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왜 12월의 해변을 다시 열었을까”… 겨울 바다는 1년 365일 ‘감성존’
겨울의 해변은 오랫동안 닫힌 공간으로 취급돼 왔습니다. 춥고, 바람이 세고, 굳이 갈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먼저 따라붙었습니다. 제주는 이번 겨울, 그 전제를 뒤집었습니다. 12월의 해변을 다시 열었습니다. 연말 장식이 아니라, 관광 전략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선택했습니다. 무대는 함덕해수욕장입니다. 여름의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게 각인된 해변에 조명과 체험, 체류 동선을 얹었습니다. ‘비치 크리스마스 앤 메모리 2025(Beach Christmas & Memory 2025)’. 연말 이벤트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제주 관광이 계절을 활용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방향 전환에 가깝습니다. 제주가 처음으로 겨울 해변을 무대로 축제를 엽니다. 초점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해변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습니다. 계절에 묶여 있던 해변을 다시 쓰겠다는 판단 아래, 체험 중심 콘텐츠와 디지털 관광 플랫폼, 연중 관광 전략이 함덕이라는 한 공간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축제는 겨울을 채우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제주 관광이 시간을 배치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계기입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13일부터 25일까지 13일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일대에서 겨울 해변을 감성으로 채우는 연말 축제 ‘Beach Christmas & Memory 2025’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습니다. 겨울, 해변 축제가 시작됩니다. ■ 여름에만 쓰이던 공간, 겨울로 가져오다 최근 관광 시장에서는 ‘경험 기반의 여행(Experience-driven Travel)’이 뚜렷한 기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입니다. ‘어디를 갔는가’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가’가 체류와 재방문을 가릅니다. 사진을 남기는 방식만으로는 방문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공간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제주는 해변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계절에 맡기지 않고, 공간의 쓰임부터 새로 정했습니다. 겨울 바다 위에 조명을 설치하고, 이동 경로를 만들고, 머무를 이유를 배치했습니다. 이는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가 아니라, 해변이 맡아야 할 기능을 재조정한 판단입니다. 함덕을 선택한 배경도 분명합니다. 여름의 인상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해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그 기억을 지우지 않았고, 그 위에 또 다른 계절이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을 더했습니다. ■ 보는 축제가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구조 축제는 13일 오후 4시 30분 점등식으로 문을 엽니다. 합창단 공연에 이어 제주 출신 크로스핏 선수 최승연의 홍보대사 위촉식이 진행됩니다. 이 축제의 중심은 무대에 있지 않습니다. 해변 전체가 체험 공간으로 전환됩니다. 모래 위 보물찾기, 산타우체통, 오너먼트 만들기 프로그램은 모두 ‘참여형 콘텐츠(Participatory Content)’로 설계됐습니다. 관람으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도록 구성했습니다. 최근 관광에서 체류 시간과 재방문을 가르는 기준은 ‘참여 여부’로 이동 중이고, 함덕 축제의 구성도 이 변화에 맞춰 짜여졌습니다. ■ ‘나우다’ 10만 명… 경험을 구조로 남기는 방식 축제 현장에서는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 가입자 10만 명 달성 세레모니도 함께 열립니다. 관광이 현장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고, 플랫폼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현장에서의 체험은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후 방문 경로와 재방문 설계로 이어집니다. 관광 효과를 단기 소비에 머무르게 하지 않겠다는 접근입니다. 16개 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작동하는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 ‘2026 더 제주 포시즌 방문의 해’, 구상이 아닌 진행형 축제 기간 중 선포되는 ‘2026 더 제주 포시즌 방문의 해’ 역시 단순히 선언에 머물지 않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오가며 버티는 구조에서 벗어나, 계절과 관계없이 방문 이유가 유지되는 도시로 전환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주요 관광 도시들이 겨울 시즌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 제주는 해변이라는 강력한 공간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축제는 그 판단이 실제 운영 단계로 들어갔음을 보여줍니다. ■ 겨울 바다에 남은 것은 조명이 아니라 ‘체류’ 함덕의 겨울 바다는 여전히 차갑습니다. 그렇지만 그 위에 켜진 불빛은 장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머물고, 움직이고, 경험을 쌓는 순간 공간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Beach Christmas & Memory 2025’는 겨울을 채우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제주 관광이 계절을 사용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실험입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제주는 더 이상 “겨울엔 갈 이유가 없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바다는 그대로지만, 쓰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 변화가 지금 함덕에서 시작됐다”며 “비치 크리스마스는 겨울철 관광 비수기를 넘어 제주 해변의 연중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연환경과 감성을 결합한 축제가 제주 겨울 관광의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12-1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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