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이준석 협공에 해명 반복..권영국은 노동·계엄 이슈로 균열
“다 해주겠다?” 현실성·수치 빠진 공약..유권자에 남은 건 기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8일 열린 첫 TV토론은 정책의 설계와 실행 가능성, 그리고 정치인의 언어가 얼마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자리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했습니다.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며 공약의 수치와 과거 발언의 맥락, 정책 간 일관성을 두고 전방위 검증이 펼쳐졌고, 나머지 세 후보는 각자 다른 각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 경제 처방 놓고 정면 충돌.. “정부 조정” vs.“규제 혁파”
초반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과 재정 개입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2분기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며,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규제혁파위원회와 규제혁신처 신설을 언급하며,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복지·기술 공약을 “예산 설계가 빠진 말잔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다 해주겠다는 말은 결국 다 못하겠다는 뜻”이라며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쓸지 판단이 빠진 공약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준석 vs. 이재명.. ‘호텔경제학’ 논쟁의 중심
가장 강한 충돌은 이른바 ‘호텔경제학’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인 “호텔 예약 취소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문제 삼으며 “한계소비성향이 1인 구조는 무한 동력론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순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화된 예시”라고 반박하며, 케인스주의 승수 효과 이론을 언급했습니다. “돈이 한 번 더 쓰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순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설명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준석 후보는 “극단적 단순화로 오해를 키우고 있다”며 “현실 경제를 지나치게 비유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노동시간·데이터센터 전력 공약도 공방.. “풍력은 불안정” vs. ”ESS 병행”
이재명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을 두고도 이준석 후보는 “임금 삭감 없이 도입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후보는 “단계적 타협과 방향 제시”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풍력 기반 데이터센터 구상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풍력은 간헐 전원으로, 24시간 안정성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에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기저 전력을 병행하면 가능하다”고 응수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AI 산업이 도약하려면 값싼 전력이 필요하다”며 원전 중심 에너지 체계를 강조했습니다.
“히로시마급 원폭이 떨어져도 원전은 버틴다”고 발언해 안전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례를 보면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외교·노동 전선.. ‘셰셰 발언’과 노란봉투법 쟁점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외교 분야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 후보는 “사드 철회 주장, 주한 중국대사의 개입에 침묵했던 전례는 동맹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준석 후보는 “하루 자고 나면 입장이 바뀌는 외교로는 국가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은 외교의 기본 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에 올인하는 외교는 곤란하다. 중국·러시아와의 실용 외교도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헌법과 민법에도 맞지 않고,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고 반대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와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며, 무분별한 손배소를 방지하는 입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 노동·계엄 전면 부각하며 존재감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란봉투법, 계엄령 논란, 주 52시간제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시각에서 날 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를 향해 “노동부 장관까지 했던 분이 노조법을 부정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고, 계엄 논란에 대해선 “비수가 경제에 꽂혔던 순간”이라며 강한 언어로 경고했습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없이도 기술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반복된 해명과 구체성 부족.. 다음 토론의 과제로
이번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극단적 단순화”라는 표현으로 다수 쟁점을 해명했지만, 동일한 논리가 반복되며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AI 100조 투자, 기본소득, 주 4.5일제 등 주요 공약들도 구체적인 수치나 실행 계획 없이 방향성만 제시돼, 정책 설계의 깊이 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셰셰 외교’와 사드 발언이 다시 논쟁화됐지만, 실제 외교 전략이나 통상 정책으로까지 논의가 확장되지는 못했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날카로운 현실 진단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국회 내 영향력이 없는 정당이라는 구조적 제약도 확인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특정 후보에 집중된 검증이 반복되며, 정책 논쟁보다는 말의 수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남겼습니다.
