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낭 아래 앉았더니 제주가 달라졌다”… 관광객 발길, 마을 안으로
제주 마을에 들어서면 유난히 크고 오래된 팽나무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평상이 놓였고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밭일을 마친 주민이 땀을 식히고, 동네 소식이 오가던 자리였습니다. 제주에서 ‘퐁낭’이라 부르는 팽나무 아래, 이제 여행객에게도 자리 몇 개를 더 내줍니다. 그 작은 자리가 관광객을 마을 안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지, 제주가 그리고 있는 체류형 관광의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됩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읍·면 마을의 퐁낭과 주변 공간을 활용해 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쓰는 ‘퐁낭라운지’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쉬고 와이파이를 쓰는 공간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네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를 걸을지 정보를 얻고, 가까운 가게와 체험 프로그램까지 찾아갈 수 있는 마을 여행의 거점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유명 관광지를 따라 움직이던 제주 여행의 동선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입니다. ■ 팽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하는 마을 여행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21일 오후 6시까지 ‘2026년 퐁낭라운지’에 참여할 마을을 모집한다고 12일 밝혔습니다. 대상은 도내 읍·면지역 리 단위 마을로, 2곳 안팎을 선정합니다. 선정된 마을에는 개소당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합니다. 퐁낭라운지에는 방문객 안내를 위한 컨시어지 기능과 무료 와이파이, 도보 여행자를 위한 무인 게시판 등이 들어섭니다. 주민과 여행객이 함께할 수 있는 지역 문화행사 공간으로도 활용합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라운지보다 그 주변입니다. 도와 공사는 퐁낭을 인근 관광지와 상권, 마을 콘텐츠와 연결할 계획입니다. 퐁낭에서 동네 정보를 얻은 여행객이 길을 걷고, 마을 식당이나 카페에 들른 뒤 주민이 운영하는 프로그램까지 경험하도록 동선을 넓히는 방식입니다. 여행객을 마을까지 데려오는 데서 끝내지 않고, 머문 시간과 소비가 지역 안에 남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 카름스테이에 여행 콘텐츠, 퐁낭에는 머물 자리 퐁낭라운지는 제주가 추진해온 마을관광 사업과도 연결됩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카름스테이’를 통해 세화리와 가시리, 김녕리, 신창리, 저지리 등 도내 마을의 생활과 자연, 주민이 참여하는 여행 콘텐츠를 발굴해왔습니다. 마을을 잘 아는 주민 등이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안내하는 ‘카름마스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퐁낭라운지가 들어서면 여행할 콘텐츠와 이를 안내할 사람, 여행객이 머물며 정보를 얻는 공간이 한 마을 안에서 이어집니다. 관광객 숫자만으로 제주 관광의 성과를 설명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 범위를 지역 곳곳으로 넓히려는 정책 방향이 읽힙니다. 새 관광시설을 계속 만들기보다, 이미 주민의 삶 속에 자리 잡은 공간을 여행의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 2곳에서 먼저 시작… 퐁낭 밖으로 발길 움직일까 퐁낭 하나만 있다고 참여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습니다. 마을 안에 보존 가치가 있는 퐁낭 자원을 갖춰야 하고, 읍·면지역 마을회나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제주도가 지정한 마을기업 가운데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농어촌체험휴양마을과 마을기업은 마을회 대표자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선정 과정에서는 사업 이해도와 참여 의지, 퐁낭과 공간의 적합성뿐 아니라 접근성과 안전성, 와이파이 등 부대시설 설치 여건을 살핍니다. 주변 관광지와 상권, 마을 프로그램을 얼마나 엮을 수 있는지도 평가합니다. 선정된 마을은 비짓제주와 카름스테이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한 홍보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성패는 퐁낭라운지를 얼마나 보기 좋게 꾸미느냐보다 그곳에 앉았던 여행객의 다음 발길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와이파이를 쓰고 잠시 쉬었다 떠난다면 마을에 남는 효과도 크기 어렵습니다. 여행 안내를 받은 사람이 골목의 식당과 카페, 작은 가게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움직이고 그 소비가 주민에게 돌아갈 때 퐁낭라운지는 비로소 마을관광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첫 퐁낭라운지는 2곳 안팎에서 출발합니다. 참가를 희망하는 마을은 참가신청서와 관련 제출서류를 이메일([kareumstay@ijto.or.kr](mailto:kareumstay@ijto.or.kr))로 제출하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알림마당 내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 읍·면지역에는 마을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매력적인 자원이 많다”며 “퐁낭라운지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와 상권, 마을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연계해 관광객들이 제주 마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머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6-08-1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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