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12년 만에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외교 회담에는 세 가지가 없었습니다.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고, 우리 측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본군 '위안부' 피해보상 청구권을 잃었고, 양측의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제 수탈의 역사가 서려 있고 전범국 일본이 패망의 길을 걸었던 역사가 스며있는 유적지 '알뜨르비행장'을 가칭 '제주평화대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제의 자살특공대였던 '가미가제'가 훈련을 받았던 곳으로도 알려진 알뜨르비행장은 중일전쟁 당시 남경을 공격하기 위해 출격했던 전투기들의 중간 급유지로 활용됐던 유적지입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강제노역과 토지 수탈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적지를 평화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 국회의 해당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것인데요.
아직 밑그림만 나온 단계이지만 이 평화대공원의 중추가 될 알뜨르비행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알뜨르비행장, 들어보긴 했는데...
알뜨르비행장의 이름 '알뜨르'는 아래라는 뜻의 제주어 '알'와 넓은 들판을 뜻하는 '뜨르'를 합쳐진 말입니다.
즉, 아래쪽 들판에 있는 비행장이라는 뜻이지요.
이 알뜨르비행장은 그 명칭의 연원처럼 제주 섬의 남서쪽,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사지와 오름이 많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평지를 보기 힘든 제주에서 비행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드물게 너른 평지로 된 공간입니다.
일제시기 지어진 비행장은 넓이 약 184만㎡로, 현재 제주시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의 절반 정도 규모입니다.
비행장 부지 내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의 격납고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렇게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제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격납고는 일본군의 자살공격에 투입되는 '제로센' 전투기를 숨기기 위해 조성한 시설로, 현재 19기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이 격납고가 인근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말리거나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되곤 합니다.
이외에도 지휘소나 통신시설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약 30m, 너비 약 20m의 장방형 구조의 지하벙커와 관제탑 기능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재 구조물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석재 구조물에 있는 아슬아슬한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 비행장을 살피면 활주로가 있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제주의 대표적인 절경 중 하나인 송악산이 자리하고 있고, 멀리 산방산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주민 땅 수탈하고 강제노역까지...中 난징 폭격 위한 징검다리 역할도
알뜨르비행장은 일제의 군국주의에 따른 군사력 팽창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6년 최초 구축계획이 수립됐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1차 공사는 1931년부터 5년간 이뤄졌고 이를 통해 약 60만㎡ 규모의 비행장이 건립됐습니다.
이후 1937년 중일전쟁의 발발로 알뜨르비행장의 군사적 중요성이 커지자 2년에 걸쳐 2차 확장 공사를 추진해 130만㎡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미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진지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수준까지 크기를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토지가 강제로 수탈되는가 하면, 주민들이 시설을 짓는데 강제로 동원되는 노역을 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 알뜨르비행장은 1937년 일제에 의해 자행된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 본토에 있는 오무라항공대에서 출발한 전투기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 일본 본토에서 중국 본토까지 한 번에 갔다가 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주에 있는 알뜨르비행장에서 급유와 정비를 하는 식으로 활용됐습니다.
제주도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기지 역할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이에 지금 일부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난징대학살 당시 희생된 사람을 기리는 추모제를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인 12월 13일마다 열고 있습니다.
한편, 이곳에선 해방 이후에도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습니다.
1950년 7월과 8월에 이곳에서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명의 민간인이 집단 총살된 것입니다.
이후 1980년대 말에는 정부가 이곳을 공군기지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똘똘 뭉쳐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제시기 주민들이 빼앗겼던 이 땅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국방부 소유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 제주평화대공원 밑그림, 어떤 모습일까?
제주평화대공원 추진 계획은 이러한 역사성을 지닌 알뜨르비행장으로 평화의 상징이자 역사의 교육장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는 알뜨르비행장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 있는 유적을 정비해 현재 남아 있는 전투기 격납고 등은 문화재로 보존하고 평화전시관과 광장을 세우는 식으로 청사진이 그려진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약 5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알뜨르비행장를 비롯해 일제동굴진지와 고사포진지가 있는 인근 섯알오름과 셋알오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역시 해안가 동굴진지가 남아 있는 송악산 일대 등 세 구역을 묶는 큰 그림입니다.
특히, 격납고를 중심으로 탐방로와 전시관, 광장 등 주요시설을 배치하는 한편, 탐방객의 발길이 송악산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서 관광소득 증대까지 꾀한다는 복안입니다.
다만, 기존 주민들이 농경지로 사용해온 곳은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원 조성이 추진됩니다.
사실 제주평화대공원 계획은 지난 2005년,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 구상됐습니다.
제주평화대공원의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은 이미 지난 2008년에 완료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소극적 태도, 중앙 부처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장기간 계획이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21년부터 다시 사업 추진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을 위해선 관련 법안들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주자치도가 현재 국방부 소유인 알뜨르비행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관련 두 법안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지난 15일 좀처럼 진전을 보기 어려웠던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입니다.
제주평화대공원이 계획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입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알뜨르비행장에 남아 있는 전투기 격납고.
