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돼도 못 산다”… 35만 명이 청약통장부터 깼다
올해 들어 청약통장을 해지한 가입자가 3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넓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분양가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대출 규제는 자금 조달 여력을 줄였습니다. 어렵게 당첨되더라도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오랫동안 유지해 온 통장을 정리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습니다. 청약자 전체는 감소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서울 핵심 단지에는 수백 대 1의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청약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기보다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요와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로 선택이 집중되는 양상입니다. ■ 올해 35만 명 이탈… 감소 폭 1년 전의 3배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을 합친 전체 가입자는 2,583만 4,03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2,618만 4,107명보다 35만 73명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감소 인원 10만 8,855명과 비교하면 올해 이탈 규모는 3.2배입니다. 한 달 사이 빠져나간 가입자도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 5월 말 2,593만 4,673명이던 가입자는 6월 말 2,583만 4,034명으로 10만 639명 줄었습니다. 하루 평균 3,300명가량이 청약통장을 정리한 셈입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6월 2,859만 9,27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2,700만 명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2년 반 만에 2,600만 명선마저 무너졌습니다. ■ 1순위 가입자 41만 명 감소… 오래 부은 통장도 해지 장기 가입자의 이탈도 두드러졌습니다. 지난해 말 1,704만 7,826명이던 1순위 가입자는 올해 6월 말 1,664만 5,497명으로 41만2,329명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2순위 가입자는 912만 8,281명에서 918만 8,537명으로 6만 256명 늘었습니다. 신규 가입은 이어졌지만 납입 기간을 채워 1순위 자격을 확보한 가입자의 이탈 규모가 더 컸습니다. 서울에서도 지난해 말 636만 8,800명이던 가입자가 지난 6월 말 628만 1,887명으로 8만 6,913명 감소했습니다. 청약통장을 오래 유지할수록 납입 기간과 가점 면에서는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1순위 가입자가 대거 빠져나간 것은 당첨 가능성뿐 아니라 당첨 이후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놓고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 전국 경쟁률 2.4대 1… 서울도 11.9대 1로 급락 청약 경쟁률도 빠르게 낮아졌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4대 1로 2024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은 2024년 101.6대 1, 지난해 156.6대 1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1.9대 1까지 내려갔습니다. 같은 달 전국 분양 물량은 2만 3,000가구로 전월보다 7.6% 줄었습니다. 공급이 감소했는데도 경쟁률이 더 낮아진 것은 청약에 나서는 수요도 함께 줄었다는 의미로 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률 하락을 무주택자의 기회 확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분양가 부담이 크거나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장에서는 청약자가 줄었지만 가격과 입지가 좋은 단지에는 통장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서울 분양가 3.3㎡당 6,355만 원… 계약금부터 억대 청약 수요를 밀어내는 가장 큰 부담은 분양가격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당 1,922만 4,000원으로 전월보다 8.85% 상승했습니다. 3.3㎡당 가격은 6,355만 원으로 처음 6,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국 평균도 ㎡당 647만 5,000원, 3.3㎡당 2,140만 5,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은 ㎡당 1,108만 1,000원, 5대 광역시와 세종은 709만 8,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에서 공급면적 100㎡ 안팎의 아파트가 평균 분양가격으로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분양대금은 19억 원 안팎입니다. 계약금 비율이 10%라면 당첨 직후 약 2억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분양가가 오를수록 청약 가점보다 자기자본이 더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을 채워도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당첨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 서울 핵심 단지엔 700대 1… 청약자 몰릴데는 몰려 청약 수요가 모든 단지에서 빠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한 단지는 1순위 43가구 모집에 3만 540명이 신청해 평균 7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전용면적 59㎡ 일부 주택형은 1,00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보였고, 다른 주택형도 700~900대 1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주변 시세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청약자가 집중됐습니다. 앞서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공급된 한 단지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전국 평균 경쟁률이 2.4대 1까지 낮아진 시기, 서울 핵심 단지에서는 700대 1을 넘겼습니다. 청약 수요가 사라졌다기보다 시세 차익과 입지가 확실한 사업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줬습니다. ■ 경기·인천 미분양 증가… 수도권 안에서도 희비 분양시장 격차는 미분양 통계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5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로 전달보다 60가구 증가했습니다. 비수도권 미분양은 1,243가구 감소했지만 수도권에서는 1,304가구 늘었습니다. 분양 물량이 많았던 경기에서 837가구, 인천에서 476가구 증가한 영향입니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서울 핵심 지역과 경기·인천 일부 사업장의 청약 성적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거나 입지 경쟁력이 약한 단지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약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청약자들은 지역 이름보다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의 차이, 대출 가능 금액, 입주 시점의 자금 부담을 따져 통장을 사용할 곳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6-07-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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