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라는 말이 거짓이 된 시대에… 이지현의 ‘Good Morning’이 우리를 멈춰 세우는 방식
신문은 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항상 어제 도착합니다, 그것을 읽지 않습니다. 넘깁니다. 이해하지 않습니다. 처리합니다. 그렇게 현실은 매일 ‘지나간 것’이 됩니다. 작가는 그 흐름을 멈춥니다. 신문을 읽을 수 없게 만들고, 넘길 수 없게 만들고, 기능을 멈추게 합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정보가 아니라 구조였고, 메시지가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 전시는 결과가 아니라 속도의 중단이었고, 그래서 ‘Good Morning’입니다. 22일부터 제주 돌담갤러리에서 시작한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입니다. ■ 읽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다시 보게 만드는 일 읽을 수 없게 된 신문 앞에서 우리는 갑자기 느려집니다. 손은 멈추고, 시선이 머뭅니다. 그 순간 세계는 더 이상 지나가지 않습니다. 드러납니다. 늘 의미를 찾는 데 익숙한 시선, 혹은 인식.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입장인지, 어느 편인지. 전시는 그 질문을 거부합니다. 대신 묻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종이는 종이로 돌아가고, 활자는 구조로 환원됩니다. 그때 비로소 사물이 사물로 존재하는 순간을 보게 됩니다. ■ 해체는 사라짐이 아니라, 무게의 이동 이지현은 무언가를 없애지 않습니다. 하나의 방법으로, 무게를 옮깁니다. 의미의 무게를 물성으로, 정보의 무게를 시간으로, 해석의 무게를 감각으로 옮깁니다. 이 작업은 파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장 보존적인 작업입니다. 사물이 사물로 존재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왜 지금, 신문인가 작가는 이 작업을 하루아침에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책, 옷, 사진, 신문으로 이어지는 작업은 언제나 ‘사라지기 쉬운 것들’에 머물러 왔습니다. 손에 쥐어지지만 오래 붙잡히지 않는 것, 쓰이고 버려지는 것, 기록되지만 남지 않는 것들입니다. 신문은 가장 빠르게 늙는 사물이었습니다. 아침에 도착해 점심 전에 낡아지고, 하루가 지나면 무가치해집니다. 작가는 그 속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빨리 지나치는가”,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잊는가”라는 질문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멈추게 했습니다. 읽히지 않게 만들었고, 넘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선택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였습니다. ■ 희망을 말하지 않는, 희망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전시에는 밝은 색이 있지만, 밝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신 정지된 시간이 있습니다. 이 전시의 윤리입니다. 먼저 멈추게 하는 것, 먼저 보게 하는 것. 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온 것들. 폭력, 붕괴, 실패, 침묵. 전시는 이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놓아두고, 보게 합니다. 감상하지 말고, 지나치지 말고, 함께 있으라고 요구합니다. ■ 더 이상 세계를 보지 않고, 감히 처리하려 함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습니다. 전시는 지식을 늘리지 않습니다. 대신에 시선을 복원합니다. 이 전시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지 않기로 선택해온 것들을 다시 놓아줍니다. ■ 사물을 만들지 않고, ‘조건’을 만들다 작가는 중앙대학교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책, 신문, 의류, 사진 인화지 등 일상의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개인전 50여 회, 국내외 단체전 200여 회 이상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매일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인도 트리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강원트리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등 주요 국제·국내 전시에 초대됐습니다. 제주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상의 사물을 해체해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동시대의 인식 구조와 감각의 조건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찢지 않았고, 우리가 현실을 대하는 태도를 찢었습니다. 읽히지 않게 만들었고, 넘길 수 없게 만들었고, 처리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멈췄고, 그래서 보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전시는 말합니다. “아침은 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다시 볼 때 시작된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집니다. 관람은 전시 기간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가능합니다.
2025-12-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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