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줄고 숙박업은 흔들리는데… 위성곤 도정, 관광 로드맵은 있는가
위성곤 제주도정의 관광정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도 내국인 관광객은 줄고, 제주 여행 예약률은 지난해를 밑돌고 있습니다. 숙박업계는 넘쳐나는 객실과 출혈에 가까운 가격 경쟁에 시달리고, 관광객은 항공권과 물가 부담을 이유로 제주 대신 가까운 해외로 향합니다. 정작 새 도정 출범 이후 관광 분야에서 가장 부각된 제안은 제주 무사증 입국자의 육지부 이동 허용입니다. 제주에서 오래 머물도록 만들 방안보다 제주로 들어온 외국인을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구상이 먼저 나왔습니다. 현재 제주 관광이 겪는 위기의 원인과 새 도정이 내놓은 첫 처방이 제대로 맞물리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무사증 제도 개선이 관광정책의 한 수단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좌석 부족과 높은 여행비용, 숙박업 과잉, 체류기간 감소, 내국인 시장 이탈을 다룰 종합계획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를 주요 사업으로 앞세우는 것은 순서부터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성수기 수치가 보내는 경고 23일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인 2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757만 2,495명으로 지난해보다 5.2% 늘었습니다. 외국인은 138만 9,344명으로 15.8% 증가하며 전체 누계를 끌어올렸습니다. 내국인은 618만 3,151명으로 3.1% 늘었습니다. 누계만 보면 회복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7월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81만 8,1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습니다. 내국인은 63만 2,119명으로 5.4% 줄었습니다. 외국인은 18만 6,022명으로 1.2% 증가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22일 하루 입도객도 4만 1,303명으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했습니다. 외국인은 7.1% 줄었습니다. 지난 5월 확정치에서도 전체 관광객은 전년 동월보다 3.7%, 내국인은 7.1% 감소했습니다. 특히 내국인 개별여행객은 21.0% 줄었습니다. 패키지 관광 증가가 전체 감소 폭을 일부 메웠지만 제주 관광의 주력인 개별여행 시장은 이미 뚜렷한 약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초 빠르게 늘었던 누적 관광객만 붙잡고 현재 시장도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연휴 생겨도 떨어진 예약률 제헌절이 18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되면서 제주에는 사흘 연휴 특수가 기대됐습니다. 항공과 숙박 문의가 늘고 에어카텔 상품 판매도 증가했지만, 제주도관광협회가 파악한 7월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낮았습니다. 업계는 7월 말과 8월 초 임박 예약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었습니다. 협회는 경기 침체 속에서 국내 여행객이 이동비용 부담이 적은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을 찾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일본과 베트남, 중국 등 근거리 해외여행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고, 일본 소도시까지 선택지가 넓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제주행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연휴조차 월간 예약 부진을 뒤집지 못한 셈입니다. 제주 여행을 망설이는 이유가 홍보 부족인지, 항공료와 숙박비를 포함한 비용 문제인지, 콘텐츠 경쟁력 저하인지부터 분리해 진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새 도정이 시장을 어떤 기준으로 분석했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지역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올해 누적 관광객이 늘었다고 현장 매출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다”며 “성수기 예약이 늦어지고 객실 가격을 내려도 채우지 못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도정, 정책 당국에서는 관광객 수뿐만 아니라 업종별 매출과 가동률을 기준으로 시장을 해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대책은 흩어지고 목표는 흐릿 위 도정이 제시한 관광 관련 사업은 적지 않습니다. 위 지사는 지난 18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제주 관광을 전국과 연결되는 관문형 관광으로 확대하기 위한 무사증 제도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관광·문화·체육 분야 8개 사업이 건의됐습니다. 중문관광단지 관광인재 양성 거점과 제주올레 생태예술 트레일, 워케이션 허브센터, 서귀포 복합체육시설의 공연장 활용, 월드컵경기장 관광 콘텐츠 확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각 사업의 취지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하나로 묶는 관광정책의 목표와 우선순위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내국인 관광객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인지, 제주 평균 체류기간과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숙박업 공급 과잉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 것인지, 항공좌석 문제를 어느 기관과 어떤 일정으로 풀 것인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관광인재와 워케이션, 공연장, 올레길을 각각 추진한다고 관광 로드맵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시장 진단과 목표, 예산, 담당 조직, 실행 일정, 성과지표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로드맵보다 사업 목록에 가깝습니다. 지역 관광학계 한 관계자는 “관광 로드맵은 방문객 목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내국인과 외국인 시장을 구분하고 체류기간과 소비액, 재방문율, 항공 공급, 숙박 가동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 수치와 일정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공개된 사업들이 어떤 목표 아래 연결되는지는 선명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 제주 관광이 어려운데 왜 먼저 육지로 보내나 특히 위 지사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 ‘글로벌 허브 제주 초광역 관광벨트’는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육지부까지 여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내용입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방한 관광객의 체류기간과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구상입니다. 