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호 개인전 ‘Park in a(the) Sea’
5월 1일까지 제주시 ‘새탕라움’
‘자신을 인어라고 믿는 한 사람의 서툰 고백이자, 바다 밑 시간, 육지에서 속도의 조절에 대한 질문’이라는 소개에 이끌려 찾은 전시입니다.
세세한 공간 구성은 차치하고, 애초 뭍의 기억과 물의 기억이 혼재됐다곤 하나 작가의 의식은 명징합니다.
태생을 물 또는 바다로 짐작하는 작가이니만큼. 자신의 모든 작업이 거기에 이어지고 그에 집착되기에 뭍에서의 시간을 ‘떠밀려 왔다’ 규정하며 ‘물의 시간’에 대한 갈망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1~2층 전시 공간 구성
전체 동선은 2층으로 올라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서며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1층 사이 계단, 반쯤 비스듬히 가려진 푸른 비닐 앞에서 멈칫. ‘혹시 바다’ 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잠시 숨을 가다듬게 만드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세상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제숨소리만 들려도 잡음만 같아 물에 섞이고 싶을만치, 그리움이 극에 달한 ‘뭍에 오른 인어’의 갈증은 온전한 본능 그 자체로 공간에 퍼지며 오감을 자극합니다.
‘인어’의 시점으로 현실 투사
“나는 어쩌면 인어였는가”라며 “그래서 뭍에서 삶이 그렇게 숨이 막히고 숨이 찼는가”라고 질문에 답을 끌어내는 작가.
그렇게 뭍에 사는, 물의 시간을 기억하는 처절히 그리워하는 이는 ‘인어’가 되어 인어의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고 안녕을 묻습니다.
이를 포용할 바다, 자연은 그때와 같을까.
떠나온 삶의 모태는 오염되고 찌들고 병들어 있습니다. 검은 물, 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을 쏟아내며 늘어선 소라껍질의 행렬이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버려진 봉분마냥 방치된 성게 등 각종 패각의 부스러기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존재하나, 존재하기 힘든…
계단 아래 화장실, 변기 옆 수조는 인어의 휴식처로 표현됩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반영한 메타포(은유)로서 장치이거나,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그런데 존재하기 힘든 인어에 대한 작가 고유의 접근법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다양하고 방대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싶을 때, 영상 전시 ‘속도의 무게’가 잠시 쉬어감을 권합니다.
기울어진 프레임, 한시도 같지 않은 파도를 배경으로 오가는 온갖 속도의 사물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새삼스레 투사해보는 경험은 사사로운 일상이 ‘그렇듯 하다’며 제법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어쩌면, 현실이 되어선 안될 현실
마무리 당부. '이제 대문을 열고 육지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기꺼이 노력한다면 가까이에 있는 푸른 바다 정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는 인사를 뒤로 하고 문을 나서면, '어쩌면 내일이 될 정원' 전시가 재차 경고를 잊지 않습니다.
각종 이름표가 붙은 플라스틱 PVC, 생활쓰레기들이 모여 생성된 ‘바다 정원’. 상상이라도 ‘이게 미래여서야…’ 모습조차 보지 못한 인어의 안녕을 기원하며 대문을 닫고 나오게 됩니다.
17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5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새탕라움 소셜 계정을 통해 사전 예약 후에 방문하면 됩니다. 무료 관람입니다.
박시호 작가는 서울여대 시각디자인 전공(2005)후 성북 연극 페스티벌(2015)을 시작으로 연극 ‘노동가’ 출연(2021)까지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 등에 참여했고 ‘The Pace and.’로 서울 국제 명상 페스티벌 입선(2021) 등을 비롯해 다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습니다. 제주 전시에 이어 5월 개인전 ‘The Full story of Jonas’를 대전에서 열 예정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월 1일까지 제주시 ‘새탕라움’
‘자신을 인어라고 믿는 한 사람의 서툰 고백이자, 바다 밑 시간, 육지에서 속도의 조절에 대한 질문’이라는 소개에 이끌려 찾은 전시입니다.
세세한 공간 구성은 차치하고, 애초 뭍의 기억과 물의 기억이 혼재됐다곤 하나 작가의 의식은 명징합니다.
태생을 물 또는 바다로 짐작하는 작가이니만큼. 자신의 모든 작업이 거기에 이어지고 그에 집착되기에 뭍에서의 시간을 ‘떠밀려 왔다’ 규정하며 ‘물의 시간’에 대한 갈망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1~2층 전시 공간 구성
전체 동선은 2층으로 올라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서며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1층 사이 계단, 반쯤 비스듬히 가려진 푸른 비닐 앞에서 멈칫. ‘혹시 바다’ 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잠시 숨을 가다듬게 만드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세상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제숨소리만 들려도 잡음만 같아 물에 섞이고 싶을만치, 그리움이 극에 달한 ‘뭍에 오른 인어’의 갈증은 온전한 본능 그 자체로 공간에 퍼지며 오감을 자극합니다.
‘인어’의 시점으로 현실 투사
“나는 어쩌면 인어였는가”라며 “그래서 뭍에서 삶이 그렇게 숨이 막히고 숨이 찼는가”라고 질문에 답을 끌어내는 작가.
그렇게 뭍에 사는, 물의 시간을 기억하는 처절히 그리워하는 이는 ‘인어’가 되어 인어의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고 안녕을 묻습니다.
이를 포용할 바다, 자연은 그때와 같을까.
떠나온 삶의 모태는 오염되고 찌들고 병들어 있습니다. 검은 물, 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을 쏟아내며 늘어선 소라껍질의 행렬이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버려진 봉분마냥 방치된 성게 등 각종 패각의 부스러기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존재하나, 존재하기 힘든…
계단 아래 화장실, 변기 옆 수조는 인어의 휴식처로 표현됩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반영한 메타포(은유)로서 장치이거나,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그런데 존재하기 힘든 인어에 대한 작가 고유의 접근법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다양하고 방대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싶을 때, 영상 전시 ‘속도의 무게’가 잠시 쉬어감을 권합니다.
기울어진 프레임, 한시도 같지 않은 파도를 배경으로 오가는 온갖 속도의 사물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새삼스레 투사해보는 경험은 사사로운 일상이 ‘그렇듯 하다’며 제법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어쩌면, 현실이 되어선 안될 현실
마무리 당부. '이제 대문을 열고 육지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기꺼이 노력한다면 가까이에 있는 푸른 바다 정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는 인사를 뒤로 하고 문을 나서면, '어쩌면 내일이 될 정원' 전시가 재차 경고를 잊지 않습니다.
각종 이름표가 붙은 플라스틱 PVC, 생활쓰레기들이 모여 생성된 ‘바다 정원’. 상상이라도 ‘이게 미래여서야…’ 모습조차 보지 못한 인어의 안녕을 기원하며 대문을 닫고 나오게 됩니다.
17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5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새탕라움 소셜 계정을 통해 사전 예약 후에 방문하면 됩니다. 무료 관람입니다.
박시호 작가는 서울여대 시각디자인 전공(2005)후 성북 연극 페스티벌(2015)을 시작으로 연극 ‘노동가’ 출연(2021)까지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 등에 참여했고 ‘The Pace and.’로 서울 국제 명상 페스티벌 입선(2021) 등을 비롯해 다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습니다. 제주 전시에 이어 5월 개인전 ‘The Full story of Jonas’를 대전에서 열 예정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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