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한 벌이 17만8천 원”… 교복시장, 학생보다 브랜드만 컸다
교복값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엔 막연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숫자와 그 관행적인 구조가 함께 드러났습니다. 21일 교육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5,687곳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동복 셔츠 한 벌 가격이 17만 8,000원, 바지는 최고 9만 9,000원을 책정한 게 드러났습니다. 교복 가격 상한제가 시행 중인데도, 실제 시장 안에서는 추가 구매 가능성이 높은 품목일수록 가격이 크게 뛰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학생 성장 과정에서 반복 구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가격 구조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기에 전국 교복 시장의 67.8%를 4대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어졌던 “왜 교복은 늘 비싸냐”는 불만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날 ‘2025학년도 교복비 전수조사 결과‧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상한제 있는데… 실제 부담은 추가 구매에서 커져 겉으로 보면 교복 가격은 일정 수준 관리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장형 교복 평균 낙찰가는 26만 5,753원, 생활형 교복은 15만 2,877원이었습니다. 정장형이 생활형보다 약 74% 비쌌습니다. 문제는 평균 가격 밖에 있었습니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가격 편차가 가장 컸던 품목은 셔츠와 바지 같은 추가 구매 가능성이 높은 항목들이었습니다. 정장형 동복 셔츠는 최저 1만 원에서 최고 17만 8,000원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동복 바지도 2만 원에서 9만 9,000원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학생복인데 학교와 업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몇 배씩 벌어진 셈입니다. 교육부 역시 “추가 구매 가능성이 높은 품목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등 품목별 가격 불합리성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는 체육복과 생활복, 후드집업, 여벌 셔츠 등을 사실상 함께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상한가는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지출은 다른 방식으로 커졌다는 불만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 학교는 공동구매인데… 시장은 더 대형 브랜드로 쏠려 조사에서는 교복 시장 집중 구조도 확인됐습니다. 엘리트·스마트·아이비클럽·스쿨룩스 등 4대 브랜드가 전국 교복 낙찰의 67.8%를 차지했습니다. 학교 10곳 가운데 7곳 가까이가 사실상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교복 착용 학교의 96.3%는 학교가 입찰과 계약을 맡는 ‘학교주관 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공립학교 참여율은 99.5%였습니다. 제도 취지는 가격 부담 완화였습니다. 정작 실제 현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기존 거래 구조가 굳어지면서 경쟁 자체가 제한되는 모습이 이어진 셈입니다. 입찰을 진행해도 특정 업체가 반복 선정되고, 유찰 뒤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택권 없이 정해진 구조 안에서 구매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복은 사실상 의무 구매 성격이 강한 품목인데 시장 구조는 브랜드 중심 패션시장처럼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학교별 폐쇄성이 강하다 보니 가격 비교나 소비자 선택 기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 “편한 교복 확대” 꺼낸 정부… 구조도 바뀌나 정부는 뒤늦게 교복 정보 공개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낙찰가 정도만 공개됐지만 앞으로는 교복 유형과 업체 현황, 품목별 단가, 학생 1인당 지원금액까지 공개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오는 9월부터는 학교알리미 공시 항목도 개편됩니다. 또 바지와 티셔츠, 후드점퍼 등 생활형 교복 일부 품목에는 상한가격 적용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가격 공개만으로 구조 자체가 바뀌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교복시장은 학생이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는 일반 소비시장과는 결이 달라, 학교가 기준을 정하고, 브랜드가 공급하고, 학부모는 정해진 구조 안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굳어진 상황입니다. 교육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시간이 지나 오히려 특정 브랜드 중심 시장을 더 굳힌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05-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