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아들은 어머니를 먹었다… 그 여자가 사라진 뒤에도 차려진 식탁
20일 만에 불법체류자 무더기 적발.. 단속 강화
위성곤 제주지사, 안창호 겨냥 "4.3 진실 흔드는 발언, 가볍게 넘길 일 아냐"
[자막뉴스] 연안 고립 80%는 '갯바위'.. 구조대원도 위험 '아찔'
“남한 대부분 사정권”… 北 '저격수' 600㎜ 방사포 공개, 국정원은 전방 배치 주시
“백주대낮에 바지 벗고 민주공화정 붕괴”… 한동훈 “李정권 끝까지 못 갈 것”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와 조작기소 특검 추진을 겨냥해 “이 정권은 끝까지 못 갈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여권이 권력자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백주대낮에 바지 벗고 민주공화정을 무너뜨리는 정권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물러날 경우 국민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보수 진영의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다음 달 3일에는 김기현·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 “조희대가 뭘 잘못했나”… 국정조사·특검 정면 비판 한 의원은 오늘(3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렇게 백주대낮에 바지 벗고 민주공화정을 무너뜨리는 정권은 없었다”며 “권력자가 재판받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자가 속한 집단이 계속 집권하기 위한 사적 목적으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이 잘못한 게 뭐 있나.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없고 사법권의 독립도 없다”며 “국민은 이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정권이 이 나라를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서는 정권의 존속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한 의원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정권은 끝까지 못 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수결로 뽑힌 권력이 뭐든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통해 취득한 권력이더라도 공동선을 해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권력을 독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것을 대놓고 무시하는 정권은 존속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조희대 대법원이 무너진 나라를 생각해 보라”며 “그 상황이 됐을 때 국민과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 “연대는 친분 아닌 명분”… 보수 진영 공조 가능성 한 의원은 여권 견제를 위한 보수 진영의 연대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이른바 '훈훈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을 위한 연대는 친분이 아니라 명분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누구와 누구는 친하니, 친하지 않으니 이런 식의 한가한 얘기를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금까지 그 입장을 바꾼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3일 김기현·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개최하는 토론회가 정치적 연대를 위한 포석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의원은 “각각 다른 색깔이 있지만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연대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를 특정하지는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개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심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행동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딸 허위 스펙 의혹 재거론에 “정치 보복” 한 의원은 자신의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딸의 허위 스펙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반발했습니다. 민주당이 관련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이재명 정권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끝난 얘기를 아무런 계기 없이 꺼내,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해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6-10-30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남편 몰래 전달 가능성".. '김건희 명품백 선물' 김기현 무죄·배우자 유죄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 이 모씨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오늘(30일) 김 의원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선고 공판에서 김 의원에게 무죄를, 배우자 이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 