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올리자 ‘쉬운 돈벌이’ 급증.. 비정규직 24만 명 폭증의 ‘역풍’
실업급여 제도 개편의 여파가 고용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확대하자 '쉬운 돈벌이'에 빠진 구직자가 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24만 명이나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역전현상'까지 벌어지며, 제도 설계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18일 파이터치연구원이 발표한 ‘실업급여가 비정규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비중이 1%포인트(p) 상승할 때 비정규직 비율이 0.12%p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분석 결과, 2019년 10월 변경한 실업급여 제도에 따라 2018년 6조 7,000억 원이던 실업급여액이 2023년 11조 8,000억 원으로 약 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최근 변경된 실업급여 제도에 적용하면, 실업급여 인상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24만 명 정도(24만 1,000명) 늘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2018년 661만 4,000명이던 비정규직은 2024년 685만 5,000명으로 33%에서 34.2%로 1.2%p 증가했습니다. 보고서에서 가공하지 않은 유럽국가 20개 국가들의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를 활용해 실업급여 비중과 비정규직 비중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더니, 두 변수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실업급여를 올리면 비정규직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과관계 분석에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의 우리나라와 유럽국가 20개 국가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보고서는 실업급여 제도 개편 후 구직자들 사이에서 ‘반복수급’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비정규직을 선택해 실업급여를 지속적으로 받는 근로자가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실업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게 더 나아”.. 실업급여 역전 현상 고용시장 불균형을 부추긴 원인으로는 실업급여와 최저임금 간의 역전현상이 꼽혔습니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월 209시간 일한 근로자가 받는 실수령 월급(184만 원)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최소 월 지급액(189만 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업급여 요건은 ‘18개월 중 180일 근무’로, 독일(30개월 중 12개월), 스위스(24개월 중 12개월), 스페인(6년 중 360일)보다 완화된 조건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마지현 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실업급여 인상이 고용시장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현재의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수급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실업급여 지급수준은 평균임금의 60%, 지급기간 120~270일로, 변경되기 이전 수준은 평균임금의 50%, 지급기간 90~140일입니다. ■ 실업급여는 누구를 위한 제도?.. ‘버티기 전략’에 무너지는 사회적 안전망 실업급여 제도는 본래 경제적 불안에 처한 구직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안정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일할 이유’보다는, 오히려 ‘버틸 이유’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일하지 않고 버티는’ 구직자들이 고용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실업급여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풀기’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돕는 제도’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5-03-1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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