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마다 비행기표 ‘품절’… 제주 하늘길 “막힐 수밖에”
“23만 명은 일본으로”.. 줄어든 제주행, 관광 특수 ‘휘청’
삼일절 연휴, 제주를 비운 여행객 23만 명. 그들은 일본을 택했습니다.
올해 삼일절 연휴(3월 1~3일), 국내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3만 명을 웃돌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행 국내선 이용객은 45만 명 상당으로 여전히 많았지만, 지난해보다 12% 이상 줄었습니다. ‘연휴 특수’는 일본이 독차지했고, 제주 관광시장은 한파를 맞았습니다.
해외여행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제주행 하늘길은 좁아지며 도민과 관광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일절 연휴(3월 1~3일) 국내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3만 1,95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인천국제공항에서는 16만 2,235명이 일본을 향했고, 제주공항을 포함한 국내 공항 5곳에서는 모두 합해 6만 9,721명이 일본행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전체 이용객 증가율(7.7%)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삼일절 연휴 기간 제주행 국내선 이용객 수는 45만 2,873명으로 지난해보다 12.5%나 감소했습니다. 노선별로 김포~제주 노선은 15%, 제주공항 이용객은 10.5% 각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제주공항만 보면 19만 8,547명으로 20만 명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 ‘엔저 효과’에 밀린 제주, “일본이 더 싸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와 엔저 현상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관광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여행보다 해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대표 도시들은 최근 숙박세와 관광세까지 인상하면서 여행비가 상승했지만, 일본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이 틈을 타 일본의 벚꽃 시즌까지 겹치며 3~4월 일본 주요 관광지 숙박비는 평소 대비 2~3배나 뛰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반면, 제주 관광시장은 '역설적인 한파'를 맞아 경기 위축세가 영 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 “연휴 특수? 옛말”.. 제주행 항공편 줄어든 현실
제주도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5년 설 연휴 기준으로 보면,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은 지난해 대비 7.2% 줄었고, 좌석 공급량은 8.3%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출국객만 비교해도, 차이가 컸습니다.
인천에서 134만 명이 나갈 때 제주행 승객은 23만 명 상당으로 6배에 달했습니다. 물론 당초 예상치(20만 명)를 12% 이상 웃돌았지만, 해외행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공급을 대폭 축소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 노선은 항공사 입장에서 ‘충분히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노선’으로 보지만, 국제선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낮아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 때문에 벌써 3~5월 제주행 항공권은 주말을 기준으로, 조기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부 항공사는 아예 스케줄 공개를 미루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뒤늦게 풀리는 항공권조차도 주말이나 주요 시간대 가격이 올라, 도민과 관광객 모두 부담과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 관광객 감소에 매출까지 ‘뚝’.. 제주 경제 적신호
항공권 부족 사태는 제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올들어 1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97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고, 2월엔 86만 명(잠정)으로, 전년(99만 명)보다 12.8% 더 감소 폭을 키웠습니다.
두 달째 100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지난해 2월도 100만 명은 밑돌았지만, 올들어서 여전히 내수 시장 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1월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 이하로 내려앉으면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진 가운데 외국인 증가세가 일부 상쇄하긴 했지만, 전체 하락세는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불어 관광객 감소는 경제 전반에 소비 위축을 부추겼습니다. 지난해 제주 지역 4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2% 하락했고 특히 면세점 매출이 29% 급감하며 타격이 심각했습니다. 대형마트(-4.5%), 전문소매점(-1.3%) 등 지역 상권 전반이 매출 감소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체질 개선 없인, 제주 관광 미래 없다”
이 같은 총체적인 부진 속에,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 산업이 더는 과거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주가 사계절 색다른 매력을 지닌 지역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고 경험하도록 이끄는 전략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는 여전히 바다와 해변 중심의 자연 관광에 머물러 있어, 젊은층이 선호하는 체험형 콘텐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라며, “항공 좌석 확대, 숙박·체험형 프로그램 확충 등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삼일절 연휴 사태가 제주 관광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고등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가 ‘늘 선택받는 독보적인 여행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내수시장 강화를 위한 과감한 변화 없이는 ‘긴 연휴의 역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지금의 위기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넘긴다면, 제주 관광시장은 더욱 깊은 부진에 빠질 것”이라며, “‘머물고 싶은 여행지’가 되지 못한다면, ‘긴 연휴의 반전’은커녕 ‘긴 연휴의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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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 명은 일본으로”.. 줄어든 제주행, 관광 특수 ‘휘청’

삼일절 연휴, 제주를 비운 여행객 23만 명. 그들은 일본을 택했습니다.