의원 부부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 의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같은 달 17일 김 여사에게 267만 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의원 측은 부정한 청탁은 없었으며 선물도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 의원은 배우자가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배우자 이씨가 가방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김 의원이 선물 제공에 공모했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배우자가 남편 모르게 선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가방 선물에 관여했다고 의심할 만한 점은 있다"면서도 "공모나 전달 사실을 직접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나 근거 없이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가방이 김 의원 명의 카드로 결제됐고, 세비 계좌에서 대금이 지출된 점, 가방 상자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라고 인쇄된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던 점 등은 김 의원의 관여를 의심할 만한 정황으로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포스트잇을 누가, 어떤 취지로 부착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김기현의 지시나 관여가 없더라도 이씨가 직원들에게 김 의원의 이름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가방을 전달한 이씨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267만 원짜리 명품 가방 선물을 단순히 사교나 의례 차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대통령 측이 당선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것은 직무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범행이 한 차례에 그쳤고 금품 가액이 매우 높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026-10-30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오백 아들은 어머니를 먹었다… 그 여자가 사라진 뒤에도 차려진 식탁
오백 명의 아들이 어머니를 먹었습니다. 국을 끓이던 어머니가 솥에 빠져 죽었고, 아들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국을 먹었습니다. 제주 신화의 이 기이한 식탁에는 한 사람의 생애가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오백 명을 먹인 여자는 정작 무엇을 먹으며 살았을까. 세상을 만들 만큼 거대한 존재에게도 자신의 삶을 꾸릴 시간이 있었을까 신화는 아들들의 운명을 따라 흘러갑니다. 어머니는 그들이 먹은 국의 일부가 된 뒤 이야기에서 사라집니다. 시인 장혜령은 바로 그 대목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틉니다. 아들들의 행적 대신 솥 앞에 서 있던 여자의 시간을 헤아립니다. 창세의 장엄함에 장보기와 식사 준비의 문제가 끼어들자, 신화는 오늘의 부엌만큼 가까워집니다. 장혜령의 두 번째 시집 『횟빛횟빛』(난다)은 그렇게 이야기의 중심을 옮겨놓는 책입니다. 신화 속 국솥에서 현대의 주방으로, 어머니의 병실에서 국가폭력의 현장으로, 필리핀 여성의 전화영어 수업에서 멧비둘기의 둥지로 나아갑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살아가는 존재들이 42편의 시를 가로지릅니다. 그 사이에는 누군가의 일상을 떠받치고도 정작 자신의 하루는 이야기로 남기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 시집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이후 5년. 서울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장혜령은 어머니의 투병과 자신의 질병을 겪었습니다. 제7회 부마항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샴쌍둥이」를 비롯한 관련 작품 네 편과 여러 미발표작이 묶인 이번 시집에는 그 시간의 압력과 사유의 변화가 배어 있습니다. 책의 이름인 ‘횟빛횟빛’은 시인의 집 보일러실에 둥지를 튼 비둘기 가족의 울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전에서 뜻을 찾기 어려운 이 말은 빛깔을 가리키는 듯하다가 새소리처럼 들립니다. 시인은 그 낯선 발음을 그대로 제목에 걸었습니다. 알아듣기 전에 먼저 들려오는 소리, 인간이 이름 붙이기 전부터 이어져온 다른 생명의 울음입니다. ■ 세상을 만든 여자는 왜 국솥 앞에 있었나 「태초에 국을 끓이는 여자가 있었으니」는 제주 신화 속 오백 아들의 어머니를 다시 불러냅니다. 거대한 솥에 빠져 죽은 어머니와 그 국을 먹은 아들들. 비극의 결말은 알려져 있지만, 장혜령은 신화가 건너뛴 일상의 세목을 들여다봅니다. 오백 명이 먹을 국을 끓이려면 장은 얼마나 봐야 할까. 그 많은 재료를 씻고 다듬고 불을 지피는 동안 어머니는 언제 쉬었을까. 창세의 규모로 펼쳐지던 이야기가 느닷없이 장바구니와 부엌의 높이로 내려옵니다. 신화 속 거대한 어머니는 매일 누군가의 끼니를 책임져야 했던 한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아들들이 어머니를 먹었다는 결말은 충격적입니다. 그보다 앞서 한 여자의 시간과 노동은 이미 오래도록 다른 이들의 생존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재생산’에는 사람을 먹이고 돌보며 다음 날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이 포함됩니다. 사회가 지속되는 데 필수적이지만 오랫동안 가정 안에서 사랑과 헌신의 이름으로 여겨진 일들입니다. 