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한 포기를 오래 바라봤다”… 제주 세 화가가 1년 동안 서로에게 물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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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의혹' 제기 부승찬 의원, 군사기밀 유출 혐의 무죄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이른바 '천공 의혹'을 제기한 뒤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오늘(3일) 서울 용산구 법원청사에서 부 의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군사기밀이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부 의원은 국방부 대변인 재직 당시인 2021년 12월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고위공직자들이 나눈 비공개 발언을 저서에 수록한 혐의로 2023년 7월 군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문제가 된 책은 부 의원이 2023년 2월 출간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입니다. 같은 달 제주에서 출간을 기념한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부 의원은 이 책에서 2022년 4월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전언을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군검찰은 부 의원이 국방부 대변인 재직 당시 군사기밀로 지정된 비공개 내용을 별도로 기록해 뒀다가, 퇴직 전후 보안 절차를 위반해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 의원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당시 사용했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부 의원은 저서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군검찰의 기소가 '천공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한편, 제주 출신인 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에 임명돼 2022년 4월까지 근무했습니다. 이후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시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2026-11-03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다문화라서 먼저?”… 李대통령, 어린이집·산후조리원 우선권에 의문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집이나 공공산후조리원 이용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는 유지하되, 다문화가정 여부보다 실제 경제적 어려움과 생활 여건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용 인원이 제한된 공공시설에서 특정 집단에 부여한 우선권이 다른 사람의 이용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직접 거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다문화가정 우대제도 논쟁이 국무회의로 이어진 가운데, 이 대통령은 정부에 공공서비스 지원 기준과 집행 현황 전반을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한 명 들어가면 한 명 떨어져”… 우선권의 형평성 문제 제기 이 대통령은 오늘(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7회 국무회의에서 어린이집 우선 배정과 공공산후조리원 우선 입소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숫자가 얼마 안 되긴 하지만 1명이 들어가면 1명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시설 이용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집단에 주어진 우선권이 다른 이용자에게는 불이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다문화가정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일률적으로 지원한 정책적 배경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국제결혼과 가족 구성의 형태가 다양해진 현실에서 같은 기준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률적으로 우선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면 다문화가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지원하는 쪽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구분보다 개별 가정의 실제 지원 필요성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 “살색 없애는 데도 엄청난 노력”… 차별 논란에 직접 반박 이 대통령은 다문화가정 우대제도 재검토가 차별이라는 비판에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과거 크레파스에 사용됐던 '살색'이라는 명칭을 예로 들며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단일민족 중심의 인식을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살색이라는 이름을 없애는 데도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며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형성되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보호 정책은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을 SNS에 인용하며 공공산후조리원 등의 다문화가정 우대제도 폐지 검토를 언급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1일에도 SNS를 통해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 일부에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차별의 조치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게 하는 태도가 오히려 다문화가정을 동등한 시민으로 포용하려는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 “극우적 선동의 빌미”… 공공서비스 지원 기준 점검 지시 이 대통령은 우대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경계했습니다.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이민자와 소수자 관련 갈등을 언급하며 “실제로 우려하는 건 우리 사회의 극우적 선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틈만 있으면 편을 갈라서 적대화하고, 공격화하고, 수단화한다”며 불공정 논란이 사회적 갈등에 이용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혜택이라도 합리적 근거 없이 계속되면 제도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우대제도에 대한 불만이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 대통령은 “깨진 유리창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아야 더 큰 불신과 갈등을 예방하고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의 지원 기준과 집행 현황을 다시 점검하고,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부분은 신속히 개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정책을 설계하는 행정기관과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다문화가정도 당연히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통의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6-11-03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잡초 한 포기를 오래 바라봤다”… 제주 세 화가가 1년 동안 서로에게 물은 것
