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왕복 할증료만 112만 원이었는데”… 항공권 공포요금, 한 달 만에 꺾였다
한 달 전만 해도 항공권 시장은 사실상 ‘공포요금’에 가까웠습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사상 처음 33단계까지 치솟으면서 뉴욕 왕복 노선은 유류할증료만 110만 원을 넘겼습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표를 사는 건지 기름을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6월 들어 흐름이 급하게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이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기존 33단계에서 27단계로 낮추기로 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항공시장도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뉴욕·워싱턴 등 장거리 노선은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 부담이 22만 5,000원 줄어들 전망입니다. 일본·동남아 노선 역시 수만원 단위 인하가 예상됩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놓고 ‘항공권 부담 완화’ 이상의 의미를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여행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제주를 포함한 국내 관광시장 역시 본격적인 가격·체류 경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 사상 첫 33단계 찍더니… 한 달 만에 급반전 1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6월 발권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거리별로 최소 6만 1,500원에서 최대 45만 1,5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적용 단계는 27단계입니다. 지난달 사상 최고치였던 33단계보다 6단계 낮아졌습니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갤런당 150센트를 넘기면 1단계가 시작되고 이후 10센트 단위로 단계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이번 6월 기준이 된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0.02센트, 배럴당 171.21달러 수준입니다. 지난달 적용 기준이었던 갤런당 511.21센트와 비교하면 한 달 새 약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상승 속도는 가팔랐습니다. 3월 6단계였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중동 리스크가 커지며 4월 18단계, 5월 33단계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다시 20단계 후반대로 내려왔습니다. ■ 뉴욕 왕복 22만 원↓… 장거리부터 숨통 트인다 이번 인하에서 체감 변화가 가장 큰 곳은 미주 노선입니다. 인천~뉴욕·달러스·보스턴·시카고·애틀랜타·워싱턴·토론토 등 장거리 노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56만 4,000원에서 45만 1,5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왕복 기준으로는 22만 5,000원 부담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인천~런던·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 역시 50만 1,000원에서 40만 9,500원으로 인하됐습니다. 단거리 노선도 하락 폭이 적지 않습니다. 인천~상하이·베이징·오사카·나고야·타이베이 구간은 10만 2,000원에서 8만 4,000원으로 내려갔고, 선양·칭다오 등 초단거리 구간은 7만 5,000원에서 6만 1,500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충격이 소비 심리를 먼저 눌렀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검색까지는 하는데 결제 직전 멈추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노선은 유류할증료 상승 이후 신규 발권 속도가 크게 둔화됐고, 일부 저비용항공사들은 감편과 비운항까지 확대했습니다. 진에어는 5월 국제선 14개 노선에서 131편 비운항 계획을 잡았고, 에어프레미아 역시 미주·동남아 일부 노선 감편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항공사들 역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현행 제도는 최고 단계인 33단계를 넘는 추가 유가 상승분을 항공사가 자체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유가가 더 올라가도 모든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 기준으로는 유가가 1달러 변동할 때 손익 영향 규모가 약 3,05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제주 관광도 다시 냉정한 선택 경쟁 안으로 제주 관광업계도 이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 관광은 방문객 수 자체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소비 규모나 체류 패턴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제주 여행 수요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급등과 고환율이 겹쳤던 최근 몇 달 동안 국내 여행시장 전체가 가격 부담 압박을 받았고, 제주 역시 항공 좌석 공급과 소비 위축 영향을 동시에 받아왔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유류할증료 하락이 제주 여행시장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숙박비와 렌터카, 외식 물가 부담까지 누적된 상황에서 여행객들이 이제는 항공권 가격만이 아니라 전체 여행 비용을 함께 비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본·중국·동남아 노선 가격 경쟁력까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제주 관광 역시 본격적인 비용·체류 만족도 경쟁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유류할증료 하락은 여행 수요 회복의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항공권 가격만 낮아졌다고 수요가 곧바로 몰리는 시장은 아니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26-05-1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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