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예약 100달러는 경제순환의 은유?, 무한동력의 착시?
이재명-이준석, 2차 TV토론서 재충돌.. 출처·해석·현실성 공방
‘맥티어냐, 자이제냐’.. 다시 불붙은 호텔경제학 논쟁
제21대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도 이른바 ‘호텔경제학’을 둘러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공방이 재점화됐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밥 맥티어와 루카스 자이제 같은 사람들이 예로 드는 유명한 사례”라며 자기 주장을 방어했고, 이준석 후보는 “출처부터 틀렸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호텔경제학이란 개념은 ‘돈이 한 바퀴만 돌아도 경제가 움직인다’는 식의 경제 은유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논리를 재차 언급하면서 “한 사람의 지출이 다른 사람의 수입이 되는 순환 효과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해당 개념의 적용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호텔 예약 후 취소해도 돈이 돌았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났다는 논리는, 한계소비성향을 1로 보는 비현실적 가정”이라는 것입니다.
■ “UZ 편집장의 논문이 출처?”.. 자이제의 정체 두고 충돌
핵심 논란은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인물 ‘루카스 자이제(Lucas Zeise)’에 대한 사실관계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 직후 자신의 SNS에 “이재명 후보가 인용한 자이제는 독일 공산당 기관지인 UZ의 편집장이었다”며 “반자본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성향의 글을 경제 이론처럼 들고 나와 국민에게 가르치려 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후보는 자이제를 ‘금융 저널리스트’로 소개했지만, 실제 자이제는 과거 독일공산당(DKP) 산하 매체 편집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독일 내 좌파 경제 담론의 상징적 인물로 분류됩니다.
물론 해당 인물의 주장 자체가 곧바로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런 인물을 근거로 삼아 논쟁을 유도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 밥 맥티어도 ‘환상 경제학’인가.. 적용의 경계선
이재명 후보가 인용한 또 다른 인물,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밥 맥티어는 실제로 ‘100달러의 순환’에 관한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를 특정한 상황의 비유적 설명으로 사용했을 뿐, 보편적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과거 관련 칼럼을 인용한 적은 있으나, 이를 정책적 정당화의 근거로 삼은 사례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후보는 “예외적 상황의 은유를 보편 경제정책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노쇼 경제학” 비판.. 이재명 “그 누구도 그런 말 안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들었던 경제사례를 ‘노쇼 경제학’이라 비판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밥 맥티어든 루카스든, 그 누구도 노쇼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며 “호텔 예약 취소와 관계없이 돈의 순환은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반복해서 인용하는 사례는 현실의 불확실성과 경제주체 간의 선택을 배제한 극단적 가정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경제 담론의 ‘정치화’.. 이론이 아니라 출처 싸움으로 번지나
이번 논쟁에서 이재명 후보의 ‘순환경제’ 프레임은 ‘국가의 역할 강화’를 암시하고, 이준석 후보의 비판은 ‘시장 현실에 기반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점차 특정 인물의 이력과 이념적 출처로 옮겨가면서, 경제 논쟁이 아닌 ‘정치적 낙인찍기’ 구도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이제가 공산당 기관지 출신이라는 사실이 해당 이론의 타당성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또 다른 논점을 요구하는 양상입니다.
■ ‘비유’와 ‘현실’ 사이.. 경제이론, 그 유통기한은?
‘100달러 호텔 사례’는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경제의 은유입니다.
그러나 이를 정책 설계나 실물경제 대응에 곧장 연결하는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이 겹친 현재의 경제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질 수요를 유도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설계하느냐입니다.
‘돈이 한 바퀴 돌면 끝’은, 인상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에 충분한 답을 주진 못합니다.
결국 이 논쟁은 ‘호텔경제학’이라는 이름의 이론을 둘러싼 평가가 아니라, 경제 은유가 현실에서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싸움으로 비춰집니다.
문제는 그 판단 기준이 ‘누가 말했다’는 인물의 성향이나 배경에 매몰되는 순간, 논쟁 중심은 경제에서 정치로 이탈한다는 점입니다.
논의는 방향을 잃고, 정책은 근거를 잃어 버립니다.
■ ‘100달러’는 돌았지만.. 멈춰버린 설득
2차 TV토론에서 다시 불붙은 ‘호텔경제학’ 공방은 경제이론의 충돌처럼 비쳤지만, 실상은 양측 정치 담론의 민낯을 드러낸 시험대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그 격돌 한가운데 빠져 있었던 것은, 국민의 삶을 설득할 언어와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각이었습니다.
핵심은 ‘누가 더 맞는 말을 했는가’가 아닌, 누가 지금의 경제를 더 정확히 읽고, 내일의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릅니다.
