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가 항공권까지 등장에도.. 선택받지 못한 건 ‘여행의 이유’
“편도 1,800원.”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달말 판매하는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의 실제 운임입니다.
총액은 1만 3,500원으로, 유류할증료(7,700원)와 공항시설사용료(4,000원)를 제외하면 실제 운임은 음료 한 병 값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에도 좌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비행기는 아직 뜨지 않았지만, 수요의 체온은 이미 식어가고 있습니다.
가격은 무너졌는데, 제주라는 목적지에 대한 망설임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 유류할증료보다 싼 항공권.. 가격 붕괴의 신호탄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행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5월 기준 7,700원이며, 6월에는 6,600원으로 한 차례 더 내려갑니다.
그러나 제주행 항공권 운임은 이미 2,000원대를 넘어, 1,000원대까지 진입했습니다.
이제 항공권 운임이 유류할증료보다 싼, 비정상적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보다 낮은 운임은 수익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며, “단기 수요를 노린 마케팅이 아니라, 항공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가격은 무너졌지만, 좌석은 남았습니다
한 저비용항공사가 편도 2,400원짜리 제주행 항공권을 내놓자, 다른 LCC는 이를 밑도는 1,800원 운임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공편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도 여전히 예약 가능한 상태입니다.
좌석이 비어 있어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항공사가 이처럼 초특가 좌석을 내놓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빈 좌석은 수익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에, 매출 확보와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춥니다.
비수기나 비행일 임박 시점에는 여행사가 미판매한 좌석이 ‘땡처리 항공권’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현재 제주 노선의 상황은 시장의 논리를 벗어나 가격 체계의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탑승률이 낮은 노선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특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목적지 자체가 소비자에게 설득력을 잃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특가 전쟁은 곧 “생존을 위한 ‘티케팅’”
5월 들어 국내 LCC들은 앞다퉈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월간 특가’, ‘슈퍼 특가’, ‘타임 세일’ 등 이름만 다른 할인 경쟁은 사실상 전면전 수준입니다.
국내선은 물론 유럽·동남아·미주 노선까지 포함해 커피값보다 싼 항공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가격 마케팅이 아니라, 적자 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 제주만 예외인 이유.. “목적지는 팔리지 않는다”
이 같은 초특가 경쟁 속에서도 유독 제주행만 외면받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일부 국제선은 조기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주행은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좌석이 남습니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제주는 여전히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 콘텐츠 정체, 체류 만족도 하락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하는 지역”이라며, “거듭 특가를 내놓아도, 실질 수요는 반등하지 않는 것이 현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4월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 7,000명 감소했습니다.
숙박·음식업 생산지수는 9.9% 하락했고, 카드 사용액도 23.7% 줄었습니다.
제주는 도착을 하더라도 소비하지 않는 곳, 가격은 싸지만 머물지 않는 목적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싸게 팔아도.. 설득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하늘길은 열렸고, 항공권은 이례적인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제주행은 여전히 선택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근성’만으로는 여행지를 결정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싸서가 아니라, 가야 할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한 관광 정책 전문가는 “‘1,800원’ 항공권은 마케팅의 파격이라기보다, 여행 수요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이제는 단지 가격이 아니라 ‘왜 그곳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목적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는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머물 이유와 다시 찾을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회복해야 할 것은 단기 수요가 아니라, 지역에 대한 신뢰이며, 이 신뢰 없이 어떤 특가도 지속 가능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도 1,800원.”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달말 판매하는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의 실제 운임입니다.
총액은 1만 3,500원으로, 유류할증료(7,700원)와 공항시설사용료(4,000원)를 제외하면 실제 운임은 음료 한 병 값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에도 좌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한 LCC의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 예매 화면. 실제 탑승 운임이 1,800원에 불과하다. 유류할증료(7,700원)와 공항세 포함 총액은 1만 3,500원.
비행기는 아직 뜨지 않았지만, 수요의 체온은 이미 식어가고 있습니다.
