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남방큰돌고래 놓지 못하는 어미]
제주자치도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에게 제주에 필요한 전략 과제를 선정해 공약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략 과제 가운데 하나가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제 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를 사람과 법인처럼 법적인 인격을 부여해 좀 더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가 해양쓰레기와 폐어구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해상에서 돌고래 행운이가 폐어구에 걸린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인근 행원리 해상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엔 꼬리 지느러미에 굵은 밧줄이 걸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또다른 폐어구가 꼬리지느러미에 엉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폐어구가 무거워 제대로 유영을 못하고, 먹이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낚시줄에 걸린 모습이 확인됐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지난해 낚시줄이 몸에 걸려 고통받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는 현재 생사나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차례 구조에 나섰지만 실패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15개월 동안 제주연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새끼는 7마리나 됩니다.
현재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100여마리에 불과해,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멸종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자치도가 대선후보들에게 남방큰돌고래 보호 공약을 요청했던 것도 이런 위기 상황을 풀어낼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구강암으로 최근 폐사한 남방큰돌고래 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해양수산부는 폐어구에 걸려 신음하는 남방큰돌고래 구조에 소극적으로만 대응하고 잇습니다.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주변 해양쓰레기 투기 단속이나 정기적인 수거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 요청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제주자치도가 요청한 18개 전략과제 가운데 16개가 반영됐지만,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은 빠졌습니다.
제주자치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겠지만, 아직은 생태법인이란 개념도 생소하고 공감대도 적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 이전까지 추진하게 되면서, 정부 차원의 남방큰돌고래 보호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긴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선정 논의가 시작된 시점인 만큼, 남방큰돌고래 보호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진행될 수 있도록 제주자치도와 제주 정치권의 설득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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