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만나자는 상사, 회식 후 “사랑한다”는 팀장
거절 땐 소문과 따돌림으로 되돌아와.. ‘노동’ 공간, ‘폭력’ 현장으로
2024년, 여성들에게 일터는 그저 생계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노동절을 맞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1,732건의 여성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은 438건.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밥 먹자”, “사귀자”, “뽀뽀해달라”는 사적인 감정 표현과 만남 요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절은 ‘업무 배제’와 ‘악의적 소문’으로 되돌아왔고, 침묵은 구조적 권력에 의한 강요로 굳어졌습니다.
이제 문제는 ‘예의’가 아닌 ‘법’의 영역으로,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명백한 위계의 남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 “한 달에 한 번 만나자”.. 업무 평가자 앞에서 침묵하는 여성들
서울의 한 여성 노동자는 과장 승진이 몇 년째 보류 중입니다. 문제는 인사평가권자가 업무 외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의실로 따로 불러 “왜 약속을 안 잡냐”고 압박하고, 거절하면 급하지 않은 업무를 빌미로 혼을 냅니다. 이처럼 개인 연락과 만남을 ‘업무 위계’로 압박하는 구조는 불쾌감을 넘어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 또는 사적 요구”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그 정도는 농담”, “남자라서 그럴 수도”라는 인식이 우세한 실정입니다.
■ “사랑해”, “뽀뽀해줘”.. 거절 뒤엔 괴롭힘이 따라온다
사내 회식 자리에서 “요즘 예뻐졌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감싸 안은 팀장.
그리고 밤에는 “사랑한다”, “뽀뽀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거절하자 그는 곤란한 업무를 일부러 떠맡기고, 부서 내 소문을 퍼뜨립니다.
다수의 상담 사례에서 이처럼 ‘사적 감정표현’은 피해자가 거절한 이후부터 진짜 괴롭힘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거나, 출근을 포기하고 결국 퇴사합니다.
일부는 병원 진료비나 부서 분리를 요청하지만, 회사는 “해줄 수 없다”며 외면합니다.
■ 예방교육조차 없어진 직장들.. 정부는 ‘지원 중단’
법적으로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2024년 평등의전화 성희롱 피해자 중 36.5%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중 다수가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 무료 강사 파견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는 점입니다.
중소 사업장들이 “강사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실정인데다, 여성노동단체는 “성희롱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여성의 일터를 지우는 임금체불과 고립
2024년 상담 유형 중 가장 많은 41.1%(712건)를 차지한 분야는 ‘근로조건’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임금체불 상담은 전체의 27.1%(193건)로, 그 피해자는 주로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여성 노동자였습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은 계약조차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 괴롭힘, 성차별, 폭언.. “그만둬라”는 말이 일상인 직장
성차별적 괴롭힘 상담도 전년 대비 비율이 크게 늘어난 11.2%를 기록했습니다.
“결혼하면 어차피 그만둘 거 아니냐”, “여자라서 봐줬다”,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발언에서 시작해 “점심 심부름”, “사적 청소”,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기” 같은 일상적 차별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괴롭힘 가해자의 82.9%는 사장, 관리자, 팀장 등 직장 내 권력을 쥔 남성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충처리 체계는 여전히 형식적이고, 회사는 피해자에게 이동이나 침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덮고 있었습니다.
■ 정부의 ‘예산 삭감’이 만든 고립.. 여성노동 정책은 후퇴 중
2024년, 정부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동시에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 점검 항목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등이 제외됐습니다.
이는 사실상 여성노동자의 권리 보호에서 발을 뺀 조치입니다.
노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성평등 노동환경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 기준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최소한마저 무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 ‘농담’은 끝났다.. 지금 필요한 건 침묵이 아닌 구조 개혁
일터는 여성에게 단지 ‘먹고사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적 자립이자, 사회적 존재로서의 존엄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 기반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밥 먹자”, “사귀자”는 말이 권력으로 작동하고, 거절이 괴롭힘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여성의 노동은 결코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일터는 여성폭력이 실제로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사회적 자립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보호공간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일과 여성폭력을 분리된 문제로 보지 말고, 구조적으로 연결해 대응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 11개 지역회에서 평등의전화를 운영 중인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러한 상담 사례들을 축적하며, 여성노동자가 더 이상 일터에서 침묵하거나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거절 땐 소문과 따돌림으로 되돌아와.. ‘노동’ 공간, ‘폭력’ 현장으로

2024년, 여성들에게 일터는 그저 생계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노동절을 맞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1,732건의 여성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은 438건.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밥 먹자”, “사귀자”, “뽀뽀해달라”는 사적인 감정 표현과 만남 요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절은 ‘업무 배제’와 ‘악의적 소문’으로 되돌아왔고, 침묵은 구조적 권력에 의한 강요로 굳어졌습니다.
