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은 폭발했는데, 제주는 보이지 않았다
글로벌 아티스트 월드투어 일정 발표 직후, 한국을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은 즉각 반응했지만, 국내외 관광 허브를 자처해온 제주는 데이터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공백은 우연이 아니라, 제주 관광이 반복적으로 노출해온 선택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48시간 만에 반응한 도시들, 숫자는 분명했다 22일 숙박시설 온라인 예약 서비스인 호텔스닷컴은 전 세계 아미(ARMY)들이 약 4년 만에 재개되는 월드투어를 앞두고 한국 방문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텔스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투어 일정 발표 이후 48시간 동안 한국을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글로벌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K팝 그룹의 컴백을 직접 보기 위해 전 세계 팬들의 이동 수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됩니다. 서울을 향한 여행 검색량은 직전 주 대비 155% 증가했고, 부산은 2,375%까지 급증했습니다. 공식 티켓 판매 이전부터 여행 수요가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팬 차원의 관심을 넘어 실제 이동 가능성을 반영한 수치로 평가됩니다. 주요 인바운드 시장의 반응도 뚜렷했습니다. 서울은 일본이 400%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대만 260%, 홍콩 170%, 미국 95%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부산은 단 두 차례의 공연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1만 545%로 압도적이었고, 홍콩 7,100%, 대만 1,275%, 미국 835%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 그런데, 제주가 없다 같은 기간 제주를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 증가는 호텔스닷컴 데이터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서울과 부산의 급격한 반응과 달리, 제주는 통계의 범위 밖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제주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데이터는 글로벌 공연을 기점으로 형성되는 여행 동선이 ‘공연 도시 중심’으로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투어 투어리즘의 핵심… 공연이 아니라 이동 호텔스닷컴이 제시한 ‘투어 투어리즘(Tour Tourism)’은 콘서트 자체보다 공연을 중심으로 여행 결정을 앞당기고 재편하는 흐름을 의미합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콘서트나 음악 이벤트 참석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43%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거주 도시를 넘어 이동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광 트렌드 분야의 학계 관계자는 “최근 인바운드 여행은 ‘가고 싶은 곳’보다 ‘바로 갈 수 있는 곳’을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공연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 이동 가능성과 예약 구조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 제주는 ‘좋은 목적지’였지만, ‘즉시 선택지’는 아니다 제주가 이번 흐름에서 제외된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공연 이후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이동 경로와 일정 설계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항공·관광 정책 분야 한 관계자는 “제주는 자연과 휴식의 이미지는 강하지만, 글로벌 공연 이후 이동을 전제로 한 여행 상품이나 동선 설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인바운드 시장에서 이동은 감성이 아니라 계산으로 결정된다”고 지적합니다. ■ ‘제주는 나중에’라는 기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제주 관광이 반복적으로 빠지는 함정은 ‘공연은 서울·부산, 여행은 이후 제주’라는 기대입니다. 그러나 투어 투어리즘에서는 공연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 이동과 숙박이 동시에 결정됩니다. 그 목록에 오르지 못한 도시는 이후에도 선택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팬층의 방한 일정은 대부분 짧고 압축돼 있다”며 “공연 다음 날 어디로 이동할지까지 한 번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어 “이 흐름이 반복되면 특정 도시는 자연스럽게 고착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덧붙였습니다. ■ 선택은 늘 앞에서 끝난다 이번 데이터는 제주 관광의 잠재력을 말하지 않습니다. 여행이 어떻게 선택되고, 어디에서 배제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광행태를 연구해온 대학 관광학과 교수는 “공연 날짜가 고정되는 순간, 그 전후로 이동 가능한 도시만 후보에 오른다”며 “서울과 부산은 공연 종료 시점과 다음 날 이동, 숙박까지 한 번에 그려지는 도시였지만, 제주는 그 연쇄에 자동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 접근 경쟁력, 인프라에서 갈린다 여기에 제주의 국내선 인프라라는 현실적 제약이 겹칩니다. 해외 노선은 늘고 있지만, 국내선 공급 여력은 빠듯한 상황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대형 문화 이벤트 수요까지 특정 도시로 집중될 경우, 제주의 접근 경쟁력은 더 약화되는 양상입니다. 수요 증가에도, 좌석이 늘지 않습니다. 좌석이 있어도 일정에 끼어들지 못하면, 선택은 그 이전 단계에서 끝납니다. ■ 반복되는 선택, 고착되는 위치 월드투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같은 기준으로 목적지를 가려냅니다. 그 결과 일부 도시는 반복해서 선택되고, 다른 지역은 점점 뒤로 밀립니다. 관광 정책 분야 한 관계자는 “제주 관광의 한계는 매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연과 이동이 동시에 결정되는 국면에서, 제주는 반복해서 선택의 뒤편에 놓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번 데이터는 제주가 빠진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이미 어디에서 선택이 끝났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2026-01-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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