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감의 굴욕.. 첫 조직개편안, 본회의서 무더기 반대에 '참패'
고의숙 제주자치도교육감이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조직개편안이 제주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가 원안대로 의결한 안건이 이틀 만에 본회의에서 뒤집힌 것입니다. 제주자치도의회는 오늘(23) 오후 제45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표결 결과 행정기구 설치 조례안은 재석 의원 41명 가운데 찬성 4명, 반대 28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습니다. 정원 조례안 역시 찬성 5명, 반대 28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습니다. 두 안건 모두 반대표가 재석 의원의 3분의 2를 넘었습니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더구나 새 교육감의 첫 조직개편은 교육행정의 방향과 주요 공약을 조직에 담는 작업이라, 의회도 대체로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 '학교 현장 지원' 내건 개편안 도교육청이 지난달 4일 공개한 개편안은 본청 조직을 줄이고 학교 현장 지원 기능을 키우는 게 핵심입니다. 지금의 1실 3국 2담당관 16과 64담당 체계를 1실 2국 3담당관 14과 1추진단 68담당 체계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안전국과 행정국은 행정안전국 하나로 합치고, 안전 업무는 성격에 따라 나눠 맡기는 구조였습니다. 학생안전은 새로 만드는 학생통합지원과로, 자연재난과 산업안전보건 기획 업무는 노사안전과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교육감 직속으로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부터 회복까지 한곳에서 맡는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새로 두고, 기존 공보담당관은 도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협력 기능까지 더한 소통협력관으로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4.3교육과를 만들고, 감사관 직급을 4급에서 3급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정원은 한시기구 정원 8명을 포함해 13명 늘리고, 2028년에는 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까지 개편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 반대토론 하성용 "견제 대상이 인사권 행사하는 구조" 반대토론에는 하성용 의회운영위원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하 위원장은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의장과 운영위원회에 사전 설명이 없었다며, 의회와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교육위원회 전문위원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습니다. 하 위원장은 교육전문위원실이 의회를 지원하는 조직인데도 "견제 대상인 교육청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하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서울과 경기, 경남, 전북 등 다른 시도의회도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을 의회 인사체계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 정무부교육감 직위 정리 이뤄지지 않아 정무부교육감 직위도 도마에 올렸습니다. 고 교육감이 정무부교육감을 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지만, 정작 직위 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무부교육감은 김광수 전 교육감 시절인 지난 2024년 7월 대외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2급 별정직입니다. 고 교육감은 지난 8월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절차상 문제와 공감대 형성 등을 이유로 임기 동안 정무부교육감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후 도의회에서는 직제를 그대로 둔 채 임명만 하지 않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겉으론 '소통 부족'..속내는 4급 전문위원? 갈등의 뿌리로는 교육위원회 전문위원 소속 문제가 꼽힙니다. 교육위 전문위원은 다른 상임위원회와 달리 도교육청에서 파견한 4급 공무원이 맡고 있습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과 학예 사무를 지원하는 사무직원을 시도의회 의장의 추천을 받아 교육감이 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육의원 제도가 일몰되고 의회 인사권 독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전문위원 정원을 도청 소속으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돼 왔습니다. 도교육청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이 교육청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행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의회 안에서는 의회 차원의 인사와 조직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 교원단체도 "소속 변경 반대" 교육계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제주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오늘(23) 성명을 내고, 교육위 전문위원 소속을 도청으로 바꾸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교총은 의회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속 변경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논의를 멈추고 교육청과 교육계가 함께하는 협의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전문위원이 학교 현실을 의회 심의에 반영하는 자리인 만큼 교육행정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의회의 독립성과 교육의 전문성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 첫 조직 구상 멈춰서 조직개편안이 본회의에서 막히면서 고의숙 교육감의 첫 조직 구상은 일단 멈춰 서게 됐습니다. 개편안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려면 연내에 다시 의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결국 교육전문위원 소속 문제를 놓고 도교육청과 도의회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2026-10-23
제주방송 하창훈 (chha@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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