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일, 여자는 집”..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 만든 불평등의 덫
8년째 ‘성별 임금 격차’ 1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불명예를 28년째 이어갔습니다. 여전히 여성들은 직장에서 남성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 뿌리엔 '남성은 생계, 여성은 가사'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밥상은 여자가 차리고, 돈벌이는 남자가 한다'는 낡은 인식이 한국 사회 곳곳에 깊이 박혀 있는 모습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OECD 평균(11.4%)보다 3배 가까이 높은 29.3%의 임금 격차, 그리고 ‘이러니 애를 낳겠나’라는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구조적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출산율 반등은커녕 여성들의 ‘비혼·비출산’ 선택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 ‘유리천장’ 못 뚫고 ‘성별 임금 격차’ 최고
9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를 살펴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최하위였던데서 올해 한 계단 올랐지만, 이는 튀르키예가 새롭게 꼴찌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일 뿐 본질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상 최하위나 마찬가지인 현실 속에,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평균(11.4%)을 훨씬 웃도는 29.3%에 달했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의 연봉은 남성의 70%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주요 대기업의 업종별 남녀 직원 수 및 평균 급여 비교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 원이었지만 여성 직원 평균 급여는 6,650만 원으로 69.8%에 그쳤습니다.
이 격차는 ‘급여 문제’를 넘어, 여성 직장인들은 “남성보다 경력과 직급이 낮은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거나 “여초 업종임에도 관리자 자리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경험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승진과 경력 발전의 기회를 빼앗기며 구조적 차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성별 고정관념이 빚은 ‘경제적 불평등’
이 같은 구조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남성 생계, 여성 가사’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꼽히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응답자의 31.1%가 ‘역할 고정관념’을 지목했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여성의 58.4%가 ‘가사 및 돌봄에 대한 강요를 경험했다’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경우 ‘성별을 이유로 특정 직업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라는 답이 57%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22.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여성들은 가정 내 돌봄과 가사 부담을 강요받으며 노동시장 진입과 사회 진출의 문턱에서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하게 임금 격차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로까지 연결됐습니다. 실제로 해당 설문에서는 “임금 격차가 더 심화될 경우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답이 4.6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 “임금 격차, 여성의 비혼·비출산 선택 불러올 것”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우려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성의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흐름은 더욱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저출생, 경제성장 정체 등 국가적 난제와 맞닿아 있다”라며, “임금 격차를 노동시장과 경제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성평등 임금 공시제, 민간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성평등 임금 공시제’의 민간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9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 차이를 공개하고, 격차가 큰 기관에는 컨설팅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후 고양시, 창원시, 충남도, 경남도 등으로 확대 시행 중입니다.
한국CXO연구소 측은 여성 고용 확대와 임금 격차 해소는 기업의 정책 수준이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로서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유리천장’ 그리고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고용 평등에서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과 저출산 해소,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 거시적 과제와 맞물린 현안”이라면서, “성평등한 고용 환경 조성과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서두러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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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성별 임금 격차’ 1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불명예를 28년째 이어갔습니다. 여전히 여성들은 직장에서 남성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 뿌리엔 '남성은 생계, 여성은 가사'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밥상은 여자가 차리고, 돈벌이는 남자가 한다'는 낡은 인식이 한국 사회 곳곳에 깊이 박혀 있는 모습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OECD 평균(11.4%)보다 3배 가까이 높은 29.3%의 임금 격차, 그리고 ‘이러니 애를 낳겠나’라는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구조적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출산율 반등은커녕 여성들의 ‘비혼·비출산’ 선택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4년 유리천장지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을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 ‘유리천장’ 못 뚫고 ‘성별 임금 격차’ 최고
9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를 살펴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최하위였던데서 올해 한 계단 올랐지만, 이는 튀르키예가 새롭게 꼴찌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일 뿐 본질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상 최하위나 마찬가지인 현실 속에,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평균(11.4%)을 훨씬 웃도는 29.3%에 달했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의 연봉은 남성의 70%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주요 대기업의 업종별 남녀 직원 수 및 평균 급여 비교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 원이었지만 여성 직원 평균 급여는 6,650만 원으로 69.8%에 그쳤습니다.
이 격차는 ‘급여 문제’를 넘어, 여성 직장인들은 “남성보다 경력과 직급이 낮은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거나 “여초 업종임에도 관리자 자리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경험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승진과 경력 발전의 기회를 빼앗기며 구조적 차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성별 고정관념이 빚은 ‘경제적 불평등’
이 같은 구조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남성 생계, 여성 가사’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꼽히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응답자의 31.1%가 ‘역할 고정관념’을 지목했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여성의 58.4%가 ‘가사 및 돌봄에 대한 강요를 경험했다’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경우 ‘성별을 이유로 특정 직업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라는 답이 57%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22.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여성들은 가정 내 돌봄과 가사 부담을 강요받으며 노동시장 진입과 사회 진출의 문턱에서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하게 임금 격차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로까지 연결됐습니다. 실제로 해당 설문에서는 “임금 격차가 더 심화될 경우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답이 4.6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 “임금 격차, 여성의 비혼·비출산 선택 불러올 것”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우려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성의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흐름은 더욱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저출생, 경제성장 정체 등 국가적 난제와 맞닿아 있다”라며, “임금 격차를 노동시장과 경제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성평등 임금 공시제, 민간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성평등 임금 공시제’의 민간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9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 차이를 공개하고, 격차가 큰 기관에는 컨설팅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후 고양시, 창원시, 충남도, 경남도 등으로 확대 시행 중입니다.
한국CXO연구소 측은 여성 고용 확대와 임금 격차 해소는 기업의 정책 수준이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로서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유리천장’ 그리고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고용 평등에서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과 저출산 해소,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 거시적 과제와 맞물린 현안”이라면서, “성평등한 고용 환경 조성과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서두러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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