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투입에도 매년 반복.. ‘농업 붕괴’, 신호는 이미 시작됐다
마늘·감귤 수확기, 인력 부족.. 외국인·군·봉사자 총동원, “한계 절감”
# 늘 보아오던 ‘돕기’가 아닙니다.
대정 마늘밭에 모인 50여 명의 손길은, 단 하루를 메우기 위한 봉사가 아니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농촌 이탈이 만든 현실을 눈앞에 펼쳐놓은 장면이었습니다.
그곳은 지금, ‘농업이 어디까지 밀려났는지’ 보여주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올해 제주도에 필요한 농번기 인력만 연간 9만 명.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이 숫자는 단지 통계가 아니라,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군도, 농협도, 행정도 현장에 나섰지만, ‘긴급 투입’이라는 방식과 구조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또 제자리걸음입니다.
마늘도, 감귤도 때를 놓치면 끝입니다.
수확이 늦어지면 손해는 전부 농민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손해는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합니다.
“올해는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까지 이 구조를 반복할 것인가.”
마늘밭에서 출발한 이 경고는, 단순히 한 철 일손이 부족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음을 묻는 신호입니다.
제주자치도와 농협 제주본부는 12일, 서귀포시 대정읍 한 마늘밭에서 ‘영농지원 발대식’을 열고, 올해 농번기 인력 지원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 “하루하루가 마감”.. 대정 마늘밭에 쏟아진 땀방울
올해 제주도가 밝힌 영농인력 지원 규모는 연간 9만 명으로, 전년도 목표였던 7만 2,000명보다 25% 늘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그만큼 현장의 수요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줍니다.
총사업비는 13억 1,700만 원. 국비와 지방비, 농협 분담금을 모두 포함한 합산 예산입니다.
제주농협은 본격적인 수확기 대응을 위해 연인원 3만 5,000명을 집중 배치할 예정입니다.
행정, 군부대, 대학생 자원봉사단 등 민·관·군 협력 체계를 총가동해 하루라도 빠르게, 한 명이라도 더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 외국인·군·봉사자.. 총동원된 ‘인력 퍼즐’
농업인력지원센터에서는 보험료, 숙박비, 교통비까지 현장 인력에게 지원합니다.
김녕·고산·한림 등 3곳에 설치된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작업반 단위로 인력을 연결하며 실질적인 현장 대응 체계를 갖췄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치는 고산·위미·대정농협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미농협은 지난해 베트남 인력을 시범 도입해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고, 올해는 투입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달 17일에는 마늘 수확 적기를 맞아 자원봉사센터, 범농협봉사단 등 500여 명이 집중 투입되고 감귤 수확이 시작되는 하반기, 11월 선별·포장 작업과 산지 물류 등 지원에 나설 예정입니다.
■ “수확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농업 지속성 시험대
제주의 대표 작물인 마늘과 감귤은 적기 수확이 생명입니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저장성, 상품성, 유통가치가 모두 하락합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인력난 속에서, 고령농·여성농·장애농은 가장 먼저 수확에서 밀려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상반기는 마늘, 하반기는 감귤에 맞춰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민간, 군부대, 농협 등과 함께 상시 대응 가능한 협력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금 필요한 건 메우는 게 아니라, 바꾸는 일”
‘9만 명의 손’은 그저 숫자에 머물지 않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긴급 투입은, 농촌 인력시장이 사실상 제 기능을 멈췄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자원봉사에 기대고, 외국인 인력으로 땜질하는 구조가 계속될수록 농가는 더 지치고, 농업의 지속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집니다.
이제는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틸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묻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환은 마늘밭처럼 가장 낮은 땅, 가장 오래된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늘·감귤 수확기, 인력 부족.. 외국인·군·봉사자 총동원, “한계 절감”

# 늘 보아오던 ‘돕기’가 아닙니다.
대정 마늘밭에 모인 50여 명의 손길은, 단 하루를 메우기 위한 봉사가 아니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농촌 이탈이 만든 현실을 눈앞에 펼쳐놓은 장면이었습니다.
