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 간다’ 불매까지 나왔는데… 제주 정치권은 왜 조용한가
“제주에 가지 않겠습니다.” 경찰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에서 시작된 논란이 제주 여행을 거부하겠다는 주장으로까지 옮겨갔습니다. 26일 온라인에서는 제주 여행을 가지 않거나 제주산 제품도 구매하지 않겠다며 불매를 주장하는 게시물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제주 여행이 무섭다’는 반응에 담당 경찰관이 범인이라거나 중국인이 연루됐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뒤섞였습니다. 논란의 대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실종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종결한 경찰의 책임을 묻던 여론에서 제주 치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제 제주 여행과 제주산 제품을 거부하겠다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제주경찰의 부실 대응에서 시작된 파장이 관광과 자영업, 지역 이미지의 문제로 넘어온 상황입니다. 그 사이 제주가 지역구도 아닌 국회의원이 제주도에 자료를 요구해 경찰이 놓친 CCTV 118대를 찾아냈고, 제주 지역구에서는 문대림 의원이 국회에서 경찰의 사과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도 실종·위기 사건 대응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CCTV 영상 보존기간 연장과 국가·자치경찰 간 공조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개별 대응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제주 불매’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커진 데 비해 제주 정치권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 경찰 비판에서 ‘제주 불매’로… 달라진 대상 사태의 출발점은 제주서부경찰서 부 모 경장의 실종 사건 처리입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미란 씨 실종 신고를 받고 실제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이 된 것처럼 신고자에게 알리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실종 업무를 맡은 뒤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제주경찰입니다. 담당 경찰관뿐 아니라 허위 종결을 걸러내지 못한 지휘·감독 체계 역시 조사 대상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등장한 불매 주장의 대상은 경찰이 아닙니다. 제주 여행을 가지 않고 제주산 제품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방식이라면 숙박업소와 음식점, 렌터카업체, 관광지부터 농수축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까지 불매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도 제주 전체를 불매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는 반론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을 향했던 분노가 제주라는 지역으로 옮겨붙기 시작한 대목입니다. ■ 제주 밖 한동훈이 찾아낸 CCTV 118대·96일 장 씨 사건에서 경찰이 놓친 시간을 자료로 드러낸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은 제주 지역구 의원이 아니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 씨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모두 118대가 있었습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난 5월 15일 당시에는 실종 전후 영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는 사이 30일의 보존기간이 지났고 영상은 6월 11일부터 19일 사이 자동 삭제됐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영상 열람을 요청한 것은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최초 신고에서 96일이 지난 뒤였습니다. 실종자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었던 118대의 영상과 이를 확보할 시간이 함께 사라진 뒤였습니다. ■ 제주 지역구에선 문대림… 경찰 사과·제도개선 요구 제주 지역구에서는 문대림 의원의 대응이 가장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문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동일 경찰관이 장 씨에 이어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실종자와 가족들에 대한 경찰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사건 종결 전 관리자의 이중 확인과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기록 변경에 대한 전산 통제장치 마련도 촉구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사과했습니다. ■ 위성곤 도정도 움직였다… CCTV 30일 보존 손본다 제주도정도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위성곤 지사는 지난 24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최근 처리된 실종·위기 사건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담당자 개인의 판단으로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지 않도록 검증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30일인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제주도 사이 정보 공유와 수색 공조를 강화하고 AI 기반 연안 감시체계 확충과 민·관·경 합동순찰도 주문했습니다. 경찰의 실종자 수색에는 제주도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경찰이 놓친 CCTV 영상의 보존기간부터 수색 공조까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허점을 행정 대책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 제주 국회의원은 한 명이 아닌데 개별 움직임은 이렇게 확인됩니다. 한 의원은 제주도 자료를 통해 CCTV 118대와 96일의 공백을 드러냈고, 문 의원은 국회에서 경찰 책임과 제도 개선을 추궁했습니다. 위 지사는 제주도가 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내놨습니다. 사태의 범위는 그 사이 더 넓어졌습니다. 담당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넘어 지휘라인과 실종 사건 관리체계가 조사 대상에 올랐고, 온라인에서는 제주 여행과 제주산 제품을 거부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26일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활동을 기준으로 제주 지역구에서는 문 의원의 대응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다른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별도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제주가 지역구가 아닌 의원이 자료를 파고들고, 제주도정이 안전대책에 착수한 상황에서도 제주 정치권 전체가 경찰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지역에 쏠리는 불신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의 잘못이라면 더 파고들어야 합니다. 부실하게 처리된 사건이 더 있는지, 지휘라인은 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가 먼저입니다. ■ 담당 경찰관 구속… 298건 전수조사 수사와 감찰은 지휘라인까지 확대됐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부 경장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 업무를 맡은 뒤 처리한 298건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미 확인된 두 사건 외에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종결한 사례가 더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수사팀장 등 지휘라인 4명도 대기발령됐고 감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특이 골절 등 뚜렷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경찰은 약독물 검사 등 추가 감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근 사흘 사이 제주에서 발견된 시신 4구가 하나의 연쇄적인 강력범죄와 관련됐다는 근거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제주 불매’ 등장… 내국인 시장에 또 다른 변수 온라인에서 ‘제주 불매’ 주장이 등장한 가운데 관광업계의 시선은 앞으로의 예약 움직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25일 기준 제주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8월 들어서는 전체 관광객이 2.3% 증가한 반면 내국인은 1.0% 줄었습니다. 외국인이 18.2% 늘면서 전체 증가세를 받쳤습니다. 전체 입도객은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주 관광의 큰 축인 내국인 시장은 8월 들어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습니다. 도내 관광업계도 지금 당장의 입도객 숫자보다 앞으로의 예약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경찰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주 여행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의 불매 주장이 실제 관광시장으로 넘어오는지는 제주행 항공과 숙박 예약·취소율, 내국인 입도객 흐름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며 “예약 취소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보다 ‘제주는 무섭다’는 말이 계속 쌓이는 게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제주를 후보에서 빼기 시작하면 숙박이나 렌터카, 음식점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찰은 298건의 실종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관광업계는 제주를 향한 여행객의 다음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6-08-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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