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번 가려다 그냥 일본 간다”… 여행객들이 먼저 바꾸기 시작한 여름 공식
토요일 밤. 여행 예약 앱 화면이 쉴 새 없이 바뀝니다. 제주 항공권을 눌렀다가 닫습니다. 그리고 후쿠오카 숙소 가격을 다시 봅니다. 렌터카 비용을 확인하다가 부산 호텔 할인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예전 같으면 고민이 길지 않았습니다. 여름휴가 시즌이면 제주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릅니다. 예전엔 바다 사진부터 봤던 게, 지금은 항공권 가격부터 눌러봅니다. 휴가는 가지만, 계산이 길어졌습니다. 23일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 그룹이 공개한 ‘언팩 ’26 여름 에디션’은 이런 변화를 꽤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행객의 56%는 지난해보다 국내 여행 관심이 더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휴가 관련 소셜미디어 언급량도 전 세계 기준 77% 증가했습니다. 여행 수요는 살아났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휴가 한 번 크게”보다 “짧고 덜 힘든 이동”… 바뀐 여행 소비 공식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건 여행의 ‘경량화’입니다. 길게 한 번 떠나는 휴가보다, 가까운 거리 안에서 짧게 움직이며 여러 경험을 묶는 방식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호텔스닷컴은 올여름 핵심 흐름으로 ‘호텔 호핑(Hotel Hopping)’과 ‘로드트립(Road Trip)’, 출장과 휴가를 결합한 ‘블레저(Bleisure) 여행’을 제시했습니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여행 동선을 짧게 끊어 여러 공간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 도심 호텔에 머문 뒤, 해변 호텔로 이동해 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이동하며 숙소를 바꿔 머무는 드라이브형 여행도 대표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출장 일정 뒤 하루를 더 붙여 근교에서 쉬는 ‘블레저(Bleisure)’ 여행 역시 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길게 한 번 떠나는 방식보다 이동 부담을 줄이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숙소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숙소 자체를 여행 경험처럼 소비합니다. 이동 시간을 줄이고, 동선을 압축하고, 짧은 일정 안에서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검색량 변화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부산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고, 서울과 강원은 각각 5% 상승했습니다. 부산은 공연과 해변, 호텔 체류를 결합한 도시형 휴양지로 떠올랐고, 강원은 드라이브와 자연 체류 수요가 반영됐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휴가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이동 과정에서 얼마나 체력을 덜 쓰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개별 여행 수요 확대 흐름과도 맞물린 변화”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같은 2박 3일이어도 이동 시간이 짧고 동선이 단순한 여행지가 먼저 선택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주, 부산만 경쟁지가 아니다… 일본 소도시까지 같은 화면에 떴다 여름 시장에서는 일본 지방도시 상승세도 유독 강했습니다. 히로시마 검색량은 150% 증가했고, 시즈오카현은 90%, 다카마쓰는 70%, 아오모리현은 65% 상승했습니다. 후쿠오카와 나라, 교토는 숙박 부담까지 낮아진 지역으로 분석됐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예전에는 “국내냐 해외냐”를 먼저 고민했다면, 지금은 “제주 2박이냐 후쿠오카 3박이냐”를 같은 예산 안에서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짧게 다녀오기엔 일본이 더 편하다”, “국내보다 일정 계산이 명확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 관광지끼리 경쟁하던 시장이 아니라, 근거리 해외와 시간 효율 전체를 놓고 경쟁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관광업계에서는 최근 제주 관광이 예전보다 훨씬 직접적인 가격 비교 시장에 들어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객들은 이제 풍경보다 이동 과정과 총비용을 먼저 계산한다”면서 “예전에는 제주가 사실상 독립된 휴양 목적지처럼 소비됐다면, 지금은 일본 소도시와 같은 화면 안에서 비교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에는 가장 아픈 변화… 하늘길은 여전히 관광의 ‘입구’ 이같은 변화는 제주에 특히 민감하게 닿습니다. 제주는 국내 관광지 가운데 이동 조건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입니다. 사실상 항공 이동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도 비행기값과 좌석 요금입니다. 숙소보다 항공권을 먼저 검색하고, 이동 시간을 먼저 계산합니다. 문제는 최근 제주행 이동 부담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는 점입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이후 제주 노선에서는 대형기 비중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슬롯인데 실제 좌석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공항엔 사람이 넘치는데 원하는 시간대, 가능한 표는 더 빨리 사라집니다. 성수기 항공권 가격과 렌터카 비용, 숙박 부담까지 겹치면서 제주 여행은 이제 ‘가고 싶은 곳’ 이전에 ‘감당 가능한 일정인가’부터 따져야 할 여행지가 됐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제주 관광업계 안에서도 위기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관광협회와 업계 단체들은 최근 제주 노선 좌석 확대와 안정적 공급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성수기 항공 접근성이 제주 관광 수요 전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다만 업계 안에서도 지금 상황을 단순히 좌석 문제만으로 보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좌석 공급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여행객들이 이동 과정 전체를 다시 뜯어보고 재계산하는 시기를 맞았다”라며 “예전처럼 제주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예약을 자신할 단계는 한참 지났다. 달라진 시장 흐름에 맞는 유치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제주 관광 흐름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됩니다. 입도객 수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체류 소비는 예전만 못하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은 들어오는데 머무는 시간은 짧아지고 소비는 압축되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많이 오는 것과 오래 머무는 것은 이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 안에서는 제주 특유의 체류 경험과 자연환경 경쟁력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제주 관광업계 내에서도 최근 “문의는 늘었는데, 정작 예약 직전 빠지면서 실예약 성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반응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제 직전 다시 비교했고 그 결과 제주 대신 부산으로, 일본으로 방향을 틉니다. 예전처럼 ‘여름이면 제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여행객들이 바꾸기 시작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기준’ ‘언팩 ’26 여름 에디션’은 급변하는 여행 수요 회복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어디가 유명한가’보다 ‘어디가 덜 지치는가’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비행기표는 얼마인지, 이동 과정은 얼마나 복잡한지, 같은 시간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쉬고 돌아올 수 있는지를 동시에 계산합니다. 그 안에서 제주도 완전히 새로운 경쟁무대 위에 올라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여행시장은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경쟁보다, 이동 부담을 얼마나 줄이고 체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제주 역시 접근성과 체류 경험 전체를 함께 설계하고 대안을 서둘러야 할 단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주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국내 관광지만이 아닙니다. 부산과 강원은 물론, 일본 지방도시와 근거리 해외까지 같은 화면 안에서 동시에 비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먼저 보는 건 풍경보다 이동 부담 정도입니다. ‘갈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덜 피곤한지, 이동 과정은 얼마나 복잡한지, 같은 시간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쉬고 돌아올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예전엔 목적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지금은 개개인의 이동 편의와 체류 만족도가 우선 선택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지금, 제주 관광을 흔들고 있습니다.
2026-05-2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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