가격은 무너졌는데, 제주라는 목적지에 대한 망설임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 유류할증료보다 싼 항공권.. 가격 붕괴의 신호탄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행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5월 기준 7,700원이며, 6월에는 6,600원으로 한 차례 더 내려갑니다.
그러나 제주행 항공권 운임은 이미 2,000원대를 넘어, 1,000원대까지 진입했습니다.
이제 항공권 운임이 유류할증료보다 싼, 비정상적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보다 낮은 운임은 수익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며, “단기 수요를 노린 마케팅이 아니라, 항공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가격은 무너졌지만, 좌석은 남았습니다
한 저비용항공사가 편도 2,400원짜리 제주행 항공권을 내놓자, 다른 LCC는 이를 밑도는 1,800원 운임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공편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도 여전히 예약 가능한 상태입니다.
좌석이 비어 있어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항공사가 이처럼 초특가 좌석을 내놓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빈 좌석은 수익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에, 매출 확보와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춥니다.
비수기나 비행일 임박 시점에는 여행사가 미판매한 좌석이 ‘땡처리 항공권’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현재 제주 노선의 상황은 시장의 논리를 벗어나 가격 체계의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탑승률이 낮은 노선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특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목적지 자체가 소비자에게 설득력을 잃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특가 전쟁은 곧 “생존을 위한 ‘티케팅’”
5월 들어 국내 LCC들은 앞다퉈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월간 특가’, ‘슈퍼 특가’, ‘타임 세일’ 등 이름만 다른 할인 경쟁은 사실상 전면전 수준입니다.
국내선은 물론 유럽·동남아·미주 노선까지 포함해 커피값보다 싼 항공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가격 마케팅이 아니라, 적자 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 가정의 달을 맞아 항공사들이 국내외 노선을 중심으로 초특가 마케팅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행 항공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 제주만 예외인 이유.. “목적지는 팔리지 않는다”
이 같은 초특가 경쟁 속에서도 유독 제주행만 외면받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일부 국제선은 조기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주행은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좌석이 남습니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제주는 여전히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 콘텐츠 정체, 체류 만족도 하락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하는 지역”이라며, “거듭 특가를 내놓아도, 실질 수요는 반등하지 않는 것이 현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4월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 7,000명 감소했습니다.
숙박·음식업 생산지수는 9.9% 하락했고, 카드 사용액도 23.7% 줄었습니다.
제주는 도착을 하더라도 소비하지 않는 곳, 가격은 싸지만 머물지 않는 목적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싸게 팔아도.. 설득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하늘길은 열렸고, 항공권은 이례적인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제주행은 여전히 선택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근성’만으로는 여행지를 결정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싸서가 아니라, 가야 할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한 관광 정책 전문가는 “‘1,800원’ 항공권은 마케팅의 파격이라기보다, 여행 수요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이제는 단지 가격이 아니라 ‘왜 그곳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목적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는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머물 이유와 다시 찾을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회복해야 할 것은 단기 수요가 아니라, 지역에 대한 신뢰이며, 이 신뢰 없이 어떤 특가도 지속 가능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줄어든 건 사람, 안 내린 건 가격”.. 변하지 않는 골프장의 기이한 호황
- ∙ “파라솔 2만원 시대, 다시 제주다” 바가지 걷어낸 해변.. 올여름 ‘신뢰의 바다’ 열린다
- ∙ “확 찢어버리고 싶다”.. 김문수의 선전포고, 첫날부터 가짜 진보 정조준
- ∙ 수도요금 3만 원에 "왜 이리 많냐" 혼자 격분.. 여성 검침원 폭행
- ∙ “하루 1만 크루즈객 상륙”.. 전세버스 200대·통역 200명, 제주가 움직였다
- ∙ 침묵 깬 尹 "국힘 경선, 건강함 보여줬다.. 우린 전체주의에 맞서 싸워야" 본선 앞두고 직접 등판
- ∙ “하늘은 열렸는데, 관광은 멈췄다”.. ‘5천 원’ 항공권도 비싸다? “제주, 왜 외면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