식탁에 오른 음식은 보이지만, 그 한 끼를 마련하는 데 들인 시간은 좀처럼 헤아려지지 않습니다. 장혜령은 어머니가 감당했을 노동의 무게를 묻습니다. 아들들의 운명은 이야기로 남았지만, 어머니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하루는 후대에 전할 이야기가 되고, 누구의 하루는 이야기조차 얻지 못하는가. 「어느 아무의 아무」에서는 그 물음이 역사로 옮겨갑니다. ‘흰옷을 입은 민족’이라는 익숙한 표상 뒤에는 옷을 빨고 삶고 널었던 여성들의 손이 있습니다. 흰옷은 민족의 이미지로 남았지만, 그 흰색을 지켜낸 사람들의 하루는 역사에 좀처럼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시가 부르는 ‘아무’는 분명히 살았으나 이름으로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이들의 삶을 떠받치느라 자신의 이야기를 남길 자리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흰옷은 역사에 남고 그 옷을 빨던 손은 사라졌습니다. 장혜령은 그 손을 따라 기록의 바깥으로 나아갑니다. 무엇을 역사로 남길 것인가를 결정해온 기준까지 함께 묻습니다. ■ 서랍도 없는 어둠, 부엌의 시간은 어디에 보관되는가 『횟빛횟빛』에서 부엌은 생활의 중심이면서 기억의 사각지대입니다. 「부엌의 역사」에는 아일랜드 테이블과 냉장고, 서랍처럼 현대적인 주방을 이루는 사물들이 등장합니다. 익숙한 물건들은 시 안에서 본래의 쓰임을 벗어나 뜻밖의 조합을 이룹니다. 그중에서도 ‘서랍도 없는 어둠’이라는 표현이 오래 남습니다. 서랍은 무엇을 넣었는지 알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낼 수 있도록 칸을 나눈 공간입니다. 그러나 서랍조차 없는 어둠에는 분류할 자리도, 이름을 붙일 표면도 없습니다. 그곳에 쌓인 시간을 꺼내 보이려면 먼저 그것을 담아둘 곳부터 찾아야 합니다. 식사는 하루 세 번 돌아오고, 설거지는 끝나는 순간 다음 설거지를 예고합니다. 한 끼를 마련한 손길은 음식이 사라지면 함께 지워집니다. 식탁은 다시 깨끗해지지만, 그곳에서 흘러간 한 사람의 오후까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 신화의 국솥과 현대의 아일랜드 테이블 사이에는 수많은 세대가 지나갔습니다. 조리 도구와 공간의 배치는 달라졌어도 부엌에서 보낸 시간을 한 사람의 생애로 헤아리는 일은 여전히 낯섭니다. 그 시간에는 피로와 애정, 기꺼움과 원망이 함께 쌓입니다. 누군가를 먹이고 싶은 마음과 같은 일을 거듭하며 생겨난 지침이 한 공간에 머뭅니다. 장혜령은 주방의 사물들을 낯설게 배치해 오래된 노동의 시간과 그 안에 포개진 감정들을 드러냅니다. ■ 모래알 엄마, 딸의 기억보다 넓은 한 사람의 삶 이번 시집의 변화는 장혜령 자신의 경험과도 맞물립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어머니의 투병과 자신의 질병을 겪었습니다. 특히 2024년 의료 공백이 이어지던 시기에는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원고를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늙고 아픈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고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힙니다. 가까운 사람의 병을 지켜보는 일에는 회복을 바라는 마음과 두려움, 오래 지속되는 간병의 피로와 무력감이 함께 밀려옵니다. 문학으로 옮길 때에는 또 다른 위험이 따릅니다. 어머니의 고통이 딸의 슬픔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되거나, 아픈 몸이 누군가의 깨달음을 위한 소재로 축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래알 엄마」는 바로 그 경계에서 쓰인 시로 읽힙니다. 화자는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 속에서 어머니와 마주합니다. 이야기는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그것을 모으려는 마음은 번번이 손가락 사이의 틈을 확인하게 됩니다. 모래는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알갱이 하나하나를 구별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딸이 보았던 모습과 들었던 말들로 이루어집니다. 오래 함께 살았어도 딸이 아는 어머니는 그가 살아낸 생애의 일부일 뿐입니다. 딸의 눈앞에 있는 어머니와 딸이 알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는 긴 시간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시간을 인정할 때 어머니는 누군가의 보호자나 환자라는 역할 너머, 자기 생애를 지닌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시집의 또 다른 작품 「사랑」에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렇게 담겨 있습니다. “엄마는 / 보자기에 알사탕처럼 / 어둠을 감쌉니다” 알사탕은 작고 달지만, 보자기에 싸인 것은 어둠입니다. 단맛을 떠올리게 하는 사물과 빛이 닿지 않는 공간이 겹쳐집니다. 어머니의 손길은 따뜻하면서도 쓸쓸합니다. 그가 오래 감싸온 것이 가족의 기쁨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뒤따릅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 새벽 네 시 부엌에서 국을 끓이던 어머니의 뒷모습도 이 시구와 나란히 놓입니다. 가족을 먹이고 싶은 애정과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책임이 그 손길에 함께 배어듭니다. 장혜령의 시에는 사랑으로 건넨 마음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해온 수고가 나란히 놓입니다. 돌봄의 시간에는 애정과 피로, 기꺼움과 서운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서로를 오래 돌보며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도 끝내 알지 못하는 삶의 영역이 남습니다. ■ 손톱으로 밑줄을 긋는 여자, 허락받지 않은 독서 「사랑은 누구의 것인가?」