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 작가 신작 장편 청소년소설 ‘나한테 왜 그랬어‘
“가해와 용서 사이에서 태어난 문학”
# “나는 잘 자란 걸까요?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 건가요.”
이 한마디가 가슴을 베고 들어옵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는 한없이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나한테 왜 그랬어‘란 질문이 향하는 곳은 단 하나의 누군가가 아닙니다. 엄마, 아빠, 가족, 사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까지.
버텨낸다는 것 자체가 찬란하다는 사실을, 그 무게를 견뎌내는 존재에게 말없이 건네는 문학적 포옹을 만납니다.
장수명 작가의 신작 장편 ‘나한테 왜 그랬어‘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보편적 위로가 되지 않는 시대, 피로도 슬픔도 동시에 지닌 청소년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너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였니?”
■ ‘나’는 왜 그랬어야만 했는가.. 되묻는 성장소설의 정수
작품의 주인공 지아는 태어나자마자 뒤바뀐 운명 속에 놓입니다.
딸을 낳은 부잣집 며느리는 병원 화재의 혼란 속에서 아들을 낳은 산모의 아이와 지아를 바꾸고, 지아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학대와 외면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잔인한 설정을 통해 고통의 전시가 아닌 ‘존엄의 서사’를 끌어올립니다.
소설은 지아가 어떻게 버텨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흔들리고, 피보다 얇은 연결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이야기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은 어디까지 선택이고, 어디부터 책임인가?”
■ 작가의 체온으로 태어난 문장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며 며칠 밤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몸무게가 39kg까지 줄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고통의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그 극한의 과정은, 문장 하나하나에 ‘버틴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새겨넣게 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견딘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서사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존재의 무게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임을 말하고 싶었다”라며 ”자식의 고통 앞에서조차 완전하지 못한 어른의 모습, 그 미성숙을 인정하고 나서야 진짜 용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봅니다.
‘나한테 왜 그랬어‘는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모두에게 ‘단 하나의 문장’이 되어주는 소설입니다.
모든 ‘지아’들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지아’였던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헌사입니다.
■ 제주에서 피어난 고통의 미학, 생의 서사
이 작품은 제주에서 완성했습니다.
25년 전, 남편이자 화가인 김품창 화백의 말 한마디로 서울을 정리하고 서귀포에 정착한 작가는 그곳에서 난민처럼 이사를 다니며 글을 썼습니다.
처음엔 경계와 차가움으로 가득했던 섬이, 시간이 흐르며 가장 깊고 따뜻한 뿌리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명절이면 아이들과 함께 ‘하원동 탐라왕자묘’를 찾아 성묘를 한다는 작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옛 주인에게 예를 올리고, 제주와의 연결을 아이들에게 새기기 위함”이라며 자신만의 고유한 믿음의 뿌리를 전합니다.
그 단단한 믿음은 작품 속 세계로 이어졌습니다.
제주의 신화적 시간성과 현재의 서사가 교차하면서, 작품은 개인의 성장담에서 나아가 ‘존재의 윤리’를 다시 쓰는 이야기로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 비극 너머를 직시하는 감정의 문장들
소설은 그저, 태생의 비밀을 따라가는데 머물지 않습니다.
지아가 민호와 친구가 되고, 결국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일련의 장면들은 독자에게 복잡한 감정을 던집니다.
증오와 용서, 부정과 수용이 뒤엉킨 채 소용돌이치지만, 끝내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된 것들을 다시 꿰매는 복원의 작업으로 나아갑니다.
지아는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저를 ‘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나?” 되묻고, 여기에 독자는 차마 답을 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침묵 속에 자문하며 답을 곱씹게 됩니다.
■ 청춘, 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소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용서를 망설이는 어른들, 그리고 미성숙한 선택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 부모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으로 올 때, 찬란한 자기 세상을 가지고 온다. 누구도 함부로 바꾸거나 훼손할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세계를”
‘나한테 왜 그랬어‘는 그 세계를 지키지 못했던 이들, 그리고 그 상처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문학입니다.
