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없음”… 여성 소방관 사망 뒤 멈춘 감찰·조사
여성 소방관이 숨졌습니다. 유가족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약혼자는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익명 제보도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남긴 첫 결론은 “특이사항 없음”이었습니다. 25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전날(2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소방교는 장기간 회식과 음주 강요, 사적 심부름 등에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점검단은 회식 강요와 음주 강요, 옆자리 강요 등 유가족이 제기한 주요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 죽기 전 15개월 조사 결과 A소방교는 2024년 7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15개월 동안 모두 24차례 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일부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습니다. 호프집과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을 오갔고 폭탄주를 마시는 이른바 ‘파도타기’와 늦게 온 사람이 술을 마시는 ‘후래자 삼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술을 받아라”, “오빠라고 불러라”는 요구가 반복됐습니다. 상급자의 차량 운전과 행사 준비, 상가 심부름도 맡았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술이나 커피를 사오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 사망 이후에도 작동하지 않은 조사 체계 더 큰 문제는 사망 이후 대응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감찰 요구를 받고도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본격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회식 여부와 근무 태도 등을 확인한 뒤 사건을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했습니다. 특히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간부가 조사 업무를 맡았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역시 익명 제보 시스템을 통해 조사 요구를 접수하고도 광산소방서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약혼자가 문제를 제기한 뒤에도 감찰 착수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수개월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방청 역시 민원 접수 이후 국무조정실 점검이 시작되기 전까지 관련자 대면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상담 자료 활용 과정도 논란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사망면직 관련 문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를 확보해 활용했습니다. 점검단은 이 과정에 권한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담 기록에는 남자친구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보고 문서에는 ‘남자친구와의 교제 어려움’ 관련 내용만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점검단은 상담 내용 일부만 발췌돼 보고 문서에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공문은 대국민 공개 상태로 유관기관에 발송됐고 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상담 내용도 외부에 노출됐습니다. 국무조정실은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2명 등 모두 17명에 대한 징계를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퇴직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방침입니다.
2026-06-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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