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파업 앞두고 정부 내부 온도차… “대화” vs. “긴급조정”
“회사 망하라고 만든 노조는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먼저 대화를 꺼냈습니다.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던 14일, 김 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민주주의는 대화의 힘을 믿는 것”이라며 “파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결국 교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정부 안에서는 전혀 다른 단어가 나왔습니다. ‘긴급조정’이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긴급조정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삼성전자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 안에서도 지금, 위기 대응 방식이 조금씩 갈리는 분위기입니다. 한쪽은 교섭 복원을 강조했고, 다른 한쪽은 국가 경제 충격 가능성을 먼저 꺼냈습니다. ■ 노동장관은 “끝까지 대화”… 긴급조정 질문에도 신중론 김영훈 노동부 장관 메시지는 예상보다 낮고 신중했습니다. 자신의 SNS에 “노동자 없는 기업 없고,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는 없다”고 적었습니다. 노조를 향한 압박보다는 협상 테이블을 깨지 말라는 요청에 가까웠습니다. 실제 유튜브 방송에서도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화가 절실하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정부는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물밑이든 공개적으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과거 철도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입니다. 2006년 철도 총파업으로 구속됐고,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는 장기 단식 투쟁도 했습니다. 그런 인물이 지금 노동부 장관 자리에서 “결국 교섭으로 끝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을 꺼낸 셈입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당장 강제 개입보다는 협상 복원을 우선 보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 산업장관은 수위 높여… “삼성 흔들리면 회복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산업부 메시지는 훨씬 강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 자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공장 정지 시 하루 최대 1조 원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가공 중인 웨이퍼 손상 가능성과 협력업체 피해, 글로벌 공급망 신뢰 하락 우려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표현 수위도 훨씬 높았습니다. “경쟁력을 잃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문제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결국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부 장관 권한입니다. 그런데 산업부 장관이 먼저 공개적으로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모습이라, 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시장과 노조 모두에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 정부 안에서도 온도차… 한쪽은 ‘압박’, 다른 한쪽에선 ‘교섭’ 지금 정부 대응은 충돌이라기보다 역할이 나뉜 모습에 가깝습니다. 산업부는 국가 경제 충격 가능성을 부각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부는 긴급조정 카드를 당장 꺼내기보다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도 오는 16일 사후조정 회의 재개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작일은 21일입니다. 시간은 많지 않은데, 정부 입장에서도 긴급조정권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 친화 기조를 강조해온 정부가 출범 초반부터 삼성전자 파업에 강제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총파업이 현실화돼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고객사 불안이 실제 발생할 경우 책임론 역시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은 AI 반도체와 HBM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시기입니다. 삼성전자 생산 불확실성 자체가 글로벌 고객사에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산업계에서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 파업, 이제 임금협상만의 문제 아니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에도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파업 장기화가 실제 생산 차질과 시장 신뢰 문제로 이어질 경우 노조 역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함께 나옵니다. 정부는 아직 “대화”를 말하지만 ‘긴급조정’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는 이번 삼성전자 파업을 정부가 이미 국가 경제 변수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더 가깝게 읽히고 있습니다.
2026-05-1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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