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풀고, 일요일 묶어버리면… 대형마트 새벽배송 논의, 지표가 먼저 보여준 결과
당정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검토하면서 유통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온라인 주문·배송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을 풀자는 구상인데,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는 유지하는 방향입니다. 대형마트의 경쟁 여건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지역에서는 이미 지표로 확인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소상공인들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이 선택이 영업시간 조정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 온라인만 푸는 절충안, 핵심 구조는 유지? 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2회 의무휴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당정은 이 조항에 예외 단서를 두고 오프라인 매장 영업은 제한하되, 온라인 주문·포장·배송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같은 취지의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사가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겠다는 설명이지만, 점포를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 제약은 그대로 남습니다. 규제 외형은 바뀌지만, 구조는 유지되는 셈입니다. ■ 대형마트만 역성장, 업태 이동은 이미 진행 중 전국 유통시장에서는 업태 이동이 뚜렷해진 모습입니다. 대형마트 매출은 감소세를 이어가며 주요 유통 업태 가운데 유일한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온라인 유통은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고 전체 유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대형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처음 1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점포 수는 줄고, 점포당 매출도 감소했습니다. 경기 요인이나 일시적 소비 위축이 아니라, 소비 채널이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해석됩니다. ■ 지역에서 먼저 확인된 결과, 11개월 연속 하락 이 흐름은 현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만 해도 국가데이터처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2025년 12월 제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84.6으로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했습니다. 판매액지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월별 판매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제주 대형마트 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월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10.6% 상승한 이후, 11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모두 84.6에 머물며 연말 특수도 매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 핵심 품목에서 빠진 매출, 소비 경로 이동 품목별로 구조 변화는 더 분명했습니다. 신발과 가방, 오락·취미·경기용품 판매는 일부 증가했지만, 의복과 화장품, 가전제품, 음식료품 등 대형마트의 핵심 매출 품목에서는 판매가 크게 줄었습니다. 가격 요인이나 단기 소비 위축이라기보다, 도민들의 구매 경로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됩니다. 제주에서 신선식품을 포함한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확대된 이후, 장보기 수요의 상당 부분이 오프라인을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소상공인 반발 확산, 규제 안전망을 둘러싼 충돌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소상공인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6일 소상공인 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의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이 플랫폼 독점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신선식품과 생필품 시장이라는 마지막 생존 영역을 대기업에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라며, 규제 완화가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논의의 즉각 중단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습니다. 당정이 허용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 제기 방침까지 언급되면서 갈등은 제도 논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 생산은 늘었지만, 출하 줄어 소비 위축은 지역 산업 전반의 흐름과도 엇갈립니다.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광공업 생산지수는 116.4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습니다. 출하지수는 111.9로 4.2% 감소했습니다. 생산은 늘었지만 판매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지수는 83.7을 기록해 전년보다 15% 증가했습니다. 소비의 정체가 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생산 조정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 논의를 반기면서도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월 2회 의무휴업 규제가 유지될 경우 주말·공휴일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규제 완화의 효과는 업태 전반에 동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각 기업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리적 여력이나 온라인 채널의 결합 정도가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비용 부담과 조직 재편이 병행되는 경우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됩니다. 재무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새벽배송 확대가 실제 반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대형 플랫폼만 키워주는 구조”라며 “의무휴업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재검토 없이는 대형마트 추락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소상공업계 한 관계자도 “규제 완화가 논의될 때마다 부담은 지역 상권으로 넘어왔다”며 “이번 역시나 경쟁의 이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2026-02-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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