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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Zoom] 불판 위 흑돼지, 천연기념물이다?
2023-06-18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제주축산진흥원 제공)

제주도 대표 음식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흑돼지 구이일 것입니다.

제주지역 돼지고깃집 메뉴판 최상단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제주산 흑돼지'는 그 명성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아 주문을 주저하게 하기도 합니다.


일반 대중들에겐 '똥돼지'로도 알려진 이 흑돼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특별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어떤 분들껜 흑돼지를 산업적 측면에서 소비의 수단으로만 조명하는 이번 편이 충분히 불편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제주흑돼지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진행됐던 노력들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제주축산진흥원 제공)

■ '멸종'될 뻔했던 제주흑돼지


공룡도 아니고 흑돼지가 무슨 멸종 위기에 처하냐 싶기도 하지만, 제주흑돼지는 한때 멸종을 우려했을 만큼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양돈산업의 산업화와 규모화가 이뤄지기 전 촌에선 집집마다 통시(화장실)에서 흑돼지를 키우던 시절이라 토종 흑돼지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남아 있지 않지만, 화장실 현대화 등으로 점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양돈산업이 발달하면서 다른 외국산 품종에 비해 체중이 왜소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제주흑돼지를 굳이 사육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1984년 제주에서 전국소년체전이 열리게 되면서 화장실 개량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 화장실을 주거공간으로 삼았던 돼지들은 더욱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떠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행정이 나서서 제주 토종 흑돼지 암퇘지 4마리와 수퇘지 1마리를 사들여 종 보존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행정에서 구매한 돼지가 화장실 현대화로 천덕꾸러기 신세에 몰린 돼지들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후 5마리를 시작으로 순수계통 번식에 의한 종 보존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고, 현재는 300마리 내외까지 숫자를 불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받는 제주흑돼지는 암퇘지 186마리, 수퇘지 139마리 등 325마리입니다.

참고로 같은 시기 제주지역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52만 9천 마리였습니다.

김경호 제주축산진흥원 축산진흥과장은 "양돈농가 입장에서 경제성이 없는 토종 제주흑돼지는 키우지 않는다. 행정에서 종자 보존을 위해 특별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주 토종 흑돼지는 멸종했을 것"이라며, "현재는 250~270마리 정도 적정 두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종 보존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지난 2015년 3월엔 제주흑돼지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제주축산진흥원 제공)

■ '천연기념물'이었던 흑돼지 먹을 확률 '0.0093%?'

우리가 식당에서 접할 수 있는 제주 흑돼지는 천연기념물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다'입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관리 규정을 살펴보면,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는 제주흑돼지는 제주축산진흥원 내 돈사(보호구역)에서 관리되는 개체에 한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천연기념물 심사에서 탈락하는 등의 이유로 이 돈사에서 퇴출되면 천연기념물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더욱이 천연기념물을 섭취하는 행위 등으로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다만, 어제까지 천연기념물'이었던' 흑돼지를 먹을 확률이 없진 않습니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관리를 받다가 도축된 돼지는 90마리였습니다.

작년 한 해 제주도에서 도축된 전체 돼지가 85만 8천 마리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0.0093%의 돼지가 천연기념물이었던 개체였습니다.

물론, 85만여 마리 전부가 흑돼지는 아니기 때문에 흑돼지로 종류를 한정할 경우 0.0093%보다 더 높은 확률이 되겠습니다.

한편,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만나는 제주흑돼지는 사실 거의 대부분이 토종 제주흑돼지와 외래종 백돼지를 교배해 만들어진 종이라고 합니다.

일반 양돈농가에선 토종 제주흑돼지를 키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1년을 키워도 다른 품종 돼지의 절반 수준이 60~70kg 정도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토종 제주흑돼지는 다른 종과 비교해 육질이 쫀득하고 기름이 많기 때문에 다른 종과 교배해 장점을 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양돈농가에선 이를 위해 제주흑돼지를 관리하는 제주축산진흥원으로부터 흑돼지를 분양받기도 합니다. 지난해엔 이렇게 농가로 분양된 돼지가 80마리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제주대학교 류연철 교수의 '제주흑돼지 특이성 발굴'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흑돼지는 육색이 짙고 마블링 지수가 높아 외관육질이 우수하다고 합니다. 또 다가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건강기능성 측면에서도 좋다고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표준체형(제주축산진흥원 제공)

■ 귀는 '쫑끗', 엉덩이는 '빈약'해야...천연기념물의 '자격'

천연기념물은 순수계통 번식을 하기 때문에 유전적 특성이 유지됩니다.

제주흑돼지의 경우에도 '표준체험'과 '특성'이 존재합니다.

이 기준을 대부분 충족해야 천연기념물이라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데요.

우선 체형이 작고 장방형(長方形)이어야 하고, 걸음걸이(이행)이 좋아야 합니다.

배는 처지고 옆구리에 주름이 있어야 합니다.

귀 모양은 아래로 쳐지지 않고 곧게 서야 하고, 코는 길고, 턱은 바르고 곧게 뻗어야 합니다.

엉덩이는 협소하고 빈약해야 합니다.

체모의 굵기까지 규정돼 있는데, 성축 기준으로 최소 0.2mm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성격에 대한 부분도 있는데 성질이 온순하면서도 활기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 모든 걸 만족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없는 결격사유도 존재합니다.

몸에 검은색 털이 아닌 다른 색 털이 있는 개체, 귀가 늘어진 개체, 코끝이 검은색이 아닌 개체는 아무리 형질이 좋아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지정 심사는 제주자치도 종축개량공급위원회 재래가축분과위원회에서 수시로 이뤄집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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