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명 늘자 ‘골든크로스’ 축배… 제주 관광, 지금은 반등이 아니라 ‘멈춤’이다
12월 제주 관광객 누적 수치가 전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13일 제주자치도는 12일 기준 누적 관광객이 1,313만 23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12만 9,559명)보다 680명 늘었습니다. 수개월간 이어지던 감소 흐름이 멈췄다는 점에서 이 변화 자체는 물론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골든크로스’나 ‘구조적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숫자의 크기나 12월 들어 나타난 실제 흐름이 그 판단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680명 증가’는 전체 누계의 약 0.005% 수준입니다. 방향 전환의 단서일 수는 있어도,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통계적 폭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 12월 입도 흐름, 상승 곡선은 형성되지 않았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의 입도 추이를 보면 관광객 수는 연속적인 상승 흐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전년 대비 감소와 증가가 날짜별로 반복됐고, 외국인 관광객은 특정 날짜에 집중 유입되며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주중 감소, 주말 집중이라는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반등이라기보다 낙폭이 더 이상 커지지 않은 상태로 평가합니다. 하락이 멈췄다는 신호와 회복이 시작됐다는 판단은 명확히 다른 문제라는 해석입니다. ■ 누계를 바꾼 동력, 확장이 아니라 주말 집중 누계 수치가 플러스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특정 주말 구간의 집중 유입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관광객이 몰리며 누계치는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평일로 넘어가자 입도 규모는 다시 느슨해졌고, 주중 수요가 자생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주말은 고객들이 몰리지만, 평일 공백은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수요 증가는 구조적인 시장 확장이라기보다 수요가 압축돼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 외국인 증가, 지표는 키웠지만 안정성은 남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11월 초 기준 누적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수년 만의 상징적인 회복 수치로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외국인 비중 확대는 동시에 날짜별 변동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항공편 일정과 단체 입국 여부에 따라 하루 입도 규모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 누계 지표가 시장의 안정성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관광정책 부문 실무진은 “겉으로는 숫자가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시장 구조는 더 민감해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 유입 중심 마케팅, 소비 구조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주는 여행주간, 대도시 홍보, 각종 지원금 정책과 함께 디지털 플랫폼 ‘나우다(NOWDA)’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런 정책은 유입 흐름 자체를 만드는 데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마케팅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입자 수나 노출 지표만은 아닙니다. 플랫폼 가입 이후 실제 예약과 소비, 체류 확대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유입은 늘었지만 소비 전환의 연결 고리는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지역 관광 마케팅 전문가는 “발길이 늘었을지 몰라도, 체류를 설계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플랫폼이 수요를 묶어두지 못하면 숫자는 남아도 시장은 남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름만 다른 플랫폼이 하나 더 얹혔을 뿐, 기능과 역할은 아직 모호하다는 평가입니다. ■ 관광객 수 증가와 소비 회복은 다른 문제 관광객 수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회복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은 체류 기간, 1인당 소비, 지역 내 소비 확산입니다. 이 지표들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구조적 회복 단계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식·체험 업계에서는 “사람은 늘어난 것 같지만 매출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는 말”도 반복됩니다. 지금의 증가는 질적 회복이라기보다 양적 유입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의 체감입니다. ■ 지금 필요한 것... 성과 선언이 아니라 정책의 재정렬 문제는 이 지점에서의 정책 해석입니다. 하락이 멈췄다는 신호를 곧바로 회복으로 확정하는 순간, 정책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시간을 잃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최근 실물경제 동향을 보면 관광객 수 증가와 달리,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인 흐름에 머물러 있습니다. 입도 지표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더해집니다. 관광정책 전문가들은 “하락이 멈춘 시점을 곧바로 상승으로 규정할 경우, 정책의 초점이 구조 개선에서 성과 관리로 옮겨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회복은 말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체류의 변화가 실제로 확인될 때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출발선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12월 누계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곧바로 상승을 뜻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말과 평일의 간극은 그대로이고, 소비 회복을 말할 만한 근거도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표는 돌아섰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해석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680명에 축배를 들지, 그 변화를 냉정하게 해부해 2026년을 준비할 것인지가 갈립니다.
2025-12-1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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