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2천만 명 시대, 숙박산업 대전환] ① 호텔이 다시 돈 된다… 서울은 몸값 뛰고, 제주는 브랜드 키운다
호텔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광객 감소로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되던 호텔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다시 수익형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이 있습니다. 관광객 증가 속도를 호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객실 가격과 수익성이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기존 호텔의 희소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의 시선도 다시 숙박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숙박 인프라를 갖춘 제주는 객실을 늘리기보다 글로벌 브랜드 유치와 리브랜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지훈의 맥락’에서는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앞두고 달라지는 국내 숙박산업의 흐름을 연속 기획으로 짚어봅니다. 첫 순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호텔시장과 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글로벌 부동산 시장도 주목한 서울 호텔 13일 세계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자문을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최근 발간한 ‘2026 서울 호텔 마켓 리포트’에서 서울 호텔시장을 관광 회복을 넘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시장으로 진단했습니다. 보고서는 강한 인바운드 수요와 제한적인 신규 공급, 객실 운영지표 개선, 투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서울 호텔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관광객은 역대 최고… 따라가지 못하는 호텔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대비 회복률은 108%로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반면 서울 호텔 객실은 5만 3,675실에 머물렀습니다. 2023년 이후 신규 공급은 연간 1,000실 안팎으로, 팬데믹 이전 공급 속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도심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건축비·금융비용 상승, 인허가 부담 등이 겹치면서 공급이 관광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호텔업계도 시장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만 객실 요금이 크게 올랐는데, 최근에는 평일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날이 많아졌다”며 “외국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영향”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해 중견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예약 자체는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 객실은 먼저 소진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서 “예약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선택 가능한 객실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 객실보다 먼저 뛰어버린 호텔 가치 수요와 공급의 엇갈림은 호텔 운영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지난해 서울 호텔 객실점유율은 79.2%, 외국인 숙박객 비중은 71.2%를 기록했습니다. 가용객실당매출은 20만 7,345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67% 상승했습니다. 객실을 더 많이 판매한 데 그치지 않고 객실 단가까지 함께 오르면서 운영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말입니다. 투자시장도 빠르게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호텔 거래 규모는 약 2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거래된 호텔 자산은 모두 숙박시설 용도를 유지했습니다. 팬데믹 당시 호텔을 오피스나 주거시설 등으로 전환하던 흐름에서 다시 호텔 자체의 운영 가치와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특급 브랜드 몰리고, 기존 호텔은 다시 태어나 호텔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로즈우드와 아만,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칼튼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서울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규 호텔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입히는 리브랜딩도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입지는 유지하면서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더해 객실 단가와 자산 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호텔의 경쟁력이 객실 수에서 브랜드와 운영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서울은 공급 부족… 제주는 브랜드 경쟁 같은 관광 회복기지만 지역별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제주지역 숙박시설은 7,924곳, 객실은 7만 8,976실로 파악됐습니다. 관광숙박업은 407곳 3만 3,010실, 일반숙박업은 621곳 2만 681실로 집계됐습니다. 농어촌민박은 6,387곳 1만 5,600실, 생활숙박업은 376곳 8,102실에 달합니다. 호텔과 콘도, 모텔, 민박, 생활숙박시설이 같은 시장 안에서 관광객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서울처럼 객실 부족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흐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객실 확대보다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입니다.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은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쉐라톤 제주 호텔’로 다시 문을 열 예정입니다. 기존 호텔에 글로벌 브랜드를 입혀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외국인과 고부가가치 관광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에서도 일부 고급화와 리브랜딩은 시작됐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은 아직 서울에 쏠려 있습니다. 일부 특급호텔과 대규모 복합리조트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고부가가치 관광 수요 확대의 수혜를 기대하지만, 상당수 중소형 호텔과 일반숙박업, 농어촌민박은 치열한 공급 경쟁 속에서 운영 효율과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관광객 늘었지만, 시장은 같은 길을 걷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국내 숙박시장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늘었다고 모든 숙박시설의 가치가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은 공급 부족과 외국인 수요가 맞물리며 호텔이 다시 희소한 투자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주는 풍부한 숙박 인프라 안에서 브랜드와 서비스, 운영 능력으로 선택받아야 하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숙박산업의 경쟁은 객실 수를 늘리는 시대에서 브랜드와 운영 경쟁력, 체류 경험을 키우는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객실 7만 8,976실 시대를 맞은 제주 숙박시장을 집중 분석합니다. 서울은 공급 부족으로 호텔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제주는 왜 객실이 충분한데도 숙박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는지, 일부 특급호텔과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호재 뒤에 가려진 제주 숙박시장의 현실을 데이터로 짚어봅니다.
2026-07-1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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