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규제 멈춘 틈을 타고 거리 전체 점령했다
근거가 분명치 않은 정당 현수막이 수도권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당명과 연락처만 적으면 대부분의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바뀐 2022년 제도 이후, 공공 공간이 확인되지 않은 문구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손질을 언급하면서 기준 재정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 사실 확인 어려운 문구,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 최근 대학가나 상업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특정 국가를 자극하거나 정치인을 둘러싼 의혹성 문장이 적힌 정당 현수막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구를 뒷받침할 근거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지만, 정당에서 설치했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민원이 들어와도 내용 자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대부분 수거 여부나 위치 정비 정도만 관리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내용 책임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공백으로 남고 있습니다. ■ 2022년 개정이 만든 ‘예외 지대’ 지금의 혼란은 2022년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개정으로 정당 홍보물은 허가·신고 절차에서 제외됐고, 정당명과 연락처만 기재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게시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른 단체나 개인이 받는 엄격한 규제와 달리 정당만 별도 예외가 적용되면서, 공공 공간 전체가 사실상 ‘무심사 영역’으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1만 8,016건에 달합니다. 지자체가 정비·철거한 건수도 5만 건을 넘겼고, 이 중 상당수는 “내용이 부적절하다”, “교통에 방해된다”는 이유였습니다. ■ 대통령까지 개정 언급… 쟁점은 ‘표현’이 아닌 ‘기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정당이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저급한 현수막도 그대로 남는 구조는 제도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 개정이나 기준 재설정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정부는 정당 현수막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행안부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을 명확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규제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할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꼽힙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개별 문구 문제가 아니라 정당만 별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구조적 예외가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명백한 허위·혐오 표현을 걸러낼 최소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5-11-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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