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착 뒤 한 달 만에 공개… 16년 만의 제주 남북교류, 왜 이제 알렸나
제주도가 북한에 신장투석기와 한라봉 묘목, 소나무재선충 방제약 등 1억 6,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며 16년 만에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재개했습니다. 1999년 감귤 보내기로 시작된 이른바 '비타민C 외교'가 중단된 지 16년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습니다. 다만, 이번 사업을 둘러싼 관심은 지원 물품이나 규모보다도 그 공개 시점에 쏠리고 있습니다. 북측 접촉과 정부 승인, 물품 반출과 북한 도착까지 주요 절차가 모두 진행된 뒤에야 사업 전반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 브리핑은 6월, 사업은 이미 넉 달째 진행 중 8일,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물밑에서 추진됐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11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 제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이어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관련 사업 추진을 의결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관계자와 협의가 진행됐습니다. 제주도는 3월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고와 물품 반출 신청을 했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원 품목은 신장투석기와 관련 소모품, 한라봉 묘목 50그루, 비닐하우스 시설 자재, 소나무재선충 방제 약재 등입니다. 물품은 4월 1일 인천항을 출발해 중국 다롄항을 거쳐 지난 5월 4일 북한 남포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가 사업 전반을 공식 설명한 것은 8일 도청 기자실 브리핑이 처음입니다. 북측 접촉부터 정부 승인, 물품 반출, 북한 도착까지 핵심 절차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뒤 공개가 이뤄진 셈입니다. ■ 통일부도 승인 사실 확인… 하지만 정부 사업과는 선 그어 통일부는 이날 제주도의 사업 추진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측이 신청한 북한 주민 접촉 신고 및 물품 반출 신청에 대해 관련 법적 요건에 따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는 통일부 차원에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업을 정부 차원의 대북협력 재개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자체도 정부 당국은 아니기 때문에 법인의 하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사실상 제주도의 사업 추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사업과는 구분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 “사업 진행 중이었다”는 설명 제주도는 사업 특성상 공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리핑에 참석한 김양보 관광교류국장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예민한 부분이 있어 비공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도 관계자 역시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발표를 미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북 사업은 북측 협의와 정부 승인, 국제 정세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습니다. 사업 성사 자체를 위해 일정 부분 비공개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민간단체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가 직접 추진한 공식 사업입니다. 도지사가 관련 협의에 참여했고, 통일부 승인 절차를 거쳤으며,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됐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설명 책임이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1억 6,000만 원보다 더 큰 의미 지원 규모는 1억 6,000만 원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금액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0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제주도의 공식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제주도는 의료복지와 산림방재 협력을 시작으로 향후 감귤 지원, 양돈, 관광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 남북협력기금은 약 8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이번 지원은 단발성 물품 전달로 끝날 게 아니라, 향후 협력사업의 출발점이라는 중장기적인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 설명된 사업, 설명되지 않은 시점 제주의 대북 교류는 1999년 감귤 보내기 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감귤과 당근 등 6만 6,000톤을 북한에 지원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대표적인 남북협력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시행된 5·24 조치와 남북관계 경색 속에 교류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이번 지원은 그 단절 이후 처음 이뤄진 공식 협력 사업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업은 북한으로 간 신장투석기와 묘목 자체보다 추진 과정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접촉했고, 언제 승인받았고, 언제 보냈는지는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북측 접촉과 통일부 승인, 물품 반출, 북한 도착까지 모든 절차가 진행된 뒤에야 사업 전반이 공개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16년 만에 남북교류는 재개됐지만, 공개는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답은 제주도정이 내놓아야 합니다.
2026-06-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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