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출생 10개월 연속 증가.. 삶의 좌표 ‘답보’
‘출산’은 있지만.. 정주할 조건, 따라오지 않아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고 혼인도 13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5월 인구이동률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출산이라는 희망과 이동이라는 현실이 엇갈렸습니다.
삶은 다시 시작됐지만, 정착할 수 있는 구조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선택은 ‘새로 태어난 삶’보다 ‘움직일 수 없는 현실’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 출산 10개월 증가세, 결혼도 13개월째 늘어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2만 717명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습니다.
이는 1991년 이후 4월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절대 수 기준으로도 2011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혼인 건수도 전년 대비 4.9% 증가한 1만 8,921건으로,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혼인과 출산이 동시에 10개월 이상 상승 흐름을 보인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30대 초반에 진입하며 결혼과 출산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1990년대 초반생은 매년 70만 명 이상 태어나 1980년대생·2000년대생보다 규모가 크고, 이들의 혼인 확산이 출산 증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17개 시도 중 제주만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4월 제주의 출생아 수는 265명으로, 전년 동월(270명) 대비 1.9% 줄었습니다.
출산 적령기 인구의 유출과 인구 기반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인구이동률 25년 만에 최저 “사는 곳은 그대로”
5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47만 3,000명이 이동하면서 전년 대비 4.9%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인구이동률은 10.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역별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늘어나는 곳과 줄어드는 곳의 경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5월 기준 인구 순유입이 발생한 곳은 인천(+3,237명), 경기(+3,205명), 충남(+687명) 등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에 집중됐습니다.
반면 서울(-3,657명), 부산(-1,014명), 제주(-215명)를 포함한 11개 시도에서는 순유출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서울은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았고, 제주 역시 출산이 줄고 인구도 빠져나가는 이중 감소 현상을 보였습니다.
출생과 혼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뒤에는, 어디에 정착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선택이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사는 곳’의 조건이 출산과 이동의 균형을 결정짓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입니다.
여기에는 특히 주택 신규 입주 등 ‘이동 동기’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실제 통계청은 “모든 연령대에서 이동이 줄었고, 서울의 경우 신규 입주 외에는 유입 요인이 없는 상태”라며, 신규 주택 부족과 이주 동기 상실 등을 인구이동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 어쩌다 ‘이사 없는 시대’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 대한 사회적 해답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출산은 시작일 뿐 어디에서, 어떤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삶의 자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입니다.
결국 이동이 정체된 사회는 결국 삶의 조건이 고착되고, 격차가 굳어지는 사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집값, 주거 불확실성, 그리고 돌봄·교육 인프라의 지역 간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는 건 선택이지만, 이동할 수 없는 구조는 선택이 아니다”라며 “출산 지표만 보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의 삶이 지속 가능하도록 주거와 복지 조건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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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있지만.. 정주할 조건, 따라오지 않아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고 혼인도 13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5월 인구이동률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출산이라는 희망과 이동이라는 현실이 엇갈렸습니다.
삶은 다시 시작됐지만, 정착할 수 있는 구조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선택은 ‘새로 태어난 삶’보다 ‘움직일 수 없는 현실’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 출산 10개월 증가세, 결혼도 13개월째 늘어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2만 717명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습니다.
이는 1991년 이후 4월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절대 수 기준으로도 2011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혼인 건수도 전년 대비 4.9% 증가한 1만 8,921건으로,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혼인과 출산이 동시에 10개월 이상 상승 흐름을 보인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30대 초반에 진입하며 결혼과 출산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1990년대 초반생은 매년 70만 명 이상 태어나 1980년대생·2000년대생보다 규모가 크고, 이들의 혼인 확산이 출산 증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17개 시도 중 제주만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4월 제주의 출생아 수는 265명으로, 전년 동월(270명) 대비 1.9% 줄었습니다.
출산 적령기 인구의 유출과 인구 기반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인구이동률 25년 만에 최저 “사는 곳은 그대로”
5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47만 3,000명이 이동하면서 전년 대비 4.9%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인구이동률은 10.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역별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늘어나는 곳과 줄어드는 곳의 경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5월 기준 인구 순유입이 발생한 곳은 인천(+3,237명), 경기(+3,205명), 충남(+687명) 등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에 집중됐습니다.
반면 서울(-3,657명), 부산(-1,014명), 제주(-215명)를 포함한 11개 시도에서는 순유출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서울은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았고, 제주 역시 출산이 줄고 인구도 빠져나가는 이중 감소 현상을 보였습니다.
출생과 혼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뒤에는, 어디에 정착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선택이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사는 곳’의 조건이 출산과 이동의 균형을 결정짓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입니다.
여기에는 특히 주택 신규 입주 등 ‘이동 동기’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실제 통계청은 “모든 연령대에서 이동이 줄었고, 서울의 경우 신규 입주 외에는 유입 요인이 없는 상태”라며, 신규 주택 부족과 이주 동기 상실 등을 인구이동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 어쩌다 ‘이사 없는 시대’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 대한 사회적 해답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출산은 시작일 뿐 어디에서, 어떤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삶의 자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입니다.
결국 이동이 정체된 사회는 결국 삶의 조건이 고착되고, 격차가 굳어지는 사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집값, 주거 불확실성, 그리고 돌봄·교육 인프라의 지역 간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는 건 선택이지만, 이동할 수 없는 구조는 선택이 아니다”라며 “출산 지표만 보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의 삶이 지속 가능하도록 주거와 복지 조건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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