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만 찾는 줄 알았지”… K패션 제주로, 면세점도 판 다시 짠다
외국인이 K패션을 찾아가는 곳으로 서울 성수와 명동이 먼저 꼽혔습니다. 이제 패션업체들이 그 관광객을 기다리지 않고 제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애월에는 패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과 독립 매장이 들어섰습니다. 칠성로에도 국내 첫 단독 플래그십이 문을 열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탑동점 개점을 준비하며 인력 채용에 들어갔습니다. 면세점에서는 한발 먼저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에는 이미 ‘무신사DF’가 자리 잡았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단독매장이 아니라 여러 국내 패션 브랜드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K패션 면세 채널입니다. 글로벌 패션도 다시 채우고 있습니다. 제주 디저트와 F&B를 들였고, 제주기업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제품을 직접 팔아볼 공간까지 열었습니다. 따로 보면 신규 출점과 매장 개편입니다. 이어 놓으면 제주 쇼핑시장의 변화가 보입니다. K패션은 관광객을 따라 제주로 내려오고, 제주 브랜드는 면세점을 통해 해외 소비자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시내면세점도 ‘무엇을 싸게 팔 것인가’에서 ‘왜 여행 중 이곳을 찾아와야 하는가’로 질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시장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 추석 제주를 찾는 전체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지만 국내 관광객은 9.7% 감소하고 국제 관광객은 3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주에 오는 관광객의 구성부터 달라지고 있습니다. ■ 성수 다음 애월·칠성로·탑동… K패션, 관광객 따라가 올여름 패션업계의 제주 진출이 잇따랐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F 자회사 씨티닷츠가 운영하는 던스트는 지난 7월 애월에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더 오션’을 열었습니다. 첫 플래그십을 서울이 아닌 제주에 냈습니다. 의류 판매 공간에 애월 바다와 빈티지 가구, 음악을 담고 제주 취향 지도와 플레이리스트까지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더바넷도 같은 달 애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성수와 명동에 이은 세 번째 독립 매장입니다. 8월에는 LF가 전개하는 미국 슈즈 브랜드 킨이 칠성로에 국내 첫 단독 플래그십을 선보였습니다. 다음은 탑동입니다. 무신사리테일서비스는 현재 ‘무신사 스탠다드 제주 탑동점’ 스토어 매니저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뷰티 제주 탑동점 인력 채용도 진행 중입니다. 무신사의 제주 출점도 실제 개점 준비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 부산에선 외국인 구매 비중 30%… 서울 밖으로 넓어진 K패션 패션업계가 지역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가 자리합니다. 무신사가 22일 공개한 올해 1~8월 매장 실적을 보면 글로벌 특화매장으로 운영하는 부산 서면점의 외국인 구매 비중은 약 30%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p 높아졌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3년 대구 동성로를 시작으로 부산과 대전, 청주, 광주 등 비수도권 주요 도시로 매장을 넓혀왔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제주와 창원 출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밖에서도 외국인 K패션 수요가 확인되는 가운데 제주가 다음 출점 지역에 포함됐습니다. 제주에서는 여러 상권이 동시에 움직입니다. 애월에는 관광과 패션을 결합한 플래그십이 들어섰고, 칠성로에는 킨이 자리 잡았습니다. 탑동에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출점을 준비합니다. 면세점 안에는 여러 K패션 브랜드를 한꺼번에 만나는 채널이 먼저 들어와 있습니다. ■ 탑동엔 ‘무신사 스탠다드’, 신라엔 이미 ‘무신사DF’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탑동에 준비 중인 곳은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의 ‘무신사DF’는 여러 국내 패션 브랜드를 모아 해외 고객에게 판매하는 면세 편집숍입니다. 무신사DF는 2020년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에서 시작해 2022년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이어 제주점까지 들어왔습니다. 무신사의 제주 접점도 두 갈래로 넓어집니다. 면세점에서는 여러 K패션 브랜드를 묶어 외국인을 만나고, 원도심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독립 매장을 준비합니다. K패션의 제주 진출도 관광지 몇 곳의 신규 출점을 넘어 면세점과 원도심을 함께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 명품 빠진 자리… 신라 제주점은 한 브랜드로 채우지 않아 면세업계에서 더 들여다볼 대목은 신라면세점 제주점입니다. 