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서 '광란의 드리프트'...고가 외제차 '난폭운전' 포착 [영상]
‘광안리 1위’가 말하는 변화… 여행은 결국 ‘기억으로 평가되는 시대’
보이지 않는 힘이 장면을 바꿀 때… 제주에서 드러난 ‘대기의 리듬’
“환율이 왜 뛰었냐고? 이걸 소비쿠폰 때문이라니” 진성준 ‘초보 논리’ 딱 잘랐다
칭다오 손실 비용 보전 예산, 도의회 상임위서 대폭 삭감
김건희가 '김안방'?.. 박성재, 尹 부부와 정치적 운명 공동체였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원하면서 박 전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김안방'으로 저장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집안일을 관리하는 '안방마님'으로 추정되는데, 김 여사와 박 전 장관이 가까운 사이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이 지난해 5월 수시로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5월 2일 이원석 점 검찰총장은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틀 뒤인 5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과 1시간 15분가량 통화했고, 이튿날인 5일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은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2일에도 박 전 장관에게 4차례 전화해 총 42분간 통화했는데, 다음 날인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정치적 운명 공동체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 인사에 개입하고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조사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박 전 장관을 한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2025-11-28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제주항서 '광란의 드리프트'...고가 외제차 '난폭운전' 포착 [영상]
한밤중 제주항 앞 도로에서 고가 외제차가 도로 한가운데서 '광란의 드리프트'를 벌이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습니다. 문제의 차량이 포착된 건 그제(26일) 늦은 오후 제주항 5부두 입구 도로에서였습니다. 영상에는 차량이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이른바 '드리프트'를 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차량이 4~5회가량 거칠게 회전하는 동안 굉음이 울렸고, 타이어 마찰로 인해 주위에 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해당 차량은 고가의 외제차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에 해당합니다. 도로교통법(제46조의3)에 따르면,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무단 횡단·유턴·후진 ▲안전거리 미확보 및 진로 변경 금지 위반 ▲금지된 급제동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 발생 등 중 두 가지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지속·반복할 경우 난폭운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올해 4월에는 강원도 원주시의 한 도로에서 드리프트 등 난폭운전을 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충주의 한 중학교에서 이 같은 행위를 벌인 차량이 포착돼 경찰에 수사 의뢰가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김재섭·국힘 초선 20명 “3일, 지도부 사과 없으면 우리가 나선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닷새 앞둔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흔들린 건 야당이 아니라 초선 내부였습니다. 김재섭 의원이 “사과 없으면 집단 행동”을 못 박으면서, 지도부가 미뤄온 계엄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데드라인’에 다다른 모습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이, 의원들은 스스로 공백을 채우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사과해야 한다는 의원이 더 많다”… 초선 20명, 이미 행동 준비 김재섭 의원은 28일 YTN라디오에서 계엄 1주년과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을 앞둔 당 상황을 두고 “사과해야 한다는 의원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부 결정을 기다릴 뿐, 실제 기류는 이미 ‘사과 필요’ 쪽으로 기울었다는 발언으로 읽힙니다. 김 의원은 전날 의원 20명과 행동 방안을 직접 논의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다음 달 3일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기자회견 등 독자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낼 방침입니다. 핵심 내용은 계엄 사태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당 노선으로, 김 의원은 “사과는 받는 사람이 기준”이라며 “지금 ‘충분했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답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 “황교안의 길 되풀이하면 보수 전체 흔들린다”… 장동혁에 직격 김 의원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우회 없이 경고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2020년 총선을 참패로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의 전략을 거론하며 “그 길을 그대로 가면 보수 전체가 다시 흔들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지면 가장 큰 위기를 맞는 건 장동혁 대표 본인”이라고 강조하며, 12월 3일 이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과의 절연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지도부는 “아직 결정 없다”… 핵심 질문에는 끝내 침묵 반면 지도부는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8일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고만 밝혔습니다. 