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기 작가 사진전 ‘그늘 아래 피는 붉은 시’
한라산 겨우살이가 전하는 ‘공생’의 방식과 존재의 침묵
# 한여름, 제주에 겨울의 색이 내려앉았습니다.
눈(雪) 대신 침묵이 내립니다.
그 무채색 침묵의 결 속에 ‘한겨울의 생명’이 사진으로 피어납니다.
정상기 사진작가의 열여덟 번째 초대전 ‘그늘 아래 피는 붉은 시’가 2일부터 제주시 서사로 ‘도파니타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라산 깊은 겨울 그늘 속에서 피어난 ‘붉은겨우살이’를 주제로 합니다. 관객은 계절의 순서를 잊게 되고, 존재의 정의를 되묻게 됩니다.
■ 가지에서 피어나는 생명, 침묵의 존재를 응시하다
붉은겨우살이는 스스로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타인의 가지에 기대어 뿌리를 박고, 수액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기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생의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한겨울, 먹이를 잃은 새들에게 열매를 내어주고, 그 새의 배설물이 또 다른 나무에 씨앗을 뿌리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피어나되, 또 다른 생명을 잇는 방식.
그것이 겨우살이의 생태이자 철학입니다.
작가는 “겨우살이는 뿌리도 없고 목소리도 없지만, 그 존재는 침묵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며 “오히려 그 침묵이 가장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 붉은겨우살이, ‘가장 조용한 애인’의 시선으로
작가는 10여 년 전 한라산 영실에서 붉은겨우살이와 처음 마주했습니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 끝에, 순백의 눈 위로 붉은 열매 하나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매해 겨울이면 한라산을 오르며 겨우살이의 삶을 기록해왔습니다.
작가에게 한라산은 “사계절이 얼굴을 바꾸는 최고의 놀이터”이며, 겨우살이는 “가장 조용한 애인”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여 년 동안 축적된 겨우살이의 기록들이 시처럼 구성되어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피사체를 ‘대상’이 아니라 ‘존재’로 바라본 사진들은 자연의 한 장면을 넘어, 인간의 삶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 말 없이 전하는 생의 방식, 공생의 철학이 시작된다
이 전시는 늘 보아오던 자연사진 전시가 아닙니다. 붉은겨우살이의 침묵과 강인함, 타자에 기대어 또 다른 생명을 잇는 서사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존재 방식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사진과 함께 전시되는 서예가 한곬 현병찬 선생의 문장은 시와 철학, 이미지와 삶을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시킵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나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의 가지에 기대어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 그늘 아래, 조용히 피어난 붉은 시선이 전하는 것
작가의 겨우살이 사진은 2023년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전량 판매되며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습니다.
또한, 같은해 제주 4·3 추념식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작가의 작품을 직접 소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화제성이나 시장성보다 먼저 ‘존재의 방식’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폭염의 계절, 겨울을 품은 사진은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진정한 공존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겨우살이는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침묵 속에, 붉게 피어날 뿐입니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지며, 오프닝은 7일 오후 3시입니다.
보다 자세한 문의는 갤러리로 하면 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라산 겨우살이가 전하는 ‘공생’의 방식과 존재의 침묵

정상기 作
# 한여름, 제주에 겨울의 색이 내려앉았습니다.
눈(雪) 대신 침묵이 내립니다.
그 무채색 침묵의 결 속에 ‘한겨울의 생명’이 사진으로 피어납니다.
정상기 사진작가의 열여덟 번째 초대전 ‘그늘 아래 피는 붉은 시’가 2일부터 제주시 서사로 ‘도파니타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라산 깊은 겨울 그늘 속에서 피어난 ‘붉은겨우살이’를 주제로 합니다. 관객은 계절의 순서를 잊게 되고, 존재의 정의를 되묻게 됩니다.
■ 가지에서 피어나는 생명, 침묵의 존재를 응시하다
붉은겨우살이는 스스로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타인의 가지에 기대어 뿌리를 박고, 수액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기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생의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한겨울, 먹이를 잃은 새들에게 열매를 내어주고, 그 새의 배설물이 또 다른 나무에 씨앗을 뿌리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피어나되, 또 다른 생명을 잇는 방식.
그것이 겨우살이의 생태이자 철학입니다.
작가는 “겨우살이는 뿌리도 없고 목소리도 없지만, 그 존재는 침묵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며 “오히려 그 침묵이 가장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정상기 作
■ 붉은겨우살이, ‘가장 조용한 애인’의 시선으로
작가는 10여 년 전 한라산 영실에서 붉은겨우살이와 처음 마주했습니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 끝에, 순백의 눈 위로 붉은 열매 하나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매해 겨울이면 한라산을 오르며 겨우살이의 삶을 기록해왔습니다.
작가에게 한라산은 “사계절이 얼굴을 바꾸는 최고의 놀이터”이며, 겨우살이는 “가장 조용한 애인”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여 년 동안 축적된 겨우살이의 기록들이 시처럼 구성되어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피사체를 ‘대상’이 아니라 ‘존재’로 바라본 사진들은 자연의 한 장면을 넘어, 인간의 삶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검은 가지 위, 겨울을 품은 붉은 숨결 위에, 시인이 조용히 말을 얹는다. 현병찬 선생의 붓끝이 닿는 순간, 침묵과 생명이 하나의 결로 번져간다. (정상기 작가 페이스북 캡처)
■ 말 없이 전하는 생의 방식, 공생의 철학이 시작된다
이 전시는 늘 보아오던 자연사진 전시가 아닙니다. 붉은겨우살이의 침묵과 강인함, 타자에 기대어 또 다른 생명을 잇는 서사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존재 방식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사진과 함께 전시되는 서예가 한곬 현병찬 선생의 문장은 시와 철학, 이미지와 삶을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시킵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나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의 가지에 기대어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정상기 작가의 사진 위에 한곬 현병찬 선생의 글이 더해진 협업 작품.
■ 그늘 아래, 조용히 피어난 붉은 시선이 전하는 것
작가의 겨우살이 사진은 2023년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전량 판매되며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습니다.
또한, 같은해 제주 4·3 추념식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작가의 작품을 직접 소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화제성이나 시장성보다 먼저 ‘존재의 방식’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폭염의 계절, 겨울을 품은 사진은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진정한 공존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겨우살이는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침묵 속에, 붉게 피어날 뿐입니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지며, 오프닝은 7일 오후 3시입니다.
보다 자세한 문의는 갤러리로 하면 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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