올해 삼일절 연휴(3월 1~3일), 국내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3만 명을 웃돌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행 국내선 이용객은 45만 명 상당으로 여전히 많았지만, 지난해보다 12% 이상 줄었습니다. ‘연휴 특수’는 일본이 독차지했고, 제주 관광시장은 한파를 맞았습니다.
해외여행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제주행 하늘길은 좁아지며 도민과 관광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일절 연휴(3월 1~3일) 국내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3만 1,95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인천국제공항에서는 16만 2,235명이 일본을 향했고, 제주공항을 포함한 국내 공항 5곳에서는 모두 합해 6만 9,721명이 일본행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전체 이용객 증가율(7.7%)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삼일절 연휴 기간 제주행 국내선 이용객 수는 45만 2,873명으로 지난해보다 12.5%나 감소했습니다. 노선별로 김포~제주 노선은 15%, 제주공항 이용객은 10.5% 각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제주공항만 보면 19만 8,547명으로 20만 명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 ‘엔저 효과’에 밀린 제주, “일본이 더 싸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와 엔저 현상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관광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여행보다 해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대표 도시들은 최근 숙박세와 관광세까지 인상하면서 여행비가 상승했지만, 일본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이 틈을 타 일본의 벚꽃 시즌까지 겹치며 3~4월 일본 주요 관광지 숙박비는 평소 대비 2~3배나 뛰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반면, 제주 관광시장은 '역설적인 한파'를 맞아 경기 위축세가 영 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 “연휴 특수? 옛말”.. 제주행 항공편 줄어든 현실
제주도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5년 설 연휴 기준으로 보면,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은 지난해 대비 7.2% 줄었고, 좌석 공급량은 8.3%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출국객만 비교해도, 차이가 컸습니다.
인천에서 134만 명이 나갈 때 제주행 승객은 23만 명 상당으로 6배에 달했습니다. 물론 당초 예상치(20만 명)를 12% 이상 웃돌았지만, 해외행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공급을 대폭 축소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 노선은 항공사 입장에서 ‘충분히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노선’으로 보지만, 국제선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낮아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 때문에 벌써 3~5월 제주행 항공권은 주말을 기준으로, 조기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부 항공사는 아예 스케줄 공개를 미루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뒤늦게 풀리는 항공권조차도 주말이나 주요 시간대 가격이 올라, 도민과 관광객 모두 부담과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 관광객 감소에 매출까지 ‘뚝’.. 제주 경제 적신호
항공권 부족 사태는 제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올들어 1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97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고, 2월엔 86만 명(잠정)으로, 전년(99만 명)보다 12.8% 더 감소 폭을 키웠습니다.
두 달째 100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지난해 2월도 100만 명은 밑돌았지만, 올들어서 여전히 내수 시장 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1월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 이하로 내려앉으면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진 가운데 외국인 증가세가 일부 상쇄하긴 했지만, 전체 하락세는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불어 관광객 감소는 경제 전반에 소비 위축을 부추겼습니다. 지난해 제주 지역 4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2% 하락했고 특히 면세점 매출이 29% 급감하며 타격이 심각했습니다. 대형마트(-4.5%), 전문소매점(-1.3%) 등 지역 상권 전반이 매출 감소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체질 개선 없인, 제주 관광 미래 없다”
이 같은 총체적인 부진 속에,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 산업이 더는 과거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주가 사계절 색다른 매력을 지닌 지역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고 경험하도록 이끄는 전략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는 여전히 바다와 해변 중심의 자연 관광에 머물러 있어, 젊은층이 선호하는 체험형 콘텐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라며, “항공 좌석 확대, 숙박·체험형 프로그램 확충 등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삼일절 연휴 사태가 제주 관광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고등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가 ‘늘 선택받는 독보적인 여행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내수시장 강화를 위한 과감한 변화 없이는 ‘긴 연휴의 역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지금의 위기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넘긴다면, 제주 관광시장은 더욱 깊은 부진에 빠질 것”이라며, “‘머물고 싶은 여행지’가 되지 못한다면, ‘긴 연휴의 반전’은커녕 ‘긴 연휴의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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