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탑승권을 만들었지만, 사람이 끝까지 남았다”… 제주공항을 버틴 노동, 대통령 표창으로 올라왔다
공항은 점점 사람을 지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탑승권은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갔고, 키오스크는 사람 대신 좌석을 배정합니다. AI 상담 시스템은 승객 문의를 실시간으로 처리합니다.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대기 줄은 짧아졌고, 시스템은 더 정교해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 오류로 캐리어를 옮기던 컨베이어 벨트가 멈춰 서면 짐은 순식간에 쌓입니다. 항공편이 한꺼번에 묶이기도 하고, 외국인 승객은 언어 문제 앞에서 발길을 멈춥니다. 응급환자 이송 일정이라도 흔들리는 순간이면 결국 누군가는 직접 뛰어야 합니다. 설명하고, 조정하고, 설득하고, 감정을 받아내는 일. 끝내 사람에게 남는 업무들입니다.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 양수안 과장이 제136주년 5·1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게 개인적인 수상, 그 이상의 의미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표창은 자동화와 효율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안에서도 끝내 사람 손으로 남아 있는 노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례로 꼽힙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제주시 사라봉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기념대회에서 양 과장이 노동자 권익 향상과 국가 산업발전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 관광 회복세에도, 더 예민해진 공항 노동 최근 제주 관광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국제선 운항은 다시 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항공업계 역시 AI와 디지털 운영 체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노동 밀도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발권과 안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실시간 변수 대응 자체가 핵심 업무가 됐기 때문입니다. 지연된 연결편 조정, 돌발 민원 대응, 외국인 승객 응대, 기상 변수, 의료 이동 지원까지 동시에 몰립니다. 특히 SNS 후기와 실시간 영상 공유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현장 직원들은 사실상 항공사의 ‘실시간 평판’을 몸으로 감당하는 위치에 놓였습니다. 서비스 노동이 줄어든 게 아니라 훨씬 더 정밀해진 셈입니다. 양 과장은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에서 오랜 기간 국내외 승객 응대를 맡아왔습니다. 현장에서는 복잡한 상황일수록 가장 먼저 움직이는 직원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 관계자는 “최근 공항 현장은 시스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런 가운데, 양 과장은 특히 승객 응대뿐 아니라 환자 이송과 노사 간 소통에서도 중심 역할을 해온 직원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AI와 자동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숙련된 대응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서비스 산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마지막 경쟁력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주, 환자 이송은 결국 사람 몇 명이 버티는 일 이번 수상에서 가장 묵직하게 읽히는 대목은 환자 이송 업무입니다. 제주는 상급병원 접근성이 제한적인 지역입니다. 중증 환자 상당수는 결국 육지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공항 자체가 의료 체계의 한 부분처럼 움직입니다. 항공편 시간과 좌석 확보, 보호자 동선, 환자 상태 대응이 한꺼번에 맞물립니다. 기상 악화라도 겹치면 상황은 순식간에 흔들립니다. 양 과장은 수년간 대한항공 환자 이송 업무를 맡아 이런 과정의 실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예약 시스템은 디지털화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해결되는 영역이 많습니다. 응급 환자 이동처럼 긴장 수위가 높고 변수도 많은 상황일수록 결국 현장 경험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양 과장은 “환자 이송 업무는 매뉴얼이나 절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순간들이 계속 반복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에서는 비행기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치료 시간 자체가 되기도 한다”며 “현장에서는 늘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광객 이동 뒤편에서, 누군가는 생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비행 시간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 현장, ‘버티는 사람’을 다시 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상을 지금 산업 상황과 연결해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초대형 조직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선과 조직, 인력 운영 체계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현장 부담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비스 현장은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영역으로 꼽힙니다. 승객은 통합 과정의 혼선까지 서비스 품질로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지막은 현장이 얼마나 버텨내느냐의 문제로 남습니다. 양수안 과장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직원 복지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 노사 간 소통 강화에 참여해온 점 역시 이번 수상 배경으로 함께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제주여객서비스지점 관계자는 “공항 현장은 매일 예상 밖 상황이 반복되는 공간”이라며 “현장을 오래 경험한 직원들의 판단과 대응 능력이 결국 서비스 품질과 안전을 지탱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승객 기대 수준과 감정 대응 난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공항 서비스 노동은 단순히 안내 업무만 아니라 실시간 문제 해결 능력까지 요구되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 현장은 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AI의 적용 범위는 넓어지고, 시스템은 더 빨라지고, 조직은 더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항이 가장 흔들리는 순간마다, 마지막에 남는 건 늘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불안한 승객을 붙잡고 누군가는 울고 있는 보호자 곁을 지키며, 또 누군가는 응급환자가 비행기를 놓치지 않도록 다시 신발끈을 조여맵니다. 제주공항은 오늘도 그런 사람들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05-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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