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붙이고 찍어 팔았다… 학폭 피해 역대 최대, 교실 덮친 ‘야차룰’
학생들끼리 싸움을 붙입니다. 누군가는 옆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듭니다. 촬영한 영상은 인터넷에 올라가고, 돈을 받고 팔리기도 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야차룰’로 불리는 신종 학교폭력의 한 형태입니다. 교육 당국이 파악한 학교폭력은 여기까지 번졌습니다.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약 9만 1,600명. 피해 응답률은 2.9%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초등학생은 5.7%까지 치솟았습니다.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 비중은 낮아진 반면 신체폭력과 집단따돌림은 늘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학교폭력을 가했다고 답한 학생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피해와 목격 응답이 함께 증가하는 동안 가해 응답률은 0.8%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행동을 놓고 한쪽은 폭력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쪽은 장난이었다고 여기는 간극이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 2.9% 역대 최고… 코로나 이후 6년째 상승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이 9일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 응답률은 2.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2.5%보다 0.4%포인트(p) 높아졌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조사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39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319만 명이 참여해 참여율은 81.9%였습니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2학기부터 올해 응답 시점까지입니다. 코로나19 당시 0.9%까지 떨어졌던 피해 응답률은 이후 계속 상승했습니다. 2021년 1.1%에서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 지난해 2.5%를 거쳐 올해 2.9%까지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6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 초등생 5.7%… 18명 중 1명꼴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5.7%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5.0%보다 0.7%p 뛰었습니다. 중학생은 2.3%, 고등학생은 0.8%로 모든 학교급에서 전년보다 높아졌습니다. 초등학생 5.7%는 환산하면 약 18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교육부는 초등학생의 경우 발달 단계상 갈등과 폭력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높은 응답률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전체 학교급 가운데 가장 높았고, 1년 사이 상승 폭도 가장 컸습니다. ■ 말보다 몸으로 번진 폭력… 신체폭력·따돌림 늘어 피해 유형에서는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많았습니다. 집단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가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언어폭력 비중은 1.2%p, 사이버폭력은 0.8%p 낮아졌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유형도 있습니다. 신체폭력은 1.1%p, 집단따돌림은 0.7%p 늘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의 신체폭력 비중은 17.5%로 중학생 13.7%, 고등학생 10.8%보다 높았습니다. 피해 응답률이 가장 높은 초등학교에서 신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가장 컸습니다. ■ 싸움 붙이고 촬영… 영상까지 돈 받고 팔아 학교폭력의 형태도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이른바 ‘야차룰’이 대표적입니다. 일정한 규칙을 정해 학생끼리 싸우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 당국에는 힘이 센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모아 싸움을 붙이거나,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영상을 판매하는 사례까지 보고됐습니다. 싸움을 직접 하는 학생 외에 주선하거나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학생까지 얽히는 구조입니다. ‘서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문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야차룰’에 대해 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를 발령했습니다. 심각한 가해 행위를 엄격하게 심의·조치하도록 시도교육청과 대응을 강화하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한 예방교육도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싸움을 주선하거나 방조·촬영한 학생을 학교폭력 사안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서도 기준 마련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 유포와 판매는 피해 학생을 또 다른 방식으로 노출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조사·심의한다는 방침입니다. ■ 피해 늘었는데 가해는 줄어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피해와 가해 응답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 역시 지난해 6.1%에서 올해 6.7%로 상승했습니다. 목격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약 21만 4,500명입니다. 반면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0.8%로, 지난해 1.1%보다 0.3%p 떨어졌습니다. 초등학생은 2.4%에서 1.6%, 중학생은 0.9%에서 0.7%로 낮아졌고 고등학생은 0.1%로 지난해와 같았습니다. 피해와 목격 경험을 호소하는 학생은 늘었는데 스스로 가해했다고 인식하는 학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가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친구 사이의 장난으로 시작한 행동이 과격해지면서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거나, 같은 행동을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받아들이지만 가해 학생은 장난으로 여기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해 이유에서도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0.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 학교 안에서 69.6%… “봤다”는 학생도 21만 명 학교폭력은 학교 밖보다 학교 안에서 훨씬 많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장소를 복수응답 건수로 집계한 결과 학교 안이 69.6%를 차지했습니다. 학교 밖은 28.0%, 기타 장소는 2.4%였습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률은 6.7%로 피해 응답률 2.9%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더하기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체험·실천형 예방교육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관계회복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섭니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에 도입한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합니다. 교원단체들은 예방 단계부터 대응 방식을 다시 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들의 일상적인 관계와 갈등을 조기에 살필 수 있는 예방·회복 중심의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밖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까지 교원이 조사·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학교폭력의 법적 범위를 현행 ‘학교 내외’에서 ‘교육 활동 중’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주장했습니다.
2026-09-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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