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교육이 아니라 처벌 리스크”… 교사 96%가 등을 돌렸다
교실 밖 수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육 효과 때문이 아니라, 책임 구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나면 교사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체험학습은 선택지가 아니라 회피 대상이 됩니다. ■ 2만 명 조사, 96.2% 부정… “안 하는 게 맞다”는 판단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교사노조가 교사 2만 1,9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2%가 체험학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매우 부정적’이 90.5%입니다. 사실상 거부입니다. 긍정 응답은 2% 수준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방향이 정리됐다는 의미입니다. 부정 이유는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부담이 49.8%로 가장 컸고,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가 37.0%였습니다. 행정 업무 부담도 뒤를 이었습니다. 체험학습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 판례 이후 기준이 바뀌어… “사고는 예외, 책임은 상수” 2022년 강원 춘천 체험학습 사고 이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학생이 차량에 치여 숨졌고, 인솔 교사는 업무상 과실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현장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핵심이 됐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활동 자체를 줄이는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학교의 체험학습 실시 비율이 30%, 수학여행이 17%까지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감염병이 아니라 책임 구조가 교육을 멈추게 한 결과입니다. ■ 요구는 하나로 … “면책 기준 먼저 만들어야” 해법도 또렷합니다. 사고 발생 시 교사 책임을 제한하는 명확한 기준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면책권 보장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5%였습니다. 거의 전원이 그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현재 구조는 사고 이후 책임을 따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어떤 준비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는 사전에 책임 범위를 규정하지 않으면 체험학습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정책은 뒤따라와… 현장, “답보 상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체험학습 위축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달 말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판단은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책임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체험학습은 다시 시작되지 않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사라진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전제가 무너진 상황입니다.
2026-05-0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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