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성과 배분’ 논쟁… 업계는 “성과급보다 생존”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산업계 관심이 한꺼번에 쏠리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파업을 피한 임금협상 타결인데 실제 협상 과정에 드러난 건 돈의 액수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을 어디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지, 그리고 성과급을 ‘공동 성과’로 볼 것인지 그리고 ‘실적 기여도’ 중심으로 볼 것인지가 정면 충돌했습니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입장이 갈렸고, 삼성 밖 산업 현장은 더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수억 원대 성과급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또 다른 현장에서는 “성과급보다 구조조정부터 막아야 한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이번 삼성 협상은 결국 한국 산업계 안에서 이미 시작된 격차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같이 만든 성과냐”… 삼성 내부서 터진 배분 충돌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합의안 핵심은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막판 최대 쟁점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성과급 배분 구조였습니다. 노조는 메모리 사업부 실적 역시 연구개발과 생산, 지원 조직 전체 경쟁력이 함께 만든 결과인 만큼 DS 전체에 공동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회사 측은 사업부별 실적 기여도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최종안은 ‘공통 배분 40%, 사업부별 차등 60%’ 수준에서 정리됐습니다. 그러나 협상 이후 내부 온도차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모리 사업부에서는 올해 최대 6억 원 수준 성과급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반면, DX(스마트폰·가전) 부문 예상 보상 규모는 수백만 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같이 만든 성과”와 “실적 중심 보상”이 충돌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DX 부문 조합원 반발과 노조 이동 움직임까지 이어졌습니다. 협상은 결국 임금 인상 수준을 넘어, 기업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싸움으로 번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성과급은 먼 얘기”… 업계 분위기 딴판 삼성 협상 이후 유통업계를 비롯해 현장은 반도체 업계와 크게 다르다는 이야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의 경우는 온라인 소비 확대와 내수 침체, 점포 효율화 압박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된 상태입니다. 현장에서는 “성과를 만든 노동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지금은 성과급보다 고용 유지가 더 급하다”는 말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면세업계 분위기는 더 무겁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는 일부 회복됐지만, 예전처럼 중국 단체관광 중심 대량 소비 구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업황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지금 성과급 확대보다 직무급제와 고용 안정 논의가 더 현실적인 과제라는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편의점 업계도 비슷합니다. 가맹 구조와 낮은 영업이익률,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계 수준의 성과급 체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반면 뷰티업계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K뷰티 수출 확대와 글로벌 시장 성장 흐름 속에서 성과 중심 보상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성과급 논쟁’인데도 산업별 현실 계산법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얼마를 더 나눌 것인가”를 이야기했고, 내수 침체 업종은 “지금 버틸 수 있느냐”를 먼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 삼성 하나로 끝나지 않아… 산업계 전체 흔들 가능성도 재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 내부에서 끝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에서 만들어진 보상 기준이 다른 산업으로 번지는 이른바 ‘패턴 교섭’ 흐름입니다.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비처럼 굳어질 경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 반발 역시 적지 않습니다. 성과급 재원 역시 결국 같은 영업이익 안에서 배당과 투자, 연구개발 재원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실제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영업이익 분배를 어디까지 노사 협상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습니다. 정부까지 긴급조정 가능성을 거론했던 배경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전자 파업은 개별 기업 노사 갈등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과 수출, 투자 심리까지 흔들 수 있는 문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 협상이 드러낸 건 산업계 내부 격차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총파업 가능성은 일단 낮췄습니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 안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격차 역시 더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호황 산업은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내수 침체 업종은 여전히 생존과 고용 유지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도 산업별 현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산업계에서는 성과 배분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26-05-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