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할 권한은 내려놔야 한다”... 윤호중이 멈춰 세운 검찰의 손
윤석열 정부 이후 이어져 온 검찰개혁 논쟁의 방향이 다시 한 번 정리됐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소청 보완수사 문제를 두고 ‘권한’이 아닌 ‘요구’라는 표현을 명확히 꺼냈습니다. 제도의 디테일을 둘러싼 기술적 논쟁처럼 보였던 쟁점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검찰개혁의 원칙 문제로 되돌아왔습니다. 윤 장관의 발언은 신중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흔들 수 있는 선택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직 간 역할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을 어디까지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요구한 셈입니다. ■ 공소청 보완수사권 논란, 처음으로 선을 긋다 윤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6개월을 앞두고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관련해 “논의가 돼야 할 사안”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보완수사 요구권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검사가 공소청에서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면, 중대범죄수사청을 따로 둘 이유가 사라진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 발언은 검찰개혁단이 입법예고 과정에서 결론을 유보했던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수사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여권 내부의 우려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검찰개혁의 본령은 권한의 재배치가 아니라, 권한의 축소라는 점을 다시 환기시켰습니다. ■ 중수청은 왜 필요한가, 제도의 자기모순을 짚다 윤 장관은 공소청이 보완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검사는 굳이 중수청으로 갈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제도 설계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듭니다. 중수청은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 기능을 이어받는 조직입니다.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라는 구분이 전제돼야 제도의 논리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공소청에 수사권이 남는 순간, 수사·기소 분리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흐려집니다. 윤 장관의 발언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 행안부 비대화 우려, 답은 ‘민주적 통제’에 있다 중수청이 행안부 외청으로 설치되면서, 행안부가 경찰청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 수사 조직을 지휘·감독하게 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어깨만 무거워지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통제 방식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과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일상적으로 지휘해 온 방식이 올바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안부가 중수청을 통제한다는 것은, 그런 관행을 반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중수청 수사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본으로 하고, 통제는 불법·부당하거나 민주적 질서를 위협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법무부 검찰국과 유사한 조직을 행안부에 둘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권한은 갖되 상시 개입하지 않는 구조, 이것이 윤 장관이 제시한 행안부와 중수청의 관계 설정입니다. ■ 행정통합과 분권, 숫자가 아닌 체감의 문제 윤 장관의 시선은 검찰개혁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광역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그는 전제를 분명히 했습니다. 단순히 통합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으며, 자율권과 분권이 함께 가야 파급효과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에서 속도를 내는 행정통합에 대해 주민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 장관은 교통체계와 행정서비스 일원화, 공통경비 절감, 주민복지 확대라는 구체적 효과를 제시했습니다. 통합으로 불이익을 받는 지역이 생겨서는 안 되며, 통합 지방정부 내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보완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 사회연대경제와 국민주권의 날, 속도보다 절차를 강조 윤 장관은 사회연대경제를 지방 소멸 대응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습니다. 돌봄과 주거 같은 필수 서비스를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지역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입니다. 성장과 복지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행안부의 정책 방향이 읽힙니다.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택했습니다. 국가 기념일 지정 자체보다,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할 것인지는 국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상징을 앞세우기보다 절차와 공감대를 중시하겠다는 태도로 읽힙니다.
2026-01-1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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