최근 12년 만에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외교 회담에는 세 가지가 없었습니다.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고, 우리 측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본군 '위안부' 피해보상 청구권을 잃었고, 양측의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제 수탈의 역사가 서려 있고 전범국 일본이 패망의 길을 걸었던 역사가 스며있는 유적지 '알뜨르비행장'을 가칭 '제주평화대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제의 자살특공대였던 '가미가제'가 훈련을 받았던 곳으로도 알려진 알뜨르비행장은 중일전쟁 당시 남경을 공격하기 위해 출격했던 전투기들의 중간 급유지로 활용됐던 유적지입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강제노역과 토지 수탈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적지를 평화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 국회의 해당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것인데요.
아직 밑그림만 나온 단계이지만 이 평화대공원의 중추가 될 알뜨르비행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알뜨르비행장
■ 알뜨르비행장, 들어보긴 했는데...
알뜨르비행장의 이름 '알뜨르'는 아래라는 뜻의 제주어 '알'와 넓은 들판을 뜻하는 '뜨르'를 합쳐진 말입니다.
즉, 아래쪽 들판에 있는 비행장이라는 뜻이지요.
이 알뜨르비행장은 그 명칭의 연원처럼 제주 섬의 남서쪽,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사지와 오름이 많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평지를 보기 힘든 제주에서 비행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드물게 너른 평지로 된 공간입니다.
일제시기 지어진 비행장은 넓이 약 184만㎡로, 현재 제주시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의 절반 정도 규모입니다.
비행장 부지 내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의 격납고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렇게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제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격납고는 일본군의 자살공격에 투입되는 '제로센' 전투기를 숨기기 위해 조성한 시설로, 현재 19기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이 격납고가 인근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말리거나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되곤 합니다.
이외에도 지휘소나 통신시설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약 30m, 너비 약 20m의 장방형 구조의 지하벙커와 관제탑 기능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재 구조물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석재 구조물에 있는 아슬아슬한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 비행장을 살피면 활주로가 있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제주의 대표적인 절경 중 하나인 송악산이 자리하고 있고, 멀리 산방산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알뜨르비행장
■ 주민 땅 수탈하고 강제노역까지...中 난징 폭격 위한 징검다리 역할도
알뜨르비행장은 일제의 군국주의에 따른 군사력 팽창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6년 최초 구축계획이 수립됐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1차 공사는 1931년부터 5년간 이뤄졌고 이를 통해 약 60만㎡ 규모의 비행장이 건립됐습니다.
이후 1937년 중일전쟁의 발발로 알뜨르비행장의 군사적 중요성이 커지자 2년에 걸쳐 2차 확장 공사를 추진해 130만㎡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미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진지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수준까지 크기를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토지가 강제로 수탈되는가 하면, 주민들이 시설을 짓는데 강제로 동원되는 노역을 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내에 조성된 전투기 조형물.
특히, 알뜨르비행장은 1937년 일제에 의해 자행된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 본토에 있는 오무라항공대에서 출발한 전투기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 일본 본토에서 중국 본토까지 한 번에 갔다가 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주에 있는 알뜨르비행장에서 급유와 정비를 하는 식으로 활용됐습니다.
제주도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기지 역할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이에 지금 일부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난징대학살 당시 희생된 사람을 기리는 추모제를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인 12월 13일마다 열고 있습니다.
1950년 7~8월 우리나라 군대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섯알오름 학살터.
한편, 이곳에선 해방 이후에도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습니다.
1950년 7월과 8월에 이곳에서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명의 민간인이 집단 총살된 것입니다.
이후 1980년대 말에는 정부가 이곳을 공군기지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똘똘 뭉쳐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제시기 주민들이 빼앗겼던 이 땅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국방부 소유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알뜨르비행장
■ 제주평화대공원 밑그림, 어떤 모습일까?
제주평화대공원 추진 계획은 이러한 역사성을 지닌 알뜨르비행장으로 평화의 상징이자 역사의 교육장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는 알뜨르비행장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 있는 유적을 정비해 현재 남아 있는 전투기 격납고 등은 문화재로 보존하고 평화전시관과 광장을 세우는 식으로 청사진이 그려진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약 5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알뜨르비행장를 비롯해 일제동굴진지와 고사포진지가 있는 인근 섯알오름과 셋알오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역시 해안가 동굴진지가 남아 있는 송악산 일대 등 세 구역을 묶는 큰 그림입니다.
특히, 격납고를 중심으로 탐방로와 전시관, 광장 등 주요시설을 배치하는 한편, 탐방객의 발길이 송악산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서 관광소득 증대까지 꾀한다는 복안입니다.
다만, 기존 주민들이 농경지로 사용해온 곳은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원 조성이 추진됩니다.
알뜨르비행장
사실 제주평화대공원 계획은 지난 2005년,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 구상됐습니다.
제주평화대공원의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은 이미 지난 2008년에 완료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소극적 태도, 중앙 부처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장기간 계획이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21년부터 다시 사업 추진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을 위해선 관련 법안들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주자치도가 현재 국방부 소유인 알뜨르비행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관련 두 법안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지난 15일 좀처럼 진전을 보기 어려웠던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입니다.
제주평화대공원이 계획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입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셋알오름 고사포진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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