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멈춘 ‘중국인 렌터카’ 다시 꺼낸 제주… 관광 위기, 해법보다 진단이 먼저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주 렌터카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제주도 고위 간부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관광 소비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일 뿐 공식 정책으로 검토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계기로 새 제주도정이 관광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10여 년 전 안전과 제도 문제로 멈춰선 정책을 다시 언급한 만큼 당시 왜 현실화되지 못했는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필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주 관광을 둘러싼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항공 접근성, 내국인 관광 경쟁력, 시장 다변화, 체류형 관광 전환, 관문공항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동수단 확대 이전에 필요한 것은 제주가 다시 선택받을 이유를 만드는 일입니다. ■ 10여 년 전 멈춘 이유, 검증이 없다 4일 정책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 2일 민선 9기 제주도정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시작됐습니다. 관광객 소비 진작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중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이용 허용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필요하면 몇 시간 단기 연수를 하는 방식 등을 통해 규제 완화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문제는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허용이 처음 나온 해법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앞서 2014년에도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정에서 단기 체류 외국인 운전 허용 방안이 추진됐습니다. 중국 개별 관광객의 이동 범위를 넓히고 지역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교통 안전 문제와 사고 발생 시 책임, 보험 체계, 도민 수용성 논란을 넘지 못했고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10여 년간 멈춰 있던 정책을 다시 꺼내려면 당시 제기됐던 문제가 어떻게 보완됐는지, 제주 교통 환경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부터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대 효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달라진 환경에 대한 검증이라는 지적이 먼저 나오는 이유입니다. ■ 외국인 돌아오는데… 지금 제주 관광의 병목은 어디 제주 관광시장에는 회복과 위기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76만 3,2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121만 1,084명으로 19.5% 늘었습니다. 중국 관광객 역시 월별 등락은 있지만 회복 흐름을 이어가며 제주 외국인 관광시장의 주요 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현재 지표상 외국인 부족만을 제주 관광 위기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내국인 관광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 달만 봐도 제주 방문 관광객은 110만 9,6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고, 내국인은 86만 2,072명으로 11.5% 줄었습니다. 해외여행 정상화와 국내 관광지 경쟁 심화 속에서 제주가 다시 선택받을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제주까지 오는 길부터 풀어야 할 과제 섬 지역인 제주에서 항공 접근성은 관광산업 전체를 좌우하는 기반입니다. 최근 항공좌석 공급 문제와 항공요금 부담, 국내외 노선 경쟁력 확보는 관광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현안입니다. 여기에 관문공항 기능과 미래 항공 인프라 방향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주 안에서 이동만큼 제주까지 오는 길도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접근 환경과 다시 찾고 싶은 관광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입니다. 가격 만족도 개선과 새로운 콘텐츠 발굴, 체류 기간 확대, 지역 소비 확산 역시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 “중국인이라서가 아니다”… 문제는 우선순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제주 도로 상황부터 고려해야 한다”, “사고 발생 이후 책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몇 시간 교육으로 운전 환경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다양한 반응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개별 관광객 증가에 맞춰 이동 편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관광객 이동 범위가 넓어질 경우 일부 지역에 집중된 소비를 읍면 지역과 골목상권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쟁점은 중국 관광객 유치 여부만이 아닙니다. 제주 관광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달라진 관광 환경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교통 안전과 사고 책임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논의는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 중국 시장 활용과 의존은 달라 중국 관광객은 제주 관광에서 중요한 시장입니다.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바뀐 여행 흐름에 맞춘 소비 패턴 변화 대응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 회복이 곧 제주 관광 전략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제주는 특정 국가 관광시장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중국 시장을 활용하면서도 일본과 동남아, 구미권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내국인 관광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동 편의 확대는 필요한 정책 수단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주 관광의 미래 전략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 관광객 숫자보다 제주 성장 전략 보여줄 때 제주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5극3특 균형발전 체제 속에 제주는 관광 중심 산업 구조에서 미래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AI와 에너지 등 미래산업 육성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관광 역시 방문객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체류 가치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제주 관광 정책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편의 개선은 필요한 과제지만, 지금 제주 관광의 고민은 특정 시장이나 이동수단 하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항공 접근성, 콘텐츠 경쟁력, 내국인 수요 회복, 해외시장 다변화까지 함께 보는 복합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광 분야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이동이 아니라 제주 안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가치 있게 소비하도록 만드는 구조”라며 “제주 관광의 경쟁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도는 중국인 렌터카 이용 허용 검토 발언과 관련해 “검토되거나 결정된 정책은 아니다”라며 “도민 안전과 교통 환경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허용 논의는 다시 멈췄습니다. 하지만 제주 관광이 마주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공 접근성, 시장 다변화, 체류형 관광 전환 등 풀어야 할 현안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민선 9기 제주도정이 어떤 우선순위와 실행 전략을 제시할지가 첫 관광 정책의 평가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2026-07-0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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