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0명, 학교가 먼저 무너졌다
아이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머물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무너졌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명단에 찍힌 ‘0명’은 출산율 문제가 아니라, 주거·일자리·돌봄·지역 정책이 동시에 실패했다는 결과표로 읽힙니다. 서울과 광주, 그리고 제주에서 확인된 이 흐름은 교육 현장의 이상 신호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의 경고로 해석됩니다. ■ ‘시골 학교’의 문제, 서울로 들어왔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98곳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보다 71% 늘어난 수치입니다. 서울과 광주에서도 정상 운영 중인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신입생 0명’ 사례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이 현상은 농촌이나 도서 지역의 특수 사례로 분류돼 왔지만, 이제 대도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교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 도심 학교도, 100년 학교도 아이가 없다 서울 강서구의 A초등학교는 주변이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와 백화점,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전교생 600여 명 규모의 중학교가 있고, 도보 10분 거리에는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올해 3월 입학생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주 동구의 한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립 100년이 넘은 이 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4000명을 넘었지만, 올해는 입학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3월 서울과 광주에서 처음 정상 운영 중인 초등학교의 입학생이 ‘0명’인 사례가 동시에 확인됐습니다. 이는 학교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유입 가능한 아이 자체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제주는 이미 ‘현실 단계’에 들어서 제주에서는 이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 초등학교 3곳 중 1곳은 신입생이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조천초 교래분교장, 추자초, 가파분교장은 올해 입학생이 0명입니다. 비양분교장과 마라분교장은 이미 휴교 상태입니다. 전교생이 3명에 불과한 학교, 복식학급으로 운영되는 교실, 입학식을 열지 못하는 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주는 더 이상 ‘경고 단계’가 아니라, 학령 붕괴가 일상화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아이 수 줄었는데, 교실은 다시 붐빈다 학생 수 감소가 곧바로 교육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제주의 초등학교 과밀학급은 거의 사라졌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다릅니다. 중학교 학급의 절반 이상, 고등학교는 절반가량이 과밀 상태입니다. 읍면 지역 학교는 비는 반면, 일부 도심 학교로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합니다. 이 불균형은 학급 수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주거 이동과 학교 선택, 지역 소멸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 통폐합은 수단이지 해답이 아니다 교육 당국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시설 역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동네가 사라지고, 생활권 자체가 붕괴됩니다. 경북 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령을 넘긴 어르신들이 학생으로 남아 학교를 지키고 있지만, 제도는 이들을 학생 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행정 기준이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 문제는 출산율이 아니라, 구조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 어렵고,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지역 구조가 먼저 무너졌습니다. 제주는 이 미래를 먼저 겪고 있고, 서울과 광주, 부산이 그 경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교 문제를 교육 정책의 영역에만 가둔 채 접근하는 한, 해법은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아이 없는 학교는 우연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구조적 선택의 결과”라며 “통폐합과 이전 재배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교육계와 지자체, 정부가 함께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6-01-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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