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부동산 침체 속 내수 부진, ‘일자리 혹한기’ 시작되나?
20대 이하 15만 개, 40대 7만 개 일자리 실종.. 집계 이후 감소 폭 ‘최악’
60대 이상만 급증.. “고령화 일자리 구조, 미래 세대는 어디로?”
일자리가 ‘돈줄’이라면, 지금 한국은 최악의 가뭄에 빠진 모습입니다. 지난해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 폭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청년층과 40대의 일자리 감소 폭이 역대 최대를 찍었습니다.

건설·부동산 등 내수 핵심 산업이 위축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혹한기’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8만 8,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만 6,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018년 3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입니다.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20대 이하와 40대의 고용 감소세가 심각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20·40대 일자리 증발.. 세대별 양극화 심화

연령별로 20대 이하(-15만 개)와 40대(-7만 개)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대 감소 폭입니다.

반면 60대 이상(27만 4,000개), 50대(11만 9,000개), 30대(6만 6,000개)의 일자리는 증가했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는 보건·사회복지(11만 4,000개)와 개인 서비스(2만 9,000개) 등에 집중됐습니다.

20대 이하의 일자리 감소는 도소매(-2만 2,000개), 정보통신(-1만 9,000개), 공공행정(-1만 700개) 분야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해당 산업이 경기 둔화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40대의 경우 건설업(-4만 7,000개)과 제조업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 건설·부동산 직격탄.. 고용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13만 8,000개), 운수·창고(3만 1,000개), 사업 임대(3만 개)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었지만 건설업(-4만 7,000개), 부동산(-8,000개), 정보통신(-1,000개) 등에선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건설업과 부동산 업종은 내수 위축과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투자 감소와 프로젝트 축소가 이어지면서 고용 시장의 악영향을 불러왔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분야의 장기적인 침체가 40대 일자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며, “20대 이하의 경우 인구 감소보다 일자리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 고령화 빨라져.. 미래 세대 일자리 위기 신호탄?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세는 더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27만 개 이상 증가하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보건·사회복지 분야와 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활발한 반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산업에서는 채용이 둔화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일자리 구조가 고령화되면서 20대 이하의 고용 기회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도 둔화될 우려가 크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IT, 제조업,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둔화하는 반면, 저임금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일자리 증가율보다 산업별 일자리 질의 변화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현재 한국의 일자리 구조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라면서,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IT,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투자 축소 흐름 속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