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아닌 탑동에 ‘쉐라톤’… 제주 고급호텔 지도가 달라진다
제주에서 고급호텔과 리조트의 무게중심은 오랫동안 중문과 서귀포 해안에 놓여 있었습니다. 바다와 휴양을 앞세운 대형 리조트가 남쪽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가세하며 제주 고급 숙박시장의 경쟁을 끌어올렸습니다. 오는 9월, 제주시 탑동에서 다른 형태의 승부가 시작됩니다. 2003년 문을 열어 20년 넘게 탑동을 지켜온 호텔이 1년 8개월간의 전면 리모델링을 마치고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쉐라톤 제주 호텔’로 다시 문을 엽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약 2주간 시범 운영을 거쳐 14일 그랜드 오픈합니다. 제주시에서는 처음 들어서는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입니다. 402개 객실과 제주 바다를 마주한 길이 100m 규모 인피니티풀, 최대 1,500명을 수용하는 연회장을 갖췄습니다. 단지 특급호텔 하나의 개장 소식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 위치와 개장 시점에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호텔 체인이 제주국제공항과 원도심, 제주항을 끼고 있는 탑동에 들어섭니다. 휴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MICE, 웨딩 수요까지 한꺼번에 겨냥하면서 제주 고급호텔 경쟁의 범위가 제주시 해안으로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 ‘리조트의 시설’을 제주시 바닷가로 가져오다 쉐라톤 제주 호텔은 오션뷰와 항구뷰, 시티뷰 등 모두 402개 객실로 구성됩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공간 가운데 하나는 수영장입니다. 제주 바다를 향해 규모 있는 사계절 인피니티풀을 조성했고 실내 레인풀과 가족 단위 투숙객을 위한 패밀리풀, 풀바를 함께 배치했습니다. 제주시권의 도심 호텔이 갖는 접근성에 휴양형 리조트에서 기대하는 시설을 결합한 구성이 눈에 띕니다. 최근 제주 여행에서 호텔은 그저 잠을 자는 장소만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수영장과 식음료, 라운지와 피트니스 등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여행 일정으로 받아들이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숙박시설도 체류 경험을 둘러싼 경쟁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쉐라톤 제주에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Daily Social’을 비롯해 라운지 바 ‘& More’, 베이커리 카페 ‘28g’가 들어섭니다. 조식과 이브닝 서비스, 음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쉐라톤 클럽 라운지’도 운영합니다. 메리어트의 글로벌 회원 프로그램인 ‘메리어트 본보이’를 이용하는 국내외 고객 역시 주요 수요층으로 잡고 있습니다. 탑동 앞바다를 바라보는 입지와 글로벌 브랜드의 운영 체계를 묶어 제주시권에서 기존과 다른 체류형 호텔 수요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입니다. ■ 100m 수영장만큼 눈에 띄는 ‘1,500명’ 그렇다고 해서 휴양객만 바라보는 호텔도 아닙니다. 최대 1,500명이 들어가는 대형 연회장에는 700인치 LED 스크린과 첨단 영상·음향 시설을 갖췄습니다.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전시회, 웨딩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지점에서 탑동의 입지가 다시 부각됩니다. 제주공항에 인접했고 제주항과 원도심이 인접해 있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뒤 중문이나 서귀포까지 이동해야 하는 휴양형 리조트와 비교하면 기업·단체 행사의 이동 동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규모 연회장을 채우는 고객은 투숙객과도 성격이 다릅니다. 국제회의 참가자와 기업 인센티브단, 웨딩 하객, 도민까지 호텔로 불러들일 수 있어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영향을 분산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제주시 도심이라는 위치를, 약점이 아닌 MICE와 비즈니스 시장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셈입니다. ■ 외국인 161만 명 넘어… 달라지는 제주 관광객 쉐라톤 제주가 문을 여는 시점에는 제주 관광객의 구성도 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875만 8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9만 5,820명보다 4.2% 증가했습니다. 내국인은 713만 3,304명으로 2.0% 늘었고, 외국인은 161만 7,501명으로 15.4% 증가했습니다. 전체 증가분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8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외국인 관광객도 14만 9,2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늘었습니다. 이같은 시장 구조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 여행객 가운데서는 특정 호텔 그룹의 멤버십과 포인트를 이용하거나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를 기준으로 숙소를 고르는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체 예약망을 통해 제주 객실을 해외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국내 독립 호텔과 다른 조건입니다. 제주 관광이 내국인 중심 시장에서 다시 국제시장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호텔 체인의 유통망도 이전보다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 숙소는 7만 8,921실… 고급호텔의 경쟁은 또 달라 제주에 숙박시설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6월 말 기준 도내 숙박시설은 7,935곳, 객실은 7만 8,921실에 이릅니다. 하지만 전체 객실 규모를 그대로 고급호텔 시장의 공급량으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7만 8,921실에는 일반숙박업 2만 582실과 농어촌민박 1만 5,623실, 생활숙박업 8,090실을 비롯해 서로 영업 형태와 가격대가 다른 숙박시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관광호텔은 114곳, 1만5,431실입니다. 더구나 같은 관광호텔 안에서도 고객층과 서비스, 행사 수용능력, 글로벌 예약망 등에 따라 실제 겨냥하는 수요층 등 경쟁시장은 나뉩니다. 402실을 추가한다는 사실보다 어떤 고객을 제주로 데려오느냐가 쉐라톤 제주 개장을 바라볼 때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 새 호텔을 짓지 않고 21년 된 호텔을 다시 꺼내다 이번 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신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3년부터 영업한 기존 호텔을 철거하지 않고 1년 8개월 동안 전면 리모델링했습니다. 오랫동안 호텔이 자리했던 탑동의 입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객실과 수영장, 식음료 시설을 다시 구성하고 메리어트의 브랜드와 서비스 체계를 입혔습니다. 제주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리조트를 개발하는 방식과 달리 이미 형성된 도심의 호텔 자산을 고급화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 방식입니다. 하진석 쉐라톤 제주 호텔 총지배인은 “이번 리뉴얼은 호텔의 외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를 찾는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여행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변화”라며 “글로벌 브랜드의 품격과 제주만의 따뜻한 환대를 바탕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호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문과 서귀포에는 휴양형 대형 리조트들이 자리했고, 서부에는 복합리조트가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제주시 탑동이 가세합니다. 공항과 가까운 도심 해안에 글로벌 브랜드, 100m 인피니티풀, 대규모 연회장을 갖춘 호텔이 문을 열면서 제주 고급호텔의 경쟁 구도도 한층 넓어집니다. 쉐라톤 제주가 바라보는 시장도 휴양객에 머물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 기업행사와 국제회의 등 MICE 수요까지 제주시권으로 끌어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문과 서귀포, 서부권으로 이어져온 제주 고급호텔의 지형에 이제 탑동이 이름을 올립니다. 쉐라톤 제주 개장을 계기로 제주시권이 얼마나 새로운 수요를 품어낼지가 다음 경쟁의 변수가 됐습니다.
2026-08-1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