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라위의 나이팅게일 제주 출신 '백영심'..제주여고 동문들, 후원 팔 걷어붙였다
이역만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35년 가까이 의료와 교육 봉사에 헌신해 온 제주 출신 백영심 간호사를 돕기 위해 고향 동문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제주여자중고등학교 총동문회는 지난달 30일 동문과 내외빈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백동문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동문들이 직접 준비한 먹거리와 음료, 농산물, 의류, 도서, 수공예품 등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고, 동백난타회의 공연이 흥을 더하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바자회 수익금은 백영심 간호사 후원 단체인 '시스터 백과 이웃'을 통해 말라위 잘리라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장학금과 학업 지원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총동문회는 앞으로도 말라위 현지의 의료·교육 환경 개선과 소외계층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제주여고 동문들이 2년째 이 바자회를 열고 있는 이유는 백영심 간호사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백영심 간호사는 1962년 제주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나 제주여고(29회)를 졸업한 뒤 대학까지 제주에서 마쳤습니다. 간호대학 1학년 시절 한국 최초의 나병원인 여수 애양원을 찾은 경험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로 간호를 선택했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자신의 삶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990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고려대학교 부속병원에서의 6년 생활을 정리하고 아프리카 케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케냐에서 4년을 보낸 뒤 그가 향한 곳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말라위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동진료 차량을 타고 마을을 돌며 말라리아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바나나 하나와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며 돈을 모았고, 마침내 작은 진료소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병원을 찾지 못해 부모 품에서 숨지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말라리아로 숨진 아이를 묻고 돌아오던 길, 그는 더 큰 결심을 합니다. "병원을 세워야 한다." 간절함은 뜻밖의 전화 한 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지원해 오던 해운회사 대양상선이 병원 건립 지원을 약속한 것입니다. 그리고 2년 5개월 뒤인 2008년 3월,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 180병상 규모의 최신식 대양누가병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백 간호사는 병원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습니다. 병원 운영은 현지인들에게 맡겼고, 의료 인력을 직접 길러내기 위해 간호대학을 설립했습니다. 또 말라위 여성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중·고등학교 설립에도 나섰습니다.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지면서 여러 봉사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대부분 고사했습니다. 처음으로 수상을 결심한 것은 남수단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선종한 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이태석상이었습니다. 병원에는 구급차가, 간호대학에는 통학버스가 필요했고, 상금으로 이를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호암상을 수상해 받은 상금 3억 원으로 도서관을 지었고, 성천상 상금 1억 원은 잘리라여자중고등학교 건립에 보탰습니다. 백 간호사가 교육에 힘을 쏟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말라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대양간호대학을 설립했고, 2012년에는 정보통신기술대학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11월, 말라위 잘리라여자중고등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200여 명의 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는 제주여고 동문회를 비롯해 제주 출신 각계 인사들의 후원으로 세워졌습니다. 이번 바자회 수익금 역시 이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에서 가장 최선의 길을 선택했고, 그게 바로 이 길이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마치자마자 다시 말라위로 돌아갔던 백영심 간호사의 말입니다. 제주여고 동문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바자회에 모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생 봉사의 삶으로 말라위 아이들을 품어온 백영심 간호사를 이제는 고향의 이름으로, 모교의 이름으로 품어주기 위해서 입니다.
2026-06-06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