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흔들었다] ① 우리는 여행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통과하고 있다… “얼마가 붙나”
일본 공항 출국장입니다. 탑승 게이트 앞에서 휴대전화를 다시 꺼내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항공권 가격보다, 세금과 수수료가 얼마나 붙게 될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여행의 첫 질문은 “어디를 갈까”가 아니라 “얼마가 더 붙나”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예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용 구조를 먼저 통과하고 있습니다. 내년 7월로 예정된 출국세 인상은 여행을 비싸게 만든 사건이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던 비용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 계기입니다. 이번 연속 기획은 일본 출국세 인상 방침을 계기로 드러난 관광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합니다. ■ 출국 비용 3배 인상, 여행의 ‘끝 비용’이 출발 조건이 된다 27일 일본 정부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일본을 떠나는 모든 여행객에 부과되는 국제관광여객세가 1인당 1,000엔에서 3,000엔으로 오릅니다.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첫 인상입니다. 2028년부터는 무비자 입국객을 대상으로 전자도항인증제도(JESTA)를 도입해 입국 전 온라인 심사 수수료도 부과할 예정입니다. 수수료는 2,000~3,000엔 선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두 제도가 시행되면 일본 여행객은 입출국 과정에서 1인당 최대 5,000~6,000엔의 고정비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4만 5,000~5만 4,000원 수준입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왕복 18만~22만 원의 고정 비용이 붙는 셈입니다. 이 비용은 숙박비나 항공료처럼 선택으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일정과 관계없이 반드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여행의 ‘끝 비용’이 아니라, 여행의 출발 조건이 고정으로 붙는다는 말입니다. ■ 호텔은 싸지고, 국가는 고정비를 높이고 있다 같은 시기 일본 호텔 시장은 가격을 빠르게 낮추고 있습니다. 중국 단체 관광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객실 점유율 방어가 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일본 패키지 예약은 최근 전년 대비 25~30% 증가했고, 도쿄·오사카·후쿠오카는 최대 2배, 시코쿠·남규슈 등 지방 소도시는 최대 5배까지 늘었습니다. 노랑풍선과 교원투어, 놀(NOL)인터파크도 유사한 흐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런 증가세는 수요가 살아난 결과라기보다, 가격을 낮춘 공급이 만든 이동에 가깝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가격을 깎아 수요를 만들고, 국가는 그 수요 위에서 고정비를 올립니다. 관광은 늘고 있지만, 비용은 다른 항목으로 이동하는 흐름입니다. ■ 회복은 민간이 만들고, 부담은 관광객이 진다 호텔 특가로 만들어진 ‘회복’ 위에 세금과 수수료가 덧붙여지면서, 비용은 형태만 바뀌어 다시 돌아옵니다. 체감 부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부담의 성격이 이동한 모습입니다.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는 통계와, 여행이 더 비싸게 느껴진다는 체감은 동시에 성립합니다. 이런 시장의 회복은 소비가 늘어서가 아니라, 비용 구조가 재편돼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 비용 구조... “일본 밖의 관광지를 먼저 흔든다” 이같은 관광 비용은 한 나라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가격과 고정비가 흔들리면 수요가 이동하고, 그 이동은 경쟁 지역의 관광 구조를 바꿉니다. 그 파장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은 제주입니다. 접근성이나 관광 비용 구조에서 그렇습니다. 제주는 한국인 주요 관광 수요의 근거리 목적지로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일본 특가가 풀릴 때마다 제주 항공 수요는 즉각 반응하고, 일본 비용이 오를 때마다 제주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요는 ‘더 싼 곳’이 아니라 ‘더 납득 가능한 곳’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 관광은 늘었지만, 구조 더 불안정해져 특가는 수요를 끌어오지만, 세금은 그 수요를 다시 밀어냅니다. 관광객 수는 늘고 줄기를 반복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커집니다. 관광은 많아지는데, 관광 산업은 더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같은 구조는 성장이라기보다 진동에 가깝습니다. ■ 여행은 다시 계산이 된다 사람들은 다시 묻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돈이면, 어디가 더 낫지?” 이 질문이 빈번해질수록 관광은 더 이상 장소의 경쟁이 아닙니다. ‘어디가 더 싸냐’가 아니라, 누가 더 납득 가능한 구조를 제시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합니다. 출국세 인상은 여행을 비싸게 만든 원인이 아니라, 그 계산을 더 빨리 꺼내오게 만들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비용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비용이 의식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여행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일본의 선택은 일본의 정책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그 선택은 곧바로 한국 여행 시장의 비교 기준이 되고, 그 비교는 다시 제주를 향한 질문으로 되돌아옵니다. 제주는 더 좋아졌느냐보다, 지금의 가격과 조건이 설득 가능한지 평가받는 위치에 놓이고 있습니다. 다음 ②편에서는 이 비용 구조 변화가 항공 노선, 숙박 가격, 체류 패턴, 소비 구조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를 데이터와 현장 사례로 짚습니다. 일본의 선택이 왜 제주 관광의 성적표가 되는지 를 분석합니다.
2025-12-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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