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거부권 대신 공포… 사법개혁인가 권력 재편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편 3법’을 국무회의에서 곧바로 의결하며 공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결정입니다. 이번 조치로 형법 개정안의 ‘법왜곡죄’,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재판소원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대법관 증원’이 동시에 시행 수순에 들어갑니다. 여권은 이를 “사법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법조계와 야당에서는 재판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사법 개혁의 출발점인지, 아니면 사법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정치적 선택인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 하루 만에 공포 결정… ‘검토 시간’보다 ‘정치 속도’ 선택 사법개편 3법은 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됐습니다. 헌법은 대통령이 법안을 15일 이내 공포하도록 규정합니다. 정부는 이 기간을 사실상 하루로 압축했습니다. 5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심의·의결했고, 청와대는 “국회에서 절차를 거쳐 의결된 법률을 헌법 절차에 따라 공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정치 공방을 넘어, 대통령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 자체를 빠르게 마무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법왜곡죄’ 신설… 재판·수사 결과 놓고 형사 책임 논쟁 형법 개정으로 신설되는 법왜곡죄는 판사·검사·사법경찰관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법령을 왜곡해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증거 인멸이나 위법 수집 등 위법 행위를 통해 사건을 처리한 경우를 포함해 최대 10년 이하 징역과 자격정지 처벌을 규정했습니다. 여권은 검찰의 증거 조작이나 재판 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판결과 수사 판단 자체가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합니다. 판결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들이 ‘법왜곡’ 주장을 근거로 고소·고발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헌재 판단 가능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도입되는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헌재가 재판 과정에서 헌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은 그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합니다. 헌재는 이를 “재판을 다시 심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심 절차”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사건이 장기화되고 재판 확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대법관 14명에서 26명… 사법부 구성 논쟁으로 확산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매년 4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방식이며 시행은 2028년부터입니다. 정부는 상고 사건 적체를 줄이고 심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다른 논쟁이 함께 제기됩니다. 대법관 증원과 기존 대법관 교체 시기를 고려할 경우 대통령이 임기 중 상당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이를 “사법부 구성에 대한 정치권 영향력 확대”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 장외 투쟁 나선 국민의힘… 그러나 내부에서도 전략 논쟁 국민의힘은 이날 청와대 인근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장외 투쟁을 벌였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법부 독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그대로 의결되면서 장외 투쟁은 결과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당 내부에서는 전략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중동 정세와 증시 변동 같은 경제 이슈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사법 3법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정치적 대응 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026-03-05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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