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경쟁 끝났다”… 제주, 이제 ‘머무는 경험’으로 승부 건다
국제회의는 늘고 호텔도 채워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제주 안에 남는 시간과 소비는 기대만큼 커지지 못했습니다. 제주 MICE 산업이 다시 구조를 바꾸고 나선 이유입니다. 회의장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보다, 사람들이 왜 이 도시에서 하루를 더 쓰게 되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제주가 관광과 숙박, 문화와 체험, 전시와 이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도내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제주 그린 MICE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가운데, 최근 대표단 운영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연합체에는 도내 MICE 관련 사업체 56곳이 참여했습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와 제주신화월드, 해비치호텔&리조트 제주 같은 대형 숙박시설부터 9.81파크와 본태박물관, 생각하는정원, 스누피가든, 제주민속촌 같은 관광·문화 콘텐츠 공간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행사 기획·운영 업체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도 포함됐습니다. ■ “회의 어디서 하느냐”보다 “왜 더 머무르느냐” 지금 글로벌 MICE 시장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회의장 규모와 객실 수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출장과 여행을 결합한 ‘블레저(Bleisure·Business+Leisure)’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제 행사장 안보다 밖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이후 어디를 걷고,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지가 도시 경쟁력이 되는 흐름입니다. 국제회의 자체는 어느 도시에서도 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쓰게 만드는 도시는 많지 않습니다. 글로벌 MICE 시장이 회의장 규모보다 도시 체류 경험과 지역 콘텐츠 경쟁력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제주가 연합체에서 ‘유니크베뉴·콘텐츠’ 분과를 별도로 구성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참여 업체 구성을 보면 기존 MICE 산업에서 익숙했던 호텔 중심 구조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요트와 곶자왈, 미디어아트와 전시 공간, 체험형 콘텐츠와 야간 관광 요소까지 함께 묶였습니다. 행사 하나를 유치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참가자의 체류 시간을 도시 안에서 다시 연결하겠다는 접근입니다. ■ 행사는 열렸지만, 지역엔 남는 게 적어 제주 MICE 산업의 성장세 자체는 이어져 왔습니다. 그렇지만 지역 안에서는 다른 문제의식도 함께 누적돼 왔습니다. 대형 국제행사가 열려도 소비가 일부 숙박시설과 특정 공간에 집중되고, 원도심이나 지역 상권까지 연결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핵심은 방문객 숫자보다,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쓰고 소비했는지였습니다. 이번 얼라이언스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습니다. 참가자가 회의만 끝내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체험과 관광, 지역 콘텐츠 소비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민관이 함께 설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관광과 MICE를 따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주 관광 시장도 최근 체류형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짧게 둘러보고 떠나는 방식보다 특정 공간과 경험에 시간을 쓰는 여행이 늘고 있습니다. 웰니스(wellness), 로컬 경험(local experience), 친환경 관광 역시 함께 아우르는 분위기입니다. 연합체가 ‘그린 MICE’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 바꾸려는 건 행사 수가 아니라 도시 체질 성주엽 생각하는정원 대표가 총괄대표로 선출됐고 숙박·컨벤션시설과 유니크베뉴·콘텐츠, 기획·운영, 전문회의시설 등 4개 분과 체계를 꾸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첫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국제 MICE 유치 확대를 위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과 지속 가능한 운영 사례 공유, 분과별 현장 의견 수렴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성 총괄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은 앞으로 제주형 체류 콘텐츠와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행사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제주형 MICE 모델 구축에 힘을 싣겠다는 방향입니다. 다만 과제 역시 분명하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MICE 산업은 행사 한두 건 유치하는 걸로 가능한 시장이 아닙니다. 항공 접근성과 교통, 체류 동선, 콘텐츠 경쟁력, 지역 소비 연결 구조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도시 전체 경쟁력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제주처럼 항공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왜 꼭 제주여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해지는 순간 경쟁력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얼라이언스의 성패는 국제행사를 몇 건 더 가져왔느냐로만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회의 일정표 밖에서 얼마나 더 머물렀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실제 지역 소비와 연결됐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차후 4개 분과별 회의를 통해 대표단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안건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회원사 간 우수사례 공유와 협력 강화를 위한 연말 총회를 개최하겠다”며 “민관이 함께 제주 MICE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2026-05-0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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