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비리 의심 7,851곳… 경보 울렸지만 정부는 ‘뒷일’ 몰랐다
전국 아파트 7,851개 단지에서 관리비 비리 의심 경보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실제 점검과 적발, 처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리비 공개 의무가 있는 공동주택 3곳 중 1곳 이상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정부가 경보 기준을 바꾸면서 집중 관리 대상은 8,255곳에서 7곳으로 급감했습니다. 관리비 비리를 조기에 찾아내겠다며 도입한 시스템이 경보 이후의 조치 결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주요 감시 항목까지 축소하면서 운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 7,851곳 경보… 후속조치 자료 없어 오늘(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관리 비리 조기경보시스템에서 한 차례 이상 경보가 발생한 단지는 전국 7,851곳입니다. 관리비 공개 의무가 있는 공동주택 2만 1,729곳의 36.1%에 해당합니다. 국토부가 2022년 구축한 이 시스템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회계감사, 공사·용역업체 선정 내역 등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찾아냅니다. 운영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경보 결과를 지자체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5개 이상 항목에서 경보가 발생한 단지는 국토부에도 별도로 통보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원은 경보 발생 단지에 대한 지자체의 점검·감사 여부와 위반사항 적발, 시정명령·과태료 부과·수사의뢰 등 처분 현황을 묻는 의원실 질의에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6곳에 그쳤습니다. 지역마다 집계 기준까지 달라 전국적인 점검·처분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 기준 바꾸자 8,255곳이 7곳으로 국토부와 부동산원은 지난해 12월 입력 오류나 누락 등 실제 비리와 관련성이 낮은 항목을 정비한다며 이상 징후 판별 기준을 31개에서 20개로 줄였습니다. 지난해 말 동일한 자료에 개편 전후 기준을 각각 적용한 결과, 전체 경보 건수는 8만 1,241건에서 1만 80건으로 87.6% 감소했습니다. 경보 발생 단지도 1만 9,752곳에서 7,737곳으로 60.8% 줄었습니다. 특히 5개 이상 항목에서 경보가 발생해 국토부에 별도로 통보되는 단지는 8,255곳에서 7곳으로 감소했습니다. 감소율은 99.9%에 달합니다. 같은 자료를 분석하고도 적용 기준에 따라 집중 관리 대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경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개편이었지만, 실제 적발 사례와의 연관성을 검증할 후속조치 자료가 부족해 기준 변경의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수의계약 감시 줄이고 처벌 강화 대책 발표 삭제된 항목에는 관리비 집행과 회계 투명성에 관련된 기준도 포함됐습니다. 최근 1년간 수의계약 결과를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은 단지를 가려내는 항목은 국토부가 2022년 주요 이상 징후로 제시했던 기준입니다. 개편 직전에도 2,380건의 경보가 발생했지만 삭제됐습니다. 관리비 등 통장 잔액에 대한 은행조회서나 잔액증명서를 등록하지 않은 회계감사인 관련 항목도 제외됐습니다. 해당 항목의 개편 직전 경보는 1,530건이었습니다. 국토부는 이후 올해 5월 관리비 비리 처벌 강화와 수의계약 대상 제한 등을 담은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수의계약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 앞서 관련 이상 징후를 포착하던 경보 항목을 삭제한 셈입니다. ■ 감독 요청은 5차례… 결과 보고 의무 빠져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5개 이상 항목에서 경보가 발생한 단지 목록을 첨부해 각 시·도에 모두 5차례 지도·감독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점검 여부와 위반사항 적발, 행정처분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는 공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결과를 정기적으로 제출받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내용만 담겼다고 허 의원실은 설명했습니다. 허 의원은 “비리를 조기에 잡겠다고 만든 시스템이 경보를 띄웠지만 정부는 실제 점검과 처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자체의 점검·적발·처분 결과가 시스템에 반드시 남도록 제도화하고, 실제 적발 사례와 후속조치 결과를 토대로 경보 기준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026-10-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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