거의 얼굴 한 후보는 이번 인선을 “보수 재건 과정의 포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의 모든 문제를 이유로 사람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미래를 향해 같이 갈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안기부 출신 인사 영입 사례까지 언급하며 정치적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논란은 ‘과거를 용서할 수 있느냐’보다 훨씬 현재형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왜 지금, 왜 부산 북갑에서, 왜 정형근이어야 했느냐는 질문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특히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지역구 한 곳의 승패를 넘어, 한동훈 정치의 독자 생존 가능성과 직결된 상징적 선거로 읽히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밖으로 나온 뒤 한 후보가 강조해온 “탄핵 이후의 보수”, “극단과 결별한 보수”, “확장 가능한 보수”가 실제 정치 현장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부각됐습니다. 그런데 그 출발점에서 등장한 이름이 정형근이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여권 총공세… 뼈아픈 건 ‘자기충돌’ 지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서 “아직도 덜 익은 땡감”이라며 “낙과가 다가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역시 “고문 수사의 상징을 정치 중심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인선 철회가 없으면 사퇴 사안”이라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논란 핵심은 비판 자체보다, 한 후보 스스로 만들어온 정치 언어와 실제 선택 사이 간극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한 후보는 인터뷰 내내 “후원회장이 아니라 후보를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정형근 이름 앞에서 나온 한마디였습니다. “이 정도 하자.”
2026-05-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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