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 10일 만에 잠실 1만 5,000명… 한동훈, 국힘 밖에서 판을 갈아엎는다
제명 열흘 만에 잠실은 가득 찼습니다. 이름표를 떼고 등장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거취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싸움의 장소를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조직 안으로 돌아가는 정치가 아니라, 조직 밖에서 다수를 움직이는 정치입니다. 1만 5,000명의 집결은 시작점에 불과하고,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 이름을 내려놓은 등장, 제명을 ‘사건’에서 ‘판’으로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한 전 대표는 “앞에 붙일 이름이 없다. 그냥 한동훈”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적 상실을 결손이 아니라 시작으로 재정의합니다.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는 관리 실패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동시에 제명으로 이어진 판단에는 정치적 의도가 작동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과에 머무르지 않고 프레임을 이동시킨 셈입니다. “이번 제명으로 제가 야인(野人)이 됐다고 표현하던데 저는 1년 전부터 야인이었다”며 “당대표든, 장관이든, 비상대책위원장이든, 야인이든 마이너스 야인이든 상관없다. 저는 똑같이 여러분과 함께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김옥균 프로젝트’의 직설, 책임 주체를 특정 한 전 대표는 제명 과정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작하고 장동혁 지도부가 마무리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는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이 3일 만에 축출된 역사에 빗대, 2024년 당시 친윤계가 한 전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가리킵니다. 한 전 대표는 이 설명에서 은유를 덜고 주체를 직접 지목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과오를 넘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로 쟁점을 이동시키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제명을 단발 사건이 아니라 연쇄 과정으로 해석한 모습입니다. ■ 극단 유튜버 비판, 정당의 여론 경로 겨냥 한 전 대표는 현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극단 유튜버가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물 비판이 아니라 여론 형성 경로의 왜곡을 지적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하던 날 ‘함께 가면 길이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함께 가야만 길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을 시작하자”고도 했습니다. 상식의 다수가 침묵할 때 소수가 중심이 된다는 진단은, 내부 토론이 약화된 정당의 취약점을 겨냥합니다. ‘행동하는 다수’는 복당을 전제로 한 언어라기보다, 대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표현입니다. ■ 숫자가 만든 메시지, 동원력은 입증 주최 측 추산 1만 5,000~2만 명이 모였습니다. 지난해 말 1500석 규모 행사와 비교하면 상징성은 분명합니다. 친한계 의원들의 집결은 세를 보였고, 관중의 밀도는 동원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김예지·배현진·고동진·김성원·박정훈·우재준·유용원·정성국·진종오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숫자는 가능성의 증거일 뿐, 곧바로 승부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결정적 시험대, 조직화와 선거 전략 남아 정치에서 동원과 승부는 다릅니다. 지속 가능한 조직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이번 집결은 상징으로 소모될 수 있습니다. 팬 정치로 오인될 위험, 제도권 진입 실패 시 소모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함께 존재합니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이기는 결과”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습니다. 지역과 의제, 연대의 구체화가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 ‘찻잔 속 태풍’ 평가, 과소평가의 위험 당권파는 이번 장면을 ‘찻잔 속 태풍’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외곽 동원이 내부 균열을 키운 사례는 반복돼 왔습니다. 이번 집결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지속적 네트워크로 진화할지는 향후 몇 달간의 선택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잠실은 복귀 선언장이 아니라 전선 이동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조직의 이름을 내려놓고, 다수의 행동을 통해 정치의 방식을 재설계하겠다는 시도가 공개적으로 제시된 자리였습니다. 성패의 기준은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동원을 조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비판을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상징을 실제 승부로 바꿀 수 있는지입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돼야 합니다. 그 판단은 한 전 대표의 이후 행보가 만들어낼 구체적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2026-02-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