이 시대 모든 ‘지아’들에게 바치는 조용한 위로이자, 끝까지 살아보지 못한 부모 세대에게 건네는 작고도 깊은 물음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 작가 장수명, 그리고 그녀의 ‘문학적 생존기(記)’
장수명 작가는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현재 제주 서귀포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3년 한국아동문학평론 신인상과 아동문예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2006년 새벗문학상을 수상하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온정이’, ’내 이름은 아임쏘리’,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을 비롯해 ‘세한도‘, ‘지장샘‘, ‘노리의 여행‘ 등 제주 신화와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책 시리즈를 다수 발표하며 문학과 지역성을 결합해 자신만의 창작의 흐름을 만들어왔습니다.
프뢰벨, 삼성비엔씨 등 다양한 교육 출판사와 협업하며 그림책을 집필했고 ‘장수명의 문화광장’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은 EBS ‘딩동댕 유치원’에 소개되었고, 현재 5개 국어로 번역 중입니다.
올해 장편 SF동화와 단편 환경동화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2006년부터 준비해온 제주 신화 기반 장편소설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작가는 “늘, 그 자리에서 뜨거운 태양을 받고, 불어오는 바람을 즐길 줄 아는 무디지 않은 감각으로, 허공 속에 우뚝 솟은 나무처럼 찬란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나한테 왜 그랬어’는 도서출판 ‘답게‘의 ’나다움 청소년소설’ 시리즈 열일곱 번째 책입니다.
지난달 25일 출간했습니다. (248p, 145*210㎜, 청소년·학부모·교사·일반 독자 대상)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해와 용서 사이에서 태어난 문학”

# “나는 잘 자란 걸까요?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 건가요.”
이 한마디가 가슴을 베고 들어옵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는 한없이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나한테 왜 그랬어‘란 질문이 향하는 곳은 단 하나의 누군가가 아닙니다. 엄마, 아빠, 가족, 사회,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까지.
버텨낸다는 것 자체가 찬란하다는 사실을, 그 무게를 견뎌내는 존재에게 말없이 건네는 문학적 포옹을 만납니다.
장수명 작가의 신작 장편 ‘나한테 왜 그랬어‘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보편적 위로가 되지 않는 시대, 피로도 슬픔도 동시에 지닌 청소년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너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였니?”
■ ‘나’는 왜 그랬어야만 했는가.. 되묻는 성장소설의 정수
작품의 주인공 지아는 태어나자마자 뒤바뀐 운명 속에 놓입니다.
딸을 낳은 부잣집 며느리는 병원 화재의 혼란 속에서 아들을 낳은 산모의 아이와 지아를 바꾸고, 지아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학대와 외면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잔인한 설정을 통해 고통의 전시가 아닌 ‘존엄의 서사’를 끌어올립니다.
소설은 지아가 어떻게 버텨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흔들리고, 피보다 얇은 연결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이야기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은 어디까지 선택이고, 어디부터 책임인가?”
■ 작가의 체온으로 태어난 문장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며 며칠 밤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몸무게가 39kg까지 줄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고통의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그 극한의 과정은, 문장 하나하나에 ‘버틴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새겨넣게 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견딘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서사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존재의 무게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임을 말하고 싶었다”라며 ”자식의 고통 앞에서조차 완전하지 못한 어른의 모습, 그 미성숙을 인정하고 나서야 진짜 용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봅니다.
‘나한테 왜 그랬어‘는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모두에게 ‘단 하나의 문장’이 되어주는 소설입니다.
모든 ‘지아’들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지아’였던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헌사입니다.

비 내리는 거리와 아이 (장수명 작가의 ‘온정이’ 도입부 삽화. 김품창 그림). 고요하게 비 내리는 거리 위, 작고 흐릿한 존재 하나가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도입부에 실린 이 장면은 이야기가 향할 현실의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 제주에서 피어난 고통의 미학, 생의 서사
이 작품은 제주에서 완성했습니다.
25년 전, 남편이자 화가인 김품창 화백의 말 한마디로 서울을 정리하고 서귀포에 정착한 작가는 그곳에서 난민처럼 이사를 다니며 글을 썼습니다.