제주점에서는 루이비통과 샤넬에 이어 에르메스까지 주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철수했습니다. 시내면세점을 일부러 찾아가게 만들던 핵심 브랜드가 빠진 자리입니다. 이후 신라면세점은 상품과 공간을 잇따라 손봤습니다. 무신사DF를 들이며 K패션을 강화했습니다. 오랫동안 활용도가 낮았던 별관은 다시 열어 식음 콘텐츠를 넣고 면세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습니다. 본관 4층에는 제주 로컬 디저트를 모은 ‘스윗 제주(Sweet Jeju)’를 마련했습니다. 몽그레와 귤메달, 구아우쇼콜라, 바솔트, 플러스제주 등 제주 곳곳의 5개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았습니다. 면세품을 사고 나가는 공간에 먹고 둘러볼 거리를 더했습니다. 제주에서 만든 상품을 발견할 접점도 늘렸습니다. 명품이 빠진 면적을 무엇으로 채울지보다 관광객이 매장에 머물 이유를 어떻게 늘릴지에 무게를 둔 재편으로 평가됩니다. ■ 무신사DF 다음 ‘아미’… 글로벌 패션도 다시 채워 로컬과 K패션만 강화한 것은 아닙니다. 이달 1일에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미(AMI) 단독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제주에서 유일한 아미 단독매장입니다.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후디 등 의류부터 가방과 볼캡까지 갖췄습니다. 면세점 측은 개별여행객, 이른바 FIT 중심으로 면세쇼핑 트렌드가 바뀌면서 다양해진 패션 수요에 맞춰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움직임을 연결하면 상품 전략은 한층 선명해집니다. 아미 같은 글로벌 패션으로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 수요를 받고, 무신사DF로 K패션을 보강합니다. 제주 F&B와 로컬상품은 다른 지역 면세점과 구별되는 선택지를 만듭니다. 글로벌-한국-제주를 한 공간에 놓고 고객이 고르게 하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한 가지 취향으로 묶지 않는 접근이기도 합니다. ■ 이번엔 ‘매대’까지 내줘… 제주기업 10곳이 외국인 앞으로 올해는 제주기업과의 접점도 넓혔습니다. 지난달 3일부터 15일까지 신라면세점 제주점 2층에는 제주 로컬기업 10곳이 참여한 팝업스토어가 운영됐습니다. 식음료와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 기업들입니다. 제주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모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업체를 선정했고 신라면세점은 판매 공간과 운영 등을 지원했습니다. 참여기업 제품은 면세상품이 아닌 일반 과세방식으로 판매됐습니다. 제주기업에는 해외 매장을 내지 않고도 여러 국적의 관광객에게 제품을 보여줄 기회가 생깁니다. 어떤 제품을 집는지, 어느 가격에서 결제가 이뤄지는지, 포장과 용량은 적절한지 실제 구매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면세점도 외국인에게 반응하는 제주상품을 현장에서 확인합니다. 면세점의 외국인 고객 기반이 제주기업의 해외시장 테스트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 팔고 끝내면 팝업… ‘누가 무엇을 샀나’까지 남겨야 다음 단계는 데이터입니다. 팝업 기간 몇 개를 팔았고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만 확인한다면 기존 판촉행사와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면세점에는 여러 국적의 관광객이 한 공간을 방문하고 실제 구매를 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국가별 선호상품과 가격대, 구매전환율, 함께 구입한 품목까지 분석하면 제주기업의 해외 진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과 일본·대만 관광객이 고르는 제품이 다르다면 상품 구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응이 확인된 제품은 정식 입점이나 해외 유통으로 연결하고,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은 가격과 용량, 패키지를 손본 뒤 다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팝업의 성과를 판매액에서 시장 검증으로 넓히는 접근입니다. 제주기업 지원정책도 일회성 판매 기회를 넘어 해외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때 효과가 커집니다. ■ 국내 관광객 9.7%↓, 국제 관광객 36.7%↑… 엇갈린 추석 시장 여건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가 오늘(22일) 발표한 추석 연휴 전망을 보면 내일(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를 찾을 관광객은 22만 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4% 감소할 전망입니다. 국내 관광객은 19만 1,900명으로 9.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선 공급석도 지난해 22만 4,314석에서 올해 20만 8,865석으로 1만 5,449석, 6.9% 감소합니다. 국제시장은 반대 방향입니다. 국제 관광객은 3만 7,100명으로 지난해보다 36.7% 증가할 전망입니다. 국제선 운항편도 159편에서 184편으로 늘어납니다. 전체 관광객은 줄지만 외국인 시장은 커지는 추석입니다. 국내선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제주 관광산업에서는 외국인을 얼마나 유치했는지와 함께 들어온 관광객의 소비를 얼마나 제주에 남기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외국인 늘었다고 면세점으로 직행하진 않아 면세업계에는 기회와 숙제가 함께 생깁니다. 