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라”는데 104조는 기금에… 李대통령 연설까지 멈춘 국채 공방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국채 문제를 둘러싼 야당의 항의로 약 40초간 중단됐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할지, 미래 성장과 경기 침체에 대비해 확보할지를 놓고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충돌했습니다. 논쟁의 중심에는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있습니다. 정부는 이 가운데 104조 4,000억 원을 당장 사업에 투입하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배정한 금액은 12조 5,000억 원입니다. 정부는 경기 대응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 운용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의힘은 늘어난 세수로 국가채무 부담부터 낮춰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820조 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국회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104조 원대 여유자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 “신규 국채 왜 발행하나”… 대통령 연설에 쏟아진 항의 이 대통령은 오늘(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전망을 설명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51.6%에서 48.3%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대부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신규 채권을 왜 발행하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재판 재개하라”는 외침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을 멈추고 “하실 말씀 하시고 제가 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야당의 항의가 계속되자 “더 듣고 하겠다”고 말했고, 여권 의석에서는 박수가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얘기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연설을 재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앞서 국회 로텐더홀에서도 '1400조 나라빚+162조 미래빚더미 기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 예산안을 규탄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반대하는 구호까지 나오면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연설 전부터 여야 대치로 이어졌습니다. ■ 162조 가운데 104조 적립… 국채 발행 축소는 12조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조성하는 신규 기금입니다. 정부는 전체 162조 3,000억 원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을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신규 국채 발행 축소에는 12조 5,000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나머지 104조 4,000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합니다. 전체 기금의 약 64.3%에 해당합니다. 정부는 향후 세수가 줄거나 경기가 악화할 때 이 자금을 활용해 재정지출을 유지하고 추가 국채 발행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투자 수단이자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자금을 기금에 적립하기보다 국가채무 축소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기금에 편성된 여유자금의 규모와 운용 방식, 국회의 예산 통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 “국가채무 비율 낮아진다”… 빚의 총액은 별개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선 사전 환담에서 국민의힘의 국가채무 상환 요구에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는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근거는 재정수지 개선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하락입니다.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보다 3.8%포인트(p), 국가채무 비율은 3.3%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채무 비율이 하락하더라도 채무 잔액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경제 규모가 국가채무보다 빠르게 커지면 GDP 대비 채무 비율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국채 발행 역시 만기가 돌아온 기존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발행과 채무 잔액을 늘리는 순발행을 구분해야 합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국채 순증가분 억제와 야당이 요구하는 국가채무 부담 축소는 서로 다른 재정 지표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 반도체 호황 이후에도 투자 지속… 재원 확보 관건 미래대응기금의 지속가능성도 국회 심사에서 다뤄질 전망입니다. 기금 재원 확보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년 지원과 지역 투자, 교육·인재 양성 등 여러 해에 걸쳐 추진하는 사업은 세수가 감소하더라도 지출을 축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부는 경기 호황기에 확보한 여유자금으로 향후 재정 여력을 보강하고, 불황기에도 필요한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세수가 충분할 때 국채 발행을 더 줄여 미래의 재정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04조 4,000억 원의 여유자금을 어떤 기준으로 운용할지, 기금 투자사업에 필요한 중장기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국회 심사에서 검토될 예정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전 환담에서 여야 관계에 대해 “경쟁하는 건 좋은데 경쟁이 전쟁이 되면 안 된다”며 합리적인 논의를 당부했습니다. 국회는 오는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까지 820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 운용계획을 심사합니다.
2026-11-02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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