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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다음 까마귀 다음”.. 손끝에서 피어난 애도의 감각
2025-07-04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스튜디오126, 양희윤 작가 개인전
여성의 상흔과 기억을 감각으로 엮다
양희윤 作 ‘조각밥’ (2025, 타일, 퍼티, 수성흑연, 버리는 부자재들, 가변설치 (30점 각 5x5cm))

# 까마귀는 남은 자리를 맴돌았고, 나비는 사라진 이를 대신해 날아듭니다.

지워지지 않는 감정.
목탄을 문지르고, 천을 땋으며, 작가는 그 잔재를 손끝으로 더듬었습니다.

몸과 시간, 손의 기억을 통해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을 묻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은, 어쩌면 나를 견디는 방식입니다.


‘죽음 이후에 남겨진 자리’에 선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응답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전시실 안.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양희윤 작가의 개인전 ‘나비 다음 까마귀 다음’은, 그렇게 손으로 엮어낸 애도의 서사입니다.

양희윤 作 ‘춤을 추기 전에 깍지를 끼면 안 돼?’ (2025, MDF, 낚시바늘, 천, 파스텔, 목탄, 30x40cm)

■ 신진의 시간에 ‘함께’ 서다.. 스튜디오126의 첫 초대

스튜디오126은 2022년부터 신진 작가에게 경력을 요구하지 않고, 경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적 전시 플랫폼을 운영해왔습니다.


올해 선정된 릴레이 작가 중 첫 번째로 초대된 양희윤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 설치, 영상 등 12점의 신작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미적 문법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번 공모는 박정근·조기섭 작가, 김지혜 미학자, 권주희 대표가 심사에 참여했으며, 이후 멘토링 워크숍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시는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합니다.

양희윤 作 ‘구멍 엮기’ (2025, 아교물로 굳힌 광목천에 목탄, 안전핀, 가변설치)

■ 감각의 손끝, 몸의 기억.. 애도를 엮고, 눌러, 새기다

작가의 작업은 ‘몸’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은 통증을 기억하는 육체, 노쇠하거나 지친 존재, 그리고 그 고통을 기억하는 자신의 몸입니다.

작가는 “목탄을 사용할 때마다, 그것은 내가 마주했던 몸처럼 거칠고 빛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작품 ‘구멍 엮기’, ‘너의 옆구리를 찌르면 분수대가 튀어나왔다’ 등은 광목천 위에 목탄을 문지르고, 안전핀과 오링을 덧대며 상처의 궤적을 따라갑니다.
그 과정은, 사라진 감정을 물질로 붙잡기 위한 손의 압력과 기억의 근육이 만든 구조입니다.

잘게 자른 천을 세 가닥씩 땋아 만든 금줄은 더 이상 탄생의 표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진된 존재들을 가로막는 경계이자, 상처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묶어두는 응급 조치입니다.

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는 “작가의 손길에는 애도의 제스처와 돌봄의 언어, 그리고 자기 몸을 덜 미워하려는 치열한 감정이 녹아 있다”며, 이 작업은 감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붙들고 버티는 ‘비언어적 서사’라 설명합니다.

양희윤 作 ‘새의 부리를 가진 당신의 졸린 눈’ (2025, MDF, 천, 파스텔, 목탄, 56x30cm)

■ ‘나비’도 ‘까마귀’도 그리지 않으면서

나비도, 까마귀도 형상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가는 그들이 남긴 공기의 떨림과 감정의 잔향을 조용히 따라갑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혼자 작업하다 울곤 했다”는 작가는 “울고 나면 목탄을 쓰는 이유를 알겠다”고 말합니다.

검은 가루는 매끄럽지도, 반짝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몸의 표면을 어루만졌던 기억을 따라, 손끝에서 문질러지고 쌓여갑니다.

그렇게 작업은 감정의 흔적을 다시 쌓아 올리는 일이 됩니다.

“누군가의 머리를 땋듯 천을 세 가닥씩 묶을 때면, 그 사람을 보듬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작가의 말처럼, 반복되는 손의 행위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의례이며, 기억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틀입니다.

양희윤 作 ‘날 찾지 않는 여름’ (2025, MDF, 낚시바늘, 천, 파스텔, 목탄, 30x40cm)

■ 당신의 나비, 나의 까마귀 그리고

‘나비 다음 까마귀 다음’이라는 제목은 단지 시적 장치가 아닙니다. 망자를 나비로 기억하는 속설에, 작가 고유의 애도 순서를 얹은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 구조입니다.

‘당신의 나비, 나의 까마귀’는 기억을 넘어 고통을 재배열하는 방식이자, 남겨진 자리를 마주하는 방식의 상징적 언어입니다.

정동이론(Affect Theory)이 말하듯, 감정은 결코 개인 내부에 고정되지 않습니다. 정서와 기억은 신체를 타고 흐르며, 다시 사회적 층위로 스며들고, 감각됩니다.

이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사적인 기억이 감각의 구조로 전환되고, 그 구조가 다시 관객의 몸 안에서 되감지된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 ‘남겨진 자리’를 위한 미학적 금줄

‘조각밥’, ‘새의 부리를 가진 당신의 졸린 눈’, ‘날 찾지 않는 여름’ 등은 낚시바늘, 천 조각, 버려진 부자재처럼 일상의 자투리로 구성된 설치 작업입니다.

이 파편들은 반복적인 엮임을 거치며, 고통이 형체를 얻는 구조물로 재구성됩니다.

그 엮임은 상처를 가리는 은폐가 아니라, 망가진 기억을 묶고 지탱하기 위한 임시적 지지대이자 치유라는 말로는 도달할 수 없는 시간을 버티는 방식입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죽음에 다가가는 몸들을 위해 금줄을 친다”는 선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그어 보입니다.

양희윤 作 ‘너의 옆구리를 찌르면 분수대가 튀어나왔다’ (2025, 광목천에 목탄, 아사천, 오링, 가변설치)

■ 신진이지만 단단한 궤적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대학 일반대학원에서 미술학을 이어가며 작업의 깊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부평문화재단의 ‘부평영아티스트 7기’에 선정되어 부평아트센터 기획전 ‘Perennial Inspiration’에 참여했고 2022년부터 아츠스테이 갤러리, 성균갤러리 등에서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습니다.

올해에는 제주에서 이번 개인전과 더불어, 서울 아카이브스페이스에서 ‘피부 아래 살기’를 통해 ‘몸’과 ‘기억’을 보다 날카롭게 탐색했습니다.

“손의 기억으로 감정을 짓고, 애도의 리듬으로 시각 언어를 세운다”는 태도는 전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이며, 신진 작가로서의 방향성과 밀도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전시는 15일까지 계속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일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관련 문의는 이메일(studio126@naver.com) 등으로 가능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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