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한류가 관광의 동선을 다시 짠다”… K-푸드, 지역 체류를 키우는 산업으로 부상
관광의 중심이 ‘무엇을 보느냐’에서 ‘어디서 먹고 얼마나 머무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음악이 한국을 궁금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음식이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K-푸드는 더 이상 식탁 위 한때 유행으로 머무는 이름이 아니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관광 자산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2026 한국 음식관광 활성화 정책토론회’는 이런 변화를 정책의 언어로 끌어올린 자리였습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과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 외식·푸드테크·식품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K-푸드 열풍을 실제 관광 수요와 지역경제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관심은 K-푸드의 인기 확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열기를 어디에 쌓을 것인지, 누가 그 성과를 가져갈 것인지로 논의의 무게가 이동했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몇몇 유명 식당 앞 대기줄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골목의 체류 시간과 상권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음식관광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 한 끼를 파는 관광에서, 머무는 시간을 설계하는 관광으로 토론회에서는 음식관광의 방식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랐습니다. 맛있는 음식 몇 가지를 앞세우는 정도로는 시장을 오래 붙들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한 번의 식사가 여행의 이유가 되고, 그 경험이 숙박과 이동, 골목 소비와 지역의 인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습니다. 지역 식문화와 노포의 이야기, 공간의 분위기, 예약의 편의성, 언어 지원, 디지털 안내, 이동 동선이 함께 맞물려야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 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제 메뉴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먹는지, 어떤 설명과 장면 속에서 경험하는지, 그 시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음식관광이 외식의 연장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을 설계하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발표에서는 또 해외 미식 투어 시장이 이미 고급형 체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한국 역시 ‘먹고 떠나는 일정’에서 벗어나 지역의 사람과 서사, 공간의 결까지 함께 경험하게 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숫자를 늘리는 방식보다 기억을 짙게 남기는 방식이 더 오래 가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해석도 이어졌습니다. ■ 제주 ‘해녀의 부엌’이 보여준 것은 이름값보다 운영 방식 발표에서는 제주 ‘해녀의 부엌’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주목받은 지점은 유명세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인원을 빠르게 받는 방식보다 소수의 관객에게 공연과 대화, 식사를 결합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 여운이 지역 식재료 가공품 구매 같은 후속 소비로 이어질 때 오래 버티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메시지는 확실했습니다. 음식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받느냐보다 얼마나 깊게 남게 하느냐에서 갈린다는 점입니다.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와 감각, 한 번의 식사가 다시 그 장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억의 밀도가 앞으로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주를 둘러싼 현장 흐름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먹고 마시는 경험은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같은 비용이라도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면 더 지불하겠다는 수요도 적지 않습니다. 음식은 이미 소비 항목을 넘어 지역의 인상을 완성하는 축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K-푸드, 메뉴 몇 가지에서 한국의 생활 장면 전체로 토론회에서는 전통 한식 바깥의 일상형 K-푸드도 중요한 자산으로 다뤄졌습니다. 라면과 김밥, 편의점 음식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장면조차 외국인에게는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K-푸드는 그저 특정 음식 몇 가지의 유행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방식과 거리의 분위기, 도시의 결을 함께 보여주는 관광 자산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관광시장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음식 자체만이 아니라 설명, 접근성, 예약 편의, 해설과 체험의 밀도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정부와 업계도 음식 특화거리 조성, 미식 데이터 확충, 예약 시스템 개선, AI 기반 안내, 크리에이터 협업 같은 실무 과제를 함께 꺼냈습니다. 이 흐름은 음식관광을 개별 식당 홍보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설계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쟁력은 한 끼의 경험을 지역 전체의 체류와 소비로 얼마나 확장시키느냐에서 갈립니다. ■ 국가 브랜드, 골목의 실익을 이야기하다 정연욱 의원의 발언은 이번 토론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장 잘 보여줬습니다.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를 실제 방한 관광 수요로 연결할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음식은 관광객이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이자 지역의 매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광 콘텐츠이고, 지역의 다양한 식문화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토론회에서 논의된 음식 연계 관광 활성화 방안을 지역 현장에 실제로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정 의원은 “부산 수영구 광안리 일대를 중심으로 음식특화거리 조성, 골목상권 살리기 등 지역 밀착형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골목 곳곳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K-푸드 관광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조병제·김태성·김보언 기초의원 등 지역 의정활동과 연계해 광안리 상권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향한 곳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K-푸드의 인기를 추상적인 국가 이미지에만 두지 않고, 실제 거리의 손님과 자영업자의 매출, 지역의 체류 시간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데 무게가 실렸습니다. 관건은 분배입니다. 관광의 성과가 몇몇 유명 상권에만 쏠릴지, 아니면 골목 안쪽의 가게들까지 닿을지가 앞으로를 가를 대목입니다. 민관이 함께 해법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류의 다음 무대가 식탁이라면, 그 식탁은 결국 골목 안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 국회 토론회가 던진 질문도 그곳에 닿아 있습니다. K-푸드의 열기를 보여주는 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그 열기를 지역에 남는 매출과 체류, 재방문으로 바꿔낼 것인지가 이제 한국 관광의 다음 승부처로 떠올랐습니다.
2026-03-1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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