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주 놀러왔으면 제대로 된 제주음식 한 번은 먹고 가야지!”
어떤 제주 향토음식 먹어보셨나요?
일부 향토음식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서 조금만 검색을 하면 유명하다는 ‘맛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빙떡, 흑돼지, 오메기떡, 고기국수, 접짝뼈국, 고사리육개장 등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제주 향토음식은 그 가짓수만 수백 여 개에 달합니다.
또 과거 향토음식은 요즘처럼 ‘맛’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맛’이 중요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제주만의 역사, 문화적 이유도 있답니다.
■ 그래서 뭐가 제주 향토음식인데?
향토음식은 말 그대로 자기가 태어난 곳이나 고향, 고장 등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먹었던 음식입니다.
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먹어온 음식들이죠.
그래서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식당 등에서 향토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돼지 앞다리와 몸이 만나는 곳의 뼈를 진하게 우려내고 메밀가루를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먹는 접짝뼈국.
이 밖에도 모자반이 들어간 몸국, 몸냉국부터 고사리육개장, 고등어구이, 갈치조림, 갈치국, 게우젓(전복내장젓), 멜젓(멸치젓), 마농지무침(풋마늘장아찌무침), 마농지(마늘장아찌), 빙떡, 오메기떡 등등 다양합니다.
전통시장에서도 향토음식을 접할 수 있고, 제주자치도에 등록된 40여 곳의 향토음식점을 직접 검색해 갈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나물, 무침, 볶음 등의 요리로 향토음식을 먹고 있을 정도로 향토음식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 빙떡, 모멀쌀밥, 모멀조배기.. 이런 향토음식도 있어?
제주에서는 과거부터 한 개의 원재료로 참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빙떡, 모멀쌀밥, 모멀조배기 또는 모멀저배기에도 모두 메밀이 들어갑니다.
빙떡은 메밀가루 반죽에 양념된 무를 갈아 넣어 ‘돌돌’ ‘빙빙’ 돌려 만든다고 해서 빙떡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모멀쌀밥은 쌀밥에 메밀이 들어간 밥이고, 모멀조배기는 메밀 반죽으로 반든 수제비입니다.
척박했던 제주에서는 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했습니다.
그래서 메밀, 보리 등을 넣어 만든 잡곡밥이 주식이었고 향토음식에도 메밀이 많이 들어갑니다.
돼지를 이용해 만든 요리도 접짝뼈국부터 돔베고기, 돗궤기적갈, 돗궤기국 등으로 다양합니다.
■ 향토음식 종류만 400여 개? 국 종류는 왜 이렇게 많아?
제주 향토음식은 그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종류만 450여 개에 달합니다.
이 중 국물이 있는 음식만 80개가 넘습니다.
제주 향토음식 중에 국이 유독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에선 잡곡밥이 주식이었죠.
식감이 거친 잡곡밥을 부드럽게 삼키기 위한 음식으로 국이 유독 많아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고사리육개장이나 몸국, 갈치국, 물회, 냉국 등 국요리가 많습니다.
■ 향토음식이면 맛이 없는 거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맛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음식에 많은 간을 하지 않고 투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향토음식 전문가들은 제주 전통 향토음식의 큰 특징으로 원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점을 꼽습니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향토음식은 맛 보다는 예전부터 이어져온 조리 방식에서 전통성을 찾을 수 있다”며 "청정 자연에서 나온 식재료의 맛 자체가 뛰어났기 때문에 과거부터 양념이나 간을 아주 간단히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향토음식의 전통성보다는 사람들이 맛있는 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소위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이 우후죽순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양 원장은 '맛'만 강조한 향토음식점에 밀려 '진짜' 전통 방식으로 향토음식을 만드는 곳은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 "위기이자 기회".. 향토음식을 육성까지 한다고?
제주자치도는 향토음식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토음식의 가치 보존과 제주 청정 식재료를 널리 알리고, 건강한 먹거리 관심에 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향토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보전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현재 제주 향토음식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원장은 “관광객이 늘고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토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적지 않은 음식점들이 제주가 원산지인 식재료가 아닌 수입산 원재료를 쓰면서 향토음식이라고 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토음식에 얽힌 이야기, 향토음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외면 받고 있어 이를 제대로 계승하기 위한 향토음식해설사 육성 등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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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주 향토음식 (제주자치도농업기술원)
“제주 놀러왔으면 제대로 된 제주음식 한 번은 먹고 가야지!”
어떤 제주 향토음식 먹어보셨나요?
일부 향토음식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서 조금만 검색을 하면 유명하다는 ‘맛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빙떡, 흑돼지, 오메기떡, 고기국수, 접짝뼈국, 고사리육개장 등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제주 향토음식은 그 가짓수만 수백 여 개에 달합니다.
또 과거 향토음식은 요즘처럼 ‘맛’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맛’이 중요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제주만의 역사, 문화적 이유도 있답니다.

