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일 만에 찾은 400m… CCTV 118대 놓친 경찰
제주에서 석 달 넘게 실종됐던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곳은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야자수농장이었습니다. 장 씨가 숙소를 나간 지 104일 만입니다.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됐을 당시에는 한림읍 일대 CCTV 118대의 영상이 모두 남아 있었습니다. 경찰이 제주도에 공식 열람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98일이 지나 영상이 전부 삭제된 뒤였습니다. 현재 확인되는 장 씨의 마지막 모습 역시 경찰이 확보한 공공 CCTV가 아니라 가족 측이 확보한 영상입니다. 허위 종결로 처음 한 번 시간을 놓친 뒤 장 씨를 찾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시간과 거리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 104일 뒤 발견된 곳은 숙소에서 400여m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장 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장 씨가 실종 당시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과 팔찌, 휴대전화 등을 확인하고 DNA 감식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밝힐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경찰은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발견 장소입니다. 장 씨가 지난 5월 12일 밤 마지막으로 나온 숙소에서 직선거리 약 400m, 걸어서 5분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장 씨가 평소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곳으로도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그동안 장 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값을 토대로 한림항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한림항에서 직선거리 약 1㎞ 떨어져 있지만 같은 기지국 반경에 포함됩니다. 경찰은 해당 지역도 앞서 수색했지만 투입 인원에 비해 구역이 넓어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고, 해안가에서 육상으로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족이 지난달 19일 다시 실종 신고를 한 뒤에도 한 달 넘게 장 씨를 찾지 못했습니다. 헬기와 드론, 경비정 등을 투입한 집중수색은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사실이 알려진 뒤인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결국 집중수색 닷새째, 장 씨가 사라진 지 104일 만에 숙소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 살아 있던 CCTV 118대… 98일 뒤에야 열람 요청 장 씨가 실종된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모두 118대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5일 최초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에는 실종 전후 영상이 모두 보존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CCTV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었습니다. 장 씨가 사라진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촬영된 영상은 6월 11일부터 19일까지 차례로 자동 삭제됐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관련 영상을 공식 요청한 것은 지난 19일입니다. 장 씨 실종 추정일로부터 98일, 최초 신고일로부터 96일이 지난 뒤입니다. 마지막 영상이 삭제된 시점에서도 61일이 흐른 뒤였습니다. 경찰이 장 씨의 이동 경로를 복원할 수 있었던 영상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숙소를 나온 뒤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시신이 발견된 장소까지 어떤 경로로 갔는지를 확인할 핵심 자료였습니다. ■ 마지막 모습도 가족 측이 확보 현재 공개된 장 씨의 마지막 모습은 지난 5월 12일 밤 숙소에서 홀로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 영상은 가족 측이 확보해 제공한 자료로 확인됩니다. 반면 경찰이 최초 신고 당시 주변 공공 CCTV 영상을 별도로 확보했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장 씨의 남자친구는 지난 5월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담당 A 경장은 신고를 받은 뒤 장 씨와 연락이 닿아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후 통신기록을 확인한 결과 A 경장과 장 씨가 통화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고 직접 만나 안전 여부를 확인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종 사건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두 달여 뒤였습니다. 그 사이 주변 CCTV 118대 영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 허위 종결 수사마저 긴급체포 위법 판단 장 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A 경장에 대한 수사도 절차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22일 A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24일 A 경장이 낸 체포적부심을 받아들여 석방을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A 경장의 신원과 소재가 계속 확인되고 있었던 만큼 사전에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별도의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A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경찰도 A 경장이 담당했던 실종 사건 200여 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26-08-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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