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였는데도 513억”… 드림타워 카지노, 외국인 소비의 축이 제주로 옮겨가고 있다
제주에서 외국인이 돈을 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바다와 골프, 자연 풍경이 여행 동선의 앞자리를 차지했다면, 이제 그 중심축이 카지노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정점에, 비수기였던 11월에도 513억 원의 순매출을 올린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가 서 있습니다. 골든위크와 연말 특수 사이, 소비가 잠잠해지는 11월에조차 3개월 연속 ‘월 500억’을 기록한 순간이었습니다. ■ 비수기에 513억… ‘월 500억’이 세 달 계속된다는 의미 1일 롯데관광개발 공시에 따르면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의 11월 순매출은 513억 5,800만 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 260억 원 안팎에서 거의 두 배 수준입니다. 앞서 9월 529억, 10월 504억에 이어 석 달 내리 500억 원대를 유지했습니다. 카지노와 호텔을 합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11월 전체 매출은 641억 9,300만 원입니다. 전년 동월 378억 원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9월 670억 원 이후 3개월 연속 600억 원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런 매출이 나온 시점입니다. 11월은 통상 골든위크가 끝난 10월과 연말·연초 특수가 시작되는 12월 사이에 끼어, 항공·여행·카지노 모두에서 숨 고르기 구간으로 불리는 시기입니다. 그런데도 드림타워 카지노의 11월 매출은 오히려 여름 극성수기였던 8월 429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기복이 심하던 제주 관광의 리듬이, 적어도 드림타워 안에서는 이미 다른 박자를 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홀드율’과 ‘드롭액’, 숫자 뒤에 숨어 있던 구조를 꺼내보면 실적을 지탱하는 지표들은 카지노 내 행동 변화를 반영합니다. 테이블 드롭액부터 그렇습니다. 드롭액은 손님이 게임을 하려고 현금을 칩으로 바꾼 금액의 합계로, “얼마나 많은 돈이 카지노 안으로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11월 드롭액은 2,3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351억 원과 비교하면 74% 이상 늘었습니다. 홀드율은 이 안에서 또 한 번 걸러지는 지표입니다. 손님이 바꾼 칩이 게임을 거쳐 다시 현금으로 돌아갈 때, 끝까지 카지노 쪽에 남는 비율을 홀드율이라 보면 됩니다. 통계상 ‘총매출÷드롭액’으로 계산되는 비율이지만, 카지노 업계에서는 “손님을 얼마나 오래 붙잡았는지, 얼마나 깊게 플레이하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체류력의 지표로 읽습니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11월 매스테이블 홀드율은 25.7%로, 세계 최대 카지노 밀집지인 마카오 코타이 초대형 리조트들의 최근 2년 평균 26.2%에 거의 맞닿았습니다.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손님이 아니라, 여러 날 머물며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손님이 늘어났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용객 규모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11월 카지노 이용객 수는 5만 62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1.3% 늘었고 7개월 연속 5만 명대를 유지했습니다. 손님이 늘었고, 머무는 시간과 칩 교환 규모도 함께 커지면서 순매출과 전체 매출이 동시에 불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 중국 편중 깨고 VIP 국적 다변화… ‘아시아 체류 허브’로 가나 숫자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손님 구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오는 VIP 고객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며 “다변화되는 외국인 수요층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일 국가에 집중된 수요 구조는 규제나 외교 변수에 따라 언제든 급감 위험이 존재합니다. 지금 변화는 그 취약성을 벗어나기 위한 구조 이동, 즉 여러 국가에 걸쳐 수요를 분산·흡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흐름은 코로나 이전 중국 단체 관광 의존도가 높았던 제주가, 개별 VIP와 리조트형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는 흐름과도 정확히 맞물립니다. 드림타워의 실적이 단순히 ‘카지노 호황’이 아니라, 외국인 체류형 관광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지 살피는 실험판으로 의미가 확장되는 이유입니다 호텔 부문 매출이 11월 128억 3,500만 원을 기록하며 카지노와 함께 3개월 연속 600억대 리조트 매출을 채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됩니다. 카지노에서 시작된 여행 동선이 객실과 식음, 부대시설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시장 안에서 어느 정도 완성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한 점 집중’… 제주 전체 모델로 확장 ‘관건’ 다만 이같은 성장 스토리가 곧바로 제주 관광산업 전체 희소식으로 번지는 건 아닙니다. 지금 구조는 명백히 드림타워로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고소비 외국인 수요가 하나의 초대형 복합리조트 안에서 상당 부분 소화되는 만큼, 다른 카지노와 중소형 숙박·관광업으로 확산되는 경로는 아직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제주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분명해집니다. 우선 드림타워를 ‘섬 안의 섬’으로 남겨두는 대신, 이곳에 들어온 고소비 수요를 도내 다른 관광 콘텐츠·상권·숙박으로 흘려보내는 연결 전략이 요구됩니다. 또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이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구조인지, 규제·조세·도시계획 수준에서 재점검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11월 513억 원, 그리고 3개월 연속 500억 원대 매출은 화려한 숫자 이상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 성장세가 초대형 복합리조트에 집중된 ‘한시적 특수’로 끝날지, 관광 산업 전반이 구조를 바꾸어가는 ‘새 성장 모델’로 확장될지는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제주는 지금, 자연 풍경 위에 ‘외국인 고소비 체류 시장’이라는 또 하나의 층을 덧입히고 있습니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역주행 곡선은 그 실험이 이미 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지표입니다. 이 흐름을 전체 산업 구조로 확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카지노에서 시작된 체류 소비를 호텔과 관광 콘텐츠, 지역 상권까지 흘려보낼 전략과 제도 설계가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공란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제주는, 카지노에서 시작된 이 체류 소비 흐름을 외면할지 아니면 관광 산업 구조를 바꾸는 동력으로 붙잡을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라며 “이 흐름을 지역 경제 전반에 확산시킬 연결 전략과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금 상승세는 반짝 실적에 머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25-12-0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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