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유류할증료가 내려가자, 여행의 방향이 바뀐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반년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항공권 총액에서 체감 비중이 큰 항목이 한 달 새 최대 30%대 중반까지 내려가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조정이 국내 관광, 특히 항공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로 나가는 비용 부담이 낮아질수록, 국내 관광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망설여지는 선택으로 밀릴 여지가 커집니다 ■ 유류할증료는 내려가고 항공권 총액은 바로 반응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월 적용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거리 구간별로 낮춰 공지했습니다. 500마일 미만 구간은 1만 5,000원, 1,000~1,499마일 구간은 2만 1,000원으로 조정되며, 단거리와 중거리 노선에서 체감 인하가 확인됩니다. 구간별 인하율은 최소 24.2%에서 최대 34.9% 수준입니다. 아시아나항공도 2월 1일부터 한국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구간별로 낮춥니다. 짧은 거리 노선부터 조정 폭이 반영돼, 전 구간에서 26.4~35.6%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가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소비자가 결제 단계에서 직접 마주하는 비용입니다. 할인이나 특가 여부와 관계없이 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약 여부를 결정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특히 가족 단위나 장거리 노선의 경우 왕복과 인원 수가 더해지면 부담 차이가 커집니다. 이때 유류할증료 인하는 “이번엔 나가도 되거나, 아니면 접어야 할”이라는 판단으로 빠르게 이어지기 쉽습니다. ■ 해외여행 수요는 유지되고, 관광수지 부담 더 커질 수도 해외여행 수요는 여전합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1월 누적 기준 93억 334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월평균 적자 규모가 8억 달러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수치가 더해질 경우 2024년에 이어 지난해 역시 연간 관광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국면에서 유류할증료 인하는 추가 자극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환율 부담이 남아 있더라도, 항공권 총액이 내려가면 소비자의 판단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더구나 여기에 관광수지 적자 구도까지 맞물립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쓰는 돈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항공권 비용이 내려갈 경우 이 격차는 더 쉽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관광수입은 11월 누적 기준 1,01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반면,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지출은 1,005달러로 7.9% 늘었습니다. 1인당 기준으로는 소폭 흑자지만, 외국인 입국자가 1,742만 명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인 출국자가 2,680만 명에 달하면서 전체 관광수지는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로 분석됩니다. 하늘길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이러한 지출 흐름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 제주가 먼저 받는 영향… 항공권이 아니라 ‘선택 순서’ 제주는 국내 관광의 대표 지역으로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연결 구조에 매우 민감한 지역입니다. 항공편과 가격, 체류 콘텐츠가 동시에 작동해야 소비가 만들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항공 시장이 국제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선 비중이 약해지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 과정에 제주 노선 수요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제주 방문 관광객은 1,384만 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방문객 수가 유지됐다고 해서 체감 경기가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로 나가는 선택이 더 싸고 편해지면, 제주는 가격 비교 단계에서 더 자주 밀리게 됩니다. 여행은 욕망의 산업이지만, 결제는 계산의 영역입니다. “제주를 갈까, 일본을 갈까”라는 비교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제주는 언제든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 “유류할증료가 내려서 좋다”… 국내 관광 ‘촉각‘ 유류할증료 하락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정책과 산업의 관점에서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해외로 나가는 비용 부담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관광의 가격과 콘텐츠, 이동 구조가 그대로라면 결과는 분명해집니다. 외국인 방문객 수가 늘어도 체류와 소비가 따라붙지 않으면 관광수지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미 반복돼 왔습니다. 이 국면에서 제주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와 달라”가 아니라 “왜 여기서 써야 하는가”입니다. 항공권 총액을 낮출 여지가 제한적이라면, 체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여행자의 지갑은 이제 명소보다 경험의 품질에 반응합니다. 숙박과 식음, 이동, 콘텐츠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유류할증료가 내려간 해외여행과의 경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하는 여행 시장의 흐름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며 “그 변화가 해외로 더 쉽게 이어질수록, 국내 관광은 선택받을 이유를 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과제는 관광객 수가 아니라, 선택의 순서”라고 덧붙였습니다.
2026-01-1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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