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볼만”… 그런데 ‘아이’ 앞에서 여성 응답은 다시 식었다
결혼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굳이 안 한다”보다 “여건만 되면 하고 싶다”에 가까운 응답이 늘었습니다. 미혼층 결혼 의향도 올라갔고, 출산 의향 역시 40% 선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 이야기로 넘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다시 갈렸습니다. 남성층 응답은 올라갔지만 여성은 달랐습니다. 특히 20대 여성에서는 “자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보다, 출산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훨씬 현실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5차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조사는 지난 3월 전국 25~49세 남녀 2,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 “결혼은 하고 싶다”… 달라진 미혼층 분위기 전체 응답자의 결혼 긍정 인식은 76.4%였습니다. 2024년 첫 조사 이후 계속 상승세입니다. 미혼층 변화는 더 컸습니다. 미혼남녀의 결혼 긍정 인식은 65.7%로 2년 전보다 9.8%포인트(p) 올랐습니다. 결혼 의향 역시 67.4%까지 상승했습니다. ■ 출산 의향도 회복… 2년 만에 40% 선 넘어 출산 의향도 회복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미혼남녀 출산 의향은 40.7%였습니다. 첫 조사 당시 29.5%였던 응답이 2년 만에 40%를 넘어섰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청년층에서는 “결혼도 사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분위기가 분명 달라진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 안에서도 남녀 응답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 가장 크게 갈린 건 출산 항목 30대 미혼 남성의 결혼 의향은 78.1%였습니다. 직전 조사보다 더 올랐습니다. 반면 여성은 55.4%였습니다. 차이는 출산 항목에서 더 벌어졌습니다. ‘자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남성 80.6%, 여성 62.1%였습니다. 특히 20대 여성은 47.6%로 직전 조사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결혼 긍정 인식은 올라가는데, 출산 단계에서는 여성 응답만 다시 뒤로 밀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 “아이 낳은 뒤가 더 문제”… 여성층 반응은 더 냉정 아이를 낳은 뒤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력과 돌봄 부담이 누구 쪽으로 기우는지에 대해 여성 응답은 훨씬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실제 맞벌이 가구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항목도 ‘육아 지원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문화’로 나타났습니다. 육아휴직 이후 불이익 우려나 경력 단절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낳고 싶나’보다 먼저 나온 질문은 “버틸 수 있나” 결혼을 미루는 이유 역시 현실적이었습니다. ‘적당한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 ‘결혼 자금을 더 모아야 해서’가 가장 많았습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좋은 일자리 확대’가 꼽혔습니다. 응답 비율은 83.9%였습니다. 주거 분야에서는 주택 구입·전세자금 기준 완화 요구가 가장 높았습니다. ■ 결혼 인식은 회복… 그런데 출산 앞에서는 다시 멈춰 이번 조사에서는 청년층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결혼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는 줄었습니다. 하지만 출산 이후 삶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은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성 응답에서는 그 지점이 더 선명했습니다. 결혼 인식은 올라갔는데, 아이 이야기로 넘어가자 다시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 경력과 돌봄 부담이 누구 쪽으로 먼저 기우는지, 여성층은 그 부분을 훨씬 현실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출산율 문제는 “아이를 낳고 싶으냐”만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출산 이후에도 삶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함께 있어야 실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응답이 확인된 셈입니다. 김진오 저고위 부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돌봄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프로그램 다양성 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국민 수요에 부합하는 출산·양육 친화적 문화 조성,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직장 내 여건 조성 등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적·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05-0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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