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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에서 길을 묻다”.. 제주비엔날레, ‘표류’의 예술로 답하다
2025-01-05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쉔 차오량과 현덕식, 그들이 전하는 ‘공감’과 ‘성찰’ 메시지
예술을 통한 시각적 재해석.. “표류의 시대, 길을 모색하다”
짙게 드리운 먹구름 아래, 바닷물이 삼킨 도로와 전봇대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쉔 차오량 작가의 ‘Drifting, Chiayi’(2020)는 침묵 속에 깃든 불안과 긴장을 담아내면서, 대만이 겪어온 역사적·지정학적 표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인적 없는 공간과 자연의 위력 앞에 무기력한 인공물들이 인간이 마주한 혼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 ‘표류’라는 주제는 단순하게 ‘물리적 이동’의 개념을 넘어, 인간 존재와 사회적 맥락, 그리고 자연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관계까지 아우릅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이러한 ‘표류’를 현대 미술의 렌즈로 삼아, 세계 각국의 역사와 환경, 갈등을 조명하면서 ‘제주’라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현대 사회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 속에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미래로 나아갈 길을 탐색하는 비엔날레에는 14개국 88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표류’를 주제로 펼쳐지는 다양한 시각적 탐구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깊은 성찰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열린 프레스 투어는 주요 작가들이 참석해 비엔날레의 핵심 메시지와 작품 세계를 직접 소개하며, 관람객과 언론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3일 이종후 제주비엔날레 총감독(제주도립미술관장. 가운데)이 프레스 투어 현장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대만 현대 사진의 거장, 쉔 차오량 작가 ‘드리프팅’

대만 출신 사진작가인 쉔 차오량(Shen Chao Liang)은 ‘드리프팅(Drifting.漂流.표류)’ 시리즈를 통해 대만 사회가 겪어온 역사적 혼란과 정체성의 문제를 담아냈습니다. 그의 작품은 새벽의 바다, 텅 빈 부두, 핵 발전소 인근의 해수욕장 등 서정적인 풍경 속에 대만이 직면한 내·외부 갈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으로 꼽힙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대만의 쉔 차오량 작가가 출품작 ‘드리프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대만은 오랜 기간 정치적 혼란 속에서 표류해왔다”라며 “제주와 대만은 섬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이번 비엔날레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감하고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계엄령을 겪었던 대만과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예술은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수단”이라는 견해를 더하면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작품 속 바다와 텅 빈 공간은 불안과 갈등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며, 예술을 통해서 새로운 해답을 찾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했습니다.

현덕식 작가의 작품 ‘유시도(流澌島)’는 거대한 벽면을 가득 채운 강렬한 흑백 이미지로, 얼음 덩어리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모습을 정교하게 포착해 보여주고 있다. ‘녹아 흐르는 섬’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은 인간 존재의 순수함과 세속적 욕망이 맞물리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빛을 머금은 얼음의 복잡한 질감과 그 아래 고요히 흐르는 물의 대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 얼음으로 탐구한 인간 본질, 현덕식의 ‘유시도’

제주 출신 현덕식 작가(한국화)는 ‘유시도(流澌島)’를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욕망 사이의 갈등을 다루었습니다.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인간이 순수한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에서 순수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한 현덕식 작가가 출품작 ‘유시도(流澌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그는 또 “유시도라는 제목은 녹아 흘러가는 섬이라는 뜻으로, 인간이 가진 순수함이 어떻게 외부의 압력 속에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작품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 기술과 예술의 융합, 팀 A.N의 ‘천 겹의 표류’

캐나다 미디어 아티스트 팀 A.N(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은 몰입형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천 겹의 표류’를 통해 관람객에게 독특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그래픽을 활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 인간의 위치를 탐구해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감상자로서만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 참여작가 A.N팀이 출품작 ‘천 겹의 표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표류하는 세계 속에서.. “공감 그리고 성찰을 만나다”

제주비엔날레는 ‘표류’를 주제로 다양한 국가와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며, 예술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쉔 차오량과 현덕식 작가의 작품은 각각 대만과 한국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담아냈고, 이를 통해 두 사회가 공유하는 경험과 감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종후 제주비엔날레 총감독은 “제주와 대만은 역사적 경험과 지리적 공통점이 많은 지역”이라며, “이번 비엔날레가 예술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비엔날레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서 나아가, 관람객이 자신의 삶에서 겪는 저마다 ‘표류’의 순간을 공감하고 되새겨보는 기회”라며, “예술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각자 자신의 답을 찾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오는 2월 1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모두 5곳에서 전시를 이어갑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 키 비주얼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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