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유머러스한 분" "학생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선생님"
"밥 거를 정도 바빠도, 급식 나온 간식
챙겨줘" 다정한 선생님 기억
교사노조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
민원 종결권 부여 등 근본대책 필요""선생님께서는 저에게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버팀목 같은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힘들어 하실지는 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졸업하고 찾아왔을 때 입시 끝나고 다시 찾아와라 하면서 웃으시면서 토닥여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생님이 수업하시던 모습과 같이 얘기하고 함께했던 추억들을 저는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제주 모 중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생전 그의 제자였던 한 학생이 "아버지 같은 의미를 가졌던 분"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숨진 A교사의 제자 최모군은 오늘(26일) 오후 제주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A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최근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A교사가 있는 학교에 다녔고, 3년 내내 방송반 활동도 함께했다고 했습니다.
최군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선생님 이상의 존재였다. 친구, 아버지 같은 의미를 가졌던 분"이라며, "학생들 이름 하나하나 다 기억해 주셨고, 선생님과 말 한마디 안 나눠본 학생이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선생님이었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제주 오현고등학교에 다니는 최군은 A교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의 제자였던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려 자발적으로 추모 편지를 모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는 A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글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최근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져 모인 편지만 하루 만에 50통 정도에 달했습니다.
그는 "선생님 소식을 들었을 때 학교에 있었는데 다리가 떨리고 눈물이 났다. 그때 비가 왔었는데 비를 맞으며 주변을 서성이며 선생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다"라며, "동창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추모 편지 쓰기를)하겠다고 했다. 1년 후보들에게도 퍼져서 새벽까지 참여 문자가 왔다"고 했습니다.

바쁜 업무로 밥을 거르는 날이 종종 있었던 A교사가 그럼에도 급식에 나오는 간식을 챙겨 학생들에게 나눠주곤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선생님이 진짜 열심히 일하느라 점심을 거르는 일도 많이 있었다. 보건선생님도 걱정돼서 먹으라고 설득할 정도였다"라며 "선생님이 점심을 먹으면 그때 나오는 후식이나 과일, 음료수 같은 것들은 다 안 드시고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저도 많이 받았다"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도 먼저 미안하다고 다가오는 교사였다고 했습니다. 최군은 "학생들에게 지도 편달을 하다가 갈등을 겪을 때도 있었는데 항상 몇 시간 후에 찾아와서 '미안하다, 너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좋은 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하셨다"라고 했습니다.
최군은 "지금 유가족 분들이나 제주 중학교 후배 재학생들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저희 졸업생들도 좀 삶에 지장이 갈 만큼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교사노조는 학생 가족의 과도한 민원이 원인으로 지적된 A교사의 죽음에 대해 "2023년 서이초 사태 이후로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 반복·악성 민원 종결 권한 부여, 교사 개인정보 보호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2023년 서이초 사태 이후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교사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늦은 밤까지 민원 전화를 받아야 하고, 아동학대 고소 협박이나 실제 교소 사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A씨는 전날(22일) 새벽 0시 50분쯤 자신이 근무하는 제주시 내 중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의 유서엔 '학생 가족의 민원' 관련 내용이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교육부는 도교육청과 공동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한편,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학교민원처리 계획'에 반영할 방침입니다.

다음은 A교사의 제자들이 쓴 추모 편지 내용 일부.
<강OO>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모두가 유쾌한 분위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하셨고,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실 만큼 엄청 존경하는 선생님이셨습니다.
<강O진>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을 생각하고 우선시하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성장하도록 항상 헌신하던 선생님이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먹을거리도 사주시고, 유쾌하게 학생들을 대하셔서 학생들이 학교를 즐겁고 활기차게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열심히 해주시고 학생들이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교사와 학생에게 모두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길 간곡히 바랍니다.
<문OO>
선생님께서는 3년 동안 저희를 지도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결코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셨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항상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친근하게 대하시며, 저희의 철없는 장난에도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 시간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아 정말 행복했습니다. 선생님과 웃고 떠들던 시간이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선생님 덕분에 중학교 3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로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김O진>
선생님은 제가 중학교 첫 입학할 때 처음으로 알게 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제가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을 때, 1학년 7반이 모두 어색했었을 때 항상 분위기를 띄워주시고 모든 학생들에게 항상 친절하셨습니다. 모두의 앞에서는 유머 있으시지만 일대일로 마주보며 대화하실 때는 제 고민이나 생각들을 잘 들어주셔서 제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돼주기도 했습니다. (중략) 아직도 학교에 가면 그 환한 미소로 저를 반겨주실 것 같을 정도로 돌아가셨다는게 실감조차 되지 않습니다. 현재 진실은 선생님께서만 알고 계시겠지만 이 진실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밝혀주셨으면 감하겠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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