제주의 손익은 별도입니다. 제주에서 나흘을 머물던 관광객이 하루만 숙박한 뒤 서울이나 부산으로 이동하면 국내 체류기간은 늘어도 제주에서 발생하는 숙박과 음식, 교통, 쇼핑 소비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주는 입국을 담당하고 다른 지역이 소비를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선 이용객이 국내선으로 갈아탈 경우 이미 부족한 제주공항 좌석을 놓고 도민과 내국인 관광객, 환승 관광객이 경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주에 최소 며칠을 머물게 할 것인지, 일정한 소비 실적을 이동 허용 조건으로 둘 것인지, 제주 관광업체가 참여하는 연계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지도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육지부 이동을 통해 제주가 얻게 될 관광객 증가분과 줄어들 수 있는 숙박·소비액을 비교한 분석 역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책 수혜자는 대한민국 관광일 수 있지만 제주 관광산업인지는 검증되지 않은 셈입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육지부 이동이 허용되면 제주와 서울·부산 등을 묶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여지가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하지만 제주 체류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가격과 일정에 따라 제주 숙박일수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제주에서 발생할 소비와 지역 업체의 수익을 제도에 반영하지 않으면 경유형 상품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관리방안 없이 이동 범위부터 넓히나 무사증 육지 이동은 관광상품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행 제주 무사증 제도는 비자 없이 입국한 외국인의 체류지역을 제주로 제한하는 지역 한정 특례입니다. 이동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입국 이후 동선과 숙박지, 체류기간, 출국 여부를 관리하는 체계도 달라져야 합니다. 제주 무사증 제도를 통해 발생한 미등록 체류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 무사증 미등록 외국인은 2021년 9,972명에서 2022년 8,569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 1만 826명, 2024년 1만 1,426명으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미등록 외국인을 범죄와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임금 체불과 폭행, 노동착취에 노출되는 피해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동 범위 확대에 앞서 이탈 방지와 소재 확인, 피해자 보호, 기관별 책임을 포함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체류지역 변경 승인과 숙박지 확인, 출국 여부 점검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도 정해야 합니다. 관리 비용과 책임 주체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정부와 출입국·치안기관이 뒤늦게 부담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의 기대효과뿐 아니라 행정·치안 비용까지 계산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 경찰,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어떤 협의를 거쳤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지사가 먼저 제도 확대를 건의했다면 정책 검토의 순서가 뒤바뀐 셈입니다. ■ 관광객 숫자로 버틸 단계는 지났다 제주 관광산업은 관광객 몇 명을 더 유치하는 수준의 대책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항공좌석 부족과 고비용 논란이 계속되고, 숙박시설은 수요보다 빠르게 늘었습니다. 내국인 체류기간은 짧아지고 근거리 해외여행 상품은 제주와 가격과 이동시간을 놓고 직접 경쟁합니다. 관광객이 늘어도 저가 패키지와 당일·단기 일정에 몰리면 지역에 남는 소비는 제한됩니다. 숙박업체와 렌터카, 음식점, 관광지는 가격을 낮추며 같은 수요를 나눠 갖게 됩니다. 2026년 1분기 제주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고, 5월 대형소매점 판매도 전년 동월보다 9.6% 줄었습니다. 관광객 누계 증가가 지역 서비스업 전반의 회복으로 연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지표입니다. 새 도정은 제주 관광이 어떤 상태라고 판단하는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회복 중이라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위기라면 가장 먼저 손댈 분야가 어디인지, 무사증 육지 이동이 전체 관광정책에서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갖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 도정 출범 초기에 반드시 공개해야 할 것 위 도정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명을 더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내국인 시장 회복 목표와 항공 공급 확대 계획, 숙박업 과잉 대응, 관광객 체류기간과 소비액 개선, 외국인 시장 다변화, 지역별 관광 수익 배분을 담은 임기 전체의 관광 로드맵입니다. 로드맵에는 기준연도와 연차별 목표, 투입 예산, 담당 부서, 관계기관 협의 일정, 중간평가 방식이 들어가야 합니다. 무사증 육지 이동을 추진하려면 제주 최소 체류기간과 지역 소비 조건, 이동수단별 수요 예측, 도민 항공좌석 보호, 이탈 관리, 제주 관광업계의 수익 배분 방안도 함께 내놔야 합니다.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면 시범사업부터 검토하고, 예상되는 손실이 이익보다 크다면 접을 수 있어야 합니다. 관광객을 더 받겠다는 말은 쉽습니다. 관광객이 왜 제주를 떠나는지 짚고, 다시 제주를 선택하게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습니다. 지금 제주 관광이 기다리는 것은 새 구호가 아니라 시장을 되돌릴 실행계획입니다. 위성곤 도정은 아직 그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장관에게 전달한 건의사업의 개수가 아니라, 흔들리는 시장을 언제 어떤 전략으로 되살릴지가 도정의 관광정책을 가를 기준입니다. 위성곤 도정은 제주 관광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이제는 구상이 아니라 로드맵으로 답해야 합니다.
2026-07-23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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