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주를 시작으로 올해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간밤에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는 점차 내륙으로 확대돼 남부와 중부지방을 적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주의 경우 올해 장마는 예년에 비해 늦은 '지각 장마'입니다.
평년(6월 19일)보다 6일가량 늦게 장마가 시작됐는데요.
엘리뇨 현상 등 세계적 이상 기후로 올 여름철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장마엔 특히 비 피해가 없도록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하겠습니다.
제주의 장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 장마 단 일주일? 역대급 장마 기록들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린 해는 1985년이었습니다.
28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장마기간(강수일수 19.5일) 동안 1,119mm의 빗줄기가 쏟아진 것인데요.
역대 두 번째로 큰 비가 내렸던 1987년(680.3mm)과 비교해도 거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습니다.
가장 장마 기간 짧았던 해는 1973년이었습니다. 이 해에는 6월 25일 장마가 시작돼 7월 1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장마가 진행됐습니다.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당시 장마철 동안 강수량도 30.9mm를 기록해 역대 가장 마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린 장마는 지난 2004년으로 18일(6월 24일~7월 11일) 동안 99.4mm의 강우량을 기록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는 48일이라는 가장 긴 장마 기간(6월 10일~7월 28일) 동안 591.8mm(역대 7위)의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150.1mm, 207.6mm의 비가 내려 역대급 마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한편,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평균 장마일은 32.4일로, 6월 19일에 시작돼 7월 20일에 끝났습니다.
장마 기간 중 평균 강수일수는 17.5일이었고,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은 348.7mm였습니다.
■ 흐릿해지는 장마, 이젠 예보 아닌 사후 분석
장마의 기후 특성이 흐릿해지면서 장마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비롯한 경험적 지식을 활용하기 어려워진 것인데요.
이는 기존에 통용됐던 '호우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장마의 개념과 실제 장마철 기상 상황 사이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상청에선 지난 2009년부터 장마와 관련한 별도의 예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후 기상 분석을 통해 장마철의 시점과 종점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장마철을 기후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실제 평년 장마철과 장마 후 강수량을 분석해 본 결과, 장마철 강수량이 348.7mm(여름철 강우량의 48.3%), 장마 후 강수량 313.8mm(43.5%)로 장마철과 장마 후의 강수량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 피해와 관련해선 태풍에 따른 집중호우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장마 특성 자체가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며, "지난 2018년과 2016년처럼 폭염이 너무 강한 해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해는 비만 계속 오는 해도 있었다. 기압계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장마철 날씨가 어떻다고 일반화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고사리장마', '오월장마', '가을장마'
제주의 장마는 연중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상청에서 칭하는 공식적인 장마외에도 제주도민들이 실생활에서 장마라고 칭하는 우기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사리장마'가 있습니다.
고사리장마는 '봄장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고사리를 주로 채취하는 4월과 5월 사이에 제주도 부근에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발달하면서 지속적으로 비를 뿌리는 기간입니다.
이 시기 고사리 같은 풀들이 훌쩍 자라서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한, 제주의 공식 장마는 대체로 6월 하순에 시작합니다.
이를 '여름장마'라고 하기도 하고, 음력 5월에 오는 장마라고 해서 '오월장마'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8월 말에서 9월 초 중국 지방으로 올라갔던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짧게 비가 내리는 기간을 '가을장마'라고 하기도 한다는데, 이 용어는 널리 통용되진 않는 듯합니다.
이외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지나가는 장마를 '마(아래 아)른장마'라고 부릅니다.
■ '마가둠' 틀리면 '마가지'가 망한다
제주에선 장마와 관련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가둠'과 마가지'가 그것인데요.
마가둠은 장마 그침이라는 의미이고, 마가지는 장마가 그치고 나서 곡식 조(粟) 농사를 짓는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실생활에서 거의 쓸 일이 없긴 하지만, 농사 작황이 중요했던 과거엔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마가둠'은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별로 이 '마가둠' 시기를 제대로 가늠하는 노하우가 전승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습도 높은 장마, 수백 명 사망 콜레라 확산 범인?
1946년 해방 정국, 제주에 콜레라 전염병이 돌아 최소 수백 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콜레라 확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장마에 의한 높은 습도가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1946년 8월 한 달간 433.1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역대 9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특히, 그 해 8월 20일 하루에만 223.1mm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는 제주 8월 일(日) 강수량 역대 7위에 랭크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습도가 상승해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1946년 8월 29일자로 작성된 당시 미군정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콜레라로 인해 제주지역에서 사망한 사람이 369명에 이르렀고, 신규 환자도 424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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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시작으로 올해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간밤에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는 점차 내륙으로 확대돼 남부와 중부지방을 적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주의 경우 올해 장마는 예년에 비해 늦은 '지각 장마'입니다.
