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 겨울이면 왜 일본인가”… 골프만이 아니다, 온천과 지형이 만든 ‘겨울 일본 골프’ 부상
매년 겨울이면 일본 골프장이 한국인 방문객으로 지속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국내 코스 위 잔디가 얼어붙고 라운딩 일정이 사실상 멈춰버리는 시기가 되면, 일부 골퍼들은 자연스럽게 일본 구마모토·홋카이도·나가사키권을 검색창에 올립니다. 그저 ‘대체 코스’를 찾는 흐름이 아니라, 겨울 골프의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코스 품질, 자연지형과의 조화, 온천 인프라, 접근성까지 종합한 결과 일본이 겨울 라운드의 대안이 아니라 목적지로 부상한 겁니다. ■ 화산지형이 만든 겨울 코스, 아소산 자락의 ‘아카미즈 골프 리조트’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일본 큐슈 구마모토현 아소산 자락입니다. 최근 한국 골퍼 후기와 현지 블로그를 통해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린 ‘아카미즈 골프리조트(Akamizu Golf Resort)’로, 쇼골프가 100% 인수 운영 중입니다. 가고시마의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Satsuma Golf & Onsen Resort)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구축한 노하우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일본 골프장 인수 사례로, 한국 골퍼를 위한 규슈 지역 프리미엄 골프 여행 네트워크 완성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됩니다. 겨울 라운딩이 가능한 지형적 조건과 온천·휴양 동선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접근성과 동선 완성도 측면에서 한국 골퍼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도 따릅니다. 아카미즈 코스는 총 27홀 규모로, 일본 설계가 赤星四郎(아카보시 시로)의 유작 코스라는 점도 현지 골퍼 사이에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고원형 ‘나카다케 코스’, 숲속 임간 스타일의 ‘기시마 코스’, 자연 경사를 살린 ‘가이린 코스’로 나뉘며, 삼나무와 측백나무가 감싸는 라우팅과 아소 칼데라 지형이 만들어낸 변화감 있는 홀이 특징입니다. 단조로운 평지 코스와 달리, 전략성과 경관성을 동시에 지녔다는 후기가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꾸준히 공유됩니다. ■ 겨울에도 가능한 라운딩, 그리고 코스 옆에 붙은 노천 온천 이 지역의 겨울 골프를 근본적으로 설명하는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아소산 지하수가 쏟아져 올라온 온천권이 코스 생활권 바로 옆에 붙어있다는 점입니다. 아카미즈 골프장에서 차량 5~10분 거리에 오오아소 히노야마 온천과 미나미아소 온천마을이 각각 자리하고 있고, 원천 가케나가시(源泉かけ流し) 방식의 노천탕도 확인됩니다. 하루 라운드 후 노천탕에서 피로를 푸는 일정이 별도 움직임 없이 가능하다는 점은 일본 겨울 골프지가 가진 결정적 비교우위입니다. 온천 수질 역시 황산염천, 실리카 온천 등으로 구성돼 피부·피로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여행 후기들이 남아 있습니다. 인근 ‘우치노마키 온천’에선 “실리카 성분이 높아 피부에 좋다”는 경험담들이 반복돼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국내는 겨울이 되면 기온과 바람 변화가 라운딩 컨디션의 변수가 되지만, 구마모토 일대는 비교적 온화한 기온과 고원지형 덕분에 겨울에도 코스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합니다. 온천까지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엮인 구조는, 단순 ‘겨울 골프’가 아니라 코스+휴양+치유형 겨울 여행 경험을 하나로 묶어버립니다. ■ “골프장이 여행 경험으로 확장됐다” 이 흐름은 업계에서도 확인됩니다. 쇼골프 관계자는 일본 겨울권 골프 수요 변화에 대해 “겨울철 코스 컨디션과 동선 안에 온천과 휴양 요소가 함께 들어간다는 점이 선택 요인을 바꾸고 있다”며 “골프장이 단독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 경험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본의 가장 큰 겨울 경쟁력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비용 대비 라운딩’이라는 단선 구조가 아니라 ‘체류형 라운딩 경험’이라는 구조적 판단이 일본 겨울 골프지 선택을 견인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 제주를 비롯한 국내 골프장에도 남긴 질문 이 흐름은 제주와 남해, 영남권 골프장들에도 질문을 던집니다. 한동안 겨울 골프지의 확실한 선택지가 국내, 특히 제주권에 쏠렸다면, 겨울만큼은 동남아는 물론 일본, 최근 들어 항공편 접근성이 원활해진 중국 등을 실제 대안으로 고려하는 사례가 온라인 후기에서 적지 않게 확인되는 모습입니다. 기온·지형·온천 인프라가 결합된 일본 겨울 골프지의 구조는, 국내 겨울 수요를 붙잡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 역시 코스 경쟁력, 접근성,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일본처럼 동선 내 휴양 콘텐츠를 강화하고, 계절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라운딩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체류형 골프 리조트 운영 전략을 고민해볼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겨울 골프 수요가 이동하는 이유를 정확히 봐야 한다”며, “일본은 코스의 질, 라운딩 가능 기후, 온천이라는 회복 동선, 그리고 체류형 경험 구성을 완성한 반면 국내는 여전히 ‘겨울 골프는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곳이 적잖다”고 덧붙였습니다. ■ 겨울 골프, 이제 ‘가능한 곳’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이어야 아소산 자락, 아카미즈 골프 리조트에서 확인된 흐름은 올겨울 제주와 국내 골프업계가 피할 수 없이 마주한 질문을 정면으로 끌어올립니다. 겨울이 오면 라운딩을 접던 게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코스 완성도와 지형, 그리고 노천 온천까지 묶인 ‘머무는 경험’을 요구하는 흐름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요구를 일본이 선택지로 가져갔다는 사실 자체가, 겨울 골프를 바라보는 기준선이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매서워지는 계절, 일본은 “겨울에도 필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자연조건, 코스 설계, 라운딩 이후 회복 동선까지 맞물리는 구조가 한 몸처럼 맞아떨어졌고 그 조합이 낯선 만족감을 만들었습니다. 겨울 골프를 판단하는 잣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국내 골프업계와 제주가 내놓아야 할 답은 하나입니다. ‘추워도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겨울이어도 기꺼이 시간을 들여 찾아갈 만한 코스가 되기 위해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가. 더 이상 임시 대안이나 대체지 여부가 기준이 아닙니다. 겨울에도 라운딩 자체가 즐겁고, 선택을 정당화할 이유가 분명한 목적지가 될 수 있는지. 일본이 그 답을 먼저 꺼내 보였고 국내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 올겨울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2025-12-0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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