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없다] ② 들어왔지만 쓰지 않는다
관광은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매출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방문 규모와 소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들어오는 사람 수는 늘었지만,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지출은 그만큼 확장되지 않습니다. 이 변화는 체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표에서 먼저 확인됩니다. 관광객 수와 소비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편은 관광객 수가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어디에서 쓰고,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기준으로 지금의 흐름을 짚습니다. ■ 관광은 회복, 소비는 제자리 1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관광객은 105만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 명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방문 규모는 분명히 커졌습니다. 그렇지만 소비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2월 대형마트 판매만 해도 4.8%, 신용카드 사용액은 5.7% 증가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지출도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설 명절 영향을 제외하면 흐름은 달라집니다. 1~2월 기준 소비는 전년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관광 회복과 소비 확대가 함께 나타나지 않는 구조라는 말입니다. 한국은행 측은 최근 실물경제동향에서 관광객 유입과 달리 소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관광 회복과 지역 내 소비 사이에 간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 비용, 소비를 바꾸다 지출을 결정하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로, 한 달 사이 4.2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지출 판단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비용 부담까지 더해졌습니다. 국제 유가 변동과 환율 상승으로 이동 비용이 커졌고, 일부 노선에서는 운항 조정까지 이어지면서 여행 조건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쓰는 방식을 바꿉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예산을 먼저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소비를 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며 “지출을 늘리기보다 유지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전 지출과 현장 소비의 분리 지출 구조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항공과 숙박은 출발 전에 미리 결정됩니다. 현장에서 소비는, 이후의 선택으로 남습니다.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선택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이어지는 소비가 제한되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숙박과 이동은 예약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되고, 현장에서 추가 소비를 확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지출 구조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 끊어진 소비, 단절되는 일정 과거에는 일정 자체가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이동 경로를 따라 식사와 체험, 구매가 연결됐고, 한 번의 방문이 여러 지출로 확장되는 구조였습니다. 패키지 상품은 그 흐름을 압축한 형태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일정은 유지되지만, 지출은 그만큼 이어지지 않습니다. 단계는 나뉘고, 연결은 짧아졌습니다. 한 번의 방문이 다른 소비로 확장되지 않는 흐름입니다. 변화는 특정 업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가 지역 안에서 확산되는 방식 자체가 약해진 상태입니다. 관광업계에서는 “소비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지역경제로 퍼지는 효과도 함께 줄어드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사람이 들어와도, 돈은 남지 않아 사람은 들어옵니다. 그런데 소비는 지역 안에 머물지 못합니다. 방문 규모와 지출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유입이 늘어도 소비 확대는 제한됩니다. 이 변화는 비용 부담과 소비 기준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제주를 찾은 사람들의 소비는 어디에서 멈추고 있을까. 방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소비가 확장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지출이 끊기는 구간에 있습니다. 다음 편은 제주로 들어오는 과정, 변동성이 커진 하늘길과 좌석 공급입니다.
2026-04-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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