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서울을 잇는 창작의 여정… ‘언 땅이 녹는 시간’展
14일~3월 1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B1 ‘제주갤러리’서
김유림·박동윤·양민희·장예린 작가, 회화 40여 점 선보여
# “겨울이 끝날 때, 예술은 ‘해빙(解氷)’의 순간을 기록한다.”
겨울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대지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녹아내리고, 정지된 듯했던 것들은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변화의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정체된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생성하며 끊임없이 변주(variation)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한 기록입니다.
14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 B1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언 땅이 녹는 시간’전은 제주자치도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자치도지회가 주관한 ‘2024 제주작가 수도권 레지던시 파견사업’의 결과보고전입니다. 네 명의 작가가 창작의 과정에서 마주한 시간과 감각의 변화를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해빙’의 순간을 그려냅니다.
■ “제주와 서울, 예술로 연결한 시간과 공간”
지난해 레지던시 공모에 선정된 김유림·박동윤·양민희·장예린 작가는 경기도 양주 장흥 ‘가나아뜰리에’에서 1년간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각자의 회화적 탐구를 보다 밀도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전시에서는 이미지의 재현에서 확장된, 감각과 내면의 변화를 기록하는 과정으로서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은 ‘해빙’의 순간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를 해석했고 감각으로 포착했습니다. 보는 이들은 작품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다시금 감각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해보는, ‘시간이 녹아내리는 과정’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해빙(解氷)의 언어’, 네 명의 작가가 바라본 시간의 흐름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얼어붙은 듯 보이는 순간조차도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관계와 의미는 계속해서 다시 쓰여집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색하며, 캔버스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했습니다.
이들의 회화는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존재와 정체성, 자연과 감각, 기억과 치유를 탐구하는 기록이자, 시간과 감각의 해빙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 김유림 “파란 공간 속, 부유하는 존재들”
작가의 작업은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부유하는 존재의 흔적을 따라갑니다. 캔버스는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안에서 자유와 구속, 물질과 비물질이 교차합니다.
화면은 마치 깊은 바다처럼, 중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들뢰즈가 말한 ‘되기(생성. becoming)’의 개념을 닮아, 특정한 의미에 천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탈피와 생산을 거듭하는 세계 속에서 존재들은 서로 얽히고 풀리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합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파란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 박동윤 “경계를 허물고, 공존을 탐구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특정한 문화나 배경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화면 속 존재들은 경계가 모호한 공간에서 서로 섞이며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회화를 통해 다층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회화 자체를 정체성과 관계의 실험 공간으로 적절히 활용합니다. 이질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얽히는 화면 속에서, 작가는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 하나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 양민희 “제주 자연과 감각의 다층적 교차”
제주의 바람은 결을 만들고, 파도는 리듬을 새깁니다. 돌과 흙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습니다. 작가는 어느 하나 외면하지 않아, 이 모든 감각을 하나의 화면 위에 쌓아 올립니다.
작가에게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닙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촉각적 공간이며 공기와 빛, 소리와 기억이 얽힌 다층적 경험입니다. 작업은 현대 미학에서 말하는 ‘다중 감각적 경험(multisensory experience)’을 구현해 회화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층위를 확장합니다. 화면을 따라 시선이 흘러, 손끝으로 화면을 더듬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납니다. 자연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는 감각을 새롭게 조직합니다.
■ 장예린 “기억이 녹아내릴 때, 치유는 시작된다”
작가의 자화상은 자기 재현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억을 기록하는 과정이자, 감정을 해빙시키는 치유의 여정입니다.
화면 속 인물은 우리를 응시합니다. 불안과 희망, 고통과 치유가 교차하는 그 시선 속에서 저마다 각자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트라우마적인 기억이 녹아내리는 과정, 그리고 다시 회복되는 흐름은 화면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감정의 흔적을 남깁니다.
“기억은 어떻게 해빙되는가?” 그의 회화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면서 또 다른 가능성의 시작입니다.
■ 강지선 디렉터의 철학.. “제주와 서울을 잇는 창작 네트워크, 피어나다”
전시를 기획한 강지선 디렉터(홍익대학교 연구교수)는 제주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시각문화(Visual Culture) 석사 를 마친 후 홍익대에서 미술비평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공공미술과 도시공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며 제주와 서울, 그리고 국제 미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주 작가들이 더욱 넓은 예술적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힘써온 강 디렉터는 ‘제주갤러리’ 초대 디렉터로서 수도권과 제주 간의 창작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현장과 학계를 넘나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은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확장하는 것”이라 강조하는 강지선 디렉터는, 그래서 “예술은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창작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번 전시를 ‘계절의 변화’만 아니라, 감각의 전환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이어 “‘해빙’의 시간은 물리적 변화가 아닌, 우리가 감각하고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이라고 해석하면서 “이 전시가 관객들에게도 그러한 변화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습니다.
