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는 3초, 흔적은 없다.. 한 사람의 ‘의심’이 전 재산을 막아냈다
“신한카드에서 보냈다는 택배,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그 단순한 한마디가, 70대 고객의 전 재산을 지켰습니다.
지난 3월 24일,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
고액 이체를 요청하는 노인을 마주한 순간, 창구 직원은 묘한 위화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 직감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고, 결국 결정적인 ‘한마디’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질문으로, ‘검찰 사칭 원격제어 사기’라는 조용하고 정밀한 덫을 끊어냈습니다.
■ “명의도용 사건 연루” 겁주며.. 피해자 휴대폰 완전히 장악
피해자 A씨는 처음엔 단지 카드 배송 착오라 여겼습니다
신한카드 기사라 밝힌 이가 전화를 걸어 “신청한 카드가 배송됐다”고 했고, 신청하지 않았다 말하자 신한카드 고객센터로 직접 확인하라며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그 번호로 연결된 상담원조차도 거짓이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카드가 발급된 듯하다”라며 금융감독원 번호와 링크를 전송했고, 피해자는 ‘1332’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범죄’는 치밀했습니다.
“고객님은 현재 명의도용 피해자 38명이 연루된 대형 사기사건의 핵심 인물로 분류됐다”
“소환조사를 진행 중이며, 자산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를 해야 한다”
결국 피해자는 ‘자산 보호’라는 말에 속아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하게 됩니다.
그 순간, 휴대폰은 피싱 조직의 손에 완전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 “검찰 직원과 카카오톡 중?”.. 단호한 의심이 막아낸 범죄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 송성희 과장은 A씨의 행동에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고객의 스마트폰을 확인해본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검찰 마크가 박힌 프로필, “지금 바로 이체하세요”라며 다그치는 메시지.
송 과장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어느 순간 문자, 통화기록, 카카오톡 내역… 모두 실시간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사기범은 원격제어 앱을 통해 모든 흔적을 이미 없앤 뒤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계좌마저 텅 비고, 증거마저 사라졌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습니다.
■ “평소처럼 물었을 뿐”.. 금융기관의 사소한 질문, 전 재산을 지켜
제주시농협 측은 “이번 사례는 사기 수법의 진화를 넘어, 질문 하나로 막을 수 있었던 금융기관의 대응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며, “평소 직원 교육 중 가장 강조하는 게 이체 지연과 질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를 묻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받은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습관적이지만 철저한 절차 이행이 실제 수백만 원의 피해를 막아낸 셈입니다.
당시 농협은 피해자에게 다음과 같은 긴급 조치를 안내했습니다.
△스마트폰 초기화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 해지 △계좌 비밀번호 변경 △여신안심차단서비스 △비대면계좌개설 차단 등입니다.
■ 고봉주 조합장 “창구는 이제 돈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최전선”
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은 “검찰 사칭, 원격제어 앱 설치, 실시간 기록 삭제까지… 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하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라며, “그 속에서도 고객의 자산을 지켜낸 건 결국, 단 한 명의 직원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의심’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런 대응이야말로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금융기관 본연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제주시농협은 모든 지점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제 창구는 거래창으로서만 아니라, 디지털 범죄를 막아내는 최전선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삭제는 3초, 대응은 지금”.. 이제 마지막 방어선은 ‘사람’이다
이번 사건은 미담 사례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의 보이스피싱 수법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핵심은, 범죄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기범은 피해자의 스마트폰 안에서 원격제어 앱으로 문자, 통화기록, 메신저 대화까지 실시간으로 지워버립니다.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이 사건 역시 계좌는 비고, 증거는 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협 제주본부는 “앞으로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의 습관이 중요하다”라며 낯선 링크 클릭 자제, 의심 전화 통화 캡처와 녹음, 가족과의 공유, 금융기관과의 꾸준한 소통을 생활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황하지 말고, 의심하고, 멈추는 태도만이 유일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억해야 할 건 결국 하나입니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가, 전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질문 하나, 의심 하나가, 수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막아냅니다.
