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만 남는 축제는 오래 못 간다”… 제주국제무용제, 새 예술감독 체제 출범
문화나 예술행사는 많아졌습니다. 제주 역시 이제는 공연과 전시, 축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하지만 막이 내린 뒤에도 다시 떠오르는 무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며칠간 화제를 모으는 일과, 도시 안에 감각과 기억을 남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주국제무용제가 새 예술감독 체제를 꺼내든 배경에도 결국 이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제주에서 왜 이 무용제가 계속 열려야 하는가.”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는 2026 제주국제무용제 예술감독으로 이애리 제주관광대학교 교수를 위촉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이애리 신임 예술감독은 조선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제주도립예술단 운영위원과 대한무용협회 전국무용제 본선 심사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제주관광대학교 교수와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위원, 제주자치도체육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무용과 체육 분야를 함께 경험한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바탕으로 제주국제무용제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요즘 무용은 극장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아 최근 국제 공연예술계에서는 극장 중심 무대에서 벗어나 도시 공간과 장소성을 함께 활용하는 작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래된 항구와 골목, 광장과 폐건물 같은 생활 공간이 공연 장소로 바뀌고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활용되는 흐름입니다. 무용은 언어보다 움직임과 공간의 인상이 먼저 남는 장르로도 불립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디에서 펼쳐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각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제주는 그런 점에서 매우 독특한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원도심의 시간과 관광도시의 속도가 다르고 바다와 화산지형, 바람과 습도의 분위기가 공간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무용이 공간의 감각과 분위기를 중요하게 읽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제주는 이미 뚜렷한 장소성을 가진 지역으로 꼽힙니다. 중요한 건 이 감각을 얼마나 제주만의 무대로 설득력 있게 이어갈 수 있느냐입니다. ■ 제주국제무용제, ‘행사’에서 무엇을 남기느냐로 2026 제주국제무용제는 7월 12일 서귀포예술의전당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비인극장(BeIN),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주도 일원에서 국제댄스프린지와 국제댄스필름페스타, 청소년 공연, 장소특정공연 등을 이어갑니다. 또 제주아시아퍼시픽국제무용콩쿠르도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올해 무용제에는 국내외 무용수와 청소년 등 8개 국 300여 명이 참여합니다. 다만 지금 제주국제무용제가 마주한 과제는 외형 확대에만 있지 않아 보입니다. 국제무용제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이 축제가 제주 안에서 어떤 시간을 남기느냐입니다. 관객들이 다음 해 무대를 기다리게 만들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 계기를 전하는 일입니다. 오래 기억되는 예술제는 공연 자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 도시의 감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익숙했던 공간의 분위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읽게 만듭니다. 제주국제무용제가 새 예술감독 체제 아래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주게 될지, 올해 여름 공연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시작된 제주국제무용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습니다. 해마다 참여 폭을 넓히며 제주 대표 국제무용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2026-05-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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