토론장 안에서 ‘100달러’는 바삐 돌았지만, 정작 국민의 지갑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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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준석, 2차 TV토론서 재충돌.. 출처·해석·현실성 공방
‘맥티어냐, 자이제냐’.. 다시 불붙은 호텔경제학 논쟁

23일,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선 후보가 '호텔경제학'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SBS 캡처)
제21대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도 이른바 ‘호텔경제학’을 둘러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공방이 재점화됐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밥 맥티어와 루카스 자이제 같은 사람들이 예로 드는 유명한 사례”라며 자기 주장을 방어했고, 이준석 후보는 “출처부터 틀렸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호텔경제학이란 개념은 ‘돈이 한 바퀴만 돌아도 경제가 움직인다’는 식의 경제 은유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논리를 재차 언급하면서 “한 사람의 지출이 다른 사람의 수입이 되는 순환 효과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해당 개념의 적용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호텔 예약 후 취소해도 돈이 돌았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났다는 논리는, 한계소비성향을 1로 보는 비현실적 가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준석 대선 후보. (SBS 캡처)
■ “UZ 편집장의 논문이 출처?”.. 자이제의 정체 두고 충돌
핵심 논란은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인물 ‘루카스 자이제(Lucas Zeise)’에 대한 사실관계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 직후 자신의 SNS에 “이재명 후보가 인용한 자이제는 독일 공산당 기관지인 UZ의 편집장이었다”며 “반자본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성향의 글을 경제 이론처럼 들고 나와 국민에게 가르치려 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후보는 자이제를 ‘금융 저널리스트’로 소개했지만, 실제 자이제는 과거 독일공산당(DKP) 산하 매체 편집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독일 내 좌파 경제 담론의 상징적 인물로 분류됩니다.
물론 해당 인물의 주장 자체가 곧바로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런 인물을 근거로 삼아 논쟁을 유도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준석 후보 페이스북 캡처.
■ 밥 맥티어도 ‘환상 경제학’인가.. 적용의 경계선
이재명 후보가 인용한 또 다른 인물,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밥 맥티어는 실제로 ‘100달러의 순환’에 관한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를 특정한 상황의 비유적 설명으로 사용했을 뿐, 보편적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과거 관련 칼럼을 인용한 적은 있으나, 이를 정책적 정당화의 근거로 삼은 사례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후보는 “예외적 상황의 은유를 보편 경제정책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1년 'Forbes(포브스)'에 실린 '호텔경제학' 내용 캡처.
■ “노쇼 경제학” 비판.. 이재명 “그 누구도 그런 말 안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들었던 경제사례를 ‘노쇼 경제학’이라 비판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밥 맥티어든 루카스든, 그 누구도 노쇼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며 “호텔 예약 취소와 관계없이 돈의 순환은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반복해서 인용하는 사례는 현실의 불확실성과 경제주체 간의 선택을 배제한 극단적 가정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경제 담론의 ‘정치화’.. 이론이 아니라 출처 싸움으로 번지나
이번 논쟁에서 이재명 후보의 ‘순환경제’ 프레임은 ‘국가의 역할 강화’를 암시하고, 이준석 후보의 비판은 ‘시장 현실에 기반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점차 특정 인물의 이력과 이념적 출처로 옮겨가면서, 경제 논쟁이 아닌 ‘정치적 낙인찍기’ 구도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이제가 공산당 기관지 출신이라는 사실이 해당 이론의 타당성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또 다른 논점을 요구하는 양상입니다.
■ ‘비유’와 ‘현실’ 사이.. 경제이론, 그 유통기한은?
‘100달러 호텔 사례’는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경제의 은유입니다.
그러나 이를 정책 설계나 실물경제 대응에 곧장 연결하는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이 겹친 현재의 경제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질 수요를 유도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설계하느냐입니다.
‘돈이 한 바퀴 돌면 끝’은, 인상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에 충분한 답을 주진 못합니다.
결국 이 논쟁은 ‘호텔경제학’이라는 이름의 이론을 둘러싼 평가가 아니라, 경제 은유가 현실에서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싸움으로 비춰집니다.
문제는 그 판단 기준이 ‘누가 말했다’는 인물의 성향이나 배경에 매몰되는 순간, 논쟁 중심은 경제에서 정치로 이탈한다는 점입니다.
논의는 방향을 잃고, 정책은 근거를 잃어 버립니다.
■ ‘100달러’는 돌았지만.. 멈춰버린 설득
2차 TV토론에서 다시 불붙은 ‘호텔경제학’ 공방은 경제이론의 충돌처럼 비쳤지만, 실상은 양측 정치 담론의 민낯을 드러낸 시험대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그 격돌 한가운데 빠져 있었던 것은, 국민의 삶을 설득할 언어와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각이었습니다.
핵심은 ‘누가 더 맞는 말을 했는가’가 아닌, 누가 지금의 경제를 더 정확히 읽고, 내일의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릅니다.
토론장 안에서 ‘100달러’는 바삐 돌았지만, 정작 국민의 지갑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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