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제 앞서 4.9일제 실험” 은행 먼저... 금요일 1시간 단축, 임금은 유지됐고 설명은 아직
금요일에 한 시간 먼저 퇴근하는 은행이 늘어납니다. 이름은 ‘주 4.9일 근무제’입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주 4.5일제를 앞두고 금융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임금 삭감은 없습니다. 오히려 보수는 개선됐습니다. 제도는 실행됐지만, 사회를 향한 설명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 선택이 노동시간 단축의 출발점이 될지, 공감대를 소진하는 선행 사례가 될지는 검증의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 금융권이 먼저 움직인 이유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부터 금요일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는 주 4.9일제를 순차 도입합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용자 측이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사항을 각 은행이 이행하는 구조입니다. 신한·하나·NH농협은 2025년 임금·단체협약에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를 명시했고, 국민은행도 잠정 합의문에 해당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금융권은 노조 조직률이 높고, 직원 근로시간과 대면 영업시간을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 근무시간 단축을 제도화하기에 유리한 산업으로 평가됩니다. 과거 주 5일제 역시 금융권이 먼저 도입한 뒤 법과 제도가 뒤따랐습니다. 이번 선택도 이 같은 선례 위에 놓여 있습니다. ■ 전면 도입이 아닌 ‘조정된 합의’ 성격 주 4.9일제는 주 4.5일제로 곧바로 이어지는 단계라기보다, 요구 수준이 낮아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았습니다. 이후 교섭을 거치며 요구는 ‘주당 1시간 단축’으로 조정됐습니다. 제도의 명칭은 확장성을 담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간극이 향후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 임금과 결합되며 커진 체감 거리 여론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임금 구조와의 결합입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실적을 반영해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에 합의했습니다. 이 흐름 위에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이 더해졌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는 일의 질과 삶의 균형이지만, 고소득 직군의 선제 도입은 제도의 메시지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감대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속도는 정책 실험의 설득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 실질 근로시간은 줄어드는가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를 두고 전망이 엇갈립니다. 조기 퇴근 1시간이 교육이나 내부 일정으로 대체될 가능성, 업무가 남을 경우 퇴근 시간과 무관하게 일을 마쳐야 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실질 근로시간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은행별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형식은 단축됐지만 내용은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은행별로 조율 중이지만,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5시로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대면 영업시간은 오후 4시까지 유지하고, 직원 근로시간만 줄이는 방식입니다. ■ 고객 불편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 은행권은 대면 영업시간을 유지해 고객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왜 금융권이 먼저여야 했는지, 이 실험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생산성과 보수 체계는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공적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도는 시행됐지만, 사회적 합의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차피 일이 있으면 퇴근 시간과 별개로 마무리해야 하는 구조”라며 “다른 대기업들도 금요일 조기퇴근을 시행하고 있어 은행만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2026-02-0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