그곳은 지금, ‘농업이 어디까지 밀려났는지’ 보여주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올해 제주도에 필요한 농번기 인력만 연간 9만 명.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이 숫자는 단지 통계가 아니라,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군도, 농협도, 행정도 현장에 나섰지만, ‘긴급 투입’이라는 방식과 구조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또 제자리걸음입니다.
마늘도, 감귤도 때를 놓치면 끝입니다.
수확이 늦어지면 손해는 전부 농민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손해는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합니다.
“올해는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까지 이 구조를 반복할 것인가.”
마늘밭에서 출발한 이 경고는, 단순히 한 철 일손이 부족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음을 묻는 신호입니다.
제주자치도와 농협 제주본부는 12일, 서귀포시 대정읍 한 마늘밭에서 ‘영농지원 발대식’을 열고, 올해 농번기 인력 지원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초여름 햇살 아래, 마늘 수확 현장에 투입된 인력이 일제히 일손 돕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하루하루가 마감”.. 대정 마늘밭에 쏟아진 땀방울
올해 제주도가 밝힌 영농인력 지원 규모는 연간 9만 명으로, 전년도 목표였던 7만 2,000명보다 25% 늘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그만큼 현장의 수요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줍니다.
총사업비는 13억 1,700만 원. 국비와 지방비, 농협 분담금을 모두 포함한 합산 예산입니다.
제주농협은 본격적인 수확기 대응을 위해 연인원 3만 5,000명을 집중 배치할 예정입니다.
행정, 군부대, 대학생 자원봉사단 등 민·관·군 협력 체계를 총가동해 하루라도 빠르게, 한 명이라도 더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영농지원단이 대정읍 마늘밭에서 허리를 굽혀 수확 작업을 돕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외국인·군·봉사자.. 총동원된 ‘인력 퍼즐’
농업인력지원센터에서는 보험료, 숙박비, 교통비까지 현장 인력에게 지원합니다.
김녕·고산·한림 등 3곳에 설치된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작업반 단위로 인력을 연결하며 실질적인 현장 대응 체계를 갖췄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치는 고산·위미·대정농협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미농협은 지난해 베트남 인력을 시범 도입해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고, 올해는 투입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달 17일에는 마늘 수확 적기를 맞아 자원봉사센터, 범농협봉사단 등 500여 명이 집중 투입되고 감귤 수확이 시작되는 하반기, 11월 선별·포장 작업과 산지 물류 등 지원에 나설 예정입니다.
■ “수확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농업 지속성 시험대
제주의 대표 작물인 마늘과 감귤은 적기 수확이 생명입니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저장성, 상품성, 유통가치가 모두 하락합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인력난 속에서, 고령농·여성농·장애농은 가장 먼저 수확에서 밀려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상반기는 마늘, 하반기는 감귤에 맞춰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민간, 군부대, 농협 등과 함께 상시 대응 가능한 협력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영농지원 발대식에 참여한 관계자와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지금 필요한 건 메우는 게 아니라, 바꾸는 일”
‘9만 명의 손’은 그저 숫자에 머물지 않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긴급 투입은, 농촌 인력시장이 사실상 제 기능을 멈췄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자원봉사에 기대고, 외국인 인력으로 땜질하는 구조가 계속될수록 농가는 더 지치고, 농업의 지속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집니다.
이제는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틸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묻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환은 마늘밭처럼 가장 낮은 땅, 가장 오래된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줄어든 건 사람, 안 내린 건 가격”.. 변하지 않는 골프장의 기이한 호황
- ∙ “파라솔 2만원 시대, 다시 제주다” 바가지 걷어낸 해변.. 올여름 ‘신뢰의 바다’ 열린다
- ∙ “확 찢어버리고 싶다”.. 김문수의 선전포고, 첫날부터 가짜 진보 정조준
- ∙ 수도요금 3만 원에 "왜 이리 많냐" 혼자 격분.. 여성 검침원 폭행
- ∙ “하루 1만 크루즈객 상륙”.. 전세버스 200대·통역 200명, 제주가 움직였다
- ∙ 침묵 깬 尹 "국힘 경선, 건강함 보여줬다.. 우린 전체주의에 맞서 싸워야" 본선 앞두고 직접 등판
- ∙ [제주 날씨] "봄비 수준 아니다" 200mm '물폭탄'에 태풍급 강풍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