그리고 다음은, 어쩌면 당신의 차례일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한카드에서 보냈다는 택배,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그 단순한 한마디가, 70대 고객의 전 재산을 지켰습니다.
지난 3월 24일,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
고액 이체를 요청하는 노인을 마주한 순간, 창구 직원은 묘한 위화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 직감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고, 결국 결정적인 ‘한마디’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질문으로, ‘검찰 사칭 원격제어 사기’라는 조용하고 정밀한 덫을 끊어냈습니다.
■ “명의도용 사건 연루” 겁주며.. 피해자 휴대폰 완전히 장악
피해자 A씨는 처음엔 단지 카드 배송 착오라 여겼습니다
신한카드 기사라 밝힌 이가 전화를 걸어 “신청한 카드가 배송됐다”고 했고, 신청하지 않았다 말하자 신한카드 고객센터로 직접 확인하라며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그 번호로 연결된 상담원조차도 거짓이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카드가 발급된 듯하다”라며 금융감독원 번호와 링크를 전송했고, 피해자는 ‘1332’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범죄’는 치밀했습니다.
“고객님은 현재 명의도용 피해자 38명이 연루된 대형 사기사건의 핵심 인물로 분류됐다”
“소환조사를 진행 중이며, 자산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를 해야 한다”
결국 피해자는 ‘자산 보호’라는 말에 속아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하게 됩니다.
그 순간, 휴대폰은 피싱 조직의 손에 완전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송성희 제주시농협 과장
■ “검찰 직원과 카카오톡 중?”.. 단호한 의심이 막아낸 범죄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 송성희 과장은 A씨의 행동에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고객의 스마트폰을 확인해본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검찰 마크가 박힌 프로필, “지금 바로 이체하세요”라며 다그치는 메시지.
송 과장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어느 순간 문자, 통화기록, 카카오톡 내역… 모두 실시간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사기범은 원격제어 앱을 통해 모든 흔적을 이미 없앤 뒤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계좌마저 텅 비고, 증거마저 사라졌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습니다.
■ “평소처럼 물었을 뿐”.. 금융기관의 사소한 질문, 전 재산을 지켜
제주시농협 측은 “이번 사례는 사기 수법의 진화를 넘어, 질문 하나로 막을 수 있었던 금융기관의 대응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며, “평소 직원 교육 중 가장 강조하는 게 이체 지연과 질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를 묻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받은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습관적이지만 철저한 절차 이행이 실제 수백만 원의 피해를 막아낸 셈입니다.
당시 농협은 피해자에게 다음과 같은 긴급 조치를 안내했습니다.
△스마트폰 초기화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 해지 △계좌 비밀번호 변경 △여신안심차단서비스 △비대면계좌개설 차단 등입니다.
■ 고봉주 조합장 “창구는 이제 돈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최전선”
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은 “검찰 사칭, 원격제어 앱 설치, 실시간 기록 삭제까지… 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하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라며, “그 속에서도 고객의 자산을 지켜낸 건 결국, 단 한 명의 직원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의심’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런 대응이야말로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금융기관 본연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제주시농협은 모든 지점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제 창구는 거래창으로서만 아니라, 디지털 범죄를 막아내는 최전선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삭제는 3초, 대응은 지금”.. 이제 마지막 방어선은 ‘사람’이다
이번 사건은 미담 사례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의 보이스피싱 수법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핵심은, 범죄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기범은 피해자의 스마트폰 안에서 원격제어 앱으로 문자, 통화기록, 메신저 대화까지 실시간으로 지워버립니다.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이 사건 역시 계좌는 비고, 증거는 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협 제주본부는 “앞으로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의 습관이 중요하다”라며 낯선 링크 클릭 자제, 의심 전화 통화 캡처와 녹음, 가족과의 공유, 금융기관과의 꾸준한 소통을 생활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황하지 말고, 의심하고, 멈추는 태도만이 유일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억해야 할 건 결국 하나입니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가, 전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질문 하나, 의심 하나가, 수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막아냅니다.
그리고 다음은, 어쩌면 당신의 차례일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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