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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죽어야 하나" 60대 외국인 노동자의 절규
2022-03-25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부상 외국인 노동자, 막막한 제주 생활
행정도, 민간도...외국인 지원 '한계'
"'고령 외국인' 새 사회문제 될 수도, 대책 필요"


제주에서 간병인 일을 하던 고령의 외국인 노동자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걷고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지원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상한 음식으로 끼니, 휴대전화도 끊겨

제주시 내 한 주택가. 미로 같은 골목길을 들어서니 한 남성이 지팡이를 짚은 채 힘겹게 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60대 중국인 김모 씨입니다.


왜소한 체구의 김 씨는 몇 년 전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F4비자를 발급받고 제주에 들어와 간병인 일을 해왔습니다.

아픈 사람을 돕는 보람으로 일을 해온 김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깁니다.

지난해 12월 갑자기 뇌경색이 찾아온 것인데요. 24시간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업무 특성이 화를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는 뇌경색이 온 이후 지팡이가 없으면 운신이 힘들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의사소통도 힘든 상황입니다.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끊긴 김 씨의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부엌에는 상한 찌개와 쉰 밥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얗게 곰팡이가 핀 채 탁자 위에 놓여있는 감귤이 김 씨가 처한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했습니다.

김 씨의 집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동주민센터와 적십자사에서 지원받은 라면과 김 등 부식이었습니다.
따뜻한 물도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러한 보금자리도 곧 없어질 위기입니다. 방세가 밀려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통신비도 낼 수 없어 휴대전화도 끊겼습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119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김 씨의 지인인 A씨가 우연히 김 씨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알려졌습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 씨를 대신해 A씨가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A씨는 "상한 음식으로 연명하고 사실상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이러다 나중에 잘못된 상태로 발견되는 거 아닌가"라며, "아무리 외국인이라도 사람이 살 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프면 죽으라는 얘긴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 부서 등 여러 곳에서 알아봤는데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대책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며,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관리하고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본국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자신의 삶터라는 것인데요. 그러나 귀화를 하려 해도 보유 재산 등 조건이 걸려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적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우리나라고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을 증명하거나 한국인 배우자가 결혼하는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지원 대책은 '전무'

JIBS 취재 결과, 김 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행정적 지원책은 없었습니다.

동주민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죽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김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돕는 민간단체를 수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녹지 않은 실정입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입니다.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주 1회 정기적으로 죽을 배달해 드리고 있고 올해 초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신청해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드렸다"라며, "팀원들에게 나온 지역화폐를 모아 드리는 등 할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지원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하려면 수급자 대상으로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귀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김씨는 귀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도움 방법이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김 씨가 받은 실질적인 도움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받은 치료비 3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마저도 김 씨가 일을 하면서 지역 건강보험에 보험료를 납부했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현재는 생계가 끊겨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의 지원도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

제주자치도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인 제주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도 요양원 시설이 있지만 김 씨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65세 이상부터 입소가 가능한 연령 제한 때문입니다. 설령 나이 제한이 없더라도 비용의 20%를 입소자가 부담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입소는 현실적으로 요원합니다. 김 씨의 경우 휴대전화 통신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김 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김 씨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우리 동에만 해도 F4 비자를 발급받아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 여럿 계신다"라며, "간혹 건강이 악화되거나 부상을 입어서 연락이 오는 분들도 있었다. 20대 나이 젊은 분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4 비자는 외국 국적을 가진 재외 동포가 우리나라에 입국해 국내에 체류하기 위해 필요한 비자입니다.

발급 조건은 출생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 혹은 이러한 사람의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 등입니다.

이 비자를 발급 받으면 최장 3년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으며, 이 기한이 만료되면 갱신이 가능합니다.

"고령 외국인, 새로운 사회문제 될 수도...대책 필요"

오랫동안 외국인 지원 활동을 해온 한 전문가는 향후 고령 외국인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자치도에서 외국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14개 부서의 기능을 통합하고 조율할 새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가 발급받은 F4 비자의 경우 고령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재외동포'라는 조건에 부합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발급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내 F4 비자 소지 외국인은 총 3,090명으로 이 가운데 38.1%인 1,184명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용길 제주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제주지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원하고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난민, 재외동포, 노동자 등 외국인을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전담부서가 다르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 안산에는 통합 외국인 전담부서가 가동되고 있다"라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인 만큼 특별법 개정 등의 방법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한 센터장은 또 "이분들(고령 외국인)이 맡는 일이 사회에서는 힘들다고 여겨져 기피하는 간병인, 장애인 활동보조사 등의 업무이다"라며,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만큼 일방적으로 이 분들을 문제시하는 시각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 대책 마련 등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해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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