국제선이 늘면 면세점이 만날 잠재 고객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제주에 도착한 외국인의 쇼핑 선택지는 이전보다 넓습니다. 애월에는 던스트와 더바넷이 있습니다. 칠성로에는 킨이 들어왔고 탑동에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출점을 준비합니다. 카페와 로컬숍, 전통시장과 대형 쇼핑시설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은 돈을 씁니다. 해외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가맹점도 늘었습니다. 외국인 입도객 증가와 면세점 고객 증가는 같은 지표가 아닙니다. 시내면세점이 경쟁해야 할 범위는 다른 면세점을 넘어 관광객의 하루 동선으로 넓어졌습니다. 어디에서 아침을 먹고, 어느 상권을 걷고, 어떤 매장에 들어가며, 무엇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는지까지 유통시장의 경쟁 영역에 들어옵니다. ■ 면세점에서 보고, 애월에서 다시 만난다면 지역 상권과의 관계도 여기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24일부터 27일까지 애월 제주당에서는 제주 로컬브랜드 팝업스토어가 열립니다. 제주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과 디저트, 음료, 전통주 등을 선보입니다. 앞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난 로컬기업 육성사업이 이번에는 관광객이 직접 움직이는 애월로 판매 접점을 넓힙니다. 면세점에서 처음 본 제주 브랜드의 매장이나 생산지를 여행 중 찾아가도록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애월이나 원도심에서 경험한 제품을 출국 전에 다시 구매하거나 귀국 뒤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경로도 열 수 있습니다. 상품 QR코드로 지역 매장과 체험공간, 온라인 구매처를 연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면세점의 첫 구매를 제주 안의 두 번째 소비, 귀국 뒤 재구매까지 이어갈 수 있습니다. 면세점과 지역 상권이 같은 외국인 지갑을 나눠 갖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로 다음 소비를 넘겨주는 방식입니다. ■ 면세가격, 다음 경쟁력은 ‘발견’ 시내면세점은 공항면세점과 출발부터 다릅니다. 관광객이 시간을 내서 찾아야 합니다. 글로벌 명품과 면세가격은 오랫동안 강력한 방문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애월과 원도심에서도 K패션을 사고 제주 곳곳에서 로컬상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의 최근 움직임도 이런 시장 변화와 맞물립니다. 무신사DF로 K패션을 들였고, 스윗 제주와 지역 F&B로 제주에서 만날 콘텐츠를 붙였습니다. 제주기업에는 외국인 소비자를 만날 판매 공간을 열었고, 아미를 새로 들이며 글로벌 패션도 보강했습니다. 다음은 성과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과 국적별 객단가, 구매 품목을 봐야 합니다. F&B가 체류시간을 늘렸는지, 팝업에 참여한 제주기업이 정식 입점이나 후속 판로를 확보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중심일 때는 정해진 일정에 면세점 방문을 넣을 수 있었지만 FIT(개별여행객)는 본인이 갈 곳을 직접 고른다”며 “할인율만으로 시간을 내서 매장을 찾게 하기는 어려워졌고,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K패션이나 로컬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방문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제 방문과 구매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습니다. 관광·유통 전문가들은 면세점 안에서 끝나는 소비보다 지역과 이어지는 경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 전문가는 “제주는 관광객의 이동 자체가 소비와 맞물리는 시장”이라며 “면세점에서 발견한 브랜드를 여행 중 다시 만나거나, 지역에서 경험한 상품을 출국 전 또는 귀국 뒤 다시 사게 만드는 연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로컬기업 팝업도 매출만 집계할 게 아니라 국적별 선호와 가격 반응, 후속 구매 데이터까지 지속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며 “이 자료가 제품 개선이나 정식 입점, 해외 유통으로 이어진다면 면세점이 제주기업의 해외시장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25일부터 중국 중추절…10월 1일엔 국경절 시작 외국인 소비시장의 다음 시험대도 바로 이어집니다. 중국 중추절 공식 연휴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입니다. 28일부터 30일까지 정상 근무한 뒤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가 다시 시작됩니다. 두 연휴가 붙은 장기연휴는 아닙니다. 9월 말과 10월 초 중국 여행 수요가 짧은 간격으로 두 차례 움직입니다. 추석 기간 제주 국제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6.7%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수요까지 이어집니다. 면세점과 패션업계가 앞서 내놓은 변화도 이제 실제 외국인 소비를 통해 확인될 시기를 맞았습니다.
2026-09-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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