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41만 명 거리로”… 프랑스 시위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프랑스에서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시민 41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상승,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이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월급이 끊긴 뒤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나이는 평균 53세입니다. 1969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65세에 받습니다. 두 연령 사이에는 12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에 성인 응답자의 88.3%가 찬성했습니다. 현행 정년을 채워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최대 5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정년을 늘리더라도 50대에 주된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들의 소득 공백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 프랑스 41만 명 거리로… 생활비·교육·주거 불만 확산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교육·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프랑스 내무부는 파리 11만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41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노동총연맹(CGT)은 참가 인원을 8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교사 부족과 낡은 학교 시설에 항의하던 학생들의 움직임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합류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주거비 부담, 공공부문 투자 부족에 대한 불만이 더해졌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과 헌병 등 7만 명을 배치했습니다.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이 문을 닫았고,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습니다. 프랑스 내무부가 25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1,314명이 체포됐고 치안 인력 53명이 다쳤습니다. 약탈 피해가 발생한 상점은 24곳으로 파악됐습니다. 일주일 전인 17일 시위에는 정부 추산 55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집회 참가자는 줄었지만 노동조합과 시위 단체들은 오는 31일 추가 집회와 다음 달 5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등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문제를 둘러싼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지만 시민들은 생활비 부담 완화와 교육·공공서비스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 연금 늦춘다고 반발… 한국은 65세까지 일하게 해달라 프랑스에서는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개혁이 오랫동안 사회적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였지만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프랑스는 이후 2026년 사회보장재정법을 통해 연금 수급 연령 인상 일정을 일부 중단했습니다. 지난 9월부터 1964~1968년생의 수급 개시 연령을 당초 계획보다 늦게 높이는 조치가 시행됐으며, 1969년생 이후에는 64세가 적용됩니다. 이번 시위는 교육과 생활비 문제가 중심으로, 연금 개혁 반대만을 목적으로 열린 집회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연금을 받을 때까지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높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월 전국 20~69세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는 데 88.3%가 찬성했습니다. 찬성 이유로는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시기의 차이에 따른 경제적 불안과 생계 어려움이 69.0%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응답자 95.1%는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5~1968년생이 64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입니다.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까지 근무해도 연금을 받으려면 4~5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월 생활비가 200만 원인 가구라면 5년 동안 1억 2,000만 원이 필요합니다. 다른 소득이 전혀 없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으로, 의료비나 예상치 못한 지출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주거비와 공과금, 식비는 계속 발생합니다. 연금을 받을 때까지 재취업이나 저축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남습니다. ■ 연금 받아도 월평균 88만 원… 노후 생활비 부담 여전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연금을 받는 사람은 896만 9,000명으로, 전체의 52.7%였습니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1% 늘었습니다. 수령액별로는 월 25만~50만 원 미만이 37.7%로 가장 많았고, 50만~100만 원 미만이 33.2%로 뒤를 이었습니다. 연금 수급자 10명 중 7명가량이 월 25만~100만 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통계에는 국민연금 외 다른 연금도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만의 평균 수령액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이전보다 임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금 수급이 시작된 뒤에도 주거비와 의료비 등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추가 소득이나 저축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정년은 60세인데 평균 53세 퇴직… 사업 부진·건강 악화가 주요 원인 정년 연장의 실효성을 따지려면 실제 퇴직 연령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취업 경험자의 69.5%는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이미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0세였습니다.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7년 빠릅니다. 퇴직 이유로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습니다. 건강 악화가 22.1%, 가족 돌봄이 15.2%로 뒤를 이었습니다. 정년이 되기 전에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건강과 돌봄 문제로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고령층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1,178만 2,000명으로 전체의 69.2%였습니다.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에 달했습니다. 계속 일하려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습니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이면 기존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50대 초반에 주된 직장을 떠난 근로자들에게는 재취업 기회와 임금 수준, 고용 기간이 더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 정년 연장에 88% 찬성했지만… 임금·청년 일자리 놓고 이견 정년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여 기존 고용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정년퇴직 이후 재고용 방식으로 전환하면 임금과 고용 기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영계는 정년 이후 직무와 임금을 새로 정하는 재고용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구조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청년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한국노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6%가 일정한 임금 조정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지만, 고용 방식과 임금 수준에 대한 조정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시급하다며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행 시기와 임금체계 개편, 재고용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합니다. 1969년생 이후 세대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정해졌지만,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입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평균 53세에 떠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년 연장과 함께 조기 퇴직자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연금 수급 전 소득 공백을 줄일 대책도 시급합니다.
2026-10-26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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