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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기 전, 물고기로 남았던 시간들.. “물 아래 머물다, 다시 피어나는 봄을 만나”
2025-04-12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조은비 개인전 ‘아름다움 이전에’.. 11~20일 제주시 아라갤러리
조은비 作

# 말보다 먼저 감정이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꽃이 되기 전, 아직 물속을 유영하던 생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피어날 준비를 끝낸 채, 한참을 더 머물러야 했던 존재. 눈부심보다 어두운 바닥에 가까운 채로, 침묵 속에 수많은 결들을 고요히 품고 있던 그 시간.

말해지지 않은 감정들, 보여지기 전에 이미 존재했던 마음들. 그들의 시간은 길고도 단단했습니다.
그 시간은 언어 이전의 감정이었고, 형태 이전의 생명이었으며, 정지된 듯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어떤 감정은 여전히 꽃이 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는 피워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끝내 드러나지 않아도, 아직 준비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고 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물고기였던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 말하지 못한 기억, 끝내 보여주지 못한 마음. 그 모든 것을 꺼내지 않아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봄의 자리를 만납니다.
지나쳐온 ‘이전’의 시간과 다시 조우합니다.


11일 시작한 조은비 작가의 개인전입니다. 바로 그 ‘이전의 시간들’을 불러내 마주합니다.

제주시 아라갤러리에서 20일까지 여는 ‘아름다움 이전에 전은, 꽃으로 만개하기 전의 존재, 즉 말해지지 않은 감정, 보이지 않았던 마음, 피어나지 않은 형태를 섬세하게 어루만집니다.

작가는 다섯 번째 개인전을 통해, ‘그리지 않은 채 그려지는 감정의 궤적’을 장지와 채색, 여백과 유영(遊泳)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화려한 꽃이 피기 전에 숨죽여 머물렀던 시간으로 이루어진 이 회화들은, 각자의 내면에 침잠해 있던 감정과 기억을 조용히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 보여지기 이전, 그 시간에 머물다

꽃이 피기 전의 시간은 유독 조용합니다.

그것은 무언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이면서도, 동시에 끝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불확실한 가능성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감정도 그렇습니다.
한 번도 말해진 적은 없지만 오래도록 안에 있었던 것,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었던 것.
그 미묘한 경계에서 회화는 서서히 형체를 갖기 시작합니다.

화면 위를 부유하는 형상은 어떤 결심도 하지 않은 채 머무르고, 흐르며, 멈추기를 반복합니다.

아직 말이 되지 않은 감정이자, 끝내 언어가 되지 못한 기억의 파편입니다.
무엇을 ‘그렸다’고 말하기보다, 감정이 그 자체로 머물러 있는 자리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 ‘감정의 퇴적층’, 물고기로 피어올라

그 중심에 놓인 상징은 ‘물고기’입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감정의 덩어리이자 말하지 못한 언어, 피워내지 못한 존재의 은유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물고기는 나의 대변자였다.”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을 대신 짊어진 존재, 감정의 조용한 목소리.

그렇게 물 아래를 유영하던 존재는 화면 위에서 곧바로 꽃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꽃이 되기 전의 상태로, 침묵의 시간 속에서 천천히 떠오릅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선과 채색의 흐름은 정제된 감정의 파동이자 오직 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 동양화의 결 위에 쌓인 시간

작가의 화면은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 위에 서 있으면서도, 그 문법을 감각적으로 확장합니다.
장지 위에 채색이 스며드는 구조는 익숙하지만, 그 번짐과 멈춤의 리듬은 감정의 밀도에 따라 새롭게 조율됩니다.

‘유영하는 꽃’(2023)은 그 감정의 결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흐르되 결코 직선적이지 않고, 겹치고 부유하며, 그 안에서 감정의 숨결이 조용히 응축됩니다.

여백은 단순히 침묵의 공간만은 아닙니다. 감정을 흡수하고, 다시 되돌려주는 장, 감각의 울림이 머무는 투명한 층입니다.
보는 이는 말보다 먼저 그 감각에 이끌리고, 그 감각은 다시 마음의 결을 건드리며 또 다른 감응의 세계로 이끕니다.

■ 다섯 번째 전시, 다시 제주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입니다.
2015년 심헌갤러리에서 제주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감정과 시간을 축적해온 작가는 다시 아라갤러리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갤러리 너트, 포트폴리오 등의 개인전을 비롯해 인사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아트페어 등 국내 주요 전시에 참여하며 작업은 더 섬세해졌고, 감정의 결은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이후의 신작 중심으로 구성해, 감정과 형태의 전이를 회화적으로 응축해 선보입니다.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학사,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201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서도 감정의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왔습니다.

전시 기간 작가는 아라갤러리에 상주하며, 관람객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사전 예약 없이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작업과 기록은 인스타그램(@lessien_bi)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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