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자체조사?” 지적에 “공조였다”… 재반박이 키운 ‘조사 주도권’ 논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자체 조사가 아니라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 조사였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이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출 자체보다 더 커진 쟁점은 ‘누가 조사 결과를 먼저 말할 권한을 갖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사태는 보안 사고를 넘어, 플랫폼 기업과 국가 사이 조사 주도권과 설명 권한의 충돌로 성격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 쿠팡 “정부 지시에 따른 조사”… 시점·경위까지 공개 쿠팡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긴밀히 협력해 진행한 조사였다”고 밝혔습니다.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이달 9일 정부 제안으로 유출자 접촉이 시작됐고, 14일 1차 대면, 16~17일 저장장치와 진술서 확보, 18일에는 하천에서 노트북을 인양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은 “유출자의 자백을 확보했고, 유출에 사용된 모든 기기를 회수했으며, 그 과정 전반을 정부와 공유했다”며 “그럼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 “확인 안 됐다”… ‘공조’ 주장에 즉각 제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같은 날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외부에 알린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며 “쿠팡의 주장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정보 유출의 종류와 규모, 경위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먼저 공개되면 혼선과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쿠팡이 말하는 ‘공조’와 정부가 말하는 ‘공식 확인’ 사이에 명확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 충돌 본질은 유출이 아니라 ‘누가 설명하느냐’ 논쟁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설명의 권한에 있습니다. 쿠팡은 내부자 일탈, 외부 유출 없음, 결제 정보 미포함, 피해 범위 제한이라는 ‘관리된 사고’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반면 정부는 ‘진행 중인 수사’ 프레임을 유지하며 결론 이전의 규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프레임은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쪽은 신속성을, 다른 한쪽은 절차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건을 설명할 권리는 누구에 있나 기업과 정부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신뢰는 양쪽 모두에서 빠르게 소진되는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쿠팡은 전직 직원을 특정해 관련 장치를 모두 회수했고, 해당 직원이 접근한 3,300만 개 계정 가운데 3,000개의 정보만 저장됐다가 삭제됐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주소, 주문 정보, 공동 현관 출입 번호 2,609개가 포함됐고, 결제 정보와 로그인 정보, 개인통관고유번호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은 “정부 요청에 따라 조사 세부 내용을 추가 브리핑했고, 25일 고객들에게 진행 상황을 안내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2차 피해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권한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국가의 영역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해킹 사건이 아니라, 설명 권한의 경계선을 둘러싼 첫 충돌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쿠팡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2025-12-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