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서 떨어진 소쩍새 4남매.. 2개월 정성 치료에 다시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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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만 보고 오면 놓친다… 제주 가을, ‘언제 가느냐’가 여행을 바꾼다
억새만 보고 오면 놓친다… 제주 가을, ‘언제 가느냐’가 여행을 바꾼다
제주의 가을은 한꺼번에 오지 않습니다. 구좌에서는 여름에 씨를 뿌린 당근이 땅속에서 자라고, 와흘리에서는 봄에 이어 메밀꽃이 다시 핍니다. 어음리 들판의 억새가 은빛으로 넘어갈 즈음, 신례리 돌담 너머 감귤에 주황빛이 더 진해집니다. 같은 가을이어도 9월과 11월의 제주가 다른 이유입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2일 발표한 ‘2026 추천 제주 관광 콘텐츠’도 이 시간차에 주목했습니다. 한라산과 해안처럼 익숙한 관광지만 늘어놓기보다 트레킹·라이딩·캠핑, 당근과 전통주, 마을여행, 웰니스, 문화예술, 억새와 메밀, 섬과 바다를 한 계절 안에 풀어냈습니다. 올가을 제주여행은 그래서 ‘어디를 갈까’보다 ‘언제 가서 무엇을 만날까’에서 출발합니다. ■ 가을은 정상보다 먼저 밭에서 자란다 한라산 단풍이 제주 가을의 익숙한 얼굴이라면, 구좌의 가을은 땅속에서 시작됩니다. 구좌읍 당근은 한여름에 씨를 뿌려 가을 동안 자랍니다. 밭 위로는 초록빛 잎이 줄지어 올라오고 본격적인 수확은 11월 말부터 시작됩니다. 이 시기 구좌 곳곳에서는 당근주스와 당근케이크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고, 늦가을에는 송당리와 평대리 일대 일부 농가에서 직접 당근을 뽑아보는 체험도 이어집니다. 밭에서 난 것은 식탁이 종착점이 아닙니다. 논이 귀했던 제주에서는 좁쌀로 술을 빚어왔고, 지금은 감귤을 비롯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술도 만들어집니다. ‘신례명주’와 ‘탐모라’, ‘제주 곶밭’ 등이 대표적입니다. 제주에서 무엇을 먹을지 찾는 여행이 아니라, 그 맛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따라가 보는 여행입니다. ■ 9월 저지리, 10월 가시리·의귀리, 11월 신례리 마을에는 성수기라는 말보다 ‘제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9월의 저지리는 오름과 곶자왈, 미술이 한 동선에 들어옵니다. 저지오름을 걸어 내려오면 제주현대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방림원, 생각하는정원 등이 이어집니다. 자연을 보고 미술관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두 경험이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10월은 제주마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시리의 쫄븐갑마장길은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지나며 제주 목축문화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의귀리에서는 헌마공신 김만일의 이야기와 함께 공동목장과 말 문화가 이어집니다. 11월이 되면 동선은 신례리로 내려갑니다. 돌담을 따라 감귤밭이 익어가고, 마을 안쪽 이승악오름에서는 삼나무 숲이 기다립니다. 돌담과 감귤, 오름과 숲이 따로 떨어진 관광지가 아니라 한 마을의 생활권 안에 놓여 있습니다. 제주를 여러 번 찾은 사람에게 오히려 이런 여행법이 유효합니다. 이미 가본 곳을 지우고 새 명소를 찾기보다 같은 섬을 다른 시기에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 억새는 바람을 타고, 메밀은 두 번째 봄을 연다 가을 제주에서 억새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애월읍 어음리에서는 중산간 들판을 따라 억새가 이어집니다. 해가 낮아지는 시간에는 억새가 빛을 머금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들판 전체의 결이 바뀝니다. 큰사슴이오름과 금백조로, 송악산둘레길도 각기 다른 배경으로 억새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관광공사는 억새 절정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로 꼽았습니다. 같은 시기 조천읍 와흘리는 전혀 다른 색을 냅니다. 메밀은 한 해 두 차례 심을 수 있어 봄뿐 아니라 가을에도 꽃을 피웁니다. 와흘리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밭이 10월이면 흰빛으로 채워집니다. 봄에는 축제가 열리지만 가을에는 별도 행사 없이 메밀꽃과 마을이 남습니다. 돌담과 오솔길 사이를 따라 조용히 꽃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메밀꽃 절정은 10월 초입니다. 가을 제주가 하나의 색으로 기억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산을 오르고, 숲에서는 속도를 낮춘다 몸을 움직이고 싶다면 선택지는 넓습니다. 영실~윗세오름에서는 기암절벽과 단풍을 만나고, 어리목~윗세오름에서는 단풍과 억새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어승생악은 비교적 짧게 오를 수 있고, 성판악과 관음사는 백록담까지 이어집니다. 