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폭설이 제주를 뒤덮었던 2018년 2월, 도심 인도에서 스키를 타고 이동했던 일명 ‘스키남’ 기억하시나요?
한라산과 스키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던 스키남은 언젠가 한라산에서 스키를 타보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스키는 겨울이 되면 빠지지 않는 대표 스포츠입니다.
유명 스키장이 있는 지역은 가파른 경사를 갖춘 산이 있죠.
그런데 제주에는 한라산도 있고, 오름도 많은데 왜 스키장이 없을까요?
단순히 계절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꽤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 “오름에 스키장을 만들려 했다고?”
사실 25년 전 제주에 스키장을 비롯한 레저시설을 대규모로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이 있습니다.
‘1100고지 일대에 24만평 이상 규모의 스키장·숙박시설 조성이 타당한지 조사를 제안함.’
1997년 발표된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한라산 정상보호 계획 용역 중간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기며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백록담에서 불과 5㎞ 떨어진 삼형제오름과 볼래오름이 당시 스키장 후보지로 거론됐는데, 지역신문 1면 톱기사로도 실리면서 지역사회가 떠들썩했습니다.
'난개발 시도다', '정작 보호계획은 너무 부족하다'는 등 큰 반발에 부딪치며 용역에 담겼던 스키장 조성 제안은 결국 없던 일이 되긴 했습니다.
■ “스키장, 애당초 사실상 불가능한 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스키장은 경사진 슬로프, 이용객을 실어 나르는 리프트, 엄청난 양의 인공눈이 필요한 사업으로, 도지사 승인이 있어야 영업이 가능합니다.
사업 후보지로 오름이 유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400개에 가까운 오름은 조례에 따라 기생화산으로 분류돼 있는데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절대보전지역도 상당합니다.
이 절대보전지역은 ‘절대’라는 그 이름에서도 그 ‘포스’가 느껴지듯 함부로 개발할 수 없는 곳입니다.
해제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상당한 정치적 부담도 필요로 합니다.
실제 2009년 제주해군기지 부지가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됐으나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라산은 1970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국립공원 면적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153㎢에 달하며 91㎢는 천연보호구역입니다.
자연공원법 적용을 받는 한라산국립공원은 개발행위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를 담당하는 제주자치도청 일선 공무원들에게 ‘스키장’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예? 스키장이요?”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상상하기 힘든 사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 “스키장, 환경적으로도 맞지 않아?”
한국의 스키장은 자연설이 내리기 전 인공눈으로 바닥을 두껍게 한 후 하늘에서 내린 자연설을 쌓는 방식으로 슬로프를 오래 유지하며 영업합니다.
눈이 녹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죠.
그런데 제주는 유명 스키장이 있는 강원과 달리 너무 따뜻합니다.
지난해 겨울철 제주의 평균기온은 6.8도였습니다. 이에 반해 강원은 -2.2도로, 무려 9도 차이가 났습니다.
넉넉한 자연설을 기대하며 스키장을 만들 정도도 못 됩니다.
1923년 관측 이래 제주 북부 지역의 최심적설량(기간 관계없이 해당일에 관측된 눈의 최고치) 1~10위 기록은 모두 1980년대 이전이고, 20㎝를 넘었던 기록은 1959년 한 번 뿐입니다.
역대급 폭설로 제주가 ‘마비’됐던 2016년 겨울의 최심적설량도 12㎝에 그쳤습니다.
평균기온이 높고,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제주는 기후, 환경적으로 스키장 조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 "스키 타기 점점 힘들어 진다고?"
전국 스키장은 영업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명 스키장이 몰린 강원은 11월 다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12월 개장을 맞았습니다.
스키장 입장에선 영업일이 줄어 수익이 악화하고, 스키 마니아들은 겨울철 스키를 탈 수 있는 날이 줄어든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해외여행 활성화와 다양한 레저활동이 생기면서 스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스키장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중산간서 썰매, 보드..겨울 레저 콘텐츠 방향은?”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 중산간이나 경사진 언덕에서 썰매나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합니다.
겨울 야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다 보니 자연이 만들어준 썰매장 등을 이용하는 것일 텐데요.
이처럼 ‘관광 1번지’ 제주는 비수기인 겨울에도 관광객 유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발전을 앞세워 대규모 관광단지나 스키장, 케이블카 설치 방안이 제시되면서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가 지켜야 할 가치 0순위는 ‘자연’일 것입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제주에 스키장이라는 ‘옷’은 한라산, 오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난개발 문제를 고려했을 때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겨울 스포츠 관광에 대한 콘텐츠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소규모나 자연을 절대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8년 2월 도심 인도에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스키남'
폭설이 제주를 뒤덮었던 2018년 2월, 도심 인도에서 스키를 타고 이동했던 일명 ‘스키남’ 기억하시나요?
