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부터 523조 투자까지… 강경화 이례적 귀국, 한미 현안 총점검
쿠팡 논란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까지 한미 사이에 쌓인 현안이 한꺼번에 협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입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15일부터 19일까지 일시 귀국해 국가안보실과 관계 부처를 상대로 한미 관계 전반을 협의합니다. 정상외교나 재외공관장 회의가 아닌 시기에 주미대사가 닷새 동안 국내에 머물며 여러 부처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강 대사의 귀국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시점에 이뤄집니다. 미국 측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국 기업 차별 문제로 공개 거론했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도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술기업의 부담을 문제 삼았습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췄지만 첫 사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허위정보 규제, 산업 투자로 나뉘어 다뤄지던 사안들이 워싱턴에서는 미국 기업의 사업 환경과 표현의 자유, 정상 간 합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외교·통상 현안으로 묶이고 있습니다. 이번 협의는 개별 사안에 대한 해명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감지되는 기류를 국내에 전달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대응 방향을 조율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 외교장관 지시로 닷새간 귀국… “한미 관계 전반 협의”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대사는 조 장관을 비롯해 국가안보실과 경제·안보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관계 전반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조 장관이 양국 관계에 대한 현장감 있는 평가를 듣기 위해 주재 대사들과 직접 소통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나라 주재 대사들도 업무 협의를 위해 귀국한 사례가 있다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쿠팡과 디지털 규제, 대미 투자 등 미국 측이 제기한 현안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가운데 잡혔습니다. 양국이 지난해 마련한 외교·안보·통상 합의의 후속 협의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 대사가 워싱턴에서 확인한 미국 측의 요구와 우려를 전달하고 정부 내부의 대응 수위를 맞추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쿠팡 조사 놓고 美 “미국 기업 차별”… 한국 정부는 반박 가장 첨예한 현안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입니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공화당 지도부는 이달 초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계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원 법사위원회 전체가 공식 채택한 문서가 아니라 공화당 소속 보좌진이 작성한 중간보고서입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의 주장과 자료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백악관까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면서 국내 개인정보 유출 조사는 한미 외교·통상 문제로 번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가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해 사실과 다르며, 한국 정부가 미국 의회에 설명한 내용도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내법에 따른 조사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기업의 국적과 무관하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정보통신망법에도 美 공개 우려… 국내 입법이 외교 현안으로 허위·조작정보 규제를 강화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협의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9일 개정안이 과도한 콘텐츠 규제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거나 법 집행을 검열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응하고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내 사업자뿐 아니라 구글과 메타, 엑스, 틱톡 등 해외 플랫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한국은 허위정보 확산에 따른 피해 구제와 플랫폼 책임의 문제로 접근하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자국 기술기업의 사업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규제 대상과 판단 기준, 이의 제기 절차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국내 입법이 또 다른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 3,500억 달러 투자 시동… 제도 갖췄지만 첫 사업 미정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 한화 약 52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후속 조치도 주요 의제입니다. 전체 투자 구상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산업 투자와 민간투자·보증·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됐습니다.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달 18일 시행됐고, 투자 기금의 조성과 관리·운용을 맡는 한미전략투자공사도 같은 날 출범했습니다. 법과 전담기관은 마련됐지만 첫 투자 사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시한을 정해 사업을 서두르기보다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자금 조달 부담 등을 따져 결정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투자 약속이 언제 실제 공장과 설비, 현지 일자리로 이어질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정상 간 합의 이행과 투자 사업성, 국내 산업 영향, 외환시장 부담을 함께 고려해 사업 순서와 일정을 정해야 합니다. ■ 통상·안보 분리 기조… 현안 누적은 부담 현재까지 쿠팡과 정보통신망법, 대미 투자 문제가 핵추진잠수함이나 우라늄 농축 등 안보 분야 협의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통상 현안과 안보 협력을 분리해 관리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한국 정부의 정책을 잇달아 공개 비판하면서 양국 간 조율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각사안은 따로 협상할 수 있지만,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정상 간 합의 이행에 대한 평가는 한미 관계 전반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강 대사는 닷새간 국내 협의를 통해 쿠팡 사태와 정보통신망법 대응, 대미 투자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한 뒤 워싱턴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2026-07-1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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