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더 필요하다”…젠슨 황이 홍대에서 꺼낸 한국의 몸값
“More HB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밤 서울 홍대의 한 삼겹살집을 나서며 시민들을 향해 외친 말입니다. 짧은 두 단어였지만 이날 한국 방문의 핵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더 많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는 뜻이었고, 동시에 인공지능(AI) 산업의 다음 성장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황 CEO는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식당에서 열린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4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공개한 것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신규 CPU ‘베라(Vera)’,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RTX Spark)’, 로보틱스 프로세서 제품군입니다. 앞서 김포공항 입국 당시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이 있다”고 예고했던 내용도 이날 공개됐습니다. ■ “많은 HBM이 필요하다”… 한국 반도체 향한 공개 요청 황 CEO는 신제품 설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메모리를 언급했습니다. “베라 루빈은 많은 양의 HBM을 사용할 것”이라며 “베라 CPU와 RTX 스파크 역시 대량의 LPDDR5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AI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진 분야 가운데 하나는 HBM입니다.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메모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이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황 CEO가 식당을 나서며 시민들과 함께 “HBM”을 외친 장면 역시 이날 방한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반도체 넘어 자동차·로봇으로 넓어지는 협력 이날 공개된 메시지는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황 CEO는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서 제품군을 소개하며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와 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 네이버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모두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동차와 로봇,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LG는 전장과 전자기기, 네이버는 AI 서비스와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AI 산업 전반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 한국 AI 기술센터까지… 공급망 넘어 생태계로 황 CEO는 엔비디아의 한국 AI 기술센터 설립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한국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의 협력을 부품 공급이나 거래 관계를 넘어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AI 생태계 구축 단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최근 글로벌 AI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 산업 경쟁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 삼겹살집에서 확인된 한국의 존재감 이날 만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페이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사인’을 이용해 만찬 비용은 물론 식당 손님들의 식사비까지 결제하며 현장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황 CEO는 이해진 의장을 향해 “굿 프렌드”라고 말했고, 최태원 회장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삼겹살과 소주가 오간 저녁 식사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인물들은 메모리 반도체와 플랫폼, 자동차, 전장, AI 인프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들이었습니다. 황 CEO는 “여기 있는 친구들은 좋은 한 해를 보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년에는 신제품 4개가 출시될 예정이고 우리는 매우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황 CEO가 공개한 4개 사업은 모두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와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과 맞닿아 있습니다. 홍대의 작은 삼겹살집에서 나온 ‘한국을 위한 선물’은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AI 산업의 다음 성장 국면에 한국 기업들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2026-06-0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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