평년(6월 19일)보다 6일가량 늦게 장마가 시작됐는데요.
엘리뇨 현상 등 세계적 이상 기후로 올 여름철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장마엔 특히 비 피해가 없도록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하겠습니다.
제주의 장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 장마 단 일주일? 역대급 장마 기록들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린 해는 1985년이었습니다.
28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장마기간(강수일수 19.5일) 동안 1,119mm의 빗줄기가 쏟아진 것인데요.
역대 두 번째로 큰 비가 내렸던 1987년(680.3mm)과 비교해도 거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습니다.
가장 장마 기간 짧았던 해는 1973년이었습니다. 이 해에는 6월 25일 장마가 시작돼 7월 1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장마가 진행됐습니다.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당시 장마철 동안 강수량도 30.9mm를 기록해 역대 가장 마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린 장마는 지난 2004년으로 18일(6월 24일~7월 11일) 동안 99.4mm의 강우량을 기록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는 48일이라는 가장 긴 장마 기간(6월 10일~7월 28일) 동안 591.8mm(역대 7위)의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150.1mm, 207.6mm의 비가 내려 역대급 마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한편,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평균 장마일은 32.4일로, 6월 19일에 시작돼 7월 20일에 끝났습니다.
장마 기간 중 평균 강수일수는 17.5일이었고,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은 348.7mm였습니다.
■ 흐릿해지는 장마, 이젠 예보 아닌 사후 분석
장마의 기후 특성이 흐릿해지면서 장마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비롯한 경험적 지식을 활용하기 어려워진 것인데요.
이는 기존에 통용됐던 '호우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장마의 개념과 실제 장마철 기상 상황 사이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상청에선 지난 2009년부터 장마와 관련한 별도의 예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후 기상 분석을 통해 장마철의 시점과 종점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장마철을 기후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실제 평년 장마철과 장마 후 강수량을 분석해 본 결과, 장마철 강수량이 348.7mm(여름철 강우량의 48.3%), 장마 후 강수량 313.8mm(43.5%)로 장마철과 장마 후의 강수량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 피해와 관련해선 태풍에 따른 집중호우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장마 특성 자체가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며, "지난 2018년과 2016년처럼 폭염이 너무 강한 해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해는 비만 계속 오는 해도 있었다. 기압계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장마철 날씨가 어떻다고 일반화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고사리장마', '오월장마', '가을장마'
제주의 장마는 연중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상청에서 칭하는 공식적인 장마외에도 제주도민들이 실생활에서 장마라고 칭하는 우기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사리장마'가 있습니다.
고사리장마는 '봄장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고사리를 주로 채취하는 4월과 5월 사이에 제주도 부근에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발달하면서 지속적으로 비를 뿌리는 기간입니다.
이 시기 고사리 같은 풀들이 훌쩍 자라서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한, 제주의 공식 장마는 대체로 6월 하순에 시작합니다.
이를 '여름장마'라고 하기도 하고, 음력 5월에 오는 장마라고 해서 '오월장마'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8월 말에서 9월 초 중국 지방으로 올라갔던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짧게 비가 내리는 기간을 '가을장마'라고 하기도 한다는데, 이 용어는 널리 통용되진 않는 듯합니다.
이외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지나가는 장마를 '마(아래 아)른장마'라고 부릅니다.
■ '마가둠' 틀리면 '마가지'가 망한다
제주에선 장마와 관련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가둠'과 마가지'가 그것인데요.
마가둠은 장마 그침이라는 의미이고, 마가지는 장마가 그치고 나서 곡식 조(粟) 농사를 짓는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실생활에서 거의 쓸 일이 없긴 하지만, 농사 작황이 중요했던 과거엔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마가둠'은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별로 이 '마가둠' 시기를 제대로 가늠하는 노하우가 전승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습도 높은 장마, 수백 명 사망 콜레라 확산 범인?
1946년 해방 정국, 제주에 콜레라 전염병이 돌아 최소 수백 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콜레라 확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장마에 의한 높은 습도가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1946년 8월 한 달간 433.1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역대 9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특히, 그 해 8월 20일 하루에만 223.1mm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는 제주 8월 일(日) 강수량 역대 7위에 랭크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습도가 상승해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1946년 8월 29일자로 작성된 당시 미군정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콜레라로 인해 제주지역에서 사망한 사람이 369명에 이르렀고, 신규 환자도 424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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