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에 다시 불이 오른다… 멈췄던 들불, 다른 방식으로 돌아왔다
새별오름 위로 다시 불빛이 올라옵니다. 한동안 축제에서 자취를 감췄던 들불의 장면이 이번 봄 다시 등장합니다 표현의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실제 불과 디지털 연출이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입니다. 늦겨울 끝자락에 불을 놓아 한 해의 시작을 기원하던 제주 사람들의 오래된 의식이, 지금의 시대 감각을 입고 다시 축제의 중심으로 돌아옵니다. 제주시는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주, 희망을 품고 달리다’를 주제로 2026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사전 프로그램은 9일부터 12일까지 운영되고, 본행사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집니다. 들불축제는 1997년 애월읍 어음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구좌읍 덕천리 마을공동목장을 거쳐 2000년부터 새별오름이 축제의 무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늦겨울 초지에 묵은 풀을 태워 해충을 없애고 새 풀이 돋아나기를 바랐던 제주 농경 풍습에서 출발한 행사입니다. ■ 불의 상징을 다시 세운다 최근 몇 년 동안 들불축제는 방향을 둘러싼 논쟁을 겪었습니다. 탄소 배출과 산불 위험, 생태 훼손 우려가 이어지면서 오름에 불을 놓는 장면이 축제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축제는 들불의 상징을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횃불을 들고 걷는 횃불대행진과 달집태우기가 다시 축제의 핵심 장면으로 등장합니다. 관람객이 직접 작성한 소원지를 태워 하늘로 올려 보내는 행사도 마련됩니다. 오름 전체를 태우는 장면은 미디어 연출로 대신합니다. 새별오름 전역을 활용한 융복합 미디어아트 쇼 ‘디지털 불놓기’가 밤 풍경을 채웁니다. 실제 불빛과 영상 연출이 겹쳐지며 새별오름 능선은 거대한 불의 무대로 바뀝니다. ■ 의전 줄이고 관람객을 앞세운다 올해 들불축제의 또 다른 변화는 운영 방식입니다. 관행처럼 이어지던 내빈 소개와 장시간 축사를 없애는 ‘의전 없는 축제’를 선언했습니다. 대신 축제의 기원을 감각적인 영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축제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구성했습니다. 개막 공연부터 달집태우기, 축하 공연까지 흐름을 끊지 않는 연출로 현장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축제의 주인공은 관람객”이라며 “들불축제 본래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 새별오름의 밤, 음악과 함께 완성된다 본행사는 13일 삼성혈 채화 행사로 시작됩니다. ‘희망의 여정’을 주제로 한 개막 공연에서는 희망불 안치와 달집태우기가 이어지고 트로트 가수 김용빈이 무대에 올라 새별오름의 밤을 채웁니다. 14일에는 ‘희망의 찬가’를 주제로 전도풍물대행진과 횃불대행진이 이어지고 달집태우기와 디지털 불놓기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실제 불과 디지털 불이 겹쳐지는 가운데, 밴드 자우림 공연이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합니다. ■ 낮에도 이어지는 체험 프로그램 사전 프로그램은 9일부터 시작됩니다. 소원지 쓰기와 꼬마 달집 만들기, 오름 해설사와 함께하는 ‘오름 도슨트’ 투어가 하루 세 차례 운영됩니다. 농수특산물 장터도 마련합니다. 소상공인 품목까지 확대해 상생 장터 형태로 운영하고 일부 상품은 할인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제주 전통 예식 문화를 재현하는 ‘지꺼진 가문 잔치’ 공연도 본행사 기간 메인무대에서 선보입니다. ■ 다시 켜지는 제주 봄의 풍경 들불축제는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는 제주 봄의 상징적인 축제입니다. 새별오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횃불의 행렬과 밤하늘을 밝히는 달집의 불빛은 오랫동안 제주 사람들이 한 해의 시작을 체감해 온 방식이었습니다. 올해는 그 전통의 상징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했습니다. 들불의 의미를 미디어 기술과 결합해 새별오름 전역을 하나의 무대로 활용하는 연출을 준비했습니다. 늦겨울과 봄이 맞닿는 시기, 제주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오래된 의식이 새별오름 위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2026-03-0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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