일각에서 나온 ‘의원 107명 전원 의견청취’ 전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도부는 계엄 사과 여부를 의원들에게 묻는 절차조차 하지 않았고, 내부 논의도 진척 없이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지도부는 이재명 정부 비판 메시지를 검토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당 내부에서 압력이 커지는 ‘계엄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12월 3일, 당의 균열을 봉합할지 혹은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지 결정되는 만큼, 이제 판단의 공은 장동혁 대표에게 넘어갔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윤석열 "전한길, 하나님이 보낸 선물.. 지켜달라 늘 기도".. 옥중 편지 보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국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를 두고 "하나님에 보낸 선물"이라며 옥중 편지를 썼습니다. 전한길 씨는 오늘(28일) '전한길뉴스' 누리집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윤 전 대통령은 전 씨를 향해 "전 선생님이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전 선생님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달라고 하나님께 아침, 저녁으로 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외 활동으로 힘드실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를 믿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공의로운 활동으로 평강과 기쁨을 찾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 역시 옥중이지만 제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하나님은 이 나라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시간이 고난 같지만 이는 하나님의 섭리가 허락하신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좁은 공간에서도 기도하기를 쉬지 않고 있다"며 "저를 위해 늘 기도해주시는 전한길 선생님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주요 인물들을 언급하며 "고든 창, 모스 탄, 프레드 플라이츠 등 미국에서 함께하시는 분들께도 감사와 안부 전해주시기 바란다"며 "손현보 목사님을 위해서도 기도드리고 있다는 점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김상욱 "민주당 휴대폰 제출요구 거부.. 동료 불신에 불쾌·실망"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대해 "불쾌감과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오늘(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청래 당대표가 휴대폰을 검사했다는 취지의 언급이 며칠 새 많아졌다"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 "약 2달 전 사법개혁특위 활동과 관련해 윤리감찰단에서 대면조사 및 휴대폰 제출 요구가 있었다"며 "이는 잘못된 요구이고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 9월 8일 정청래 대표가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 사항이 외부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특별감찰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은 "다른 의원 몇 분도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면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이라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공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당시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료 국회의원을 믿지 못한다는 오해, 심리적 압박을 주려 한다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앞으로도 그런 시도는 없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서도 "1인 1표제 논쟁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이뤄진 일은 아니며 당대표가 직접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확대해석은 경계했습니다. 김 의원은 또 "국민의힘에 있을 때 저를 비겁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국민의힘 의원총회 녹취록 유출 당시 제가 유출했다며 비난했으나, 저는 해당 의원총회에 참석하지도 않았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가 제게 탈당 압박하는 것이 녹음 보도돼 불법 녹음으로 고발당했으나, 저는 핸드폰을 자리에 두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일방적으로 야단 들었던 상황이고, 다수 기자가 현장 취재 중이었다"면서 "저는 비겁한 것을 너무나 싫어하고, 그런 짓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광안리 1위’가 말하는 변화… 여행은 결국 ‘기억으로 평가되는 시대’
