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비행기를 늘리지 않았다… 고환율 시대, LCC가 버티는 법을 먼저 정했다
제주항공이 차세대 항공기 B737-8 9호기를 구매 방식으로 도입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재 한 대’추가입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경쟁의 문법을 바꾸는 결정에 가깝습니다. 고환율이 더 이상 일시적 변수가 아닌 구조로 굳어진 상황에서, 항공사의 성패는 더 많이 띄우는 능력이 아니라 달러 비용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통제하느냐로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확장을 멈춘 게 아니다, 출발점을 바꿨다 제주항공은 지난 5일 이번 9호기를 리스가 아닌 구매 방식으로 도입했고, 이 사실을 6일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차세대 항공기 비중은 21%, 구매기 비중은 35%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율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항공유와 리스료는 모두 달러로 결제됩니다.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이 자동으로 커지는 구조에서, 리스 중심 확장은 더 이상 성장 전략이 아닙니다. 제주항공은 기단을 키우는 대신, 비용이 증폭되는 경로부터 먼저 차단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차세대 항공기 구매 도입은 단기적인 기재 확충이 아니라, 환율과 유가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며 “구매기 비중을 늘려 운항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 경년 항공기 반납, 안전 제스처가 아니라 손실 관리 제주항공은 20년 이상 사용된 경년 항공기를 반납하며 평균 기령을 12.3년으로 낮췄습니다. 지난해보다 1.7년 줄어든 수치입니다. 기령을 낮췄다는 말은 듣기는 좋습니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훨씬 실무적입니다. 노후 기재는 정비 빈도를 키우고, 지연과 결항 가능성을 높이며, 가장 바쁜 시기에 비용을 폭발시킵니다. 회전율이 생명인 LCC 구조에서 기령은 곧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제주항공은 그 손실을 비용표에서 덜어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 B737-8, 신기재가 아니라 손익 구조를 건드리는 도구 B737-8은 기존 기종 대비 연료 효율이 15% 이상 개선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항공사 영업비용의 큰 축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높을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같은 노선, 같은 운임에서도 어떤 기재를 쓰느냐에 따라 남는 돈은 달라집니다. 지금의 기단 현대화는 이미지 경쟁이 아니라, 손익계산서 안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입니다. ■ 대한항공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규모의 차이일 뿐 논리는 같아 이 흐름은 LCC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역시 고환율 국면에서 연료 효율이 개선된 신기재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B737-10, A321-200NEO 등 차세대 기종을 중심으로 기단을 재편하며, 중장기적으로 연료비와 탄소 배출을 동시에 낮추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형항공사(FSC)와 LCC의 차이는 노선과 서비스 수준이지, 비용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일합니다. 유류비와 달러 노출을 줄이지 못하면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도 커진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의 선택은 오히려 국적사들의 흐름을 앞당겨 보여준 사례로 읽힙니다. ■ 기재만 바꾸면 끝이라는 생각, 가장 위험해 제주항공은 B737-8 정비 교육 과정에 대해 국토교통부 ATO(Aviation Training Organization, 항공훈련기관)인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보잉과의 조종사 역량 기반 훈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신기재는 사람과 시스템이 따라오지 않으면 비용 절감 장치가 아니라 리스크가 됩니다. 현대화의 성패는 도입 시점이 아니라, 운영의 밀도에서 갈립니다. 이 지점을 동시에 가져간 항공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 이제 경쟁의 질문은 하나로 수렴돼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대한항공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차이는 단 하나입니다. 누가 더 빨리, 더 깊이 구조를 바꾸느냐입니다. 앞으로 항공업계의 경쟁 질문은 더 단순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더 많이 띄우는가”가 아니라, “환율이 흔들릴 때 누가 덜 흔들리는가.” ■ 제주 노선의 안정성도 결국 여기서 갈린다 제주항공의 기단 전략은 제주 노선과 직결됩니다. 비용 구조가 불안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지방 노선입니다. 반대로 구매기 확대와 기단 현대화는 성수기와 비수기 변동 속에서도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됩니다. 항공사의 재무 선택이 지역 이동권과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B737-8 9호기 구매 도입은 ‘한 대 더’란 짤막한 소식이 아닙니다. LCC는 물론 국적사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지에 대한 답을 제주항공이 먼저 적어 내려갔습니다. 경쟁의 무대는 이미 하늘을 벗어났습니다. 지금의 전장은, 비용을 설계할 수 있는 항공사만 남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026-02-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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