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길을 묻다] ② 슬롯은 줬는데 비행기는 덜 떴다… 18만 석 줄 때 누가 확인했나
제주 하늘길 논란은 그동안 "슬롯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설명돼 왔습니다. 하지만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회수된 슬롯은 이미 다른 항공사들에 재배분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배정된 슬롯이 실제 공급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공급 감소를 관리해야 할 기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 관리에 대한 질문입니다. ■ 재배분됐는데 공급은 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시정조치로 김포~제주 노선 슬롯 13개를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배분했습니다. 항공사별로 이스타항공 6개, 제주항공 4개, 파라타항공 2개, 티웨이항공 1개가 배정됐습니다. 슬롯(slot)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대입니다. 김포~제주 노선에서는 실제 좌석 공급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그렇지만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4~5월 제주~김포 노선 전체 운항편은 6,48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53편보다 268편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객 수도 124만 9,325명에서 118만 1,745명으로 전년 대비 6만 7,580명 감소했습니다. 항공사별 차이는 더 뚜렷했습니다. 공항공사 통계를 기준으로 재배분된 슬롯 규모를 반영해 계산하면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편 정도 추가 운항이 가능했지만 실제 추가 운항편은 180편 수준에 그쳤습니다. 티웨이항공 역시 재배분된 슬롯을 기준으로 하면 추가 운항 여력이 있었지만 실제 운항편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반면 제주항공과 파라타항공은 배정받은 슬롯 대부분을 실제 운항으로 연결했습니다. 같은 정책 아래에서도 결과는 달랐습니다. ■ 몇 편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을 몇 편의 감편이나 일부 시간대 운항 조정으로 축소하기는 어렵습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제주~김포 왕복 노선 좌석 수는 1월보다 18만 석 이상 감소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를 제주 하늘길이 사실상 3일 가까이 멈춘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김포~제주 노선의 하루 왕복 공급 좌석이 약 7만 7,000석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한 계산에서 나온 해석입니다. 도민들은 병원 진료와 출장, 가족 방문을 앞두고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고 관광업계도 공급 부족이 제주 관광시장 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좌석 부족을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계에서도 운항계획과 실제 운항 사이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항공사가 몇 편을 줄였느냐에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그 정도 규모의 공급 감소가 나타나는 동안 과연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조치를 했느냐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왜 안 띄웠나, 못 띄웠나 항공업계는 운항계획과 실제 운항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로 여러 요인을 들고 있습니다. 기재 도입 지연과 정비 일정, 국제선 확대에 따른 기재 재배치, 유가 부담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슬롯을 받았다고 곧바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입 가능한 항공기 확보부터 정비, 승무원 운영, 노선 조정이 함께 맞아야 실제 운항으로 이어진다”고 현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부담이 커지거나 예약률이 낮은 시간대에는 항공사 입장에서 운항 조정 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업계 내부에서는 슬롯 관리와 운항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슬롯을 배분하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운항으로 이어졌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말로 정비 등 불가피한 사유 때문인지, 수익성 문제에 따른 조정인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항 입장에서나 소비자, 그리고 정말 슬롯이 절실한 항공사 입장에선 (해당 항공사들이) 실제 운항 의지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남는다”라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결국 안 띄운 것인지, 못 띄운 것인지에 따라 책임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익성 판단에 따른 감편이라면 공공성이 강한 제주 노선을 민간 판단에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반면 기재와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면 애초 슬롯 배분 과정에서 실제 운항 능력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 몰랐나, 알고도 지나쳤나 슬롯은 항공사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항의 한정된 공공자원입니다. 특히 제주~김포 노선은 관광 노선인 동시에 도민 이동권이 걸린 생활 노선입니다. 그런 노선에서 수개월 동안 공급 감소가 이어졌다면 국토부는 언제 이를 인지했고, 항공사별 운항계획 이행률과 감편 사유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분명 설명해야 합니다. 공항공사는 슬롯 활용 실태를 어떻게 점검했고 공급 감소가 확인된 이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한규 의원에게 제출된 국토부 자료에도 좌석 감소와 운항계획 미이행 문제는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사전에 이를 몰랐는지, 알고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지 역시 검증 대상이 됩니다. 18만 석 이상 감소는 뒤늦게 숫자로만 확인하고 유야무야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제주 하늘길이 실제로 좁아지고 있었다면 관리 주체가 언제부터 이를 파악했고 어떤 대응을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 정치권도 문제 제기에서 멈추면 안 돼 김한규 의원은 항공사들의 운항계획 미이행 문제를 지적하며 국토부에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이같은 문제 제기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18만 석이 넘는 좌석 감소가 사실이라면 국토부에 제재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끝내선 안됩니다. 어떤 항공사가 얼마나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는지, 국토부는 언제 이를 파악했는지, 공항공사는 어떤 관리와 점검을 했는지, 실제 공급 감소 원인은 무엇이었는지까지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도민 이동권을 이야기하려면 공급 감소의 원인부터 추적해야 합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확인과 검증도 그만큼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 공급 부족에서 관리 책임으로 그동안 제주 사회는 슬롯 확대와 증편을 요구해 왔습니다. 관광업계도 운항편 회복과 항공기 대형화를 촉구했습니다. 물론 필요한 요구입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공급 확대 요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얼마나 많은 슬롯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배정된 슬롯이 실제 얼마나 좌석으로 이어졌는지, 운항계획은 얼마나 이행됐는지, 관리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논란은 고작 몇 편의 감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18만 석이 넘는 좌석이 줄었고, 제주 하늘길이 사실상 며칠간 멈춘 것과 맞먹는 규모였습니다. 도민들은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웠고 관광업계는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급 감소가 왜 발생했는지, 항공사들은 왜 계획대로 운항하지 못했는지,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이를 언제 인지하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슬롯 부족만이 아닙니다. 배정된 슬롯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관리해야 할 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더 큰 질문은 그다음에 있습니다. 공급 감소 원인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 사회는 이미 도민 우선좌석제와 증편, 슬롯 확대, 대형기 투입 등 다양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주가 내놓고 있는 해법들은 정말 문제의 중심을 향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도민 우선좌석 확보 구상과 관광업계의 증편 요구를 중심으로, 제주가 찾고 있는 해법들이 실제 처방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2026-06-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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