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평생 부었는데 월 120만 원”… 국민연금 부부 93만 쌍의 현실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가 처음 93만 쌍을 넘어섰습니다. 맞벌이 확대와 여성 가입 증가로 ‘부부 연금 시대’가 현실이 됐습니다. 정작 노후의 체감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부부가 평생 보험료를 함께 냈는데도 실제 받는 평균 연금액은 월 120만 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중·고령층이 생각하는 최소 노후 생활비의 절반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노후생활이 가능하냐”는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부부 수급자의 89%가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연금이 노후 대비보다 사실상 생계 유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부부 연금 93만 시대… 여성 가입 증가 영향 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동시에 받는 부부 수급자는 93만 853쌍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28.5%를 차지했습니다. 부부 동시 수급자는 2020년 42만 8,000쌍에서 2022년 62만 5,000쌍, 2024년 78만 3,000쌍으로 계속 늘었습니다. 6년 만에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여기에는 여성 가입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국민연금은 남성 외벌이 중심 구조가 강했던 게 최근에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소득이 없어도 보험료를 스스로 내는 ‘임의가입’까지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입니다. 여성 임의가입자는 2005년 2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30만 8,000명까지 늘었습니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가운데 여성 비율도 2018년 31.8%에서 지난해 40.3%까지 올라왔습니다. ■ “둘이 합쳐도 이 정도”… 생활비 절반 수준 문제는 실제 수령액입니다. 이달 기준 부부 합산 평균 연금액은 월 120만 원으로, 2020년 평균 81만 원과 비교하면 규모는 커졌습니다. 하지만 노후 현실과 비교하면 간극은 여전히 컸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24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를 보면 50세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부부 기준 최소 생활비는 월 216만 6,000원, 적정 생활비는 월 298만 1,000원이었습니다. 현재 평균 연금액 120만 원은 최소 생활비의 55.4%, 적정 생활비 기준으로 보면 40.2%에 그쳐 국민연금만으로 부부 노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식비와 공과금뿐 아니라 병원비와 주거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제 체감은 더 빠듯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 10쌍 중 9쌍, 월 200만 원도 못 받아 세부적으로 부부 합산 연금액이 월 100만 원 미만인 부부는 42만 2,226쌍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도 40만 6,593쌍에 달했습니다. 결국 전체 부부 수급자의 약 89%가 월 200만 원 미만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고령층이 생각하는 최소 생활비 기준인 216만 6,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부가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상위 수급층도 빠르게 늘고 있었습니다. 300만 원 이상을 받는 부부는 6,636쌍으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처음 3쌍이 나온 뒤 2020년 70쌍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급증했습니다. 500만 원 이상을 받는 부부도 5쌍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 안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버틴 시간’이 연금 수준 좌우 연금 규모를 결정한 핵심 변수는 가입 기간이었습니다. 월 300만~400만 원을 받는 부부의 평균 합산 가입 기간은 670개월로 햇수로 55년이 넘었습니다. 반면 월 100만 원 미만 수급 부부의 평균 가입 기간은 293개월로, 두 구간 차이는 두 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실제 최고 수급 부부는 합산 가입 기간이 677개월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연금 수령 시기를 5년 늦추는 ‘연기연금’을 활용해 월 554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연금액 차이는 얼마나 오래 가입 상태를 유지했는지에서 갈렸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경력 단절과 비정규직, 폐업과 실직 같은 변수로 가입 이력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부부 수급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급액 격차 역시 함께 커지는 모습입니다.
2026-05-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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