자전거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신창풍차 해안도로와 법환~강정 해안도로가 추천 코스에 포함됐고, 오는 12~13일에는 평소 자전거로 달리기 어려운 중문골프장에서 ‘제주&교촌 미니벨로 페스타 2026’이 열립니다. 반대로 속도를 낮추고 싶다면 남원읍 물영아리오름이 있습니다. 정상 화구호를 품은 이곳은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입니다. 목장을 지나 삼나무 숲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분화구 습지에 닿습니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 계절과 날씨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 미술관 밖으로 나온 비엔날레, 가을 동선에 예술을 넣다 올해 가을에는 미술도 여행지도를 넓힙니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11월 15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레미콘 등에서 이어집니다. 한 공간에 작품을 모으지 않고 제주 북부와 원도심 등으로 전시장을 넓혔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전시 관람 자체가 도시와 지역을 이동하는 동선입니다. 10월에는 탐라문화제와 서귀포 칠십리축제, 제주마축제 등도 예정돼 있습니다. 일정은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 같은 제주도, 날짜가 달라지면 목적지가 바뀐다 섭지코지에서 바닷바람을 맞거나 우도봉 억새 사이를 걸어도 좋습니다. 외돌개에서 제주올레 6코스로 길을 잇고, 수월봉 엉알길의 지층을 따라 자구내포구 노을까지 내려가도 됩니다. 다만 올해 가을 제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꼭 더 많은 장소를 찾아가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당근이 자라는 때와 감귤이 익는 때가 다르고, 메밀과 억새가 가장 좋은 순간도 겹치지 않습니다. 저지리와 가시리, 신례리가 여행자를 부르는 달 역시 다릅니다. 올가을 제주행 날짜를 잡았다면 유명 관광지부터 검색하기 전에 그때 제주에서 무엇이 자라고, 무엇이 피고, 무엇이 익는지 먼저 살펴볼 만합니다.
2026-09-0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둥지에서 떨어진 소쩍새 4남매.. 2개월 정성 치료에 다시 자연으로
둥지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던 소쩍새 4남매가 2개월에 걸친 정성 어린 치료 끝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오늘(2일) 소쩍새 4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방사된 소쩍새 4남매는 지난 7월 7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서 벌체 작업 중 나무 위 둥지가 파손돼 추락했습니다. 사고 당시 일부 개체에서 뇌진탕 증세와 기립 불능 등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센터는 구조 직후 새끼들의 체온 조절을 위해 인큐베이터에서 관리했으며 개체별 상태에 따른 약물 처치와 영양 공급 등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또 성장 단계에 맞춰 먹이와 영양제를 공급한 뒤 야외 계류장에서 비행훈련을 통해 야생 적응력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4마리 모두 독립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됐고, 오늘(2일) 구조됐던 지역 인근인 제주시 한경면 당산봉에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방사에는 제주시 아라초 과학동아리 학생들도 참여했고, 학생들은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 재활을 비롯해 자연 복귀 과정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윤영민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은 "숲 개발이나 주변 농경지가 줄얻르면서 소쩍새들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며 "이는 단순히 한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균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올빼미과의 소쩍새는 여름철에 번식하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 산림과 농경지 주변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조류입니다. '솟쩍 솟쩍' 특유의 울음소리라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자연과 농경사회의 문학적 정서를 담아내는 매게체로 인식 돼 왔습니다.
2026-09-02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강명철(kangjsp@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