■ 그래서 뭐가 제주 향토음식인데?
향토음식은 말 그대로 자기가 태어난 곳이나 고향, 고장 등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먹었던 음식입니다.
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먹어온 음식들이죠.
그래서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식당 등에서 향토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돼지 앞다리와 몸이 만나는 곳의 뼈를 진하게 우려내고 메밀가루를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먹는 접짝뼈국.
이 밖에도 모자반이 들어간 몸국, 몸냉국부터 고사리육개장, 고등어구이, 갈치조림, 갈치국, 게우젓(전복내장젓), 멜젓(멸치젓), 마농지무침(풋마늘장아찌무침), 마농지(마늘장아찌), 빙떡, 오메기떡 등등 다양합니다.
전통시장에서도 향토음식을 접할 수 있고, 제주자치도에 등록된 40여 곳의 향토음식점을 직접 검색해 갈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나물, 무침, 볶음 등의 요리로 향토음식을 먹고 있을 정도로 향토음식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빙떡 (제주자치도농업기술원)
■ 빙떡, 모멀쌀밥, 모멀조배기.. 이런 향토음식도 있어?
제주에서는 과거부터 한 개의 원재료로 참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빙떡, 모멀쌀밥, 모멀조배기 또는 모멀저배기에도 모두 메밀이 들어갑니다.
빙떡은 메밀가루 반죽에 양념된 무를 갈아 넣어 ‘돌돌’ ‘빙빙’ 돌려 만든다고 해서 빙떡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모멀쌀밥은 쌀밥에 메밀이 들어간 밥이고, 모멀조배기는 메밀 반죽으로 반든 수제비입니다.
척박했던 제주에서는 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했습니다.
그래서 메밀, 보리 등을 넣어 만든 잡곡밥이 주식이었고 향토음식에도 메밀이 많이 들어갑니다.
돼지를 이용해 만든 요리도 접짝뼈국부터 돔베고기, 돗궤기적갈, 돗궤기국 등으로 다양합니다.

몸국 (제주자치도농업기술원)
■ 향토음식 종류만 400여 개? 국 종류는 왜 이렇게 많아?
제주 향토음식은 그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종류만 450여 개에 달합니다.
이 중 국물이 있는 음식만 80개가 넘습니다.
제주 향토음식 중에 국이 유독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에선 잡곡밥이 주식이었죠.
식감이 거친 잡곡밥을 부드럽게 삼키기 위한 음식으로 국이 유독 많아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고사리육개장이나 몸국, 갈치국, 물회, 냉국 등 국요리가 많습니다.

성게국 (비짓제주)
■ 향토음식이면 맛이 없는 거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맛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음식에 많은 간을 하지 않고 투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향토음식 전문가들은 제주 전통 향토음식의 큰 특징으로 원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점을 꼽습니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향토음식은 맛 보다는 예전부터 이어져온 조리 방식에서 전통성을 찾을 수 있다”며 "청정 자연에서 나온 식재료의 맛 자체가 뛰어났기 때문에 과거부터 양념이나 간을 아주 간단히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향토음식의 전통성보다는 사람들이 맛있는 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소위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이 우후죽순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양 원장은 '맛'만 강조한 향토음식점에 밀려 '진짜' 전통 방식으로 향토음식을 만드는 곳은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자료 사진)
■ "위기이자 기회".. 향토음식을 육성까지 한다고?
제주자치도는 향토음식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토음식의 가치 보존과 제주 청정 식재료를 널리 알리고, 건강한 먹거리 관심에 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향토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보전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현재 제주 향토음식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원장은 “관광객이 늘고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토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적지 않은 음식점들이 제주가 원산지인 식재료가 아닌 수입산 원재료를 쓰면서 향토음식이라고 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토음식에 얽힌 이야기, 향토음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외면 받고 있어 이를 제대로 계승하기 위한 향토음식해설사 육성 등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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