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성별 격차가 출산율 결정”.. 한국, 왜 세계 최저인가?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Dale Goldin, 1946~)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산율과 가사노동의 상관관계를 정면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 사례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을 꼽았습니다.
골딘 교수의 연구는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입니다. 남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그렇지 않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았습니다. 한국은 그 논문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국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가사노동에 소극적인 집단 중 하나이며, 그 결과 여성들에게 부담이 과중하게 쏠립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골딘 교수의 분석입니다.
■ “출산율 0.72, 여성 가사노동 하루 3시간 더”.. 극단적 불균형이 만든 현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더 많은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골딘 교수는 이 지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짚었습니다. ‘부부 형평성’이 깨진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국가들에서도, 부부 간 가사노동 격차가 클수록 출산율이 낮다”라며 한국,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반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은 남녀 간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며, 출산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속도와,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속도 간의 차이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 한국은 왜 '가사노동 불평등'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우리의 상황은 다소 독특하게 바라봤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72%가 농촌에 거주지를 뒀고 공동 육아와 가사 분담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 경제 성장 속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가사와 육아에 대한 남성의 인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골딘 교수는 이를 “경제 발전이 빠를수록 전통적 성 역할 인식이 바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한국은 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작 가정 내 성별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봤습니다.
교수는 “2000년대 초, 결혼 적령기인 세대 소득이 4.5배 늘었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아내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라며, 이러한 생각의 차가 출산율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습니다.
결국 여성들은 직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동시에 가사·육아 부담까지 떠안는 이중고를 겪었고,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 셈입니다.
■ 출산율과 가사노동 시간의 상관관계
2019년 통계를 보면,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약 3시간 더 가사와 돌봄 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남녀 간 가사노동 격차가 0.8시간으로 매우 작았고, 출산율(1.7명)도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여성이 2.8시간 더 일하고 있었으며,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골딘 교수의 연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 “남성들이 집안일을 더 한다고 믿어야”.. 해결책은?
골딘 교수는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출산율 반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남성들은 다른 남성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권장 사항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인식할 때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컸습니다. 즉,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또한, 골딘 교수는 스웨덴,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정부가 보육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는 국가들이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출산율을 높이려면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보육과 육아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수는 “통상적인 육아휴직 확대가 아닌, 1살 때부터 국가가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 모델처럼, 보육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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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Dale Goldin, 1946~)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산율과 가사노동의 상관관계를 정면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 사례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을 꼽았습니다.
골딘 교수의 연구는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입니다. 남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그렇지 않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았습니다. 한국은 그 논문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국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가사노동에 소극적인 집단 중 하나이며, 그 결과 여성들에게 부담이 과중하게 쏠립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골딘 교수의 분석입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 (유튜브 캡처)
■ “출산율 0.72, 여성 가사노동 하루 3시간 더”.. 극단적 불균형이 만든 현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더 많은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골딘 교수는 이 지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짚었습니다. ‘부부 형평성’이 깨진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국가들에서도, 부부 간 가사노동 격차가 클수록 출산율이 낮다”라며 한국,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반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은 남녀 간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며, 출산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속도와,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속도 간의 차이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여성의 노동시간과 출산율이 반비례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도표. 골딘 교수의 분석 결과, 남성이 집안일을 도울 때 출산율은 상승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과 집안일에 몇 시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때 출산율은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 캡처
■ 한국은 왜 '가사노동 불평등'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우리의 상황은 다소 독특하게 바라봤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72%가 농촌에 거주지를 뒀고 공동 육아와 가사 분담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 경제 성장 속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가사와 육아에 대한 남성의 인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골딘 교수는 이를 “경제 발전이 빠를수록 전통적 성 역할 인식이 바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한국은 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작 가정 내 성별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봤습니다.
교수는 “2000년대 초, 결혼 적령기인 세대 소득이 4.5배 늘었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아내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라며, 이러한 생각의 차가 출산율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습니다.
결국 여성들은 직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동시에 가사·육아 부담까지 떠안는 이중고를 겪었고,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 셈입니다.

■ 출산율과 가사노동 시간의 상관관계
2019년 통계를 보면,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약 3시간 더 가사와 돌봄 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남녀 간 가사노동 격차가 0.8시간으로 매우 작았고, 출산율(1.7명)도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여성이 2.8시간 더 일하고 있었으며,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골딘 교수의 연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 (유튜브 캡처)
■ “남성들이 집안일을 더 한다고 믿어야”.. 해결책은?
골딘 교수는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출산율 반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남성들은 다른 남성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권장 사항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인식할 때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컸습니다. 즉,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또한, 골딘 교수는 스웨덴,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정부가 보육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는 국가들이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출산율을 높이려면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보육과 육아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수는 “통상적인 육아휴직 확대가 아닌, 1살 때부터 국가가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 모델처럼, 보육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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