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난영’ 발언, 대선판 흔드는 ‘지적 오만’의 실체
유시민 작가의 ‘내재적 접근’ 해명은 사과가 아닌 해설이었고, 결과는 논란의 확산이었습니다.
30일, 대선을 나흘 앞둔 사전투표 마지막 날.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씨 관련 발언이 말실수를 넘어, 대선 막판 구도 전체를 흔드는 핵심 이슈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거칠었다”는 인정과 함께 ‘내재적 접근’이라는 철학적 프레임을 제시했지만, 이 해명은 오히려 ‘계급주의’와 ‘여성혐오’ 논란을 정면으로 자극하며 파장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 현실화된 우려.. 직접 인용과 반응의 파고
논란이 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지난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에 대해 “설 씨는 남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있으며, 혼인을 통해 자아를 고양시켰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되고, 이제는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라니. 설 씨 인생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발이 공중에 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여성을 일반화해 비하하고, 노동자를 멸시한 엘리트주의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한국여성의전화는 “기혼 여성의 지위와 판단을 남편에 종속된 것으로 본 것은 여성·노동자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배현진 의원도 “성차별적 인식이 깔린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습니다.
■ 입장 바꾸면 “생각 없이 말한 셈?”
30일, 유시민 작가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설난영 씨가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내재적으로 접근해 설명한 것”이라며 “내가 봐도 설 씨는 그런 분이 아닌데, 그렇게 하고 있다. 설 씨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해석’이자 ‘또 다른 판단’, 그리고 합리화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합목적적·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고 했고, “노동자 출신이 명문대 출신과 혼인하며 고양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개인적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모든 발언은 본인의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설명으로 포장됐지만, 정작 비판의 본질은 태도와 시각에 있었습니다.
정치적 인물의 해명은 종종 또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냅니다.
유 작가의 말처럼, 이 해명은 “입에 붙은 말”이 아닌, 내면에 자리한 시선과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내가 그 부부를 잘 안다”는 언급 역시 오히려 정당한 비판보다 주관적 해석의 위험성을 드러냈고, “나는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인가”라는 말은 논란의 무게를 개인 감정으로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실언을 넘어, 정치와 사회적 언어가 어디까지 개인화되고 어떻게 공공성과 무게감을 잃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고 있습니다.
유 작가의 논리는 “당사자의 입장을 대입해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지만, 청중이 받은 인상은 “결국 상대를 다시 해석해 단정지은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하려 했다”는 말은, 때로 더 큰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설명이 판단으로 전환되는 순간, ‘내재적’이라는 단어는 방패가 아니라 날 선 검이 됩니다.
■ ‘내재적 접근’은 만능키가 아니다
문학이든 정치든, ‘내재적 접근’이란 작품이나 사건의 구조를 깊이 분석하는 고도의 해석 방식입니다.
그리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작품의 언어, 형식, 맥락을 중시하는 방식이지 특정 인물의 심리나 태도를 자기 관점으로 해석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만약 유 작가의 발언이 정말 내재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안에는 훨씬 더 깊은 맥락과 자기 성찰이 전제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해명은 결국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구조적 무책임의 반복에 가까웠습니다.
■ 태도와 맥락.. 정제된 정치 언어가 그립다
더구나 발언의 실체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반응은,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 ‘내재적 접근’이라는 해석의 틀조차 무책임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어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사과 대신 해명을, 해명 대신 자기합리화를 택하는 순간,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고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언어가 감정과 이념을 분리해주는 장치였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말보다 태도, 해명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시점입니다.
‘내재적 접근’이라는 말은, 이제 설명이 아니라 변명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말보다 태도, 해명보다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
이 논란은 정치적 언어가 지녀야 할 무게와 품격을, 다시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시민 작가가 30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시민 작가의 ‘내재적 접근’ 해명은 사과가 아닌 해설이었고, 결과는 논란의 확산이었습니다.
30일, 대선을 나흘 앞둔 사전투표 마지막 날.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씨 관련 발언이 말실수를 넘어, 대선 막판 구도 전체를 흔드는 핵심 이슈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거칠었다”는 인정과 함께 ‘내재적 접근’이라는 철학적 프레임을 제시했지만, 이 해명은 오히려 ‘계급주의’와 ‘여성혐오’ 논란을 정면으로 자극하며 파장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 현실화된 우려.. 직접 인용과 반응의 파고
논란이 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지난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에 대해 “설 씨는 남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있으며, 혼인을 통해 자아를 고양시켰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되고, 이제는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라니. 설 씨 인생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발이 공중에 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여성을 일반화해 비하하고, 노동자를 멸시한 엘리트주의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한국여성의전화는 “기혼 여성의 지위와 판단을 남편에 종속된 것으로 본 것은 여성·노동자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배현진 의원도 “성차별적 인식이 깔린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습니다.

지지 유세를 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오른쪽 두 번째)와 배현진 의원.
■ 입장 바꾸면 “생각 없이 말한 셈?”
30일, 유시민 작가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설난영 씨가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내재적으로 접근해 설명한 것”이라며 “내가 봐도 설 씨는 그런 분이 아닌데, 그렇게 하고 있다. 설 씨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시민 작가(왼쪽)가 30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 해명은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해석’이자 ‘또 다른 판단’, 그리고 합리화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합목적적·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고 했고, “노동자 출신이 명문대 출신과 혼인하며 고양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개인적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모든 발언은 본인의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설명으로 포장됐지만, 정작 비판의 본질은 태도와 시각에 있었습니다.
정치적 인물의 해명은 종종 또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냅니다.
유 작가의 말처럼, 이 해명은 “입에 붙은 말”이 아닌, 내면에 자리한 시선과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내가 그 부부를 잘 안다”는 언급 역시 오히려 정당한 비판보다 주관적 해석의 위험성을 드러냈고, “나는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인가”라는 말은 논란의 무게를 개인 감정으로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실언을 넘어, 정치와 사회적 언어가 어디까지 개인화되고 어떻게 공공성과 무게감을 잃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고 있습니다.
유 작가의 논리는 “당사자의 입장을 대입해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지만, 청중이 받은 인상은 “결국 상대를 다시 해석해 단정지은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하려 했다”는 말은, 때로 더 큰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설명이 판단으로 전환되는 순간, ‘내재적’이라는 단어는 방패가 아니라 날 선 검이 됩니다.

지지 유세를 하고 있는 설난영 여사.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 ‘내재적 접근’은 만능키가 아니다
문학이든 정치든, ‘내재적 접근’이란 작품이나 사건의 구조를 깊이 분석하는 고도의 해석 방식입니다.
그리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작품의 언어, 형식, 맥락을 중시하는 방식이지 특정 인물의 심리나 태도를 자기 관점으로 해석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만약 유 작가의 발언이 정말 내재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안에는 훨씬 더 깊은 맥락과 자기 성찰이 전제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해명은 결국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구조적 무책임의 반복에 가까웠습니다.
■ 태도와 맥락.. 정제된 정치 언어가 그립다
더구나 발언의 실체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반응은,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 ‘내재적 접근’이라는 해석의 틀조차 무책임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어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사과 대신 해명을, 해명 대신 자기합리화를 택하는 순간,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고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언어가 감정과 이념을 분리해주는 장치였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말보다 태도, 해명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시점입니다.
‘내재적 접근’이라는 말은, 이제 설명이 아니라 변명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말보다 태도, 해명보다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
이 논란은 정치적 언어가 지녀야 할 무게와 품격을, 다시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