개막식은 14일 오후 5시이며, 3월 10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4일~3월 1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B1 ‘제주갤러리’서
김유림·박동윤·양민희·장예린 작가, 회화 40여 점 선보여

김유림 作 '없는 풍경9'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17x161cm)
# “겨울이 끝날 때, 예술은 ‘해빙(解氷)’의 순간을 기록한다.”
겨울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대지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녹아내리고, 정지된 듯했던 것들은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변화의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정체된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생성하며 끊임없이 변주(variation)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한 기록입니다.
14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 B1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언 땅이 녹는 시간’전은 제주자치도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자치도지회가 주관한 ‘2024 제주작가 수도권 레지던시 파견사업’의 결과보고전입니다. 네 명의 작가가 창작의 과정에서 마주한 시간과 감각의 변화를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해빙’의 순간을 그려냅니다.
■ “제주와 서울, 예술로 연결한 시간과 공간”
지난해 레지던시 공모에 선정된 김유림·박동윤·양민희·장예린 작가는 경기도 양주 장흥 ‘가나아뜰리에’에서 1년간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각자의 회화적 탐구를 보다 밀도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전시에서는 이미지의 재현에서 확장된, 감각과 내면의 변화를 기록하는 과정으로서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은 ‘해빙’의 순간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를 해석했고 감각으로 포착했습니다. 보는 이들은 작품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다시금 감각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해보는, ‘시간이 녹아내리는 과정’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양민희 作 '홍월(紅月)'(2024. 모델링페이스트(modelingpaste), 캔버스에 아크릴, 53x45cm)
■ ‘해빙(解氷)의 언어’, 네 명의 작가가 바라본 시간의 흐름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얼어붙은 듯 보이는 순간조차도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관계와 의미는 계속해서 다시 쓰여집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색하며, 캔버스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했습니다.
이들의 회화는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존재와 정체성, 자연과 감각, 기억과 치유를 탐구하는 기록이자, 시간과 감각의 해빙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 김유림 “파란 공간 속, 부유하는 존재들”
작가의 작업은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부유하는 존재의 흔적을 따라갑니다. 캔버스는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안에서 자유와 구속, 물질과 비물질이 교차합니다.
화면은 마치 깊은 바다처럼, 중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들뢰즈가 말한 ‘되기(생성. becoming)’의 개념을 닮아, 특정한 의미에 천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탈피와 생산을 거듭하는 세계 속에서 존재들은 서로 얽히고 풀리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합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파란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박동윤 作 '튜브'(2025. 캔버스에 유채, 170x204cm)
■ 박동윤 “경계를 허물고, 공존을 탐구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특정한 문화나 배경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화면 속 존재들은 경계가 모호한 공간에서 서로 섞이며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회화를 통해 다층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회화 자체를 정체성과 관계의 실험 공간으로 적절히 활용합니다. 이질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얽히는 화면 속에서, 작가는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 하나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 양민희 “제주 자연과 감각의 다층적 교차”
제주의 바람은 결을 만들고, 파도는 리듬을 새깁니다. 돌과 흙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습니다. 작가는 어느 하나 외면하지 않아, 이 모든 감각을 하나의 화면 위에 쌓아 올립니다.
작가에게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닙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촉각적 공간이며 공기와 빛, 소리와 기억이 얽힌 다층적 경험입니다. 작업은 현대 미학에서 말하는 ‘다중 감각적 경험(multisensory experience)’을 구현해 회화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층위를 확장합니다. 화면을 따라 시선이 흘러, 손끝으로 화면을 더듬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납니다. 자연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는 감각을 새롭게 조직합니다.

장예린 作 'Peaceful day'(2024. 캔버스에 유채, 90.9×72.7cm)
■ 장예린 “기억이 녹아내릴 때, 치유는 시작된다”
작가의 자화상은 자기 재현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억을 기록하는 과정이자, 감정을 해빙시키는 치유의 여정입니다.
화면 속 인물은 우리를 응시합니다. 불안과 희망, 고통과 치유가 교차하는 그 시선 속에서 저마다 각자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트라우마적인 기억이 녹아내리는 과정, 그리고 다시 회복되는 흐름은 화면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감정의 흔적을 남깁니다.
“기억은 어떻게 해빙되는가?” 그의 회화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면서 또 다른 가능성의 시작입니다.
■ 강지선 디렉터의 철학.. “제주와 서울을 잇는 창작 네트워크, 피어나다”
전시를 기획한 강지선 디렉터(홍익대학교 연구교수)는 제주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시각문화(Visual Culture) 석사 를 마친 후 홍익대에서 미술비평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공공미술과 도시공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며 제주와 서울, 그리고 국제 미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주 작가들이 더욱 넓은 예술적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힘써온 강 디렉터는 ‘제주갤러리’ 초대 디렉터로서 수도권과 제주 간의 창작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현장과 학계를 넘나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은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확장하는 것”이라 강조하는 강지선 디렉터는, 그래서 “예술은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창작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번 전시를 ‘계절의 변화’만 아니라, 감각의 전환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이어 “‘해빙’의 시간은 물리적 변화가 아닌, 우리가 감각하고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이라고 해석하면서 “이 전시가 관객들에게도 그러한 변화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습니다.
개막식은 14일 오후 5시이며, 3월 10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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