처음엔 경계와 차가움으로 가득했던 섬이, 시간이 흐르며 가장 깊고 따뜻한 뿌리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명절이면 아이들과 함께 ‘하원동 탐라왕자묘’를 찾아 성묘를 한다는 작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옛 주인에게 예를 올리고, 제주와의 연결을 아이들에게 새기기 위함”이라며 자신만의 고유한 믿음의 뿌리를 전합니다.
그 단단한 믿음은 작품 속 세계로 이어졌습니다.
제주의 신화적 시간성과 현재의 서사가 교차하면서, 작품은 개인의 성장담에서 나아가 ‘존재의 윤리’를 다시 쓰는 이야기로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 비극 너머를 직시하는 감정의 문장들
소설은 그저, 태생의 비밀을 따라가는데 머물지 않습니다.
지아가 민호와 친구가 되고, 결국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일련의 장면들은 독자에게 복잡한 감정을 던집니다.
증오와 용서, 부정과 수용이 뒤엉킨 채 소용돌이치지만, 끝내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된 것들을 다시 꿰매는 복원의 작업으로 나아갑니다.
지아는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저를 ‘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나?” 되묻고, 여기에 독자는 차마 답을 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침묵 속에 자문하며 답을 곱씹게 됩니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아이 (‘온정이’ 중 마지막 삽화). 말하지 못한 슬픔들이 밤으로 가라앉는 순간을 조용히 붙잡는다.
■ 청춘, 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소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용서를 망설이는 어른들, 그리고 미성숙한 선택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 부모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으로 올 때, 찬란한 자기 세상을 가지고 온다. 누구도 함부로 바꾸거나 훼손할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세계를”
‘나한테 왜 그랬어‘는 그 세계를 지키지 못했던 이들, 그리고 그 상처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문학입니다.
이 시대 모든 ‘지아’들에게 바치는 조용한 위로이자, 끝까지 살아보지 못한 부모 세대에게 건네는 작고도 깊은 물음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장수명 작가
■ 작가 장수명, 그리고 그녀의 ‘문학적 생존기(記)’
장수명 작가는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현재 제주 서귀포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3년 한국아동문학평론 신인상과 아동문예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2006년 새벗문학상을 수상하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온정이’, ’내 이름은 아임쏘리’,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을 비롯해 ‘세한도‘, ‘지장샘‘, ‘노리의 여행‘ 등 제주 신화와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책 시리즈를 다수 발표하며 문학과 지역성을 결합해 자신만의 창작의 흐름을 만들어왔습니다.
프뢰벨, 삼성비엔씨 등 다양한 교육 출판사와 협업하며 그림책을 집필했고 ‘장수명의 문화광장’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은 EBS ‘딩동댕 유치원’에 소개되었고, 현재 5개 국어로 번역 중입니다.
올해 장편 SF동화와 단편 환경동화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2006년부터 준비해온 제주 신화 기반 장편소설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작가는 “늘, 그 자리에서 뜨거운 태양을 받고, 불어오는 바람을 즐길 줄 아는 무디지 않은 감각으로, 허공 속에 우뚝 솟은 나무처럼 찬란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나한테 왜 그랬어’는 도서출판 ‘답게‘의 ’나다움 청소년소설’ 시리즈 열일곱 번째 책입니다.
지난달 25일 출간했습니다. (248p, 145*210㎜, 청소년·학부모·교사·일반 독자 대상)

장수명 작가가 집필한 동화·그림책 작품들의 표지 모음. ‘똥돼지’, ‘노리의 여행’, ‘세한도’, ‘내 이름은 아임쏘리’, ‘온정이’ 등 지역성과 시대성을 아우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따뜻한 질문을 던져온 다채로운 창작 세계가 한눈에 펼쳐진다. 제주의 자연과 신화, 한국 전래 이야기, 현대 아이들의 감정 풍경까지 섬세한 작가의 언어가 남편 김품창 화백의 포근한 그림체와 만나, 한 권 한 권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김품창 화백 인스타그램 캡처)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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