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하루, 파랑은 더 깊어진다… 장영의 ‘우리 푸른 행성’
마지막을 앞둔 색은 이전과 다르게 다가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빛과 자국이 더 또렷해지고, 곧 닫힐 공간이라는 사실은 시선을 한 번 더 붙듭니다. 장영 작가의 파랑도 그렇습니다. 바다와 하늘에서 길어 올린 색이면서, 오래 가라앉아 있던 기억과 감정을 깨우는 색입니다. 개인전 《OUR BLUE PLANET》이 11일 제주시 돌담갤러리에서 막을 내립니다. 전시는 푸른색과 폐그물이 만나는 회화·설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지나온 시간을 바라봅니다. 한때 바다에서 쓰였던 재료들과 작가의 내면에서 끄집어 올린 색이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 얽혀 살아온 관계를 드러냅니다. ■ 마음속에서 다시 깨어나는 색 장영의 파랑은 한 가지 정서로 수렴되지 않습니다. 밝음과 어둠, 고요와 동요가 한데 맞물립니다. 화면 곳곳에 놓인 붉고 노란 원은 푸른 색면과 부딪치며 또 다른 감정의 온도를 만듭니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어떤 색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면서 “바다의 색일 수도 있고, 하늘의 빛일 수도 있으며, 오래전 기억처럼 남아 있는 감정의 흔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푸른색은 그런 시간의 색”이라며 “깊고 조용하게 머물며 잊고 있던 감각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색을 거듭 올리고 재료를 만지는 행위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안쪽을 살피는 시간이 됩니다. 그렇게 한 사람 안에 축적된 감정과 기억의 세계를 만납니다. ■ 붙잡던 그물, 관계를 잇는 형상으로 환경문화예술단체 모다드로에서 활동하는 장영은 폐그물을 주요 재료로 삼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왔습니다. 그물에는 물살을 견딘 순간과 누군가의 노동, 쓰임을 다한 뒤 버려진 세월이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자르고 잇고 겹치며 새로운 형상을 만듭니다.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만들어졌던 구조는 작품 안에서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선으로 바뀝니다. 엉킨 매듭은 물결이나 생명체의 조직을 떠올리게 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맞물린 인간 사회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폐그물은 보기 좋게 되살린 재료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바다와 인간 사이를 오간 이력을 품은 채, 우리가 남긴 것과 다시 마주하게 하는 매개가 됩니다. ■ 혼자의 파랑이 공동의 질문으로 《OUR BLUE PLANET》은 거대한 환경 구호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색과 재료,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 되묻습니다. 사용한 뒤 밀어냈던 것, 익숙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것들이 작품 안에서 다시 시야로 들어옵니다. 장영의 사유는 개인전 폐막 이틀 뒤 공동 창작으로 이어집니다. 13일부터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모다드로 기획전 《너무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리》에는 장영 을 비롯해 강연주, 유리, 이제용, 조나단 승준 리, 한희선, 흔적 김규리 등 7명이 참여합니다. 한 사람의 푸른 세계에서 시작된 물음은 서로 다른 재료와 조형 언어를 만나 공동의 생태적 사유로 넓어집니다. 전시는 제주시 중앙로 58 Place1빌딩 지하 1층 돌담갤러리에서 열리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2026-07-1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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