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구두 벗는다”… 대한항공, ‘보여주던 서비스’에서 돌아섰다
57년 동안 유지된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이 객실 승무원의 구두 착용 원칙을 내려놓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그저 신발 하나가 바뀌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바뀌는 건, 항공사가 승무원을 바라보는 기준입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노사 협의를 통해 객실 승무원이 기내 근무 중 운동화나 기능성 신발을 착용할 수 있도록 복장 규정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는 3~5cm 굽이 있는 구두가 사실상 의무였습니다. 회사 측은 “승무원의 피로 누적이 비상 상황 대응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직원이 편해야 안전과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보이기 위한 복장’에서 ‘움직이기 위한 복장’으로 구두는 오랫동안 대한항공 승무원을 설명하는 상징이었습니다. 단정함과 규율, 그리고 통일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기내에서의 역할은 다릅니다. 승무원은 좁은 복도를 오가며 장시간 서서 근무합니다. 하루 평균 1만 5,000보 이상 이동하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10시간 넘게 서 있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구두는 ‘이미지’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업무’에는 맞지 않는 신발로 남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유니폼과 구두가 실제 근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능성 운동화 도입을 요구해 왔습니다. 기준이 바뀌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우선됩니다. ■ 이미 현장과 시장이 움직이다 이 흐름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앞서 제주항공이 올해 모든 객실 승무원에게 운동화를 지급했고, 에어로케이항공은 출범 초기부터 운동화를 근무화로 채택했습니다. 이스타항공도 색상 기준만 맞추면 구두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도 변화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항공(JAL)은 승무원과 지상직 약 1만 4,000명에게 운동화 착용을 허용했고, 일부 항공사는 하이힐 규정을 없앴습니다. 항공사 복장은 더 이상 ‘맞춰 입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위한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통합 앞둔 대한항공… 유니폼 기준을 다시 묻다 이번 논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 무게가 실립니다. 양사 통합 이후 승무원 규모는 1만 명 안팎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서비스 기준과 유니폼 체계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일찌감치 불거졌습니다. 그만큼, 신발 규정은 그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승무원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서비스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서 승무원의 기동성과 체력이 핵심인데, 복장 규정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당연히 바뀌는 것이 순서”라고 내다봤습니다. 승무원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순간, 발을 옥죄는 구두는 답이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금, 그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6-04-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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