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입구가 바뀌고 있다] ② 제주 관광은 수요가 아니라 슬롯이 결정한다
관광은 공항에서 시작됩니다. 제주는 더 그렇습니다. 어디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어떤 관광객이 오고,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쓰고 가는지가 달라집니다. 1편에서 확인된 변화, 체류는 늘었지만 소비가 따라오지 않는 흐름 은 이 출발점에서 이미 갈라지고 있습니다. ■ 교차 활주로 구조, 시간당 34~35회 한계 1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은 주활주로(3,180m)와 보조활주로(1,900m)를 갖추고 있지만, 두 활주로가 교차하는 구조로 동시에 독립 운영이 어렵습니다. 항공기 이착륙이 서로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처리 능력은 시간당 약 34~35회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성수기에는 이 수치에 근접한 상태로 운항이 이뤄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항공편을 더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 운항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관리 대상이 됩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공항은 수요가 부족한 공항이 아니라 처리 능력이 먼저 한계에 닿은 공항”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유도로 확장에도 슬롯은 늘지 않아 제주공항은 평행 유도로 확충과 교차 구간 개선 등 시설 개선을 이어왔습니다. 지상 이동 효율은 일부 개선됐지만 슬롯, 즉 시간당 항공기 운항 횟수 자체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도로는 이동 속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활주로 사용 순서와 항공기 간 안전 간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항 처리 능력은 시설이 아니라 활주로 운영 구조에서 결정됩니다. 이 한계는 단순히 운항 문제가 아니라 제주로 들어오는 관광 구조 자체를 규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슬롯은 확대가 아니라 ‘배분’ 문제 이 구조에서는 노선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슬롯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이 됩니다. 신규 노선을 넣으려면 기존 노선을 줄이거나 시간대를 조정해야 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있어도 슬롯 확보 단계에서부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대형 국적사 관계자는 “제주 노선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슬롯 배분이 가장 큰 변수”라며 “기재가 있어도 슬롯이 없으면 노선 확대는 물론 유지 전략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전세기·단체 관광, 출발부터 막혀 이런 제약은 전세기 유치와 단체 관광상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혹 수요를 확보하더라도 원하는 시간대 슬롯을 받지 못하면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일정이 고정된 단체 관광은 시간대 변경이 곧 상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도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상품을 만들어도 슬롯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늦어지거나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항공편을 채우는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항공편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고 현실적인 제약을 전했습니다. ■ 제주 못 넣으면 다른 공항으로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다중 활주로 기반의 독립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4활주로 개장 이후 슬롯은 시간당 약 80회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같은 항공기라도 어디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운항 효율과 수익성이 달라집니다. 항공사는 더 많은 운항이 가능한 공항으로 기재를 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제주는 수요가 있어도 슬롯이 제한되면 확장이 어렵다”며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다른 공항으로 기재가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로 직접 들어오지 못한 수요는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분산되거나, 경유 이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 인천~제주 노선 재개, 직접 유입 통로가 하나 더 열려 이런 상황에서 인천~제주 노선이 약 10년 만에 재개됩니다. 제주항공은 5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주 2회 시범 운항할 계획입니다. 이 노선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김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그동안 수도권을 한 차례 더 거쳐야 했던 이동 구조가 줄어들면서 제주 입장에서는 직접 유입 경로가 하나 추가된 셈입니다. 아직 운항 규모는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유입 경로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외국인 직접 유입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 통로”라면서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유 이동이 함께 나타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관광객은 유지되는데 소비 흔들려 핵심은 관광객 수가 아니라 유입 방식입니다. 제주공항이 수용하지 못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수요는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분산되거나, 직접 유입과 경유 이동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는 감소가 아니라 재편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관광객이 늘어도 지역 체감소비가 따라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도내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같은 관광객이라도 어떤 경로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소비가 달라진다”며 “직접 유입이 줄거나 경유 비중이 커지면 체류와 소비는 함께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관광은 이미 공항에서 갈린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주공항이 현재의 수용 한계에 묶여 있는 한 유입 구조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관광정책 분야 관계자는 “직접 유입 통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공항 문제는 이미 관광 정책의 핵심 변수로 넘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 관광은 줄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슬롯에서 이미 갈리고 있습니다
2026-04-01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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