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도 안 팔린다”… 악성 미분양 3만, 지방부터 무너지는 집값
준공까지 끝난 집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량은 3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14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다 지은 집이 시장에 쌓이고 있습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3만 1,30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사이 1,752가구 늘어 5.9% 증가했습니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만 가구를 넘어선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미분양은 6만 6,208가구로 0.6% 줄었습니다. 겉으로는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시장의 핵심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완공된 주택이 팔리지 않는 상황은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 “줄었다”는 착시… 문제는 완공 이후 전체 미분양이 줄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시장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양 단계에서 걸러지던 물량이 이제는 완공 이후까지 넘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가격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자체가 시장을 떠받치지 못하는 상태로 해석됩니다.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는 구조가 시작됐다는 의미입니다. ■ 지방 86.3%… 균열은 항상 바깥에서 시작된다 준공 후 미분양의 86.3%는 지방에 몰렸습니다. 3만 1,307가구 가운데 2만 7,015가구입니다. 대구가 4,296가구로 가장 많고, 한 달 사이 1,140가구 늘며 36.1% 증가했습니다. 경남(3,629가구), 경북(3,174가구), 부산(3,136가구)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 공급 누적이 겹친 지역부터 수요가 빠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늘 외곽에서 먼저 흔들립니다. 현재 지방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그 전형적인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 공급은 계속된다… 시간차가 문제 공급 지표를 보면 괴리가 더 뚜렷합니다. 인허가는 1만 4,268가구로 줄었지만, 착공은 1만 4,795가구로 30.8% 증가했습니다. 이미 계획된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준공은 1만 5,064가구로 32.6% 감소했습니다. 당장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줄었지만, 앞으로 나올 공급은 이미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착공된 물량은 몇 년 뒤 시장에 등장합니다. 현재 수요로도 소화되지 않는 구조에서 공급은 뒤늦게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 거래는 줄고, 월세 늘어 매매 거래는 5만 7,785건으로 전월 대비 6.0% 감소했습니다. 아파트 거래도 6.9% 줄었습니다. 임대 시장은 다른 방향입니다. 전세 거래는 전월 대비 9.3%, 전년 대비 26.0% 줄었습니다. 반면 월세 거래는 늘었습니다. 올해 1~2월 기준 월세 비중은 68.3%로, 1년 전보다 6.9%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전세 중심 구조가 약해지면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제주도도 예외 아니다…수요 성격이 바뀌었다 제주 역시 영향권에 들어왔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2,213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외지 투자와 관광 수요에 기대던 구조에서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시장은 빠르게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입니다. 금리 부담과 투자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금 상황을 ‘공급 문제가 아니라 수요 체력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늘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완공된 주택이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가격 조정이 아니라 시장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방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 수도권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다음 국면의 핵심 변수”라며 “수요 회복 없이 공급만 이어질 경우 미분양 적체는 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2026-03-3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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