에는 남자가 없는 시간에만 책을 읽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책에 밑줄을 긋는 일조차 자유롭지 못한 관계에서 그는 손톱으로 읽은 자리를 표시합니다. 책을 펼치는 것과 그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다릅니다. 읽을 수는 있어도 표시할 수 없다면 독서는 여전히 누군가가 정해놓은 경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여자는 필기구 대신 자신의 몸으로 그 경계를 긋습니다. 손톱의 자국은 연필이나 펜의 밑줄처럼 또렷하지 않습니다. 종이에 희미한 눌림만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흔적은 분명한 사실을 전합니다. 누군가 이 문장을 읽었고, 여기에서 멈췄으며, 자신의 생각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장혜령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여성의 글쓰기와 번역의 문제도 여기에 응축돼 있습니다. 산문집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에서 다뤘던 물음은 이번 시집에서 책 한 권을 둘러싼 구체적인 권력관계로 나타납니다. ‘목소리극’을 통해 문자 기록의 바깥에 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옮겨온 작업과도 맞닿습니다. 손톱으로 그은 밑줄은 공적인 기록이 되기 어렵습니다. 희미한 자국에는 여자가 읽고 생각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역사책에 이름이 실리지 않은 여성들도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려 했습니다. 다만 그 흔적을 받아 적을 자리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시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은 여자가 책을 읽는다는 사실보다 그 독서를 숨겨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사유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자리에서 손톱은 조용한 필기구가 됩니다. 말보다 먼저 종이에 닿은 몸이 자신의 존재를 증언합니다. ■ 국가폭력의 침묵, 국경을 건너는 목소리 『횟빛횟빛』에는 제7회 부마항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샴쌍둥이」를 비롯한 관련 작품 네 편이 수록됐습니다. 국가폭력에 따른 고통과 억압을 다룬 작품들은 시집의 관심을 가족과 일상의 울타리 너머로 넓힙니다. 2부의 제목은 「한 여자의 불가능한 서정시」입니다. 「체제의 눈」, 「포르노그래피 복제시대의 서정시」, 「갇힌 여자」, 「식민」, 「말하는 여자」 등에서는 국가와 제도, 디지털 기술, 여성의 몸을 둘러싼 권력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불가능한 서정’이라는 말에는 역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노래해온 서정시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때, 아름답게 쓰는 일은 그 자체로 윤리적인 질문이 됩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시인의 감동을 위한 소재가 되는 순간, 그 고통을 겪은 사람의 삶은 또다시 이야기의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국가폭력과 디지털 성착취, 가정 안의 불평등은 서로 다른 역사와 책임의 구조를 지닙니다. 장혜령은 그 차이를 살피면서 몸을 통제당하고 목소리를 빼앗기는 일이 어떤 모습으로 되풀이되는지 묻습니다. 「전화영어」에서는 그 물음이 국경을 건넙니다. 고학력 필리핀 여성들이 영어를 가르치고, 와이파이 공유기의 불빛 아래 그들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먼 곳의 일상으로 흘러갑니다.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는 집에서 이용하는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그 편리함의 반대편에는 수업을 준비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말을 건네는 사람의 하루가 있습니다. 목소리는 순식간에 국경을 넘습니다. 그 소리를 내는 몸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에 남아 있습니다. 통신망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지만, 그들이 놓인 경제적 격차는 그대로입니다. 제주 신화의 국솥과 필리핀 여성의 와이파이 공유기. 수백 년의 시간과 먼 바다를 사이에 둔 두 사물이 한 시집 안에서 마주합니다. 국솥에는 오백 명의 끼니를 마련한 어머니의 시간이, 공유기의 불빛에는 누군가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 여성의 노동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국을 먹고 수업을 듣지만, 그 일을 가능하게 한 사람의 하루는 좀처럼 돌아보지 않습니다. ■ ‘횟빛횟빛’, 인간의 말로 다 옮길 수 없는 울음 시집 후반부에는 인간의 역사와 생활을 따라가던 시선이 다른 생명으로 옮겨갑니다. 「있을 리 없는 새」에서 새는 얼음이 없는 곳에서 얼음을 치고,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두드리듯 웁니다. 사라진 것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기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구입니다. 그렇지만 새의 울음에는 인간이 미처 알아듣지 못한 삶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 소리에서 슬픔과 기쁨을 짐작하지만, 새가 무엇을 겪으며 우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횟빛횟빛’. 색의 이름 같다가도 새의 울음처럼 들립니다. 