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거부' 76년 전 문형순 경찰서장 제주4.3 이야기 영화화
제주4·3의 광풍 속에서 군 당국의 민간인 학살 명령을 거부해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린 의인 문형순 경찰서장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집니다. 영화제작사 에이치필름은 경찰 영웅 문형순 서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담하므로 불이행'(가제)을 제작한다고 오늘(6일) 밝혔습니다. 문형순 서장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이른바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에서 민간인 수천 명이 학살당할 당시 군 당국의 총살 명령에 '부함하므로 불이행'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이를 거부한 인물입니다. 이후 학살 위기에 처한 민간인을 구했다는 일화가 알려지며 '한국의 쉰들러 리스트'라고 불리고 있고, 지난 2018년에는 '경찰 영웅'으로 공식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4년 문 서장 사후 50여 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등록했고, 현재 모슬포에는 당시 문 서장 덕에 목숨을 구한 주민들이 세운 공덕비가 남아 있습니다. 작품 시나리오는 지난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화는 4·3이 80주년을 맞는 해인 오는 2028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됩니다.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쓴 고훈 감독은 "일반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문형순 서장의 무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분의 유해가 호국원에 안장되던 날, 당시 살아 남았던 생존자의 인터뷰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날부터 곧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 경찰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극을 막은 경찰의 시선으로 제주 4·3을 새롭게 보려는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의 서사를 넘어 4·3 콘텐츠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제작과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고혁진 대표는 "영화 '지슬' 이후 4·3을 영화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지만 경찰의 시선에서 바라본 4·3은 이 영화가 처음"이라면서 "이런 시도는 4·3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에 있어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1897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문형순 서장은 독립군 양성의 산실인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해 1920년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벌였습니다. 일제 해방 후인 1947년 경찰에 투신해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지내면서 4·3 당시 도민 100여 명이 좌익 혐의로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자수를 권유해 목숨을 구했습니다. 성산포경찰서장 재임 중에는 좌익 혐의를 받는 예비검속자에 대한 군 당국의 총살 명령에 '부당하므로 불이행'한다며 거부해 295명을 방면했습니다. 1953년 9월 제주경찰청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26-05-06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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