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전자’ 맞나”…110조 원 풀어도 25만 원, ‘1370원 환율’까지 덮쳤다
삼성전자가 다시 ‘30만전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최대 110조 원에 이르는 올해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28일 종가는 25만 7,00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발표 당일인 지난 21일 종가 28만 1,500원과 비교하면 2만 4,500원, 8.7% 낮습니다. 반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가 꺾인 상황도 아닙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6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 원을 유지했습니다. 현재 주가에서 44.0% 올라야 닿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주가를 둘러싼 셈법은 이전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최대 110조 원 가운데 3분기에 지급할 30조 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제외하면 나머지를 어떤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려줄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소각용이 아닌 임직원 보상용입니다. 여기에 두 달 전 1,5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과 외국인 매도까지 겹쳤습니다. 한 차례 밟았던 30만 원을 다시 넘어설 수 있느냐는 주주환원 총액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자사주 소각 규모와 HBM의 실제 수익성, 빠르게 움직인 환율이 원화 실적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 110조 원 발표했는데… 일주일 만에 8.7% 하락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약 90조~1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종전 최대였던 2020년 20조 3,000억 원의 4배를 훌쩍 넘는 규모입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 동안 발생하는 총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현금배당 20조 9,000억 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8조 4,000억 원 등 모두 29조 3,000억 원을 집행했습니다. 올해 예상액까지 더하면 3년간 주주환원 규모는 120조~140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주가는 발표 이후 크게 출렁였습니다. 첫 거래일인 24일 8.70% 급락해 25만 7,000원으로 내려왔습니다. 25일 보합에 이어 26일과 27일 각각 1.75%, 1.72% 반등했지만 28일 다시 3.38% 떨어졌습니다. 결국 25만 7,000원으로 한 주를 마쳤습니다.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21일 종가보다 8.7% 낮은 가격입니다. ■ 시장이 보는 건 110조 원 총액보다 ‘얼마나 소각하나 ’ 110조 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현재 확정적으로 밝힌 것은 올해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30조 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결정됩니다. 나머지 주주환원의 규모와 방식은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만 나왔을 뿐 각각 얼마를 배정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전체 환원액이 90조 원이라면 3분기 배당 30조 원을 제외하고 약 60조 원, 최대치인 110조 원이면 약 80조 원이 남습니다. 다만 90조~110조 원 자체도 확정 금액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경영실적과 투자 집행, 현금흐름 등에 따라 실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얼마가 배정될지에 쏠립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110조 원이라는 전체 크기는 나왔지만 그 안에서 자사주 소각이 차지할 몫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15조 원어치 자사주 산다는데… 소각용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1일 약 15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별도로 의결했습니다. 오는 11월 21일까지 보통주 5,328만 5,968주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내 매수합니다. 취득 예정금액은 14조 9,999억 9,999만 2,000원입니다. 삼성전자 공시에 명시된 취득 목적은 ‘임직원 주식보상’입니다. 주주환원을 위해 사들인 뒤 없애는 자사주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는 직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확보하는 물량입니다. 매입한 주식을 소각해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로 볼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15조 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데도 시장이 별도의 주주환원용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 두 달 새 1,550원대→ 1,370원대… 이번엔 환율이 움직였다 주주환원의 세부 내용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환율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7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에서 1,370원대로 약 12% 하락했습니다. 달러 약세와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살펴봐야 할 변화입니다. 해외에서 1억 달러를 벌었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달러당 1,550원일 때 원화 환산액은 1,550억 원입니다. 1,370원에서는 1,370억 원입니다. 달러 기준 금액이 같아도 원화 환산액은 180억 원, 11.6% 줄어듭니다. 물론 이를 삼성전자의 실제 매출이 11.6% 감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고 여러 통화로 거래합니다. 해외에서 장비와 원재료를 들여오는 만큼 원화 강세가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한 위험 회피 전략도 활용합니다. 여기에 수출 경쟁국 통화의 움직임 역시 변수입니다. 중국 위안화 등 경쟁국 통화가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절상된다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환율 하락을 곧바로 삼성전자 실적 악화와 연결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만 두 달 사이 환율이 10% 넘게 움직인 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기업의 원화 기준 실적을 전망할 때 이전보다 주의 깊게 살펴볼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 반도체가 성장률까지 끌어올려… 커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무게 환율 변화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올해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무게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0.7%포인트(p) 상향 조정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 올해 성장률이 3.5%까지 높아지고, 반대로 기대보다 부진하면 3.2%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합니다. 두 회사의 실적 전망이 바뀌면 개별 종목뿐 아니라 코스피와 외국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를 끌어올리는 힘이 강해진 만큼 환율 변화가 두 기업의 원화 실적에 미칠 영향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37만 원 보는 미래에셋… 시장은 25만 7,000원 삼성전자의 중장기 실적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기대는 여전히 높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6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 원을 유지했습니다. 현재 주가 25만 7,000원에서 37만 원까지는 11만 3,000원입니다. 상승률로 계산하면 44.0%입니다. 시장은 미래 실적뿐 아니라 당장 발생한 위험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8일에는 미국이 반도체뿐 아니라 노트북과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완제품까지 관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7,586억 원, 기관은 2,84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3.38%, SK하이닉스는 4.45% 떨어졌습니다. ■ HBM 경쟁, 이제 판매량과 수익성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분야는 HBM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 시장의 성장은 삼성전자 실적을 끌어올릴 핵심 동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실제 이익 사이에는 고객사 검증과 공급계약, 양산 확대라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제품을 많이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끝나지 않아 판매가격과 생산원가, 수율이 더해져 최종 수익성이 결정됩니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른 상황에서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원화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HBM 경쟁의 초점은 기술 개발에서 실제 판매량과 수익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 10월 배당, 내년 1월 자사주… ‘30만전자’ 다시 가를 시간표 오는 10월 말에는 30조 원 안팎의 3분기 현금배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됩니다. 내년 1월 말에는 올해 최종 경영실적을 토대로 남은 주주환원 규모와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방안이 결정됩니다. 그 사이 HBM 판매 확대가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1370원대까지 내려온 원·달러 환율이 원화 기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차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대 110조 원의 주주환원을 예고했지만 28일 25만 7,000원으로 한 주를 마쳤습니다. 주주환원 계획 발표 당일보다 8.7% 낮습니다. 110조 원의 크기보다 그 돈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아갈지에 관심이 옮겨간 상황에서 환율과 관세, 외국인 수급까지 새로운 변수가 됐습니다. 다시 ‘30만전자’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오는 10월 배당과 내년 1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그 사이 삼성전자가 HBM에서 실제로 거둘 실적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2026-08-2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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