부산 수영구 광안리가 여행자의 감정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국 1위 관광지에 올랐습니다. ‘얼마나 붐볐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보낸 하루가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를 평가한 첫 조사입니다. 관광의 기준이 눈에 보이는 ‘규모’에서 여행자의 ‘정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제주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변화로 읽히고 있습니다. 자연 인프라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순위에서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 여행자의 감정이 만든 첫 번째 1위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실은 28일, 야놀자리서치가 전국 229개 지자체 1만 6,745개 관광지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언급량과 긍정 감성 비율을 5:5로 반영해 발표한 ‘여행자 감성평가 기반 한국관광지 500’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광안리해수욕장은 1위, 해운대해수욕장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결과가 단순히 바다 풍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해변에 도착하기까지의 편안함,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밤 시간대의 여유, 주변 상권의 분위기까지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고, 그 경험이 여행자의 긍정 감정으로 오랫동안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은 “광안리의 1위는 관광 순위를 넘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좋았다는 여행자의 기록이 쌓인 결과”라며 “도시는 시설보다 기억되는 분위기에서 힘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는 여전히 상위권… 그러나 새 기준이 제시한 질문도 분명 제주는 이번 평가에서도 상징적인 관광지들이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성산일출봉 10위, 우도 11위, 협재해수욕장 50위, 섭지코지 58위, 곶자왈도립공원 63위, 함덕해수욕장 75위, 쇠소깍 82위, 중문관광단지 84위, 비양도 85위 등이 100위 안에 들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강한 위상을 증명한 셈입니다. 그러나 감정 기반 평가는 자연의 크기보다 그 자연을 향해 가는 하루의 흐름이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주의 경우 목적지의 아름다움은 압도적이지만, 이동 과정의 혼잡도, 렌터카 중심의 피로도, 특정 스폿에 사람과 소비가 집중되는 문제 등이 감정 점수에서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이번 평가는 제주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잠재력이 훨씬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준 조정표에 가깝습니다. ■ 정책 기준도 달라졌다… “얼마나 왔나”보다 “어떤 하루였나” 무게 야놀자 측은 이번 조사에서 전체 1만 6,000여 개 관광지 중 자연 경관형 관광지가 4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이 여전히 한국 관광의 핵심 자산이지만, 이제는 그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게 했는지가 순위를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관광정책의 판단 기준도 단순 방문 증가율이나 숙박 통계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자가 남긴 감정 데이터, 체류 동선의 부드러움, 마을·상권·지역 콘텐츠와의 연결성, 재방문 의사 등 ‘경험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광안리 사례 역시 특정 해변의 승리가 아니라, 여행자의 하루가 지역 브랜드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제주가 지금 서둘러 확인해야 할 지점은 제주는 자연만 놓고 보면 이미 완성형입니다. 하지만 여행자의 감정 기록이 정책과 산업의 기준으로 떠오르는 순간, 자연의 크기만으로는 순위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주가 직면한 질문은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풍경으로 향하는 하루가 얼마나 부드럽게 이어지는지, 렌터카 중심 이동의 피로도를 어떻게 줄일지, 마을 단위의 체류 경험과 지역 상권·로컬 문화가 여행자의 하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지. 이런 과정들이 감성 평가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요소로 지목됩니다. 관광 전문가들은 “자연이 완성형인 지역일수록 이제는 그 자연을 둘러싼 하루의 설계가 경쟁력”이라며 “제주는 감정 기반 평가에서 더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지역마다 자원이 달라…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정연욱 의원은 이번 평가 흐름을 두고 “감정 기반 평가는 지역별 자원이 어떤 방식에서 힘을 발휘하는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광안리에서 나타난 흐름은 특정 지역만의 모델이 아니며, 각 지역은 자신이 가진 자원에 맞는 방식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제주처럼 자연 자원이 강한 지역일수록 여행자의 하루 흐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감정의 기록이 지역 브랜드를 결정하는 시대인 만큼, 각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경험으로 번역하느냐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보이지 않는 힘이 장면을 바꿀 때… 제주에서 드러난 ‘대기의 리듬’
요즘 미술관을 돌다 보면 묘하게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작가들은 더 이상 무거운 개념이나 거대한 조형을 앞세우지 않고, 대신 환경이 만든 작은 변화, 몸이 감지하는 속도, 공기와 빛이 이끄는 흔들림에 오래 머뭅니다. 이 변화는 누가 주도한 흐름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미술계가 과도한 해석과 개념 피로를 겪으며 감각과 관찰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입니다. 환경이 형태를 바꾸고, 관계가 움직임을 만들고, 작가의 의도가 아닌 조건 자체가 장면을 이끄는 방식이 올해 여러 전시에서 조용히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흐름 한복판에서 제주에 도착한 여다함의 개인전 ‘섭씨 22.5도 습도 20퍼센트 서풍 초속 8.7미터’는 굳이 흐름을 설명하지 않고, 그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바로 눈앞에서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 흔들림이 먼저 도착하는 전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흔들림입니다. 