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더 이상 쉬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겨울의 제주는 오랫동안 조용한 계절로 인식돼 왔습니다. 성수기가 지나간 뒤, 머무는 시간보다 비워두는 시간이 길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겨울 관광의 문법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쉬는 것만으로는 여행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겨울은 이제 어떻게 시간을 채울 것인가를 묻는 계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체험형 휴식’이 있습니다. 움직임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고, 하루 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여행 소비는 숙소의 등급이나 가격보다, 그 안에서 어떤 리듬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겨울이라는 조건 역시 더 이상 피해야 할 제약이 아니라, 일정의 밀도를 조정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겨울 관광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과거 겨울 여행의 핵심은 할인과 가격이었습니다. 숙박료가 내려가는 시기, 사람이 적은 계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비용과 같은 기간이라면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가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행객은 종일 숙소에 머무는 대신,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시간을 쪼개 쓰는 방식을 택합니다. 겨울은 멈추는 계절이 아니라, 리듬을 나누는 계절이 되고 있습니다. ■ 사례로 읽는 겨울 리조트의 변화 이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제주신화월드의 겨울 시즌 운영 방식입니다. 이곳은 특정 체험 하나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체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선택을 했습니다. 20일 제주신화월드는 겨울을 맞아 힐링과 액티비티를 결합한 ‘윈터 베케이션’ 패키지를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숙박을 중심에 두고, 실내 워터 시설과 온수 풀처럼 계절 영향을 최소화한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여기에 인근 액티비티 시설과 자연 체험 공간을 연결해, 하루 일정 안에서 속도가 필요한 시간과 속도를 낮추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방식은 숙소를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경험을 묶는 거점으로 바라보는 접근입니다. 개별 프로그램의 강도보다, 그 프로그램들이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는지가 여행의 인상을 좌우합니다. ■ 체험은 ‘연결’로 작동한다 겨울 시즌에 제공되는 액티비티 역시 단일 경험에 머물지 않습니다. 레이싱이나 놀이 중심의 체험으로 몸을 깨운 뒤, 자연 속 체험으로 감각을 정리하는 구조입니다. 이 대비는 하루 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 경험들이 어떤 순서로 이어졌느냐입니다. 겨울 여행의 만족도가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일정 전체의 흐름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겨울 자연, 배경에서 경험으로 자연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겨울 제주의 자연은 더 이상 사진을 찍고 지나치는 배경이 아닙니다. 손으로 만지고 시간을 보내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귤을 따고 정원을 걷는 경험은 설명 없이도 계절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이는 관광 소비가 관람 중심에서 참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 비수기라는 말, 이제 설 자리를 잃는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리조트의 성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겨울을 단기 할인으로 버티는 대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보다 내실있는 해법이 등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기존처럼 숙박과 놀이, 자연 체험을 따로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일정으로 엮는 시도가 겨울 관광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겨울 제주는 더 이상 쉬어가는 계절이 아닙니다. 움직임과 휴식, 실내와 자연, 가족과 개인의 선택이 한 일정 안에서 조합되는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 여행의 질문은 분명합니다. ‘얼마나 싸게 갈 것인가’가 아니라, “당신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2026-01-2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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