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50개 포장 주문 후 잠적
"홀, 배달 응대하며 열심히 준비.." 울분
영세 자영업자 울리는 '노쇼' 기승
같은 전화번호 피해 사례 또 있어
피해 업주들 "동일 가해자 공동대응" 움직임
"열심히 (음식을)준비한 제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나요"

경기도 평택에서 5년 정도 보양식 식당을 운영해 온 A씨는 최근 분통이 터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삼계탕 50개 포장 주문에 들어와 음식을 마련했는데, '노쇼'를 당한 것입니다.

이는 최근 영세 음식점 등을 상대로 단체 예약 주문을 해놓고 결제도 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이른바 '노쇼' 사기로 추정됩니다.

A씨는 "18일 저녁 5시 44분에 포장 예약 전화가 왔다. 남자분이었는데 단체라서 주문에 좀 많다, 포장이 가능하냐고 하길래 가능하다고 했다"라며 "삼계탕 50개를 주문하며 가격 확인까지 해서 맞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남성은 "19일 저녁 7시까지 꼭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회사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사업자등록증을 요청했다"라며 "이때 좀 쎄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승인이냐고 재차 물어본 법인카드로 하는 단체 주문이라 회사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라고 했습니다.

A씨는 "이런 경우는 제가 처음이라 좀 꺼려하니까 그러면 명함에 성함 전호번호, 상호명만 보이게 찍어 보내주면 된다고 했다"라며 "알겠다고 통화를 마치고 문재로 보내주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던 제 자신이 바보 같다"라며, "준비 과정에서 몇 차례나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카톡, 송금하기도 찾아봤는데 하나도 뜨지 않았다. 이때부터 불안감이 맴돌았다"라고 했습니다.


A씨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검색을 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에게 단체 주문을 하겠다고 걸려 온 전화번호로 동종업계의 다른 가게도 '노쇼' 피해를 입었다는 후기를 다수 찾게 된 것입니다. 시기와 수법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10시간 전, 며칠 전... 동종업계 사장님들께서 올려주신 글을 읽어보고 비슷한 시기, 비슷한 방법으로 '노쇼'한 같은 번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A씨는 "오후 5시부터 홀, 배달 손님 응대하며 시간 맞추려 애써서 준비하고 들고 가기 편하게 박스도 구해왔는데 너무 허무하다"라며 "돈도 돈이지만 계속해서 쎄한 느낌에 들었는데도 열심히 준비한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화가 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있는 지역에 대기업 및 협력업체들에 많아 법인 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 예약금을 받지 않고 있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말로만 들었지 제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기존 손님들한테 양해 구해서 예약금을 무조건 받아야겠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A씨의 사연은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노쇼 당했습니다 칠십오만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에는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쇼' 고객의 번호 일부도 공유됐습니다. 다른 자영업자들은 위로에 말을 전하며, 수사기관에 신고하길 바란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자영업자는 해당 사이트에 "사건 접수해서 공동 대응하겠다"라며 피해 업주들을 모으는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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