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기준 유지 중” 해명에도..체감 혼잡·밀집 운항에 안전 불신 확산
지연 기준 변경 따른 ‘착시’인가, 제도 취지 흔든 운영 현실인가
5월 황금연휴 동안 6일간 52만여 명이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공항 슬롯 배정의 ‘최후 안전장치’로 평가돼 온 ‘5분당 4대 제한 룰’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슬롯 분산 운영제’는 2022년 과밀 슬롯에 따른 활주로 리스크와 항공기 지연, 지상조업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공사와 국토교통부, 항공사들이 협의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전에는 5분에 최대 6대까지 이착륙이 몰리며 2019년 기준 제주공항 지연율이 14.7%에 달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2022년에는 9.9%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간대에서 5분당 6대 이상 항공편이 실제로 배정된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공사의 설명과 실제 운영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슬롯 기준 자체는 변경되지 않았다”며, “지연 기준 변경에 따라 비행시간이 늘어나 생긴 착시”라고 해명했지만, 운항 밀집 현상과 체감 혼잡도는 여전히 공공의 불신을 키우는 지점입니다.
■ “5분당 6대 이상 배정” 제보.. 공항공사 “지연 기준 변경 따른 착시” 반박
최근 한 제보자는 “황금시간대 슬롯을 늘리며 과밀 운영이 다시 시작됐다”며 “수익성을 이유로 제도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측은 “슬롯 총량은 물론, 5분 단위 기준도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2025년 하계 스케줄에 배정된 항공편은 시간당 슬롯 총량(35편)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5분 단위 슬롯 기준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부 시간대에서 5분당 4대 기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 사례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국토교통부의 지연 기준이 강화되면서 김포~제주 등 일부 항공편의 지상 체류 시간(Ground Time)이 늘어났다”며 “예전엔 항공권에 60분으로 표시되던 운항시간이 최근 70~75분으로 늘어난 사례가 많고, 이로 인해 스케줄상 지연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해명과 다른 풍경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2일 오전 11시부터 12시 사이,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은 출발 22편, 도착 18편 등 총 40편에 달해, 시간당 슬롯 상한인 35편을 5편 초과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도착편 중 7편이 지연되고 1편이 취소됐으며, 출발편도 3편이 지연되는 등 전체 40편 중 11편, 약 28%가 지연 운항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단순 수치상 ‘5분 4대’ 룰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밀집 운항과 지연 누적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공항 측은, 환승·연결편 수요가 많은 제주공항 특성상 예정 스케줄에 지연편이 겹치면 일부 시간대에 5분 단위 기준을 초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2024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적용한 항공 지연 기준이 국제 기준에 맞춰 강화되면서 이 같은 착시는 더욱 빈번해졌다는 입장입니다.
기존에는 국내선 30분, 국제선 60분 이상 지연 시에만 지연으로 집계됐지만, 현재는 각각 15분 이상부터 지연으로 판단되고 있어, 스케줄 구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제도 변경은 없었다”.. 사전 협의 없이 ‘원칙 파기’ 주장, 사실 아냐
이번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슬롯 분산제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주장입니다.
피크타임에 과밀 슬롯이 재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공항 측은 “슬롯 배정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제도의 공식적인 변경은 없으며, 슬롯 조정은 국토교통부·항공사·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스케줄 조정위원회(KASO)를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인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사 본사가 사전 협의 없이 제도를 파기했다는 지적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용객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혼잡도나, 일부 시간대에 드러나는 운항 밀집 현상은 이 같은 해명과는 결이 다릅니다.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해도, 그 실효성과 운영 신뢰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 지켜진 ‘룰’과 체감되는 ‘혼잡’ 사이.. 핵심은 ‘신뢰’ 유지
공항 측 해명이 제도상 ‘위반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제보자들의 지적은 ‘지켜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밀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는 체감적 불신에 기반합니다.
이 괴리는 단순히 수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슬롯(slot)’이란, 공항 운영의 효율만을 따지는 기제가 아니라 공공 안전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 “5분 4대”는 수치가 아니라 ‘원칙’이다
제주공항은 시간당 35편이 뜨고 내리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중단거리 공항입니다.
슬롯 운영의 작은 흔들림도 곧바로 항공기 지연은 물론 심하게는 지상 충돌 리스크, 지상조업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지 ‘몇 대 더 떴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가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이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물론 “지연 기준이 달라졌고,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해명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혼잡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실한 설명과 검증입니다.
슬롯이 통계상, ‘정책적인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선’이라는 사실.
