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무시 못할 수준이었네...두 달 새 120만명 이탈, 결제액 4500억 증발
이커머스 시장을 꽉 쥐었던 쿠팡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경영진의 미흡한 대응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면서, 이른바 '탈팡' 현상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 두 달 새 120만명 이탈...결제액도 10% 증발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 자료를 보면, 쿠팡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348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만인 지난 2월에는 3364만명으로 약 120만명이 빠져나갔습니다. 이용자 감소는 결제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쿠팡의 월간 신용.체크카드 결제 추정액은 지난해 11월 4조4735억원에서 지난 2월 4조220억원으로 석 달 만에 10.1%, 약 4515억원이 줄었습니다. 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 49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외형을 세웠음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97% 급감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에 들어간 마케팅비와 조사 비용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입니다. ◆ 가장 뼈아픈 건 40~60대 이탈...구매력 강한 핵심층이 돌아섰다 더 심각한 건 이탈한 소비층이 누구냐는 겁니다. 전 연령대에서 동시에 사용자 수가 줄었지만, 40대에서 60대까지 중장년층의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이들은 식료품과 가전 등 고단가 품목을 꾸준히 구매하는, 쿠팡 '로켓 성장'의 사실상 핵심 엔진이었습니다. 연령대별 결제 감소액을 보면 50대가 같은 기간 1202억원 줄어 가장 많이 빠졌고, 40대가 1167억원, 60대 이상이 339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석 달 새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만 2710억원이 증발했는데, 이는 전체 감소액의 약 63%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한 번 정착하면 쉽게 플랫폼을 바꾸지 않기로 유명한 연령대가 이렇게 대거 돌아섰다는 점이 쿠팡에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경고 신호입니다. ◆ 네이버.신세계로 대이동...이커머스 판도 흔들리나 쿠팡을 떠난 소비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네이버의 새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이 플랫폼의 신규 설치 건수는 233만여건, 월평균으로 치면 77만건이 넘습니다. 연령대별로 40대가 61만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장년층인 40~60대가 전체 신규 설치의 약 41.5%를 차지했습니다. 쿠팡에서 이탈한 중장년층이 네이버로 대거 흘러간 것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진 틈을 파고들어 오프라인 매장 기반 신선식품 배송으로 공략한 결과, 올해 1월 SSG닷컴의 신선식품 매출은 전달보다 19% 늘었습니다. 유료 멤버십 활동 회원 수도 1년 전보다 26% 증가했습니다. 11번가는 익일 배송 서비스 이용이 같은 기간 229%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의 배송망 장악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올해 상반기 실적 회복을 위해 로켓배송 투자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되찾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오랫동안 혼자 달려왔던 독주 체제에 진짜 균열이 시작된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쏠립니다.
2026-03-15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