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모차 수송작전' 딘 헤스 대령(사진 가운데)이 1951년 제주에 있는 한국보육원을 방문해 당시 수송했던 어린이 및 황온순 원장(왼쪽)과 촬영한 사진. (사진, 한국보육원)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고아들을 살린 '유모차 수송작전(The Kiddy Car Airlift)'의 주역 고(故) 딘 헤스(Dean E. Hess) 미국 공군 대령을 기억하는 추모 행사가 오늘(22일) 제주에서 열렸습니다.
제주자치도 보훈청에 따르면, '고 딘 헤스 대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이 이날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대한민국 공군 주관으로 진행됐습니다.
헤스 대령은 한국전쟁 당시 바우트 원(BOUT-1) 부대장으로 공군 주력기인 F-51(무스탕) 전투기를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부대 창설 1년여 만에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한 한국 공군 전투 조종사 24명을 양성했고, 총 250여 회의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부분은 1천명에 달하는 전쟁고아들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유모차 수송작전'입니다.
이 작전은 중공군이 참전하며 유리했던 전세가 기울어지고 서울이 함락될 위기에 놓였던 1.4 후퇴 당시 서울에 남은 고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개됐습니다.
헤스 대령 등은 이 작전에 따라 수송기 16대를 투입해 김포 군사공항에서 제주로 약 950명의 고아와 80명 정도의 고아원 직원을 제주로 옮겼습니다.
제주로 온 고아들은 미군 트럭에 나눠 태워져 수용 장소인 제주농업학교(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제주지사 일대)로 옮겨졌고, 이후 연령별로 천막과 교실 등에 나뉘어 생활하게 됐습니다.
당시에 아이들을 보호했던 곳이 한국보육원으로,UN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고 해서 당시 제주도민들은 'UN고아원'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국보육원은 현재 경기도로 자리를 옮겨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시 '유모차 수송작전'으로 제주로 피난하게 된 한국보육원의 원아들.(사진, 『제주사회복지 발자취』, 1996,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이 작전에 참여한 헤스 대령은 훗날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게 됐고, 지난 2023년 5월엔 국가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한미 10대 참전영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전투기에 새겼던 '신념의 조인(By Faith I FLY)'은 현재 우리 공군 조종사의 기상을 상징하는 문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제주보훈처는 "헤스 대령이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냉혹한 전쟁터에서도 인류애를 실천한 따뜻한 군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전쟁고아 1,000여 명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고아들을 제주로 피난시켰으며, 퇴역 이후에도 평생 전쟁고아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다 2015년 98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딘 헤스 대령
한편, 이날 추모식은 추모영상 시청, 헌화 및 참배, 공군의장대 조총 발사, 블랙이글스 추모비행,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란 바크하우스(Nolan Barkhouse) 주한미국영사, 커트 헬핀스타인(Kurt C.Helphinstine) 제7공군 부사령관, 이계훈 공군전우회장을 비롯해 공군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제주에선 오영훈 제주지사가 자리했습니다.
특히, 고인의 자녀인 로렌스(Lawrence D.), 에드워드(Edward A.), 로날드(Ronald L.) 헤스 씨와 당시 아이들을 함께 구출했던 계원철 장군의 유가족, 고인과 전선에 같이 나섰던 최원문 대령의 유가족들도 함께했습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부대의 책임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대한민국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과 믿음, 인류애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인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것을 가슴 깊이 맹세한다"고 말했습니다.
놀란 바크하우스 주한미국영사는 "한미 동맹은 안보에 초점을 맞춰 시작됐지만, 헤스 대령과 양국의 동료들 덕분에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양국은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면서 "오늘날 한미동맹에 기여하고 희생한 고 헤스 대령과 한미 당국자 동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열린 딘 헤스 대령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헤스 대령의 유족들 (촬영, 강명철 기자)

이날 열린 딘 헤스 대령 10주기 추모식에서 거행된 공군의장대 조총 발사 의례. (촬영, 강명철 기자)

지난 2017년 3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세워진 딘 헤스 대령 공적 기념비. (촬영, 강명철 기자)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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