얇은 종이를 비춘 그림자는 관객의 걸음, 조명의 온기, 통로의 기류에 따라 미세하게 떨립니다. 뜨개질로 빚은 조각 ‘부럼’은 표면이 고정된 조형이 아니라 빛과 바람의 결을 따라 미묘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여다함에게 뜨개질은 손의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 쌓여 지형이 되는 과정입니다. 그날의 기온, 실의 장력, 손의 감각, 작업하던 장소의 공기까지 모든 조건이 겹겹이 쌓여 표면을 이끕니다. 그래서 ‘부럼’은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 여러 날의 날씨와 여러 계절의 리듬을 품은 상태의 덩어리로 서 있습니다. 전시는 그 상태를 설명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감각으로 읽어내도록 놓아둡니다. ■ 연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읽고’ 다시 흐른다 전시의 중심부에 놓인 설치 ‘향연’은 연기가 공간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연기는 잠시 선을 그었다가 곧 흩어지고, 흩어진 자리에 다시 다른 선이 생깁니다. 눈으로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연기가 흐트러지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공기·속도·방향을 읽고 다시 움직입니다. 여다함이 오래 지켜본 것은 연기의 선이 아니라 선을 이끄는 조건의 흐름입니다. ‘향연’은 그런 관찰을 시각적 언어로 밀어 올린 장면입니다. 흘러가는 건 연기가 아니라, 공기 속에서 태어나는 움직임의 질서입니다. ■ 풍선은 떠 있지 않아… 걸음을 옮기며 바람과 대화를 나눈다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설치 ‘Ballroom(0&1)’에서 펼쳐집니다. 작가는 풍선에 아주 작은 무게를 달아 ‘땅 위에 서 있는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그 순간 풍선은 공중을 떠도는 물체가 아니라, 바닥에 발을 딛고 천천히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변합니다. 바람이 스치는 즉시 풍선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선택합니다. 풍선을 잡고 있는 손은 그 변화를 따라가며 다시 균형을 조율합니다. 어느 쪽에도 주도권이 없습니다. 움직임은 바람에서 출발하고, 경로는 풍선이 만들며, 그 흐름을 조율하는 호흡은 사람의 감각에서 이어집니다. 전시 프로그램 ‘주먹 쥔 코끼리’는 말·빛·사운드를 더해 작품 ‘향연’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화’ 프로그램에서는 작가·기획자·초대 대화자가 모여 전시에서 느낀 감각과 관찰을 자유롭게 나눕니다. ‘주먹 쥔 코끼리’는 전시 기간 네 차례(17일, 27일, 29일, 12월 4일) 진행되며, ‘대화’는 29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열립니다. 작가는 이번 작업 전반을 두고 “움직임은 신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환경과 관계에서 먼저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풍선의 걸음과 바람의 방향, 손의 감각이 서로를 이끌며 만들어내는 장면이 바로 그 말을 그대로 증명합니다. ■ 왜, 지금, 이 전시가 중요할까 지난 2~3년간 미술계에서는 형태보다 ‘조건’에 주목하는 전시가 꾸준히 늘었습니다. 미술관들은 환경의 변화나 감각의 리듬을 전면에 놓은 기획을 이어왔고, 독립공간과 아티스트러너 공간에서도 신체·기류·빛·소리 같은 물리적 요소를 탐구하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과도한 해석 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 관찰·감각·환경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현장에서 실제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여다함의 작업은 그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지점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감각으로 작업을 쌓아온 결과에 가깝습니다. 전시는 개념이나 설명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그 대신 ‘감각으로 돌아가려는 미술의 긴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투명한 방식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미술 담론의 요약이 아니라, 지금 미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실제 장면으로 보여주는 드문 순간입니다. ■ 작가는 바람·연기·물·수증기처럼 형태가 머무르지 않는 자연의 흐름에서 태어나는 움직임을 오래 추적해 온 시각·퍼포먼스 작가입니다. 뜨개질이라는 반복적 행위와 손의 리듬을 바람·기류·빛 같은 물리적 조건과 연결하며, 환경이 만든 변화의 속도를 작업의 중심 언어로 삼고 있습니다. 여다함(1984년생)은 아트스페이스 풀 개인전 ‘기계 액체 고체’(2019), ‘먼지 관제탑’(2011)을 비롯해 아르코미술관 ‘인투더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2024), Primary Practice ‘Counting Air’(2023),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사랑을 위한 준비운동’(2021) 등 국내 주요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2017년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CONFITE PUNO’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으며, 2021년 제주로 이주한 뒤 자연환경에서 포착한 움직임을 퍼포먼스·조형·텍스트·영상으로 다층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 몇 년간의 관찰과 감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낸 사실상 첫 정점에 해당합니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창작산실의 후원으로 열렸습니다. 지난 17일 개막해 다음 달 6일까지 제주시 관덕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이어지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와 사전 예약은 ‘빈공간’ 유선 문의 또는 작가 인스타그램(@yo_daham)을 통해 가능합니다.
2025-11-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