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34명 경추 골절.. 97%가 남성, 평균 나이 30살
여름철 해변에서 반복.. 수심 얕을수록 더 치명적
“1.5m 아래, 인생이 뒤집힌다.”
제주 한여름 바다에서, 다이빙 사고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목숨을 건 짧은 점프. 여름 해변 곳곳에서 이 위험한 행위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심 1.5m 이하의 얕은 물에서 머리부터 뛰어든 뒤,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제주에서만 9년간 34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2일 확인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8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치료한 경추 외상 환자 353명 가운데 9.6%(34명)가 얕은 물 다이빙으로 중증 손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고는 대부분 7~8월 성수기에 집중됐고, 환자의 97%가 남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30.6살이었습니다.
한순간의 다이빙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례들이, 통계로 드러난 셈입니다.
전국 해수욕장들이 21일부터 일제히 개장한 가운데, 이러한 수치는 끝난 사고의 목록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경고의 흐름입니다.
예방이 없다면, 올해라고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 다이빙 사고, 수술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손상 정도”
일반적으로 척추 손상은 수술 시점이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많지만, 본 연구 결과는 이를 부분적으로 반박합니다.
다이빙으로 인한 손상 후 평균 수술 시점은 1.25일이었지만, 수술 시기와 신경학적 예후(AIS 점수 변화) 간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습니다.
대신, 목뼈 손상의 심각도(MCC, 평균 척수관 손상 정도), 병변 길이, 출혈성 척수 손상 여부 등 해부학적 요인이 예후에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척수출혈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신경 회복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 3명 중 1명 수술 안 받아.. 부상 경중도 확연히 갈려
조사 대상 34명 중 20명(58.8%)은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 14명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사망, 혹은 전원 등의 이유로 수술을 받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수술을 받은 환자 중 80%가 사고 후 2~8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제주 지역 외상센터가 비교적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예후를 결정짓는 변수는 결국 ‘손상의 질’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 파열골절 가장 많아.. 하부 경추 손상 두드러져
환자 대부분 머리부터 떨어지는 방식으로 사고를 당했으며, 굴곡 손상이 전체의 79.4%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경추의 하부(C5~C7) 부위가 가장 흔하게 손상됐으며, 파열 골절이 가장 많이 관찰됐습니다.
경추는 5~7kg의 머리를 지탱하는 구조로, 작은 충격에도 손상되기 쉬운 부위입니다.
■ 알코올 관련 사고도 적지 않아.. 야외 사고가 더 많아
삼투압 분석을 통해 알코올 섭취가 의심된 사례도 5건(약 15%) 확인됐습니다.
사고 장소는 야외(해변)가 64.7%, 실내(수영장, 목욕탕)가 35.3%로 야외 비중이 더 컸습니다.
수심은 대부분 1~2m에 불과했으며, 평균 낙상 높이는 1.32m였습니다.
■ "다이빙은 그저 점프 아니".. 안전 수칙 무시, 척수 손상으로 연결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빙을 위한 수심으로 3~4m 이상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관광지 수영장이나 해변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사고는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부터 입수하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플랫폼 다이빙이 아닌 이상, 얕은 물에의 다이빙은 척추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제주, ‘위험의 섬’ 아닌 ‘예방의 섬’으로
제주는 연간 1,300만~1,400만 명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얕은 물에서의 다이빙은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순식간에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관광객 대상의 명확한 경고 표지 설치, ▲수영장·해변 수심 표시의 의무화, ▲사고 다발 지역의 위험 지대 지정 등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사고 이후의 처치보다, 사고 자체를 막는 일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척수 손상은 ‘예방이 곧 최선의 치료’라는 점에서, 이를 공공 차원에서 재인식하고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척수 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빠르고 적절한 중재가 이뤄지면 예후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사고 자체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예방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름철 해변에서 반복.. 수심 얕을수록 더 치명적

“1.5m 아래, 인생이 뒤집힌다.”
제주 한여름 바다에서, 다이빙 사고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목숨을 건 짧은 점프. 여름 해변 곳곳에서 이 위험한 행위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심 1.5m 이하의 얕은 물에서 머리부터 뛰어든 뒤,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제주에서만 9년간 34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2일 확인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8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치료한 경추 외상 환자 353명 가운데 9.6%(34명)가 얕은 물 다이빙으로 중증 손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고는 대부분 7~8월 성수기에 집중됐고, 환자의 97%가 남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30.6살이었습니다.
한순간의 다이빙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례들이, 통계로 드러난 셈입니다.
전국 해수욕장들이 21일부터 일제히 개장한 가운데, 이러한 수치는 끝난 사고의 목록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경고의 흐름입니다.
예방이 없다면, 올해라고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제주한라병원 외상센터 제공
■ 다이빙 사고, 수술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손상 정도”
일반적으로 척추 손상은 수술 시점이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많지만, 본 연구 결과는 이를 부분적으로 반박합니다.
다이빙으로 인한 손상 후 평균 수술 시점은 1.25일이었지만, 수술 시기와 신경학적 예후(AIS 점수 변화) 간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습니다.
대신, 목뼈 손상의 심각도(MCC, 평균 척수관 손상 정도), 병변 길이, 출혈성 척수 손상 여부 등 해부학적 요인이 예후에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척수출혈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신경 회복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 3명 중 1명 수술 안 받아.. 부상 경중도 확연히 갈려
조사 대상 34명 중 20명(58.8%)은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 14명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사망, 혹은 전원 등의 이유로 수술을 받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수술을 받은 환자 중 80%가 사고 후 2~8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제주 지역 외상센터가 비교적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예후를 결정짓는 변수는 결국 ‘손상의 질’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 파열골절 가장 많아.. 하부 경추 손상 두드러져
환자 대부분 머리부터 떨어지는 방식으로 사고를 당했으며, 굴곡 손상이 전체의 79.4%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경추의 하부(C5~C7) 부위가 가장 흔하게 손상됐으며, 파열 골절이 가장 많이 관찰됐습니다.
경추는 5~7kg의 머리를 지탱하는 구조로, 작은 충격에도 손상되기 쉬운 부위입니다.

■ 알코올 관련 사고도 적지 않아.. 야외 사고가 더 많아
삼투압 분석을 통해 알코올 섭취가 의심된 사례도 5건(약 15%) 확인됐습니다.
사고 장소는 야외(해변)가 64.7%, 실내(수영장, 목욕탕)가 35.3%로 야외 비중이 더 컸습니다.
수심은 대부분 1~2m에 불과했으며, 평균 낙상 높이는 1.32m였습니다.
■ "다이빙은 그저 점프 아니".. 안전 수칙 무시, 척수 손상으로 연결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빙을 위한 수심으로 3~4m 이상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관광지 수영장이나 해변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사고는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부터 입수하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플랫폼 다이빙이 아닌 이상, 얕은 물에의 다이빙은 척추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료)
■ 제주, ‘위험의 섬’ 아닌 ‘예방의 섬’으로
제주는 연간 1,300만~1,400만 명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얕은 물에서의 다이빙은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순식간에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관광객 대상의 명확한 경고 표지 설치, ▲수영장·해변 수심 표시의 의무화, ▲사고 다발 지역의 위험 지대 지정 등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사고 이후의 처치보다, 사고 자체를 막는 일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척수 손상은 ‘예방이 곧 최선의 치료’라는 점에서, 이를 공공 차원에서 재인식하고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척수 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빠르고 적절한 중재가 이뤄지면 예후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사고 자체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예방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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