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본 선거일에 자신이 받은 투표용지에 누군가 기표를 했다고 주장하며 투표용지를 공개하고 훼손한 피고인이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이 기소된 선거법 위한 혐의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타인에 공개한 행위와 투표용지를 훼손한 행위 두 가지인데, 법원은 투표용지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기표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것이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이미 기표된 투표지 받았다' 실체적 진실은?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주장(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10일 오후 4시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투표송에서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소에 들어갔다가 1분 만에 나와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라고 주장하며 투표용지 2장을 투표사무원 7~8명에 공개하고, 투표사무원들이 '공개한 투표지는 무효"라고 말하자 투표지를 손으로 찢어 훼손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기한 A씨의 기소 내용 중 투표용지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투표의 비밀 침해'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실제로 기표를 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인데,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 내지 불상의 이유로 교부받은 투표용지에 도장 인주가 묻었을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 비밀 투표 유무죄 가른 판단 지점은?
재판부 설명을 들어볼 때, A씨 본인이 기표를 하고 '다른 사람이 기표했다'고 속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판결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적용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개한 투표지가 '피고인의 확정적 의사로 기표도장을 압인한 투표지'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고(제167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제241조)'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에서 '기표한 투표지'는 선거인이 자신의 확정적 의사로 기표도장을 압인한 투표지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을 가른 것입니다.
◆ 재판부는 어떻게 '기표 여부'를 판단했을까?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공개한 2장의 투표지에 날인된 문양은 기표도장의 인장이 좌우 반전된 모습 ▲투표지에 날인된 문양에 사선 모양의 지문 자국이 확인된다며 기표도장이 투표지에 직접 압인(壓印)된 것은 아닌 걸로 판단했습니다.
또 ▲공개된 2장의 투표지 모두 날인칸의 경계선에 걸쳐서 기표도장이 날인돼 무효표가 되는데, 피곤인이나 어떤 제3자가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 기표를 해 놓았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지 못한 부분과, ▲투표소에 들어가 1분여 만에 나와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며 항의하고, 이 과정에서 투표지를 찢으며 강하게 억울함을 토로한 태도 등에서도 허위로 이러한 행위를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투표지의 문양과 피고인의 지문의 동일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만 제출된 부분 ▲당시 피고인의 손가락에 인주가 묻어 있었는지 여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오히려 감정 결과상 투표지 문양 주변에서 문양과 연결되는 지문 융선이 발견되지 않았고, 투표지 뒷면 하단 부분에서는 다수의 손자국이 확인된 부분이 확인됐을 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내용을 종합할 때 "A씨가 기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기표소를 이용한 사람이 기표도장을 손가락에 압인해 본 후 이를 기표소 내 책상에 묻혔고, 그 이후 A씨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아 책상에 묻어 있던 마르지 않은 인주가 피고인의 투표지에 묻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기표소에 비치된 책상 위에 묻은 인주가 A씨 투표용지에 묻었을 가능성에 대해 열어둔 것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투용표지를 타인에 공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투표용지에 찍힌 인주가 본인이 기표한 것에 대해선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A씨처럼 교부받은 투표용지가 잘못 된 것 같더라도 직접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제주지역 선거사범은 모두 26명(22건)으로, 이 가운데 13명을 검찰에 넘겨졌고, 13명은 불송치 처리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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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 자료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본 선거일에 자신이 받은 투표용지에 누군가 기표를 했다고 주장하며 투표용지를 공개하고 훼손한 피고인이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이 기소된 선거법 위한 혐의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타인에 공개한 행위와 투표용지를 훼손한 행위 두 가지인데, 법원은 투표용지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기표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것이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이미 기표된 투표지 받았다' 실체적 진실은?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주장(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10일 오후 4시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투표송에서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소에 들어갔다가 1분 만에 나와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라고 주장하며 투표용지 2장을 투표사무원 7~8명에 공개하고, 투표사무원들이 '공개한 투표지는 무효"라고 말하자 투표지를 손으로 찢어 훼손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기한 A씨의 기소 내용 중 투표용지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투표의 비밀 침해'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실제로 기표를 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인데,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 내지 불상의 이유로 교부받은 투표용지에 도장 인주가 묻었을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 비밀 투표 유무죄 가른 판단 지점은?
재판부 설명을 들어볼 때, A씨 본인이 기표를 하고 '다른 사람이 기표했다'고 속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판결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적용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개한 투표지가 '피고인의 확정적 의사로 기표도장을 압인한 투표지'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고(제167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제241조)'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에서 '기표한 투표지'는 선거인이 자신의 확정적 의사로 기표도장을 압인한 투표지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을 가른 것입니다.
◆ 재판부는 어떻게 '기표 여부'를 판단했을까?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공개한 2장의 투표지에 날인된 문양은 기표도장의 인장이 좌우 반전된 모습 ▲투표지에 날인된 문양에 사선 모양의 지문 자국이 확인된다며 기표도장이 투표지에 직접 압인(壓印)된 것은 아닌 걸로 판단했습니다.
또 ▲공개된 2장의 투표지 모두 날인칸의 경계선에 걸쳐서 기표도장이 날인돼 무효표가 되는데, 피곤인이나 어떤 제3자가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 기표를 해 놓았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지 못한 부분과, ▲투표소에 들어가 1분여 만에 나와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며 항의하고, 이 과정에서 투표지를 찢으며 강하게 억울함을 토로한 태도 등에서도 허위로 이러한 행위를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투표지의 문양과 피고인의 지문의 동일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만 제출된 부분 ▲당시 피고인의 손가락에 인주가 묻어 있었는지 여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오히려 감정 결과상 투표지 문양 주변에서 문양과 연결되는 지문 융선이 발견되지 않았고, 투표지 뒷면 하단 부분에서는 다수의 손자국이 확인된 부분이 확인됐을 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내용을 종합할 때 "A씨가 기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기표소를 이용한 사람이 기표도장을 손가락에 압인해 본 후 이를 기표소 내 책상에 묻혔고, 그 이후 A씨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아 책상에 묻어 있던 마르지 않은 인주가 피고인의 투표지에 묻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기표소에 비치된 책상 위에 묻은 인주가 A씨 투표용지에 묻었을 가능성에 대해 열어둔 것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투용표지를 타인에 공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투표용지에 찍힌 인주가 본인이 기표한 것에 대해선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A씨처럼 교부받은 투표용지가 잘못 된 것 같더라도 직접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제주지역 선거사범은 모두 26명(22건)으로, 이 가운데 13명을 검찰에 넘겨졌고, 13명은 불송치 처리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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