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여행은 도피가 아니라 복구다”
가성비·예산·날씨 속.. 삶의 속도 재설정
올여름, 사람들이 말하는 ‘휴가’는 더 이상 여가나 사치의 언어가 아닙니다.

일상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생존의 장치, 또는 리듬 복구의 기술로 여행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24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발표한 ‘2025 여름 휴가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20~60대 성인 1,000명 중 43.7%가 ‘충분한 휴식과 힐링’을 가장 중요한 휴가 목적으로 꼽았습니다. 이어 ‘스트레스 해소’(23.9%)와 ‘재충전’(22.4%)까지 더하면, 전체의 90% 이상이 휴가를 ‘삶을 다시 세우는 시간’으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여행은 이제 ‘떠남’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기 위한 멈춤’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리셋(reset) 행위가 된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 짧아진 여정, 정밀해진 목적지.. “회복은 전략”

‘떠나는 시기’조차 예외적입니다.
8월 중하순(29.6%)과 7월 말~8월 초(28.5%)에 집중됐고, 심지어 ‘9월 이후 늦은 휴가’(19.1%)라는 선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정도 3~4박(39.7%) 또는 1~2박(38.2%)에 집중돼, ‘짧지만 효과적인 멈춤’이 주 흐름이 됐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국내의, 쉼이 가능한 곳’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가성비’(16.5%)가 결합됐습니다. 일상과 재정의 여유가 동시에 사라진 시대, 여행의 본질은 재충전 가능한 비용 범위 내에서의 명확한 회복으로 수렴됐습니다.

■ 콘텐츠보다 정제된 정보.. ‘포털’ 중심 회귀의 이유

여행 정보 탐색 경로에서 ‘포털 사이트’(44.9%)가 SNS(20.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감성보다는 신뢰, 피드보다는 필터. 블로그 기반 후기 검색이 강화된 것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소비자의 전략적 탐색 본능이 부활한 결과로 읽힙니다.

실제로 Z세대조차 ‘SNS 인기’보다 정보의 검증성과 가독성을 중시하며, 텍스트 기반 탐색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여행이 소비가 되는 순간, 감정은 퇴장하고 효율이 들어왔습니다.

■ 휴식은 ‘비용’과 ‘온도’ 사이에 갇혀 있다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건 여행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비용 부담’(30.7%), ‘관광지 혼잡’(29.9%), ‘극단적 날씨’(28.4%).
이처럼 여름휴가를 가로막는 현실의 조건은 분명했습니다.

‘쉬러 갔다가 더 지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은 피로한 구조 안에서 감행하는, 유일한 회복 시도가 되고 있었습니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여름휴가는 이제 개인의 생활 리듬을 복원하는 기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제한된 조건 안에서 체감 만족을 높이려는 실용적 여행 수요가 한층 더 뚜렷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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