뜻을 붙잡으려 하면 소리가 먼저 귀에 닿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낯선 말입니다. 장혜령은 그 울음을 시집의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인간의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한 생명의 소리를 오래 들려줍니다. 그 이름의 바탕이 된 비둘기 가족에게는 뜻밖의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인은 보일러실에서 새끼들이 자라는 동안 에어컨 실외기의 열기와 소음이 해로울까 염려해 아예 집을 비웠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 새들이 모두 날아간 뒤에야 돌아와 둥지의 흔적을 치웠습니다. 인간에게는 집의 부속 공간인 보일러실이 비둘기에게는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곳이었습니다. 시인은 그들을 내쫓는 대신 자신의 생활을 바꾸었습니다. 새끼들이 날 수 있을 때까지 집을 비워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시집 앞부분의 여성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흰옷을 빨던 손과 오백 아들의 끼니를 마련한 어머니, 그리고 보일러실의 비둘기. 각자의 삶과 처지는 다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데에는 비슷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누구의 편의를 위해 다른 존재의 시간과 자리가 당연하게 쓰여왔는가. 장혜령은 새의 울음을 알아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새가 살아갈 자리를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바꾸었습니다. 시집에서 오래 헤아려온 타인의 시간이 보일러실의 작은 둥지 앞에서 구체적인 선택이 된 셈입니다. ■ 처음과 끝의 0부, 잘못 배달된 노래에 답장하는 마음 『횟빛횟빛』의 목차에는 독특한 장치가 있습니다. 네 개의 본편 앞뒤에 각각 0부를 놓았습니다. 첫 0부의 제목은 「어디에도 없는,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마지막 0부는 「그 아무 겨울에 답장하려고」입니다. 0에서 출발해 다시 0으로 돌아오는 구성입니다. 0은 아무것도 없다는 표시이면서 아직 셈해지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시집의 앞쪽에는 이름을 얻지 못한 여성들이 있고, 마지막에는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는 답장이 있습니다. 마지막 시 「아무 겨울이 가면」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앞으로 잘못 배달된 / 노래에 답장하고 / 싶을 때가 있다.” 노래는 도착했지만 보낸 이의 주소를 알 수 없습니다. 겨울은 지나갔고, 답장을 보내려는 마음은 뒤늦게 생겨납니다. 오래전에 살았던 여성의 생애를 온전히 복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머니가 겪은 시간을 딸이 모두 알 수 없듯, 역사적 폭력의 기억도 한 편의 시로 남김없이 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화자는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로 잘못 배달된 노래를 버리지 않습니다. 답장이 도착할지 알 수 없어도 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습니다. 시집의 처음에 놓인 ‘아무’와 마지막의 노래는 그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시집에 수록된 「있을 리 없는 새」의 영어 번역본 ‘Impossible Bird’도 눈길을 끕니다. 최민지의 번역을 거쳐 한국어로 쓰인 시는 다른 언어의 독자에게 건너갑니다. 언어가 바뀌면 소리의 결도 달라집니다. 원문의 낯섦은 또 다른 언어에서 새로운 울림을 얻습니다. 잘못 배달된 노래에 답장을 쓰듯, 시 역시 누가 읽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리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건너갑니다. 장혜령은 오는 11월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알라딘 빌딩 1층에서 『횟빛횟빛』 출간 기념 ‘작가와의 만남’을 엽니다. 신유진 작가가 사회를 맡습니다. ■ 오백 아들이 국을 다 먹은 뒤 장혜령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하고 2017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시집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와 소설 『진주』, 산문집 『사랑의 잔상들』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 등을 펴냈습니다. 영화와 문학, 공연과 목소리극을 넘나든 이력은 이번 시집에서도 드러납니다. 신화의 국솥과 병실, 손톱으로 밑줄을 긋는 책장과 국경을 건너는 목소리가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이로 새가 웁니다. 횟빛횟빛. 제주 신화 속 오백 아들은 어머니를 먹고 살아남았습니다. 그 뒤에도 세상은 계속됐습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고 집을 짓고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식탁을 차린 손이 사라졌어도 다음 끼니는 돌아왔고, 이야기는 살아남은 이들의 행적을 따라 흘러갔습니다. 장혜령은 신화가 건너뛴 그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오백 아들이 국을 다 먹은 뒤, 그릇을 치우고 식탁을 닦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신화는 그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횟빛횟빛』은 바로 그 말해지지 않은 시간에서 시작합니다. 난다시편 열한 번째 책. 128쪽에 시 42편을 실었습니다.
