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친명” 외쳤지만… 민주당 당권전, 전임 지도부 평가전으로 번지나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후보 등록 전부터 전임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차기 여당 운영 방향을 둘러싼 격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고민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정청래 전 대표도 연임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도 출사표를 던져 정 전 대표가 가세하면 당대표 후보는 5명으로 늘어납니다. 다만 당내 경쟁의 중심은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 송 의원, 고 의원 등 주요 주자 4명에게 형성돼 있습니다.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민주당을 이끈 정 전 대표 체제를 어떻게 평가할지, 당과 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혁 과제를 어느 속도로 밀어붙일지를 놓고는 입장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과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당정 일체를, 정 전 대표는 강한 개혁 노선의 연속성을 내걸었습니다. 송 의원은 당대표와 선거 지휘 경험을 강조하고, 고 의원은 계파 중심의 당 운영을 바꾸겠다는 쇄신론으로 승부에 나섰습니다. ■ 김민석 “자기 정치할 때 아냐”… 정청래 체제에 책임론 초반 전선은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 사이에서 가장 날카롭게 형성됐습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0일 전북에서 “지금은 대통령과 정부를 뒷받침하는 것 외에는 여당의 책무는 없다”며 “모두가 친명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선거 성적표를 두고도 승리했다는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 체제의 지도 방식과 노선을 유지한 채 총선을 치러도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도부 교체 필요성을 부각했습니다. 출마 선언에서 꺼낸 ‘자기 정치’라는 표현은 정 전 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했다며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임 지도부의 운영 방식과 당정 관계를 겨냥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과 당대표의 빈틈없는 호흡입니다. 차기 대표가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앞세우기보다 정부의 국정 운영을 당의 조직력과 선거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즈장했습니다. ■ 정청래 “개혁 깃발 더 높이”… ‘자기 정치’ 공세 반박 정 전 대표는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지역 일정과 당원 접촉을 이어가며 사실상 경선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킨 것도, 끝까지 지킬 사람도 저”라며 “강력한 개혁 당대표의 깃발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검찰개혁 과제를 언급하면서 누가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지난 1년의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당정 조율과 총선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정 전 대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개혁 법안을 밀어붙인 추진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기 정치’라는 비판에도 정면으로 반격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이 개인 정치를 앞세웠다면 과거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을 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것이라며, 당에 남아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섰던 이력을 강조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전임 지도부의 교체 필요성을 제기할수록 정 전 대표는 개혁 과제의 후퇴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두 주자의 대결은 누가 더 친명인지를 가리는 경쟁을 넘어, 차기 여당의 역할을 둘러싼 노선 충돌로 번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속도를 맞추는 여당을 만들 것인지, 당이 개혁 의제를 주도하며 정부를 이끌 것인지가 맞부딪히고 있습니다. ■ 송영길 “끝까지 간다”… 친명 표심 단일화에 선 긋기 송 의원의 완주 선언은 김민석·정청래 중심으로 짜이던 경선 구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중도 포기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당선을 목표로 끝까지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대표와 인천시장, 대선 지휘 경험을 내세우면서 김 전 총리에게는 독자적으로 당을 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 전 대표에게는 지방선거 공천과 선거 지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초 친명 표심이 정 전 대표에 맞설 특정 후보에게 모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송 의원이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 이런 구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 모두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과 정부 지원 능력을 강조하고 있어 친명 지지층 안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호남 권리당원의 선택도 중요해졌습니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전북과 광주·전남을 연이어 찾으며 당원 접촉을 늘리는 배경입니다. ■ 고민정, 계파 밖에서 ‘쇄신’… 경북부터 찾아 고 의원은 세 후보가 벌이는 친명 적통 경쟁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선호투표제 결정 과정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당 운영의 불투명성을 비판했습니다. 첫 지역 일정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호남이 아니라 경북을 택한 것도 다른 주자들과 구별되는 행보입니다. 자영업자와 청년, 여성 당원을 만나며 민주당의 외연 확대와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직력에서는 다른 주요 주자보다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자 구도에서는 고 의원의 득표율과 함께 지지자들이 적어낸 다음 순위가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 의원이 완주할 경우 계파 경쟁에 거리를 둔 당원과 비주류 표심이 어느 후보로 이동하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 선호투표제 공방… 규정 논쟁 뒤엔 2순위 표 계산 후보 간 신경전은 당대표 선출 방식인 선호투표제를 둘러싼 룰 싸움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별 선호 순위를 함께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해당 후보에게 간 표를 유권자가 적은 다음 순위 후보에게 넘깁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같은 절차를 반복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 7일 당대표 선출 방식으로 선호투표제를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당헌·당규가 결선투표를 규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 전 대표도 “당대표 선거 선출 방식은 결선투표제로 한다고 돼 있다”며 선호투표제 도입이 당헌·당규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선수들은 룰을 가지고 가급적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전임 지도부 때 논의된 방식을 경선을 앞두고 문제 삼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송 의원은 선호투표도 결선투표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고 의원은 제도의 유불리보다 결정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공방이 거세진 배경에는 2순위 표의 위력이 있습니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탈락 후보를 선택했던 당원들의 다음 선택이 승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 지지층이 서로를 후순위로 택할 경우 정 전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정 전 대표가 1순위 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면 표 재배분 없이 승부를 끝낼 수 있습니다. 선호투표제는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당원들의 후순위 선택을 통해 연대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선거 방식 논쟁이 후보들의 생존 문제로 번진 까닭입니다. ■ 같은 대통령을 말하지만… 전당대회 이후, 당은 달라져 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등록은 오는 16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고, 당대표 예비경선은 21일 예정돼 있습니다. 정 전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면 주요 주자들의 대진표도 완성됩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정 전 대표는 개혁 과제의 연속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송 의원은 경험과 선거 지휘력을, 고 의원은 계파 정치의 쇄신과 외연 확대를 강조합니다. 후보들이 내건 목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으로 같습니다. 그러나 전임 지도부를 평가하는 기준과 당정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할 속도는 서로 다릅니다. ‘모두가 친명’을 내세운 민주당 전당대회가 정청래 지도부의 재신임 여부와 집권 여당의 다음 노선을 함께 가르는 선거로 번지고 있습니다.
2026-07-1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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