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농협, 시간의 축을 돌렸다” 고우일 ‘부사장’, 이춘협 ‘본부장’… 리더십이 바뀌자 방향이 달라졌다
새해 첫날. 이번 인사는 2026년 1월 1일자로 단행됐습니다. 농협중앙회의 인사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온도를 드러냅니다. 표면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내부 구조는 분명히 이동했습니다. 제주 농협의 장을 통과해 온 두 인물이, 각각 국가 농업의 위험관리 현장과 제주 조직의 총괄 축으로 올라섰습니다. 이 흐름 자체가 이미 말보다 강한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NH농협손해보험 부사장에 오른 고우일 현 농협 제주본부장. 농협 제주본부장으로 임명된 이춘협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부본부장이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의 임명은 이번 인사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방향’입니다. 성과, 현장, 신뢰. 농협이 지난 1년 동안 인사 개혁의 기저로 내세운 기준이 가장 뚜렷하게 실물화된 장면이 제주였습니다. 인사라는 건 결국, 조직이 앞으로 어디에 힘을 싣겠다는 선언입니다. 제주가 이를 가장 먼저 확인했습니다. ■ 고우일 부사장… 제주 농업의 체온을 가진 인물이 손해보험 조직의 앞줄로 이동했다 고우일 부사장은 제주시 출신입니다. 1987년 농협중앙회에서 시작해 유통, 전략, 경제, 조직 운용, 제주시지부, 농협은행 제주본부, 그리고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까지. 제주 농업행정의 핵심 영역을 두루 거친 현장통을 자부합니다. 이번 인사에서 손해보험 조직의 부사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 농업이 마주한 지형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해마다 거세지는 이상기후, 농작물 피해의 불규칙성, 수급 충격, 비용 리스크, 생산 구조 변동. 농가의 생존은 이제 감과 경험으로만 버틸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장치입니다. 고우일 부사장은 현장에서 문제를 직접 풀어가는 방식으로 제주 농업을 다뤄왔습니다.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을 확산시키고, 농업지원 기능을 다시 현장에 맞춰 재배치하며, 감귤·채소 중심 품목 경쟁력을 ‘수단’이 아닌 ‘구조’로 다루는 접근. 그 결과는 조직의 신뢰였습니다. 제주 본부장 시절의 시간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지역 농업 생태계를 체감하는 ‘근거의 축적’이었습니다. 이제 그 경험은 농가 보전과 리스크 관리 체계의 중심축으로 옮겨갑니다. 보험 조직의 운영은 정책이 아니라 농가의 일상과 손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승진은 말보다 무겁게 읽힙니다. 제주에서의 경험은, 전국 농업의 안전망 설계로 확장되는 첫 출발을 알립니다. ■ 이춘협 제주본부장… 상호금융·자금·감귤 지원까지, 제주 농업의 민감한 근육을 가장 깊이 경험한 인사 이춘협 신임 본부장은 제주시 한경면 출신입니다. 상호금융, 금융자금,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라인을 거치고, 제주상호금융지원단장과 감귤지원단장을 맡으며 제주 농업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직접 다뤘습니다. 감귤 생산 구조, 냉해 변수, 착과 조절, 수급 대응, 산지 유통 경쟁력, 품목 전환 시나리오. 겉으로는 행정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농업인의 심리, 지역 경제, 생산 의사결정, 유통 리스크, 그리고 시장 반응까지 모두 뒤엉켜 있는 복합적인 영역입니다. 이 경험을 가진 인물이 제주 조직의 총괄을 맡는다는 건 앞으로 제주 농협의 전략 축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상호금융 기반을 가진 리더는 농업을 ‘생산→경제→금융’의 단일선으로 보지 않습니다. 농업인 지원, 품목 구조 변화, 현장 대응, 지역 농업경제 체계까지 함께 바라봅니다. 지금 제주 농업이 마주한 변수는 명확합니다. 감귤 생산량 조절, 채소 공급 안정 장치, 기후 리스크 대응 체계, 산지 경쟁력 구조 혁신, 수출형 농업 모델 전환, 농가 소득 안정 장치 확대. 이춘협 본부장의 임명은 그런 과제들을 전면에서 다뤄야 하는 시기가 도착했다는 신호입니다. ■ 이 인사가 특별한 이유… 농협 개혁의 방향, ‘사람’으로 증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고위직 선발 과정의 외부 검증, 객관 기준 공개, 퇴직자 재취업 제한, 부정 청탁 단절 등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제주 리더십 임명은 그 개혁 흐름이 말이 아닌 실행이었다는 첫 결과물입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드러난 지점은 평가 기준의 변화였습니다. 말의 무게보다 현장 경험의 무게, 규모 중심 경력보다 농업인과 조직 운영의 결을 이해한 이력, 이름의 인지도보다 팀과 현장에서 쌓은 신뢰. 그 기준으로 선택된 두 인물이 제주를 새롭게 이끌고 농업 리스크 관리와 조직 운영의 정면에 배치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누가 자리 올랐나’보다 ‘이 조직이 앞으로 어디를 보겠다고 선언했나’에 가깝습니다. ■ 제주 농업의 다음 10년… 이미 방향을 새로 그렸다 앞으로 제주 농협은 농업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기후 리스크 대응력, 품목 경쟁력 고도화, 산지 유통 시스템, 농산물 수급 안정 장치, 농업인 금융 안전망, 농가 수익 기반의 장기 모델까지. 이 과제들은 거창한 문구가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 조합은 시기적으로 정확합니다. ‘보험’과 ‘금융’에 강한 두 인물이 각각 전국 농업의 리스크 관리와 제주 농업의 전략 구조를 책임지는 위치에 섰습니다. 기술보다 해석, 관리보다 설계, 행정보다 구조 변화. 제주 농협의 주축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 새 구조는 이미 작동을 시작했다 이번 인사는 제주의 농협 체계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결정입니다. 현장을 오래 경험하고, 변화의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온 인물들이 조직 중심에 놓였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무엇이 바뀌고 어디로 향하는지 충분히 읽힙니다. 제주 농업은 이제 생산 구조, 금융 전략, 품목 경쟁력, 농업 지원 체계, 그리고 농가의 일상을 지탱하는 조건까지 새로운 구조로 다시 짜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고우일과 이춘협에게 요구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앞으로 어떤 지표를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체계를 고쳐 세우며, 농업인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남길지. 그 모든 질문은 앞으로의 성과가 답하게 됩니다. 이번 인사는 방향을 말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명확히 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바로 제주 농업의 다음 10년을 견인해 갈 기준입니다.
2025-12-0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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