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를 찾지 않게 된다”… 안도 다다오 ‘본스타’, 건축이 감각을 멈추게 한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걸음이 멈췄습니다.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선은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발이 잘 가지 않습니다. 빛이 먼저 시선을 끌고, 반사가 공간의 깊이를 흔들면서, 몸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틀어집니다. 몇 걸음 걷다가 멈춥니다. 앞이 아니라 옆을 보고,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이 공간은 전시장이 아니라, 움직임을 바꾸는 구조로 느껴집니다. ■ ‘다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공간은 시작된다 전시를 보러 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순서를 따라 움직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그 방식이 무너집니다. 여기서는 ‘다음 작품’이라는 개념이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작품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점이 있고, 그곳에서 발걸음이 멈춥니다.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반복해서 멈춥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습니다. 이 장면이 계속 쌓입니다. 무엇을 봤는지보다, 어디에서 멈췄는지가 먼저 남습니다. ■ 사진을 찍는데, 쉽게 떠나지 못한다 이 공간, 분명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카메라를 듭니다. 그런데 찍고 나서 바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옵니다. 조금 다른 각도로 다시 보고, 잠깐 서 있습니다. 이건 기록 때문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온 공간인데,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 전시는 끝났는데, 발걸음이 이어진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옵니다. 하지만 출구로 곧장 가지 않습니다. 위로 올라가고, 바깥으로 나가고, 다시 멈춥니다. 테라스에 서면 바다가 보입니다. 안에서 봤던 빛과 반사가, 바깥 풍경과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한 번 더 멈춥니다. 전시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경험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 공간은 관람을 끝내지 않습니다. 머무는 시간을 계속 이어 붙입니다. ■ 작품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었다’ 지하 전시실로 내려갑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밖에서 바라보는 감각이 아닙니다. 안으로 들어간 느낌입니다. 빛이 반복되고, 주변이 계속 겹치며 내 위치를 흐리게 합니다. 다른 관람객도 같은 곳에 들어와 있습니다. 여기서는 작품과 관람객이 나뉘지 않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 함께 놓입니다. 그래서 남는 것도 다릅니다. 무엇을 봤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 있었던 순간입니다. ■ 결국 남는 건 이건 건축일까, 아니면 경험일까. 빛, 동선, 머무는 지점까지 이미 어느 정도는 만들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잘 작동합니다.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이 공간은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부터가 소비일까.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질문입니다. ■ 제주, ‘보고 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공간은 바깥으로 이어집니다. 동시에 흐름도 확장됩니다. 제주의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짧게 보고 이동하는 여행에서, 한 곳에 시간을 두는 쪽으로. 본스타는 그 변화가 먼저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풍경보다 머문 시간이 더 오래 남습니다. ■ 공간을 나와도, 전시는 이어진다 본스타 1층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주요 프로젝트를 다룬 전시 ‘Tadao Ando: Sea – Jeju Island and Naoshima’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축 모형과 드로잉, 설계 과정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제주와 나오시마를 매개로 바다와 건축의 관계를 풀어냅니다. 지하와 야외 공간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 방’과 ‘호박’을 비롯해 박선기, 필립 콜버트 등의 현대미술 작품이 배치돼 있습니다. 전시는 특정 작품을 따라가는 방식이라기보다, 공간 전체를 경험하는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선보입니다. ■ 본태박물관, 건축으로 확장된 시간 본태박물관은 2012년 개관 이후 안도 다다오 건축을 기반으로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온 공간입니다. ‘본스타’ 개관은 전시관을 하나 더한 게 아니었습니다. 공간을 중심에 두고 관람 경험의 방식 자체를 다시 짜려는 시도입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5시까지 가능합니다. 출구를 바로 찾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이 공간은 이미 관람이라는 범주 밖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2026-03-1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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