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1만 2,000원, 임대료는 매출 60%… 제주공항 ‘비싼 값’ 했나
제주국제공항에서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려면 1만2,000원을 내야 합니다. 5년 전보다 26.3% 올랐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도 9,500원입니다 가격표 뒤에는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공항 국내선 엔제리너스는 매출의 59.2%, 오가다는 58.4%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대료로 부담했습니다. 매출 1만 원 가운데 6,000원 가까운 수준입니다. 공항 음식값이 왜 이렇게 올랐는지 국회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높은 임대료가 판매가격과 서비스에 미친 영향부터 임대료 산정, 경쟁입찰 방식까지 국정감사 검증대에 오릅니다. 그런데 제주공항은 가격표만 두고서 볼 일이 놓고 볼 일이 아닙니다. 지난 3월 국제선 도착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캐리어가 겹겹이 쌓이다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여름휴가철에는 수하물을 맡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이용객 경험담이 온라인에 올라왔습니다. 주차장 만차와 터미널 주변 차량 혼잡도 성수기마다 불거집니다. 공항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관광객이 한 번 겪고 지나가는 혼잡이 업무의 일부가 됩니다. A대형국적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출발편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이 문제”라며 “한쪽에서 처리가 늦어지기 시작하면 뒤에 들어오는 짐이 계속 쌓인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직원들이 뛰어다니면서 풀어내야 할 때가 많다”면서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언제면 이 일이 끝날지, 국제공항이 맞나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공항 안에서 쓰는 돈은 늘었습니다. 이용객이 받는 서비스도 그만큼 나아졌는지는 별도의 계산이 필요해지는 대목입니다. ■ 비빔밥 1만 2,000원… 제주도 5년 새 26.3% 올라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공항별 주요 식음료 판매가격’ 자료를 공개한데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제주공항 비빔밥류 가격은 26.3% 상승했습니다. 현재 판매가격은 1만 2,000원입니다. 자장면은 9,500원으로 김포·김해공항과 함께 조사 대상 공항 가운데 최고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전국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것은 청주공항의 한 매장입니다. 비빔밥이 1만1,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45.5% 올랐고 돈가스는 1만1,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36.4% 상승했습니다. 울산공항 라면은 5,000원에서 6,500원으로 30%, 김포공항 우동은 8,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29.4% 올랐습니다. 공항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비용이 지난 5년 동안 적지 않게 불어났습니다. ■ 가격표 뒤에 있던 ‘59.2%’ 가격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임대료입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공항 식음료 매장의 전체 매출은 8,659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임대료는 2,765억 원이었습니다. 매출 대비 31.9%입니다. 지난해 매출이 발생한 96개 매장 가운데 28곳은 임대료 비중이 40%를 넘었고, 10곳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제주공항 일부 매장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국내선 엔제리너스는 59.2%, 오가다는 58.4%였습니다. 매출 1만 원을 기준으로 각각 5,920원과 5,840원에 해당합니다.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내고 난 뒤 식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 영업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한 공항 입점업체 관계자는 “공항이라고 손님이 계속 있는 것도 아니다. 비행기가 몰리는 시간에 매출이 집중되고 한산한 시간도 있다”면서 “그런데 임대료 부담은 크니까 가격을 정하거나 인력을 운영할 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가격 결정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합니다. 때문에 임대료 비중을 음식값 인상률과 그대로 연결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매출 절반을 훌쩍 넘는 임대료가 가격 결정과 인력 운용, 서비스 품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따져볼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캐리어 쌓이다 바닥으로… 공항도 “종종 있었다” 이용객이 지불하는 가격과 함께 볼 것은 공항 운영입니다. 지난 3월 제주공항 국제선 도착장에서는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가득 채우고 겹겹이 쌓이다 일부 캐리어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입국심사가 늦어지면서 승객들은 수하물 구역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짐은 계속 벨트로 들어왔습니다. 결국 항공사 직원이 직접 캐리어를 하나씩 빼내 정리해야 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당시 수하물 처리 과정에서 조업사와 항공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컨베이어 벨트 속도 조절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사 사례가 종종 발생해 왔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기계 자체의 결함으로 확인된 사건은 아닙니다. 