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에 탈당을 요구하는 순간, 정당은 스스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자진 탈당을 권유하고, 응하지 않으면 제명한다는 공식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병기 의원에게 사실상 ‘탈당을 통한 퇴장’을 요구하면서, 징계의 초점은 의혹의 실체보다 당의 부담 관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당은 결단을 말했지만, 그 결단이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병기 의원에게 사실상 자진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윤리심판원 징계 결정을 하루 앞두고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탈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11일) “김 의원이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길 요청한다”며 “자진 탈당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리심판원 결정이 제명이 아닌 방향으로 나올 경우에도 비상 징계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시사했습니다. 이 발언은 형식상 권유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분명한 압박이었습니다.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이고, 제명이 아니어도 다시 징계할 수 있다는 구조를 공개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 ‘윤리 판단’이 아니라 ‘출구 관리’가 먼저 나왔다 김 의원은 지역구 구의원들에게서 금품을 받았다가 반환했다는 의혹, 배우자의 공적 예산 사적 사용 의혹 등 총 13건의 사안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 판단은 나오지 않았고, 당 윤리기구 역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윤리심판원 판단 이전에 ‘퇴로’를 먼저 제시했습니다. 판단이 나오기 전에 결과를 관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당의 징계는 도덕성 판단이자 기준 설정입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느 선까지 책임지는지가 정당의 가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기준보다 부담을 먼저 계산한 흔적이 더 또렷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애당의 길”이라는 말, 책임 흐려 지도부는 ‘애당’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책임의 기준을 흐릴 위험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 의원이 당을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당이 어떤 책임 기준을 갖고 있는가입니다. 탈당은 책임이 아닙니다. 책임은 설명이고, 검증이며, 판단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 밖으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정당이 구성원의 문제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책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윤리는 내부 규율이 아니라 외부 부담 조절 수단이 됩니다. ■ 제명과 탈당 사이에서, 질문이 사라졌다 지금 사라진 질문은 ‘김병기 의원의 행위가 당 윤리 기준을 위반했나’, ‘위반했다면 어느 선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기준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입니다. 정작 이런 질문이 먼저 나와야 할 상황에서, 지금은 ‘제명이냐 탈당이냐’라는 기술적 선택지만 남았습니다. 김 의원은 “제명당해도 탈당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발언이 가능해진 구조 자체가 이미 당의 약화된 통제력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탈당을 요구하는 순간, 정당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이것이 책임의 시작인지, 회피의 시작인지는 이후 결정이 아니라 지금의 기준이 말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2026-01-1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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