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없이 끊는 112 신고 지속
이상히 여긴 아라파출소장 지원 요청
집에 찾아갔지만 사라진 장애인 A씨
집마저 못 들어가 길거리서 음식 찾아
극적 구조돼 보살핌 받으며 점차 회복
치료 받으면서도 삶 향한 의지 내비쳐
“엄마, 나 살고 싶어.”
지난달 5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을 찾던 남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닷새 동안이나 애태워 찾던 이 남성. 지적장애를 가진 40대 남성 A씨입니다.
A씨는 제대로 못 먹어 부쩍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빈혈 수치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습니다.
키가 175㎝인 A씨의 체중은 불과 45㎏. 같은 키 평균 남성보다 30㎏나 적게 나갔습니다.
엄마와 살던 집도 있었는데, A씨는 어쩌다 공항까지 가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게 됐을까.
■ 벼랑 끝 한 장애인의 ‘시그널’ 놓치지 않은 파출소장
살고자 했던 A씨의 안간힘이 경찰에 본격적으로 닿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말쯤부터입니다.
112에 ‘밖에 누가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하거나 아무런 말없이 끊는 경우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이어진 A씨의 112 신고가 369건에 달했습니다.
기록을 살피던 김소연 아라파출소 소장은 부쩍 잦은 A씨의 112 신고를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김 소장은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A씨가 괜찮은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경찰이 지난 2월 29일부터 수차례 A씨가 모친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A씨만 보고 갈게요” “문 좀 열어 주세요” “A씨 어디 갔나요?” 물었지만,
A씨 모친은 경찰, 사회복지시설 직원들과의 대화는 물론 만남도 거부했습니다.
설득 끝에 들어간 A씨의 보금자리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 실종된 A씨.. 굶주린 배 채울 음식 찾아 거리 배회
그런데 A씨는 집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지적장애인인 A씨가 모친의 돌봄을 못 받아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걸로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수색에 나선 경찰은 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A씨를 찾았습니다.
A씨는 음식다운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긴급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영양결핍이 심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A씨는 모친이 집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지난 2월 말부터 집에 못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길거리를 배회해야 했고 음식을 달라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 제주보안관 출동.. “살고 싶어” 희망 붙잡아
경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아라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이 참여하는 제주보안관시스템이 가동됐습니다.
‘제주보안관’들은 A씨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먼저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A씨에 대한 응급치료 동의를 구하려 경찰이 모친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끊긴 부친과 어렵게 접촉했고, A씨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A씨는 모친과 통화하며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360여 차례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도 살고자 하는 A씨의 의지이자 안간힘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병원비와 생필품 구입비도 지원됐습니다. 비교적 빨리 A씨는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제주보안관시스템을 통해 A씨 모친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현규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의사전달이 힘든 장애인의 신고는 민감하게 대응하겠다. 지역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 경제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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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히 여긴 아라파출소장 지원 요청
집에 찾아갔지만 사라진 장애인 A씨
집마저 못 들어가 길거리서 음식 찾아
극적 구조돼 보살핌 받으며 점차 회복
치료 받으면서도 삶 향한 의지 내비쳐
길거리를 배회하던 지적장애인 A씨(왼쪽)가 보호시설에서 안정을 되찾은 모습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엄마, 나 살고 싶어.”
지난달 5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을 찾던 남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닷새 동안이나 애태워 찾던 이 남성. 지적장애를 가진 40대 남성 A씨입니다.
A씨는 제대로 못 먹어 부쩍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빈혈 수치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습니다.
키가 175㎝인 A씨의 체중은 불과 45㎏. 같은 키 평균 남성보다 30㎏나 적게 나갔습니다.
엄마와 살던 집도 있었는데, A씨는 어쩌다 공항까지 가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게 됐을까.
■ 벼랑 끝 한 장애인의 ‘시그널’ 놓치지 않은 파출소장
살고자 했던 A씨의 안간힘이 경찰에 본격적으로 닿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말쯤부터입니다.
112에 ‘밖에 누가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하거나 아무런 말없이 끊는 경우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이어진 A씨의 112 신고가 369건에 달했습니다.
기록을 살피던 김소연 아라파출소 소장은 부쩍 잦은 A씨의 112 신고를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김 소장은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지적장애인 A씨 가정에 방치된 생활 쓰레기
A씨가 괜찮은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경찰이 지난 2월 29일부터 수차례 A씨가 모친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A씨만 보고 갈게요” “문 좀 열어 주세요” “A씨 어디 갔나요?” 물었지만,
A씨 모친은 경찰, 사회복지시설 직원들과의 대화는 물론 만남도 거부했습니다.
설득 끝에 들어간 A씨의 보금자리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 실종된 A씨.. 굶주린 배 채울 음식 찾아 거리 배회
그런데 A씨는 집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지적장애인인 A씨가 모친의 돌봄을 못 받아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걸로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수색에 나선 경찰은 공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A씨를 찾았습니다.
A씨는 음식다운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긴급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영양결핍이 심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A씨는 모친이 집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지난 2월 말부터 집에 못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길거리를 배회해야 했고 음식을 달라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경찰과 관련 보호시설 등 6개 기관이 긴급 사례회의를 열어 A씨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는 모습
■ 제주보안관 출동.. “살고 싶어” 희망 붙잡아
경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아라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이 참여하는 제주보안관시스템이 가동됐습니다.
‘제주보안관’들은 A씨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먼저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A씨에 대한 응급치료 동의를 구하려 경찰이 모친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끊긴 부친과 어렵게 접촉했고, A씨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A씨는 모친과 통화하며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나 살고 싶어.”
360여 차례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도 살고자 하는 A씨의 의지이자 안간힘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병원비와 생필품 구입비도 지원됐습니다. 비교적 빨리 A씨는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제주보안관시스템을 통해 A씨 모친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현규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의사전달이 힘든 장애인의 신고는 민감하게 대응하겠다. 지역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 경제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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