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없다] ① 관광이 늘었는데, 돈은 제주를 지나간다
제주가 보이지 않습니다. 붐비는 공항 대합실, 출도착편은 빠르게 채워지고 일정이 끊긴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성수기를 앞둔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착 이후를 따라가면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사람은 들어오는데 지출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머무는 시간과 쓰는 방식이 같은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발길은 이어지는데, 소비가 잘 보이질 않는다. 예전에는 식사하고 카페까지 들렀다면, 요즘은 한 군데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제주시에서 영업 중인 한 자영업자의 말입니다. 이 연속기획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돈이 실제 어디를 거쳐 가는지를 따라갑니다. 관광객 수나 체류 시간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변화, 지출이 만들어지는 위치와 남는 위치를 기준으로 지금 관광을 다시 보려는 시도입니다. ■ 규모는 커졌지만, 흐름이 달라졌다 올해 들어 제주로 들어온 방문 규모는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15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4월 14일까지 누적 입도객은 약 37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많습니다. 겉으로 보면 흐름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증가세가 그대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유입 규모와 실제 지출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늘었지만, 그 안에서 돈이 움직이는 방식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 조건은 나빠졌는데, 바뀌지 않는 선택 최근 여행을 둘러싼 환경은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류할증료 부담이 이어지고 있고, 환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항공권 가격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공사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노선을 조정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운항 횟수를 줄이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선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좌석 공급이 줄어드는 구간이 생기면서 이동 자체의 조건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동 자체가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15일 공개된 호텔스닷컴 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5월 연휴 여행 수요의 75%가 해외로 향했습니다. 가족과 단체 여행객 기준으로도 70%가 해외를 선택했습니다. 비용 부담과 좌석 제약이 동시에 커졌는데도 선택은 유지됐습니다. 여행을 줄인 것이 아니라, 지출이 향하는 위치를 바꿨습니다. ■ 방향 바뀌자, 선택 기준도 함께 움직여 이 같은 흐름은 여행을 고르는 기준에서도 확인됩니다. 같은 자료에서 국내 여행객의 68%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행을 계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행은 정보를 비교해 고르는 대상이 아니라, 먼저 접한 경험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정은 이동 경로가 아니라 경험의 조합으로 짜입니다. 사진 명소, 음식, 체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입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같은 일정 안에서도 쓰는 곳이 나뉘는 모습이 확실해졌다”라며 “예전에는 한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어졌다면 지금은 여러 지점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습니다. “여행이 ‘어디를 가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출이 한 곳에 쌓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 갈라진 선택… 나뉘는 소비 선택 기준이 달라지면서 목적지도 나뉩니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일본은 검색량이 28% 증가하며 단거리 여행 수요를 흡수했고, 미국 역시 12% 증가하며 장거리 수요가 유지됐습니다. 짧은 일정 안에서 경험을 밀도 있게 쌓을 수 있는 지역과, 이동을 감수하더라도 확실한 경험을 제공하는 지역이 동시에 선택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 사이에 놓인 선택지는 점차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소비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지출이 한 곳에 쌓이지 않고 나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제주 안에서 이어지지 않는 소비 이 변화는 제주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숙박과 항공은 대부분 사전에 결제되고, 현장에서는 선택적인 소비만 이어집니다. 일정은 여러 경험으로 나뉘고, 지출도 그 흐름을 따라 분산됩니다. 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예약 단계에서 이미 지출의 큰 틀이 정해지고, 현장에서 추가로 이어지는 소비는 예전보다 줄어든 편”이라며 “일정에 없는 소비를 현장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는 머무는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어졌다면, 지금은 필요한 만큼만 쓰고 이동하는 흐름이 더 뚜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람은 머무르지만, 돈은 머물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 이 흐름을 제주 안에서 따라갑니다.
2026-04-1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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