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지만, 왜 우리는 서로에게 닿지 못했을까… 나강, 어긋난 채 남은 시간의 배열을 다시 꺼내다
밝습니다. 색은 가볍고, 사람들은 모여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합니다. 이 풍경은 끝까지 하나로 묶이지 않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지만 같은 방향을 보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닿는 지점이 없습니다. ‘함께 있음’을 그리지 않습니다. 함께였지만 서로에게 닿지 못했던 시간의 상태를 끌어냅니다. ■ 기억을 재현하지 않는다, 남는 방식으로 다시 구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흩어져 있는 인물들. 서로를 비켜가는 동선. 이 배치는 설명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이 실제로 남는 방식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습니다. 함께 있었는지, 혼자였는지, 무엇을 했는지도 흐릿합니다. 남는 건 분리된 감각입니다. 같은 시간이었는데 하나로 붙지 않는 느낌입니다. 나강의 작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 밝은 색보다 먼저 드러나는 인물 사이 거리 작가는 ‘행복했던 기억’을 그린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색은 가볍고 분위기는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오래 남는 건 따뜻함이 아닙니다. 거리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간격, 시선이 닿지 않는 방향, 같은 공간 안에서 각자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밝은 색은 이 간격을 가리는 대신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 표정을 지우고, 각자의 시간만 남긴다 인물들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감정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하지 않기 위한 선택입니다. 누군가는 기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미 멀어진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호함 때문에 이 작업은 하나의 이야기로 닫히지 않습니다. 대신 보는 사람의 기억이 끼어들 틈이 생깁니다.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과 맞물립니다. ■ 매끄러운 표면, 반복된 작업의 결과 이 작업은 가볍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결과입니다. 작가는 캔버스를 직접 제작하고, 여러 번 덧입히고, 다시 걷어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평면은 매끄럽지만, 그 아래에는 시간과 선택이 겹겹이 눌려 있습니다. 이 축적이 있기 때문에 감각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 ‘Don’t Worry, Be Happy’, 감정을 단정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같은 제목 아래 두 차례 이어집니다. 제22회 개인전은 20일부터 30일까지 돌담갤러리에서, 제23회 개인전은 4월 4일부터 9일까지 제주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열립니다. 돌담갤러리에서는 ‘벚꽃나들이’, ‘소원’, ‘소원을 말해봐’ 등이 소개되고, 문예회관에서는 ‘휴식’ 연작이 중심을 이룹니다.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밝은 분위기와 함께 거리와 간극이 동시에 드러나며, 이러한 흐름이 전반을 관통합니다. 전시는 특정한 감정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지나간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이 제목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그 순간, 정말 하나로 묶여 있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는지를 되묻습니다. ■ 제주라는 조건에서 더 분명해지는 감각 제주는 오래 붙잡히는 공간이 아닙니다. 들어오고, 지나가고, 떠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이곳의 기억은 하나로 이어지기보다 흩어진 채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광지로 소비되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의 제주는 머무름과 이탈이 교차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남겨지는 기억 사이의 간격이 일상적으로 형성됩니다. 나강의 작업이 다루는 감각은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경험입니다. ■ 축적을 통해 정리된 감각의 구조 나강은 자연과 일상의 순간을 바탕으로 기억의 감각을 회화로 옮겨온 작가입니다.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평면 회화에 밀도를 집중시키며 감각의 구조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업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Don’t Worry, Be Happy》 연작은 그 축적된 흐름이 하나의 방향으로 응축된 결과입니다. ■ 끝내 이어지지 않은 시간, 그대로 남는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무엇이 끝내 정리되지 않는지를 묻습니다. 이어지지 못한 관계, 같은 시간 안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던 순간이 드러납니다. 그 상태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행복’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이 하나로 붙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함께 있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끝내 하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2026-03-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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