마당에 저절로 자란 풀 한 포기를 오래 지켜본 화가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숲에서 경험한 두려움과 눈부신 빛을 기억하는 화가,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몸에 남은 감각을 그림으로 옮기려는 화가도 있습니다. 세 사람은 제주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질문을 품었습니다. 누군가는 생명의 가치를 묻고, 누군가는 기억 속 장소를 되찾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회화로 옮깁니다. 김용주·전영실·박길주가 오는 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갤러리 누보에서 《숨: 땅, 숲, 바람》을 선보입니다. 숲과 풀, 바람을 경험한 세 사람의 시간이 회화와 드로잉, 영상, 설치 작업으로 펼쳐집니다. 세 작가와 기획자는 지난 1년여 동안 매달 만났습니다. 서로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숲을 함께 걸으며 작업에 관한 생각과 질문을 나눴습니다. 무엇을 그렸는지와 함께 왜 그 대상을 오래 바라보았는지, 그 시간이 작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이번 전시는 그 질문을 따라갑니다. ■ 김용주, 어린 시절 숲의 어둠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김용주가 회화로 되살리는 숲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숲입니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경험한 서늘한 어둠과 눈부신 빛,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오랜 시간을 지나 작업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더라도 어린 시절 보았던 숲을 그대로 만날 수는 없습니다. 나무는 자라고 풍경은 달라집니다.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 역시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감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숲의 생김새보다 어둠 속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선명하고, 빛이 비치던 순간의 놀라움이 오래 기억되기도 합니다. 김용주의 회화에는 그 기억의 작용이 스며 있습니다. 숲은 나무와 빛으로 이루어진 장소이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몸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어둠이 짙어질 때의 긴장감,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들어오던 순간의 감각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김용주는 어린 시절의 숲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냅니다.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험은 희미해지고, 어떤 감정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그림에는 그때의 숲과 그 숲을 기억하는 지금의 시간이 함께 흐릅니다. ■ 전영실, 잡초라는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 전영실의 관심은 마당에 자라난 잡초 한 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돌본 것도 아닌 식물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뽑아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 작은 생명을 오래 관찰하면서 존엄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잡초라는 이름부터 인간의 판단이 개입돼 있습니다. 어떤 식물이 잡초로 불리는 이유는 대개 그 식물의 생김새보다 자라난 장소와 인간의 필요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원하지 않는 곳에 뿌리내렸다는 이유로 제거의 대상이 됩니다. 전영실은 그 익숙한 판단을 잠시 유보합니다. 뽑아내기 전에 바라보고, 쓸모를 따지기 전에 살아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둡니다. 이러한 관찰은 드로잉과 회화,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존재만이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가.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생명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전영실의 작업은 마당의 작은 풀 한 포기에서 출발해 우리가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을 되묻습니다. 잡초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평소에는 지나쳤던 생명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작은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바라보는 사람의 선택으로 돌아옵니다. ■ 박길주,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몸은 기억한다 박길주는 한 장소에 머물며 빛과 바람, 주변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주목하는 건 시간이 지난 뒤에도 몸에 남아 있는 감각입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나뭇잎과 기울어지는 풀, 피부에 닿는 공기의 변화로 그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바람이 멎으면 움직임도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경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박길주는 몸에 남은 감각이 어떻게 회화의 행위로 옮겨가는지 탐색합니다. 눈으로 본 풍경은 기억 속에서 달라집니다.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감각이 붓을 움직이는 동안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관찰할 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을 찾아갑니다. 빛과 바람, 주변 생명들의 움직임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몸에 흔적을 남깁니다. 화가는 그 흔적을 따라 붓을 움직입니다. 중요한 질문은 바람의 모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보다 바람을 경험한 몸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 세 사람이 함께 보낸 1년, 작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김용주는 과거의 숲을 기억하고, 전영실은 눈앞의 작은 생명을 관찰하며, 박길주는 지나간 움직임이 남긴 감각을 되짚습니다. 세 작가는 지난 1년여 동안 매달 만나 작업을 공유했습니다. 서로 작업실을 찾아가고 숲을 함께 걸으며 자신의 작업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혼자 작업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나누고,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송정희 갤러리 누보 대표는 “지난 1년여 동안 매달 만나 서로의 작업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나누고, 창작의 과정을 함께하며 AI 시대에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과정 자체로서 예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다”고 기획 취지를 전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짧은 지시만으로도 정교한 이미지를 제작합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생산과 변형이 빨라진 환경에서 화가가 관찰하고 기억하며 작업하는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숲에서 느낀 두려움이 회화로 돌아오고, 마당의 잡초가 생명에 관한 사유로 이어지며, 몸에 남은 바람이 손끝의 움직임으로 바뀝니다. 세 작가가 함께 보낸 1년은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배경이 됩니다. 그동안 나눈 질문이 각자의 표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 제주에서 시작된 세 개의 시선, 예술의 경계를 묻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의 돌과 숲, 바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관람객은 자연 속에 자리한 전시장에서 세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본 자연을 만납니다. 김용주의 숲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영실의 잡초에는 생명의 가치를 둘러싼 질문이, 박길주의 바람에는 몸이 간직한 감각이 담깁니다. 같은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세 작가가 발견한 것은 서로 달랐습니다. 그 차이가 이번 전시를 이루는 세 개의 목소리입니다. 전시와 연계한 제1회 제주청년예술포럼도 오는 11일 오후 3시 갤러리 누보에서 열립니다. 'Beyond Borders'를 주제로 5명의 연사가 참여해 AI 시대 예술 창작의 의미와 지역 예술가들의 국제적 활동 가능성을 논의합니다. 세 작가와 기획자가 지난 1년간의 공동 기획 과정을 돌아보는 자리도 마련됩니다. 전시는 갤러리 누보와 도레미컴퍼니, 제주청년예술포럼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글로컬대학사업단이 지원합니다. 《숨: 땅, 숲, 바람》이라는 제목에서 '숨'은 살아 있는 존재의 호흡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래 바라보고 기억하고 그리는 동안 이어지는 예술가의 시간도 생각하게 합니다. 어린 시절 숲의 어둠은 기억으로, 마당의 잡초는 생명에 관한 질문으로, 지나간 바람은 몸의 감각으로 돌아옵니다. 세 작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붙잡은 자연의 시간이 제주돌문화공원의 전시장에 모입니다. 전시는 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어지며, 개막 행사는 7일 오후 4시입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수요일에는 제주돌문화공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개막일에는 전시 초대장 소지자에 한해 공원 입장료가 면제됩니다.
2026-11-03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