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포착한 건 ‘케데헌’만이 아니었다… 한국, 카페 공화국의 ‘균열’이 시작됐다
국내 카페 시장은 지금 ‘성장’이 아니라 ‘소진’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 구조를 정면으로 짚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강남·홍대·신림만의 풍경이 아니라, 제주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 같은 조건에 갇혀 있다는 점을 NYT는 강조했습니다. 카페가 주거·노동·관계의 빈틈을 대신 메운 사회, 과잉 경쟁 앞에서도 창업이 끝없이 반복되는 시장, 이익보다 생존이 먼저가 된 생태계를 NYT는 들여다봤습니다. ■ ‘커피 공화국’의 그늘… 6년 새 두 배로 불어난 8만 개 6일 업계에 따르면 NYT는 3일(현지시간) ‘South Korea Has a Coffee Shop Problem(한국이 안고 있는 카페 문제)’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카페 시장이 “세계 최고 속도로 팽창했지만 이제는 위험한 포화 상태에 들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한국에는 이미 8만 개가 넘는 카페가 운영 중입니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 등록 통계를 봐도, 매년 수천 곳이 생기고 비슷한 숫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NYT가 “서울의 카페 밀도는 파리에 버금간다”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서울에만 1만 곳. 신림동 한 구역에 경쟁 카페 50곳이 몰린 풍경 속에서 NYT는 한 창업주의 이야기를 끌어왔습니다. 2016년 신림동에서 카페를 연 고장수 씨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카페 말고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꾸준한데도 평일 오전엔 좌석이 텅 비는 현실. NYT는 “문제는 가게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라고 지적했습니다. ■ ‘나도 해볼까’가 만든 착시… 일자리의 대체재가 된 카페 NYT는 한국의 카페 폭증을 ‘현실 도피형 창업’으로 규정했습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 불안정한 고용, SNS가 만든 ‘핫플 환상’, 인테리어 중심 소비 문화가 “소규모 창업 = 출구”라는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카페 창업은 자격 요건도 없고 초기 투자도 낮습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낮다는 건 곧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카페 컨설턴트는 “대부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업에 뛰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월 매출 400만~450만 원. 하루 13시간을 버티고 남는 돈은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NYT는 “카페는 부자가 되는 곳이 아니라, 그저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는 업주의 말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 저가 프랜차이즈의 공습… 지역 상권 붕괴 가속 메가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 이른바 ‘저가 3대장’이 전국을 빠르게 점령하며 개인 카페의 생존공간은 더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원두 가격은 이상기후와 공급 불안으로 상승했고, 인건비와 임대료도 임계선을 넘었습니다. 상권이 회복되기도 전에 임대 재계약이 닥치고, 손익분기점은 해마다 뒤로 밀립니다. 2024년 전국 폐업 카페는 약 1만 2,000곳. 창업 수를 넘어선 첫 해였습니다. 외형상 ‘성장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급격한 재편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 왜 카페로 모일까… 생활 기반시설이 된 배경 한국에서 카페는 그저 일반적인 영업장이 아닙니다. 좁은 주거, 집에서 모임을 갖기 어려운 환경, 공부·업무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문화가 카페를 사실상 ‘생활 기반시설’로 만들었습니다. 데이트·친구 모임·원격근무·학습 공간이 모두 카페로 모이고, 이 구조는 다시 창업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그렇지만 창업이 늘수록 소비자 경험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잉 경쟁 속에서 품질·고용·임대가 모두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NYT는 “이 문화적 의미 자체가 더 많은 창업을 부추기고, 결국 시장 전체를 약하게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같은 균열 제주 역시 같은 구조적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제주자치도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카페 등록 수는 늘었지만, 폐업의 속도는 더 빨랐습니다. 2023년 폐업 252곳(역대 최다), 2024년 1분기 80곳이 추가됐고 올해 1분기에도 80곳 이상이 문을 닫으며 폐업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반면 개업은 2023년 362곳에서 2024년 1분기 69곳으로 급감했습니다. 1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청년 창업의 붕괴는 더 뚜렷합니다. 2021~2023년 제주 20~30대 창업 기업의 95.8%가 폐업했고, 30대 폐업률은 66.6%에서 97.0%로 치솟았습니다. 모양은 서울과 다르지만, “이 정도면 장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속도는 똑같습니다. NYT가 지적한 ‘구조적 과열’이 지역에서도 그대로 복제 재생산되는 셈입니다. ■ ‘카페 공화국의 피로’ 직시해야… NYT가 던진 질문, 한국 전체 향해 NYT는 한국 카페 시장을 “빠르게 생기고, 빠르게 사라지는 생태계”로 규정했습니다. 서울은 그 흐름이 가장 짙게 드러나는 지역일 뿐이며, 이는 노동·주거·소비·창업 구조가 한 지점에서 겹치며 만든 피로의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NYT는 “한국의 커피숍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데이터는 그 말이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의 1만 곳, 제주에서 이어진 폐업 기록, 청년 창업의 붕괴까지 흐름은 모두 같은 결론을 향합니다. 카페는 한국인의 일상 공간이지만, 카페 창업은 더 이상 ‘퇴로’가 될 수 없는 구조임이 분명해졌습니다. 카페 시장은 지금 조용하지만 확실한 재편의 초입에 서 있고 NYT가 던진 질문도 “과열된 시장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이 시장을 이 지점까지 끌어올린 사회 구조 자체를 어떻게 다시 짚어야 할지, 그 질문은 한국 전체를 향해 있습니다.
2025-12-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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