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전 골령골 학살터에
한국전쟁기 희생자 추모시설 계획
'유해 처리' 방식 놓고 파장
4·3유족회 "집단 화장 안 된다"
"자기네 부모면 이렇게 하겠나" 울분
'집단 화장·합사' 법적 근거도 미약
한국전쟁 전후 전국에서 학살된 민간인 피해자들의 유해가 집단으로 화장돼 위령 시설에 합사될 것이란 정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4·3유족회)는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정든 고향땅으로 모셔오는 길이 가로막히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4·3유족회는 오늘(21일)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 유해 봉환을 영영 가로막을 집단 화장과 합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사업지 588억 원을 투입해 대전 동구 민간인 학살터 이른바 '골령골' 인근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위령시설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이 시설에는 한국전쟁기 전국 각지에서 학살·암매장 됐다가 발굴된 유해 약 4천여구를 지역별로 묶어 합사(合祀)할 방침입니다.
문제는 이 유해들이 집단 화장, 집단 봉안된다는 것. 유족회는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데에는 "같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유해를 집단 화장하는 것에 대해선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전 산내 유족회 역시 4·3유족회처럼 유해 화장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향후 채혈과 유전자 감식 등으로 통해 4·3희생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방식으로 봉안된다면 유해를 모셔 올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023년 유전자 감식을 통해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된 4·3희생자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바 있으나, 향후 집단 화장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게 됩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4·3단체 한 관계자는 "사업 주체인 행안부는 유해 화장이나 봉안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명확한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행정편의 주의적으로 유해를 처리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해가 나오면 유전자 감식을 해야하는 군인 희생자 유해 처리 절차(국방부)와 달리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제주4·3특별법에는 '4·3으로 인해 행방불명된 사람 또는 수형인으로서 4·3사건의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의 것으로 유해의 발굴과 수습은 4·3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돼 있습니다. 2023년 대전 골령골 선례가 있는 만큼, 추모시설 봉안 유해들에 대해서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유족회 측 주장입니다.
양성주 4·3유족회 부회장은 "신원 확인해서 유해를 모셔오는 건 고령 유족들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고령임에도)부모를 찾겠다고 돌아가시기 전에 채혈도 했다. 정부에서 이런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라고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 고령의 유족은 "우리가 채혈을 하고 우리 부모님들이 가족 품에 돌아오길 기다리며 희망을 가졌는데, 단체 화장을 해버리면 우리 희망을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른 유족들도 "이제 채혈도 하고 유해를 찾아주려는 판에 이걸 다 합쳐버리면 그 유해 한 줌도 가져올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자기네 부모님들이면 정부가 이렇게 하겠는가", "잠들기 전에 유전자 감식으로 찾을 수 있을 건가 하는 기대도 했는데 무슨 일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유족회는 "위령시설에 모셔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모든 유해에 대해 개별 화장과 봉안을 통해 4·3희생자의 신원 확인과 봉환을 책임지고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4·3특별법에 따라 4·3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통해 유해의 매장과 처리에 관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위령시설 조성 계획을 공개하고, 관계된 모든 희생자의 유족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4·3희생자와 유족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전쟁기 희생자 추모시설 계획
'유해 처리' 방식 놓고 파장
4·3유족회 "집단 화장 안 된다"
"자기네 부모면 이렇게 하겠나" 울분
'집단 화장·합사' 법적 근거도 미약

제주4·3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자료 사진.
한국전쟁 전후 전국에서 학살된 민간인 피해자들의 유해가 집단으로 화장돼 위령 시설에 합사될 것이란 정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4·3유족회)는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정든 고향땅으로 모셔오는 길이 가로막히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4·3유족회는 오늘(21일)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 유해 봉환을 영영 가로막을 집단 화장과 합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사업지 588억 원을 투입해 대전 동구 민간인 학살터 이른바 '골령골' 인근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위령시설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이 시설에는 한국전쟁기 전국 각지에서 학살·암매장 됐다가 발굴된 유해 약 4천여구를 지역별로 묶어 합사(合祀)할 방침입니다.
문제는 이 유해들이 집단 화장, 집단 봉안된다는 것. 유족회는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데에는 "같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유해를 집단 화장하는 것에 대해선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전 산내 유족회 역시 4·3유족회처럼 유해 화장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향후 채혈과 유전자 감식 등으로 통해 4·3희생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방식으로 봉안된다면 유해를 모셔 올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023년 유전자 감식을 통해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된 4·3희생자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바 있으나, 향후 집단 화장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게 됩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오늘(21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골령골 인근에 건립될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사업과 관련해 희생자 유해에 대한 집단 화장 및 봉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신동원 기자)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4·3단체 한 관계자는 "사업 주체인 행안부는 유해 화장이나 봉안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명확한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행정편의 주의적으로 유해를 처리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해가 나오면 유전자 감식을 해야하는 군인 희생자 유해 처리 절차(국방부)와 달리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제주4·3특별법에는 '4·3으로 인해 행방불명된 사람 또는 수형인으로서 4·3사건의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의 것으로 유해의 발굴과 수습은 4·3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돼 있습니다. 2023년 대전 골령골 선례가 있는 만큼, 추모시설 봉안 유해들에 대해서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유족회 측 주장입니다.
양성주 4·3유족회 부회장은 "신원 확인해서 유해를 모셔오는 건 고령 유족들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고령임에도)부모를 찾겠다고 돌아가시기 전에 채혈도 했다. 정부에서 이런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라고 했습니다.

오늘(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유족회 기자회견에서 한 고령의 유족이 유해 집단 화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 신동원 기자)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 고령의 유족은 "우리가 채혈을 하고 우리 부모님들이 가족 품에 돌아오길 기다리며 희망을 가졌는데, 단체 화장을 해버리면 우리 희망을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른 유족들도 "이제 채혈도 하고 유해를 찾아주려는 판에 이걸 다 합쳐버리면 그 유해 한 줌도 가져올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자기네 부모님들이면 정부가 이렇게 하겠는가", "잠들기 전에 유전자 감식으로 찾을 수 있을 건가 하는 기대도 했는데 무슨 일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유족회는 "위령시설에 모셔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모든 유해에 대해 개별 화장과 봉안을 통해 4·3희생자의 신원 확인과 봉환을 책임지고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4·3특별법에 따라 4·3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통해 유해의 매장과 처리에 관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위령시설 조성 계획을 공개하고, 관계된 모든 희생자의 유족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4·3희생자와 유족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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