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9곳 내렸는데 왜 그대로냐”… 기름값 체감 멈춘 이유, 직영 주유소에서 나왔다
가격은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주유소에 서면 그대로였습니다. 싸게 들여온 기름이, 소비자에게는 더 비싸게 팔렸습니다. 정부가 도매가격 상한을 묶었지만, 일부 주유소에서는 오히려 가격을 올린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정유사 직영 주유소에서 이 같은 흐름이 드러나, 이번 사안은 가격 자체가 아닌 ‘가격이 멈추는 구조’ 문제라는게 확인됐습니다. ■ “낮은 가격으로 들어왔는데 올렸다”… 현장에서 확인된 역전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정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불시 점검했습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 물량이 들어왔음에도, 14일부터 18일까지 가격을 올려 판매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현장에서는 가격 결정 구조도 드러났습니다. 주유소가 아니라 정유사 본사가 판매 가격을 정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장관은 “판매 가격은 본사에서 결정된다고 한다”며 “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급가 인하분을 이윤으로 흡수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가격을 멈출 수 있는 고질적인 구조가 그대로 작동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 10곳 중 9곳 인하에도… 체감 그대로 이날 산업부와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최고가격 고시 전인 12일 대비 휘발유 가격을 인하한 곳은 전국 주유소의 91.9%, 즉 10곳 중 9곳이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8.1%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내려온 가격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다른 지점이 이번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가격 흐름은 내려오는 방향입니다. 2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약 1,819원 수준, 제주 평균은 1,835~1,837원대입니다. 반면 일부 주유소는 여전히 1,870~1,89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저가 구간은 1,770~1,79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이 100원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이 격차가 그대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됩니다. ■ “재고 설명이 어렵다”… 가격 결정은 누가 산업부는 재고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면, 비싼 가격에 들여온 물량은 상당 부분 소진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낮은 도매가로 들여온 물량을 이전보다 비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역시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을 지적했습니다. 가격은 오를 때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게 움직이는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인하 효과가 실제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 정유사별 격차… 어디서 멈췄나 정유사별로 차이는 더 분명했습니다. GS칼텍스는 전체 주유소의 11.67%가 가격을 내리지 않았고, HD현대오일뱅크 8.86%, SK에너지 8.02%, S-OIL 4.4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정책 아래에서도 인하 속도는 달랐습니다. 특히 직영 주유소 구조에서는 이 차이가 그대로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면서 최종 부담으로 전가되는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 쟁점은 가격이 아니다… “누가 가져갔느냐” 문제 이번 점검으로, 정부는 도매가격을 낮췄지만 소매가격으로 부담을 덜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정책 효과가 중간에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김 장관은 정유사 최고경영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직영 주유소의 선제적인 가격 인하를 요청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밝히며, “본사에서 직영 주유소로 이어지는 가격 결정 과정을 확인해 누가,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분명히 밝히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고가격제에 따른 공급 가격 인하분을 주유소의 이윤으로 흡수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책임 있는 선택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2026-03-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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