지금 제주공항은 그 기준이 진정 지켜지고 있는지를, 시민 앞에 증명해 보여야 할 때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연 기준 변경 따른 ‘착시’인가, 제도 취지 흔든 운영 현실인가

5월 황금연휴 동안 6일간 52만여 명이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공항 슬롯 배정의 ‘최후 안전장치’로 평가돼 온 ‘5분당 4대 제한 룰’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슬롯 분산 운영제’는 2022년 과밀 슬롯에 따른 활주로 리스크와 항공기 지연, 지상조업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공사와 국토교통부, 항공사들이 협의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전에는 5분에 최대 6대까지 이착륙이 몰리며 2019년 기준 제주공항 지연율이 14.7%에 달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2022년에는 9.9%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간대에서 5분당 6대 이상 항공편이 실제로 배정된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공사의 설명과 실제 운영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슬롯 기준 자체는 변경되지 않았다”며, “지연 기준 변경에 따라 비행시간이 늘어나 생긴 착시”라고 해명했지만, 운항 밀집 현상과 체감 혼잡도는 여전히 공공의 불신을 키우는 지점입니다.

■ “5분당 6대 이상 배정” 제보.. 공항공사 “지연 기준 변경 따른 착시” 반박
최근 한 제보자는 “황금시간대 슬롯을 늘리며 과밀 운영이 다시 시작됐다”며 “수익성을 이유로 제도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측은 “슬롯 총량은 물론, 5분 단위 기준도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2025년 하계 스케줄에 배정된 항공편은 시간당 슬롯 총량(35편)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5분 단위 슬롯 기준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부 시간대에서 5분당 4대 기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 사례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국토교통부의 지연 기준이 강화되면서 김포~제주 등 일부 항공편의 지상 체류 시간(Ground Time)이 늘어났다”며 “예전엔 항공권에 60분으로 표시되던 운항시간이 최근 70~75분으로 늘어난 사례가 많고, 이로 인해 스케줄상 지연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해명과 다른 풍경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2일 오전 11시부터 12시 사이,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은 출발 22편, 도착 18편 등 총 40편에 달해, 시간당 슬롯 상한인 35편을 5편 초과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도착편 중 7편이 지연되고 1편이 취소됐으며, 출발편도 3편이 지연되는 등 전체 40편 중 11편, 약 28%가 지연 운항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단순 수치상 ‘5분 4대’ 룰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밀집 운항과 지연 누적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공항 측은, 환승·연결편 수요가 많은 제주공항 특성상 예정 스케줄에 지연편이 겹치면 일부 시간대에 5분 단위 기준을 초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2024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적용한 항공 지연 기준이 국제 기준에 맞춰 강화되면서 이 같은 착시는 더욱 빈번해졌다는 입장입니다.
기존에는 국내선 30분, 국제선 60분 이상 지연 시에만 지연으로 집계됐지만, 현재는 각각 15분 이상부터 지연으로 판단되고 있어, 스케줄 구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제도 변경은 없었다”.. 사전 협의 없이 ‘원칙 파기’ 주장, 사실 아냐
이번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슬롯 분산제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주장입니다.
피크타임에 과밀 슬롯이 재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공항 측은 “슬롯 배정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제도의 공식적인 변경은 없으며, 슬롯 조정은 국토교통부·항공사·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스케줄 조정위원회(KASO)를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인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사 본사가 사전 협의 없이 제도를 파기했다는 지적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용객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혼잡도나, 일부 시간대에 드러나는 운항 밀집 현상은 이 같은 해명과는 결이 다릅니다.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해도, 그 실효성과 운영 신뢰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 지켜진 ‘룰’과 체감되는 ‘혼잡’ 사이.. 핵심은 ‘신뢰’ 유지
공항 측 해명이 제도상 ‘위반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제보자들의 지적은 ‘지켜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밀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는 체감적 불신에 기반합니다.
이 괴리는 단순히 수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슬롯(slot)’이란, 공항 운영의 효율만을 따지는 기제가 아니라 공공 안전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 “5분 4대”는 수치가 아니라 ‘원칙’이다
제주공항은 시간당 35편이 뜨고 내리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중단거리 공항입니다.
슬롯 운영의 작은 흔들림도 곧바로 항공기 지연은 물론 심하게는 지상 충돌 리스크, 지상조업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지 ‘몇 대 더 떴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가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이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물론 “지연 기준이 달라졌고,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해명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혼잡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실한 설명과 검증입니다.
슬롯이 통계상, ‘정책적인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선’이라는 사실.
지금 제주공항은 그 기준이 진정 지켜지고 있는지를, 시민 앞에 증명해 보여야 할 때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신호등 떨어지고 항공기 결항...황금연휴 첫날 제주에 태풍급 강풍
- ∙︎ 강풍에 항공편 20여 편 결항.. 초속 25.9m 태풍급 바람에 하늘길 차단
- ∙︎ 이재명 "피습 모의 제보 잇따라...대인 직접 접촉 어려워"
- ∙︎ “당선돼도 자리 지킬 수 있나”.. 이준석, 이재명 정면 겨냥
- ∙︎ 유류세 조정 끝나자마자 ‘찔끔’ 반등.. 기름값, “이젠 본격적으로 오른다”
- ∙︎ “이재명은 안 되고 윤석열은 된다?”.. 조국의 옥중 서신, 대법원 정조준
- ∙︎ SKT 업계 1위 지위 흔들?..."3일 만에 10만명 이탈, 최대 4천억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