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부터 챙겨 갔다”… 5개월 만에 10만 명 몰린 ‘그냥드림’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거나 생활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복지는 종종 먼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지원 기준을 확인하고, 서류를 떼고, 상담 일정을 기다리는 사이 끼니부터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그냥드림’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18일부터 전국 158개 시·군·구, 280개 사업장에서 ‘그냥드림’ 본사업을 시행한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시범사업은 전국 68개 시·군·구, 129개 사업장에서 운영됐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 사업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입니다. 연말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 300개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배고픈데 증빙부터 내라”… 문턱 낮춘 긴급 지원 그냥드림은 생활고를 겪는 국민에게 별도 소득 증빙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우선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현장에서는 즉석밥과 라면, 통조림, 세면용품 등 1인당 3~5개 품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상담을 거쳐 긴급복지나 지자체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복지 체계가 지원 여부를 먼저 판단했다면, 그냥드림은 당장 필요한 물품을 먼저 지원한 뒤 사후 상담과 연계를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운영했던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중앙정부 사업으로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말 어려운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라며 “현장에서 사업 취지가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 10만 명 가까이 찾아… ‘숨은 빈곤’ 드러나 시범사업 결과는 예상보다 컸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물품을 지원받은 이용자는 9만 7,92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1만 255명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연계됐고, 기존 복지 체계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위기가구 1,553가구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복지부는 중장년 1인 가구와 실직자, 고시원·쪽방 거주자, 가족과 단절된 고립 가구 등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생필품 몇 개를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도 밖에서 버티던 사람들을 발견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간 참여 규모도 빠르게 커졌습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민간 후원은 116억 원 규모로, 정부는 앞으로 지역 복지망과 협업을 더 확대해 위기 가구 발굴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경찰도 연계 대상에 포함됩니다. 현장 활동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가까운 그냥드림 사업장을 안내하도록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 전국 확대 앞둬 남은 숙제… “필요한 사람이 먼저 받아야” 사업이 커지면서 운영 부담과 형평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반복 이용이나 무분별한 방문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복지부도 이를 고려해 이용 절차를 일부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이용할 경우 자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현장 담당자가 실제 지원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권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2회 이상 이용 시, 상담을 거쳐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이나 추가 복지서비스 연계 여부를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지원 물품 구성도 달라집니다. 하반기부터는 건강 취약계층을 고려해 당분을 줄인 식품과 씹기 쉬운 음식 등을 추가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먹는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연내 전국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꼭 필요한 분들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026-05-1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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