다음 토론은 공약의 수치, 실행 계획, 정책 간 우선순위 등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이 아니라,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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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주겠다?” 현실성·수치 빠진 공약..유권자에 남은 건 기준

(왼쪽부터)김문수 후보, 권영국 후보, 아준석 후보, 이재명 후보.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8일 열린 첫 TV토론은 정책의 설계와 실행 가능성, 그리고 정치인의 언어가 얼마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자리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했습니다.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며 공약의 수치와 과거 발언의 맥락, 정책 간 일관성을 두고 전방위 검증이 펼쳐졌고, 나머지 세 후보는 각자 다른 각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SBS 캡처)
■ 경제 처방 놓고 정면 충돌.. “정부 조정” vs.“규제 혁파”
초반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과 재정 개입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2분기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며,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규제혁파위원회와 규제혁신처 신설을 언급하며,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복지·기술 공약을 “예산 설계가 빠진 말잔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다 해주겠다는 말은 결국 다 못하겠다는 뜻”이라며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쓸지 판단이 빠진 공약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준석 후보(왼쪽), 이재명 후보.
■ 이준석 vs. 이재명.. ‘호텔경제학’ 논쟁의 중심
가장 강한 충돌은 이른바 ‘호텔경제학’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인 “호텔 예약 취소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문제 삼으며 “한계소비성향이 1인 구조는 무한 동력론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순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화된 예시”라고 반박하며, 케인스주의 승수 효과 이론을 언급했습니다. “돈이 한 번 더 쓰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순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설명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준석 후보는 “극단적 단순화로 오해를 키우고 있다”며 “현실 경제를 지나치게 비유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노동시간·데이터센터 전력 공약도 공방.. “풍력은 불안정” vs. ”ESS 병행”
이재명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을 두고도 이준석 후보는 “임금 삭감 없이 도입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후보는 “단계적 타협과 방향 제시”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풍력 기반 데이터센터 구상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풍력은 간헐 전원으로, 24시간 안정성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에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기저 전력을 병행하면 가능하다”고 응수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왼쪽), 이준석 후보.
김문수 후보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AI 산업이 도약하려면 값싼 전력이 필요하다”며 원전 중심 에너지 체계를 강조했습니다.
“히로시마급 원폭이 떨어져도 원전은 버틴다”고 발언해 안전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례를 보면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외교·노동 전선.. ‘셰셰 발언’과 노란봉투법 쟁점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외교 분야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 후보는 “사드 철회 주장, 주한 중국대사의 개입에 침묵했던 전례는 동맹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준석 후보는 “하루 자고 나면 입장이 바뀌는 외교로는 국가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왼쪽), 이재명 후보.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은 외교의 기본 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에 올인하는 외교는 곤란하다. 중국·러시아와의 실용 외교도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헌법과 민법에도 맞지 않고,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고 반대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와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며, 무분별한 손배소를 방지하는 입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권영국 후보(왼쪽), 이재명 후보.
■ 권영국 후보, 노동·계엄 전면 부각하며 존재감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란봉투법, 계엄령 논란, 주 52시간제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시각에서 날 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를 향해 “노동부 장관까지 했던 분이 노조법을 부정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고, 계엄 논란에 대해선 “비수가 경제에 꽂혔던 순간”이라며 강한 언어로 경고했습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없이도 기술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SBS 캡처)
■ 반복된 해명과 구체성 부족.. 다음 토론의 과제로
이번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극단적 단순화”라는 표현으로 다수 쟁점을 해명했지만, 동일한 논리가 반복되며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AI 100조 투자, 기본소득, 주 4.5일제 등 주요 공약들도 구체적인 수치나 실행 계획 없이 방향성만 제시돼, 정책 설계의 깊이 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셰셰 외교’와 사드 발언이 다시 논쟁화됐지만, 실제 외교 전략이나 통상 정책으로까지 논의가 확장되지는 못했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날카로운 현실 진단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국회 내 영향력이 없는 정당이라는 구조적 제약도 확인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특정 후보에 집중된 검증이 반복되며, 정책 논쟁보다는 말의 수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남겼습니다.
다음 토론은 공약의 수치, 실행 계획, 정책 간 우선순위 등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이 아니라,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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