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비 10만 원, 그늘집은 호텔값” 그동안 좋았지… 세금 3조 챙긴 대중형 골프장, 이제는 ‘심판대’ 위로
대중형 골프장은 원래 ‘골프 대중화’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골퍼들에게 이 말은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세금은 3조 원 넘게 감면받았는데, 실제 이용환경은 회원제보다 나을 게 없다’는 뜻입니다. 예약 창에 붙은 의무 카트비 10만 원부터 캐디피 15만 원까지.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리는 호텔 뷔페급 그늘집 가격. 비가 퍼부어도 “휴장 선언 안 했다” 한마디면 환불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조 편성은 ‘4인이 기본값’입니다. 수년 동안 쌓여온 이 네 가지 불만이 드디어 제도 테이블 위에 올라갔습니다. 국회와 공정위가 동시에 “대중형 혜택을 받으려면, 대중처럼 운영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구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골프장 운영의 고질적 갑질을 끝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개정’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요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9조의3 제2항에 따라 한국소비자협회와 공동으로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위반 시 대중형 골프장을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체육시설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약관 손질과 법률 조치가 동시에 압박을 거는 방식으로, 대중형 골프장의 운영 기준을 전면적으로 다시 묶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 355개 대중형 골프장 중 3곳 중 1곳, “약관부터 어겼다”… 세제 혜택만 3조 원 대한민국 골프장은 총 525곳. 이 가운데 대중형은 355곳으로 이미 시장의 중심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355곳 중 111곳(31.3%)이 표준약관 핵심 조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취소 위약금, 우천 환불, 이용 중단 환급. 핵심 중의 핵심에서 이미 상당 부분 어긋나있다는 말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형 골프장이 가져간 세제 혜택은 3조 원 넘게 추산됩니다. 딱 이 지점에 정부와 국회가 칼을 댔습니다. “약관을 이행하지 않는 순간, 대중형 간판부터 떼게 하겠다.” 이번 법안과 약관 개정의 출발점입니다. ■ 카트·캐디 선택제, 우천 환불 객관 기준, 4인 강제 금지… ‘골프장 4대 갑질’ 정면 해체 국회와 공정위가 이번에 직접 손댄 항목은 골퍼들이 몇 년 동안 입을 모아 지적했던 바로 그 네 가지입니다. 우선 카트·캐디 강제 금지는 ‘선택권’을 보장토록 합니다. 지금 대다수 골프장은 예약 창부터 ‘카트·캐디 필수’입니다. 대중형이라면서 정작 팀당 기본 비용은 카트비 10만 원, 캐디피 13만~15만 원이 당연하다는 듯 붙습니다. 선택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비용 구조를 다시 짜야 할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어 그늘집 외부 음식 금지 완화의 경우, 4~5시간 라운딩에 물 한 병 들고 가려 해도 ‘외부 반입 금지’로 막습니다. 그러고는 컵라면·음료·안주 가격을 호텔식으로 책정합니다. 공정위는 이미 영화관·장례식장에서도 외부 반입 금지를 시정한 바 있습니다. 골프장도 그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우천시 취소 환불의 경우, 기상청 기준으로 ‘객관화’합니다. 가장 많은 민원이 쏠린 곳이 여기였습니다. “비는 오는데, 휴장 선언을 안 해서 환불이 안 된다”는 답변으로 이제부터 회피는 어렵게 됩니다. 기상청 초단기·단기예보 기준으로 강우확률 70% 이상 또는 시간당 3㎜ 이상이면 전액 환불입니다. 그리고 ‘4인 강제 조 편성’도 금지됩니다. 종전 골퍼들은 2~3명이 가도 ‘4인 기준 요금’을 내왔습니다. 개정안은 아예 “비회원 예약에 팀 인원 강제 금지”로 못을 박았습니다. 업계의 오랜 관행 중 하나가 흔들립니다. ■ 지정 권한, 문체부에서 시·도지사로… 위반 시 ‘대중형 박탈’까지 이번 법안의 핵심은 또 있습니다. 약관 위반 때 ‘한 번 경고’에 유야무야하는 건 이제 끝입니다. 앞으로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은 시·도지사가 갖게 됩니다. 관할 지자체가 직접 실태조사하고, 약관을 어기면 ‘시정명령→ 과태료→ 대중형 지정 취소’ 순의 절차를 밟습니다. 운영 편의는 줄여주되(인허가 통합 승인), 대중형 간판을 다는 이상 ‘공공성’을 지키라는 새로운 구조로 재편됩니다. ■ 제주는 더 민감… 관광 특수와 세제혜택이 겹친 ‘이중 프리미엄 시장’ 사실상 제주는 골프장 논란이 가장 압축된 지역입니다. 도민·관광객 요금이 따로 있다는 이유로 불만이 눌려 있었을 뿐, 실제 비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더 직설적입니다. 주중 도민 그린피가 10만 원대 초반이라도 여기에 카트비 8만 원, 캐디피 15만 원이 붙으면 1인 부담이 20만 원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관광객 유입이 많다는 이유로 그린피를 올리거나, 우천 환불을 느슨하게 적용하거나, 그늘집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곳도 사실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대중형 지정·취소 권한이 제주로 넘어오면, 제주도는 골프장별 요금·약관 구조를 들여다보고 대중형 간판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제주판 대중형 기준’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도민 요금, 선택제 도입 속도, 우천 기준 공개 여부 등 제주형 규제 가능성이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남은 건… “대중형이라는 이름을, 진짜 대중이 알아볼 수 있게 만들 것인가” 3조 원의 세금, 355개 대중형 골프장, 1,000만 골퍼까지. 판은 이미 커졌습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대중형’이 이름으로 남을지, 자격으로 이어질지 이번 제도 개편은 그 경계선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에 가깝다”며 “제주든 수도권이든 앞으로 가격·약관·운영 기준을 실제로 지키는지 대중이 직접 확인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10년 넘게 굳어진 관행이 제도 무대에서 흔들리는 순간, 시장 전체에 분명한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25-11-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