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 무엇을 성과라 부를 것인가] ① 체류 늘고 돈 더 쓰면 ‘질적 성장’?… 그 돈은 제주에 얼마나 남았나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돈을 쓰면 제주 관광은 그만큼 나아진 걸까. 제주도의회에서 최근 나온 질문은 ‘질적 성장’이었습니다. 제주도가 관광객 수와 사업 건수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며 체류시간과 소비비용, 만족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제주도도 관련 자료를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관광객 수에서 체류와 소비로 시선을 옮기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1인당 지출액이 6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어도 물가가 오른 영향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70만 원도 어디에서 무엇에 썼는지에 따라 제주에 남기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체류기간과 소비액까지 봤다면 그 돈의 행방도 따라가야 합니다. 어디에서 쓰였고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지역 업체의 매출과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제주 밖으로 빠져나간 몫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봐야 관광이 지역에 남긴 결과가 드러납니다. 제주 관광에 ‘숫자’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행정이 한 일과 관광객의 행동, 지역경제에 나타난 변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김지훈의 ‘맥락’은 두 차례에 걸쳐 제주 관광의 성적표를 다시 펼쳐봅니다. ■ ‘질적 성장’ 아래 100%·102%·100% 김봉현 제주도의원은 어제(15일) 제주도의회 제454회 제1차 정례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회의에서 제주도 관광정책의 성과평가 방식을 짚었습니다. 제주도가 제시한 2025년 관광정책 목표는 ‘관광 패턴 변화에 대응한 글로벌 관광도시로서의 질적 성장 도모’입니다. 공식 성과지표를 보면 관광콘텐츠 17개는 목표 달성률 100%, MICE 204건은 102%, 고부가가치 특수목적상품 6건은 100%로 평가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224만 2,000명으로 전년보다 17.7% 늘었습니다. 김 의원은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은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224만 명의 외국인이 와서 제주 관광이 얼마나 질적으로 성장했는지를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관광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얼마나 돈을 쓰고 갔는지, 지역경제에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가 성과보고서에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가 ‘질적 성장’이라면 콘텐츠를 몇 개 만들고 행사를 몇 건 유치했는지를 넘어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 만족도에 나타난 변화까지 보자는 주문입니다. 이에 대해 황경선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방문객 실태조사에서 만족도와 체류시간, 소비비용, 여행행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연계해 질적인 관광객 현황이 드러나도록 성과목표를 잡겠다고 답했습니다. 성과목표를 사업 예산 내용과 연결해 개편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 ‘질’을 볼 숫자는 이미 있다 제주에는 이를 살펴볼 자료가 이미 있습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실시한 2025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 내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은 3.75일, 1인당 소비지출액은 63만 9,285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방문율은 90.1%, 전반적인 만족도는 4.08점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평균 4.79일을 머물렀고 1인당 961.3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재방문율은 11.4%였습니다. 방문관광객 실태조사는 국가승인통계입니다. 제주를 떠나는 만 15세 이상 내·외국인과 크루즈 관광객 약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합니다. 여행 실태와 소비, 여행 평가 등을 조사하고 보고서와 원자료도 공개합니다. 체류와 소비, 만족도를 볼 자료는 이미 쌓이고 있는 셈입니다. 성과보고서에서는 다른 모습입니다. 행정이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업 실적은 잡히지만, 그 사업을 이용한 관광객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까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 224만 명은 ‘양’, 4.79일은 ‘질’? 관광객 수와 사업 건수를 양적 지표로, 체류시간과 소비비용, 만족도를 질적 지표로 나누면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체류기간은 일수로 측정합니다. 소비액은 원이나 달러로 계산하고 재방문율은 %, 만족도는 점수로 나타냅니다. 관광객의 행동과 경험을 들여다보지만 변화는 다시 숫자로 확인합니다. 