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절세 줄이고 국장 밀어주나”… ISA 개편 역풍, 대통령도 제동
정부가 국내 증시로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이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새로 만드는 국내 투자 전용 ISA에는 세제 혜택을 크게 늘리면서 기존 ISA는 계약기간을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납입한도 이월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등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를 ISA에 담아 장기 투자해 온 개인투자자에게는 절세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변화입니다. 정부가 2021년 ISA 가입 활성화를 위해 풀었던 계약기간과 납입 규제를 5년 만에 되돌리는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습니다. 투자자 반발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만에 ISA 개편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가 나왔던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 계속 연장하던 ISA, 앞으로는 ‘최장 5년’ 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기존 ISA 계약기간을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현행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운 뒤에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계좌를 장기간 유지하면 이익에 대한 세금 정산 시기를 늦출 수 있어 세금으로 빠져나갈 자금까지 계속 투자하는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5년마다 계좌의 손익을 정산해야 합니다. 하나의 계좌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과세 시점을 늦추고 투자금을 굴려온 방식에 제약이 생깁니다. ■ S&P500·나스닥100 투자자들이 반발한 이유 ISA는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 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해 온 절세 수단입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추종 ETF는 일반 계좌에서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됩니다. ISA에서는 계좌 안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일반형 200만 원, 서민형 400만 원까지 비과세됩니다. 이를 초과한 순이익에는 9.9% 분리과세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계좌를 장기간 유지하면 세금 정산을 미루고 그 자금까지 계속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기간이 최대 5년으로 제한되면 비과세 혜택뿐 아니라 과세 시점도 달라집니다. 장기간 적립식으로 해외지수 ETF를 모아온 투자자들의 반발이 큰 이유입니다. ■ 못 채운 2,000만 원도 사라진다 납입한도 이월 폐지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현재 ISA의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 원입니다. 해당 연도에 한도를 모두 채우지 못하면 남은 금액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있습니다. 올해 1,000만 원을 넣었다면 사용하지 않은 1,000만 원이 이월돼 이듬해 최대 3,000만 원을 납입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개편안대로 이월 제도가 폐지되면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못한 한도는 소멸합니다. 매년 2,000만 원을 채우기 어려워도 남은 한도를 모아뒀다가 여윳돈이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었던 투자 방식이 어려워집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나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초년생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기존 ISA 조이면서 국내 투자 계좌는 ‘파격 우대 ’ 논란을 키운 것은 정부가 함께 내놓은 ‘생산적 금융 ISA’입니다. 정부는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 국내 자산으로 투자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총 납입한도도 2억 원까지 확대했습니다. 기존 ISA의 장기 운용 조건은 까다로워지는 동시에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새 계좌에는 더 큰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자금을 공급한다는 취지지만 해외지수 ETF 등을 활용해 자산을 배분해 온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처에 따라 세제상 격차가 커집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 투자를 사실상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 배경입니다. ■ 2021년엔 풀었다… 5년 만에 다시 제한 정책의 일관성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는 2021년 ISA 제도를 개편하면서 계약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만기 이후에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당시 개편 내용입니다. 정부는 당시 ISA 가입 활성화를 위해 계약기간의 탄력성을 높이고 납입 제약을 완화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5년 전 풀었던 두 규제를 다시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한다는 정책 목표를 추진하면서 기존 가입자의 장기 투자 방식까지 바꾸는 만큼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따졌느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 발표 나흘 만에 李대통령 “전면 재검토”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진과 진행한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을 둘러싼 투자자 반발 등을 보고받고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건데 왜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ISA의 계약기간 제한과 납입한도 이월 폐지 등이 원안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해졌습니다. ■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제동… 여당서 먼저 공개 비판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ISA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의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부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서 주가 누르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경우 상속·증여 과정에서 주식 평가액을 할증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처음 고안했다며 정부안이 애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같은 당 이훈기 의원도 정부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완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계기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 내부에서 제기된 의견을 포함한 보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野 “선 발표·후 번복”… 정책 검증 과정 공세 국민의힘은 개별 제도의 문제보다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을 겨냥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일단 발표하고 국민이 반발하면 고치는 졸속 국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참모진을 질책한 데 대해서도 “국민이 분노하면 정책 입안자를 탓하고, 문제가 터지니 보고가 잘못됐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ISA 혜택 축소와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 등의 파장을 발표 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며 “선 발표, 후 번복”이라고 공세를 폈습니다. ISA는 2016년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예·적금과 펀드, 주식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고, 2021년에는 계약기간과 납입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2026-08-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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