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비싸고 국내는 망설임 커졌다”… 그래도 먼저 떠올리는 곳 “제주였다”
2025년 10월 여행지표는 소비자의 마음이 어디서 멈춰 있는지 또렷하게 보여줬습니다. 추석 등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66.5%로 다시 낮아졌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해외여행은 1인 평균 경비가 200만 원에 다가서며 장벽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둔화 흐름 속에서도 하나의 지형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내륙 기준으로 강원이 1위였지만, 전국적으로 “어디 갈까?”라고 물으면 여전히 제주가 강원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지역에 꼽혔습니다. 생각은 ‘제주’인데, 결정은 멈춘 모습. 제주가 다시 힘을 실어야 할 지점이 그 간극에 놓여 있습니다. ■ 국내여행 경험률 66.5%… 연휴도 못 살린 시장의 맥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26일 발표한 ‘10월 국내·해외 여행 동향’에 따르면 10월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66.5%로 전년보다 낮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월과 비교해도 회복지수(TCI)가 92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행 기간은 평균 3.10일, 1인당 총경비는 24만 7,000원, 일 평균 지출은 8만 원대. 겉으로는 여행 수요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을 가더라도 ‘짧고 가볍게’ 소비하는 흐름이 분명해지는 모습입니다. 10월 지역별 경험률은 경상권이 26.4%로 가장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APEC 개최에 따른 경북 상승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선 “여행을 ‘가고 싶다’와 ‘지금 간다’를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며 “비용·거리·체감 가치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여행만 선택하는 흐름이 정착했다”고 전했습니다. ■ 내륙 강원 1위… 그래도 제주 관심도는 30%대 초반, 전국 최상위권 유지 특히 ‘국내 주요 여행지 관심도’ 결과에선 소비자들의 여행 지형도가 정확히 드러납니다. 강원이 가장 높은 관심도를 기록하며 1위, 그 뒤를 제주가 약 31~32%대의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즉, 내륙에서는 강원이 더 강하게 보이지만, 사실상 전국 인식으로 보면 강원–제주의 ‘투톱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제주는 여전히 ‘떠올리면 가고 싶은 곳’의 대표 브랜드로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행동 단계입니다. 향후 국내 숙박여행 계획률은 63.7%로 다시 줄었고, 코로나 이전 대비 회복지수는 89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제주는 가장 먼저 떠올리긴 했지만, 결심 직전에서 멈추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한 관광정책 부문 전문가는 “제주는 인지도·매력도·경험 선호에서 여전히 최상위권인데, 교통·숙박·체류비 등 비용 부담이 모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의사결정 마지막 단계에서 이탈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떠올림과 행동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제주가 다시 반등할 출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 해외여행 1인 평균 198만 원… 멀리 갈수록 비싸지고, 가까운 곳만 남아 해외여행은 사실상 비용 쇼크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10월 해외여행 경험률은 33.4%로 작년보다 2.1%포인트(p) 낮아졌고, 코로나 이전 대비 회복지수는 86으로 더 떨어져 있습니다. 여행 기간은 6.51일, 1인당 총경비는 198만 5,000원, 1일 평균 지출만 30만 5,000원입니다. 방문 지역도 재편 구도를 보였습니다. 동남아(베트남·태국)는 감소했고, 중국만 전년 동월 대비 2.5%p 증가했습니다. 멀리 가는 여행이 부담스러워지고, ‘가까운 목적지’ 즉 접근성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짜여지는 흐름입니다. 업계에선 “해외여행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해외 대신 갈 만한 ‘대체지’를 찾는데 제주가 그 비교군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비용 대비 경험가치를 재정의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 관건은 ‘제주만의 이유’… 떠올림과 결정을 잇는 한 칸 지금 제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방문객 숫자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제주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지금 가야 할 이유’가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 순간, 그 떠올림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갑을 열 만한 확실한 콘텐츠, 짧은 일정에도 완결되는 경험 구조, 비용 대비 체감가치를 높이는 상품 설계, 여기에 로컬과 단단히 연결된 체류형 프로그램까지. 이들이 맞물릴 때, 여행자는 생각에서 행동으로 넘어갑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왜 지금 제주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외는 비싸지고, 내륙 경쟁은 더 치열해진 만큼 지금이 오히려 제주가 다시 중심으로 올라설 타이밍”이라며 “여전히 제주이기 위해, 떠올림을 실제 방문으로 바꿀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11-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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