2026-10-30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자막뉴스] 연안 고립 80%는 '갯바위'.. 구조대원도 위험 '아찔'
갯바위 고립사고 구조 합동훈련 현장 / 어제, 서귀포시 대정읍 서귀포시의 가파른 해안 절벽. 119 특수대응단이 로프에 몸을 맡긴 채 절벽 아래로 내려갑니다. 갯바위에 고립된 환자를 구조하기 위해섭니다. "(괜찮으십니까?) 예, 지금 팔이 많이 아픈 거 같아요. (왼쪽 팔입니까?) 예, 왼쪽 팔이예요." 응급처치 후 뒤이어 출동한 해경이 서프보드로 환자를 구조정으로 옮깁니다. 최근 갯바위, 테트라포트 낚시 등이 늘며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안 고립사고 10건 중 8건은 갯바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 지난 2022년 태풍 난마돌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몰아친 갯바위에서 낚시하던 60대가 물에 빠져 숨지기도 했습니다. 구조에 나선 해경이 파도에 휩쓸려 다치는 아찔한 상황도 이어졌습니다. 고명철 /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수색구조계장 "제주해역은 다양한 연안사고가 발생하고 인명 구조 과정에서 구조대원이 다치는 2차 인명 피해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치지 않고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유관기관 간담회와 합동 훈련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특히 제주 연안은 해안 절벽과 동굴 등 구조 접근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훈련은 소방과 해경의 역할을 나누고, 고립자 구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를 막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해경은 연안 위험지역에 대한 점검과 함께 구조 대응체계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JIBS 정용기입니다. (영상취재 오일령·화면제공 제주지방해양경찰청)
2026-10-30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오일령 (reyong510@naver.com) 기자

위성곤 제주지사, 안창호 겨냥 "4.3 진실 흔드는 발언, 가볍게 넘길 일 아냐"
위성곤 제주자치도지사가 '제주4·3 김일성 배후설'에 대해 "역사적 고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제주 4·3의 진실을 흔드는 발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위 지사는 오늘(30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안창호 위원장은 이번 발언을 철회하고, 4·3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 앞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 지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지켜야 할 기관"이라며 "그 수장이 역사적 진실에 의혹을 남기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제주4·3은 수많은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의 오랜 노력으로 진실을 밝혀온 역사"라며 "그 고통과 아픔을 견뎌온 유족 여러분께 더 이상 근거 없는 의혹으로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위 지사는 그러면서 안 위원장 본인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역사 왜곡과 희생자 명예훼손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4·3 진실을 부정하거나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어제(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주4·3의 이른바 '김일성 배후설'에 대해 "역사적 고증은 좀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질의에 나선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북한군이나 김일성의 관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있는지 재차 묻자, 안 위원장은 "보고서에는 없으나 역사적 고증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4·3희생자유족회 등 4·3 관련 단체들도 오늘(30일) 성명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장이 공식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극우 유튜버' 수준의 참담한 역사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26-10-30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