한라산과 스키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던 스키남은 언젠가 한라산에서 스키를 타보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스키는 겨울이 되면 빠지지 않는 대표 스포츠입니다.
유명 스키장이 있는 지역은 가파른 경사를 갖춘 산이 있죠.
그런데 제주에는 한라산도 있고, 오름도 많은데 왜 스키장이 없을까요?
단순히 계절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꽤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 “오름에 스키장을 만들려 했다고?”
사실 25년 전 제주에 스키장을 비롯한 레저시설을 대규모로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이 있습니다.
‘1100고지 일대에 24만평 이상 규모의 스키장·숙박시설 조성이 타당한지 조사를 제안함.’
1997년 발표된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한라산 정상보호 계획 용역 중간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기며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백록담에서 불과 5㎞ 떨어진 삼형제오름과 볼래오름이 당시 스키장 후보지로 거론됐는데, 지역신문 1면 톱기사로도 실리면서 지역사회가 떠들썩했습니다.
'난개발 시도다', '정작 보호계획은 너무 부족하다'는 등 큰 반발에 부딪치며 용역에 담겼던 스키장 조성 제안은 결국 없던 일이 되긴 했습니다.

■ “스키장, 애당초 사실상 불가능한 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스키장은 경사진 슬로프, 이용객을 실어 나르는 리프트, 엄청난 양의 인공눈이 필요한 사업으로, 도지사 승인이 있어야 영업이 가능합니다.
사업 후보지로 오름이 유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400개에 가까운 오름은 조례에 따라 기생화산으로 분류돼 있는데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절대보전지역도 상당합니다.
이 절대보전지역은 ‘절대’라는 그 이름에서도 그 ‘포스’가 느껴지듯 함부로 개발할 수 없는 곳입니다.
해제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상당한 정치적 부담도 필요로 합니다.
실제 2009년 제주해군기지 부지가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됐으나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라산은 1970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국립공원 면적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153㎢에 달하며 91㎢는 천연보호구역입니다.
자연공원법 적용을 받는 한라산국립공원은 개발행위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를 담당하는 제주자치도청 일선 공무원들에게 ‘스키장’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예? 스키장이요?”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상상하기 힘든 사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 “스키장, 환경적으로도 맞지 않아?”
한국의 스키장은 자연설이 내리기 전 인공눈으로 바닥을 두껍게 한 후 하늘에서 내린 자연설을 쌓는 방식으로 슬로프를 오래 유지하며 영업합니다.
눈이 녹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죠.
그런데 제주는 유명 스키장이 있는 강원과 달리 너무 따뜻합니다.
지난해 겨울철 제주의 평균기온은 6.8도였습니다. 이에 반해 강원은 -2.2도로, 무려 9도 차이가 났습니다.
넉넉한 자연설을 기대하며 스키장을 만들 정도도 못 됩니다.
1923년 관측 이래 제주 북부 지역의 최심적설량(기간 관계없이 해당일에 관측된 눈의 최고치) 1~10위 기록은 모두 1980년대 이전이고, 20㎝를 넘었던 기록은 1959년 한 번 뿐입니다.
역대급 폭설로 제주가 ‘마비’됐던 2016년 겨울의 최심적설량도 12㎝에 그쳤습니다.
평균기온이 높고,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제주는 기후, 환경적으로 스키장 조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 "스키 타기 점점 힘들어 진다고?"
전국 스키장은 영업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명 스키장이 몰린 강원은 11월 다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12월 개장을 맞았습니다.
스키장 입장에선 영업일이 줄어 수익이 악화하고, 스키 마니아들은 겨울철 스키를 탈 수 있는 날이 줄어든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해외여행 활성화와 다양한 레저활동이 생기면서 스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스키장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중산간서 썰매, 보드..겨울 레저 콘텐츠 방향은?”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 중산간이나 경사진 언덕에서 썰매나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합니다.
겨울 야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다 보니 자연이 만들어준 썰매장 등을 이용하는 것일 텐데요.
이처럼 ‘관광 1번지’ 제주는 비수기인 겨울에도 관광객 유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발전을 앞세워 대규모 관광단지나 스키장, 케이블카 설치 방안이 제시되면서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가 지켜야 할 가치 0순위는 ‘자연’일 것입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제주에 스키장이라는 ‘옷’은 한라산, 오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난개발 문제를 고려했을 때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겨울 스포츠 관광에 대한 콘텐츠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소규모나 자연을 절대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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