이제 문제는 ‘예의’가 아닌 ‘법’의 영역으로,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명백한 위계의 남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 “한 달에 한 번 만나자”.. 업무 평가자 앞에서 침묵하는 여성들
서울의 한 여성 노동자는 과장 승진이 몇 년째 보류 중입니다. 문제는 인사평가권자가 업무 외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의실로 따로 불러 “왜 약속을 안 잡냐”고 압박하고, 거절하면 급하지 않은 업무를 빌미로 혼을 냅니다. 이처럼 개인 연락과 만남을 ‘업무 위계’로 압박하는 구조는 불쾌감을 넘어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 또는 사적 요구”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그 정도는 농담”, “남자라서 그럴 수도”라는 인식이 우세한 실정입니다.
■ “사랑해”, “뽀뽀해줘”.. 거절 뒤엔 괴롭힘이 따라온다
사내 회식 자리에서 “요즘 예뻐졌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감싸 안은 팀장.
그리고 밤에는 “사랑한다”, “뽀뽀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거절하자 그는 곤란한 업무를 일부러 떠맡기고, 부서 내 소문을 퍼뜨립니다.
다수의 상담 사례에서 이처럼 ‘사적 감정표현’은 피해자가 거절한 이후부터 진짜 괴롭힘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거나, 출근을 포기하고 결국 퇴사합니다.
일부는 병원 진료비나 부서 분리를 요청하지만, 회사는 “해줄 수 없다”며 외면합니다.

■ 예방교육조차 없어진 직장들.. 정부는 ‘지원 중단’
법적으로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2024년 평등의전화 성희롱 피해자 중 36.5%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중 다수가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 무료 강사 파견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는 점입니다.
중소 사업장들이 “강사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실정인데다, 여성노동단체는 “성희롱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여성의 일터를 지우는 임금체불과 고립
2024년 상담 유형 중 가장 많은 41.1%(712건)를 차지한 분야는 ‘근로조건’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임금체불 상담은 전체의 27.1%(193건)로, 그 피해자는 주로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여성 노동자였습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은 계약조차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 괴롭힘, 성차별, 폭언.. “그만둬라”는 말이 일상인 직장
성차별적 괴롭힘 상담도 전년 대비 비율이 크게 늘어난 11.2%를 기록했습니다.
“결혼하면 어차피 그만둘 거 아니냐”, “여자라서 봐줬다”,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발언에서 시작해 “점심 심부름”, “사적 청소”,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기” 같은 일상적 차별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괴롭힘 가해자의 82.9%는 사장, 관리자, 팀장 등 직장 내 권력을 쥔 남성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충처리 체계는 여전히 형식적이고, 회사는 피해자에게 이동이나 침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덮고 있었습니다.
■ 정부의 ‘예산 삭감’이 만든 고립.. 여성노동 정책은 후퇴 중
2024년, 정부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동시에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 점검 항목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등이 제외됐습니다.
이는 사실상 여성노동자의 권리 보호에서 발을 뺀 조치입니다.
노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성평등 노동환경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 기준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최소한마저 무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 ‘농담’은 끝났다.. 지금 필요한 건 침묵이 아닌 구조 개혁
일터는 여성에게 단지 ‘먹고사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적 자립이자, 사회적 존재로서의 존엄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 기반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밥 먹자”, “사귀자”는 말이 권력으로 작동하고, 거절이 괴롭힘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여성의 노동은 결코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일터는 여성폭력이 실제로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사회적 자립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보호공간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일과 여성폭력을 분리된 문제로 보지 말고, 구조적으로 연결해 대응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 11개 지역회에서 평등의전화를 운영 중인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러한 상담 사례들을 축적하며, 여성노동자가 더 이상 일터에서 침묵하거나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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