사업 건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MICE 유치에 예산을 투입했다면 몇 건을 유치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관광상품을 개발했다면 몇 개가 시장에 나왔는지도 봐야 합니다. 성과평가에서 더 중요한 구분은 ‘양과 질’보다 무엇을 했고 그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있습니다. MICE 204건은 행정이 한 일을 보여줍니다. 204건의 행사에 누가 왔고 얼마나 머물렀으며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는 그 사업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둘을 이어서 봐야 합니다. ■ MICE 204건, 그다음 숫자는? MICE 204건 뒤에는 참가자가 있습니다. 제주 밖에서 몇 명이 왔는지, 몇 박을 머물렀는지, 숙박과 음식·교통·쇼핑 등에 얼마를 썼는지를 붙여볼 수 있습니다. 소비가 행사장과 숙박시설에 집중됐는지, 음식점과 상점, 관광지까지 이어졌는지도 지역에 돌아간 효과를 가르는 요소입니다.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도 개발 실적에서 끝낼 이유는 없습니다. 판매량과 이용객, 참여한 지역 업체를 확인하고 상품 이용객의 체류와 소비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관광콘텐츠 17개도 실제 이용객과 주변 상권으로 이어진 발길을 볼 수 있습니다. 17개와 204건, 6건은 필요한 지표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 성과표에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 관광객이 더 썼다면 제주에 더 남았을까 관광객의 지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숙박료와 음식값이 올랐다면 이용한 상품과 서비스가 같아도 지출액은 커집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환율의 영향도 받습니다. 체류기간에는 항공편과 좌석 공급, 항공운임, 여행 일정과 국내외 경기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제주 전체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이 늘었다고 특정 관광정책의 효과로 잡기는 어렵습니다. MICE 사업을 평가하는 데 제주 전체 관광객의 평균 소비액을 그대로 적용해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전체 관광시장 평균과 특정 사업 참가자의 행동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MICE라면 참가자를, 관광상품이라면 이용객을, 관광콘텐츠라면 실제 방문객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204건의 행사와 체류일수, 6개의 상품과 소비액 사이에 실제 연결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얼마나 썼나’... 다음은 ‘어디에 남았나’ 체류와 소비까지 확인해도 지역경제의 성적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광객이 지불한 숙박비와 음식값, 렌터카 비용, 쇼핑비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제주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 업체의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돈이 있고 원재료 구입이나 각종 수수료 등을 거쳐 제주 밖으로 이동하는 몫도 생길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소비했는지’도 봐야 합니다. 관광 소비가 일부 지역과 사업장에 집중되는지, 읍·면과 골목상권까지 퍼지는지에 따라 같은 총소비액이 지역에 미치는 모습은 달라집니다. 관광객 한 명의 평균 지출액에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관광객 수에서 체류와 소비로 평가 범위를 넓혔다면 이제 소비의 행방까지 볼 차례입니다. 어느 지역과 업종에서 쓰였고, 지역 업체에 얼마나 돌아갔으며, 매출 증가가 고용과 소득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입니다. 관광의 ‘질’을 관광객 한 사람의 여행 경험에서 관광이 제주라는 지역에 남긴 결과까지 넓혀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몇 명’에서 ‘얼마’, 다시 ‘어디로’ 도의회가 제기한 ‘양적 성과에서 질적 성과로’라는 문제의식은 평가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제주도도 체류시간과 소비비용, 만족도 등을 성과목표와 연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성과표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를 몇 개 더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숫자와 숫자 사이를 잇는 일입니다. 어떤 사업으로 누가 왔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디에서 돈을 썼고 누구에게 돌아갔는지까지 이어져야 정책이 제주에 남긴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 수와 사업 건수에서 체류기간과 소비액으로 평가 범위를 넓히고, 다시 그 소비가 지역과 업종, 매출과 고용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까지 따라가야 합니다. ‘몇 명이 왔나’에서 ‘얼마나 썼나’로 넘어온 제주 관광의 질문은 이제 ‘어디에 얼마나 남았나’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관광콘텐츠 17개와 MICE 204건,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 들여다봅니다.
2026-09-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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