항공편 도착과 입국심사, 수하물 배출 속도가 맞지 않으면서 발생한 운영상의 문제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병목이 생기면 한 곳의 지연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짐은 계속 들어오는데 앞에서 빠지지 않으면 결국 사람이 개입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며 “승객들은 자기 짐이 왜 안 나오느냐고 묻고, 직원은 벨트와 승객 사이를 오갑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현장에서는 상당히 바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공항 측 스스로 비슷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밝힌 만큼 지난 3월 상황을 한 번의 돌발 상황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 여름엔 짐 맡기는 쪽에서 긴 줄 몇 달 뒤에는 출발하는 이용객 쪽에서 불편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7월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오전 8시대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1시간30분 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지만 수하물 위탁 대기줄이 길어 탑승구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빠듯했다고 불편상황을 적었습니다. 우선수속을 이용했는데도 대기가 길었다며 휴가철에는 더 일찍 공항에 도착할 것을 권했습니다. 물론 이런 온라인 게시글 하나를 제주공항 전체의 처리 수준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의 부담은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체감하는 부분입니다. 실제 한 공항 상주업체 관계자는 “하루 종일 붐비는 게 아니라 특정 시간에 확 몰리고, 이런 적체상황을 제때 해소하지 못하는게 일상화됐다는게 문제”라며 “체크인 줄이 길어지고 수하물 맡기는 곳까지 밀리면 통로를 오가는 사람도 뒤엉키는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간대가 힘든지 대충 알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국제선 도착장에서 짐이 먼저 몰렸고, 여름에는 출발장에서 짐을 맡기려는 승객의 대기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그 원인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용객들은 모두 비행기를 타거나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더 기다려야 했던 시간 부담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 “주차 자리 찾다 한 바퀴 더”… 공항 밖에서도 이어지는 혼잡 공항 밖으로 나오면 주차와 차량 흐름 문제가 이어집니다. 제주공항은 P1과 P2 장기주차장, 화물터미널 주차장 등을 포함해 4,000여 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차 공간을 확충했지만 연휴와 성수기에는 만차와 주변 도로 정체가 반복돼 왔습니다. 터미널 앞 차량 흐름 때문에 단속 기준도 강화됐습니다. 제주시는 지난해 12월 제주공항 1층 도착장 일부 절대주정차금지구역의 단속 유예시간을 기존 5분에서 1분으로 줄였습니다. 불법 주정차에 따른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수하물과 주차, 터미널 앞 차량 정체는 원인도 담당 주체도 다릅니다. 그러나 정작 공항 이용객에게는 제주공항을 오가면서 치르는 대기와 혼잡으로 합쳐집니다. ■ “시설은 늘었는데 몰릴 때가 문제” 제주공항의 여건이 과거와 똑같은 것도 아닙니다. 주차시설이 늘었고 혼잡 완화를 위한 시설과 운영 개선도 이어져 왔습니다. 문제는 평균적인 하루보다 이용객이 집중되는 순간입니다. 제주공항은 관광객 이동이 특정 시간과 계절에 집중되는 특성이 강합니다. 시설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피크 시간대 처리 능력이 부족하면 이용객이 느끼는 혼잡은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어느 시간에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지가 더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임대료 2,765억 원… ‘비싸다’만 따지면 반쪽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빠진 숫자가 있습니다. 전국 공항 식음료 업체가 5년 동안 낸 임대료가 2,765억 원이라는 건 확인됐지만 제주공항 상업시설 전체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이 얼마인지, 제주공항 시설과 이용객 편의 개선에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뤄졌는지는 이번 자료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상업시설 임대료가 해당 공항의 시설투자 재원으로 그대로 연결된다고 볼 근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항별 숫자를 따로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설 임대수익과 개선 투자액, 이용객 편의시설 투자 규모를 나란히 놓으면 공항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이용객이 받는 편익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입점업체가 감당하는 임대료가 적정한지, 높은 비용이 판매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공항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에 걸맞은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 국감, 메뉴판만 볼 일인가 김미애 의원은 높은 임대료가 가격과 서비스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임대료 산정과 경쟁입찰 방식은 적정한지, 가격 인상 협의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국정감사에서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공항이라면 올해 드러난 수하물 운영 문제와 성수기 혼잡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지난 3월 공항 측이 약속한 수하물 모니터링 강화가 이후 어떻게 이행됐는지도 확인할 대목입니다. 비빔밥은 1만 2,000원이 됐습니다. 일부 매장의 매출 대비 임대료는 60%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얘기까지 더하면 확인해야 할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 수하물이 몰렸을 때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성수기 대기시간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주차장은 언제부터 포화되는지. 그저 비수기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걸, 제몫을 다했다고 내놓는게 대수는 아닙니다. 공항 음식값이 비싸졌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제주공항이 그 사이 ‘비싼 값’을 했는지는 이용객이 지불한 가격표가 아니라, 줄어든 대기시간과 개선된 서비스에서 제대로 그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2026-09-1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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