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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박물관, 느끼는 역사”.. 손끝으로 꿰뚫는 제주 1만 년의 기억
2025-07-17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국립제주박물관, 촉각전시 ‘손끝’ 신설
“누구나 만지고 기억하는 새로운 전시의 문을 열다”
국립제주박물관 상설전시실 로비 내 만져보는 전시 ‘손끝’.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눈이 아닌, 손으로 기억하는 제주가 있습니다.
돌의 질감, 껍질의 빛깔, 천 년 전 사람의 손놀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이 ‘촉각’으로 감각의 문을 열며, 전시 경계를 다시 씁니다.
역사를 보는 시대에서, 이제 ‘느끼는’ 시대로 전환을 시도합니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전시.
‘손끝’이 그 문을 열었습니다.


곽지리식 토기를 체험하는 관람객.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전시 주인공은 관람객의 ‘손’


국립제주박물관이 새롭게 조성한 ‘만져보는 전시, 손끝’입니다. 이름 그대로 손으로 역사를 따라가는 공간입니다.
15일부터 박물관 상설전시실 로비에 마련한 체험존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전시품 10점이 촉각전시물로 재탄생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한 ‘복제’한 게 아니라 원형의 질감과 색감, 손에 닿는 감촉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이 전시물들은 관람객 누구나 직접 만질 수 있도록 개방됐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참여형 박물관’입니다.


촉각전시물인 고산리식 토기.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고산리 토기부터 삼별초 고누놀이까지.. 만져야 알 수 있는 감각의 연대기


가장 오래된 유물은 약 1만 년 전 고산리식 토기입니다.
국내 선사유적 중 가장 오래된 토기문화의 흔적으로, 보통은 진열장 너머로만 바라보는 대상이었던 게, 이번 전시에서는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촉각형태로 구현됐습니다.

고려시대의 고누놀이판, 전복껍질 화살촉과 칼, 외도동 수정사 터에서 출토된 탑 몸돌까지.
그동안 ‘보는’ 전시로만 머물렀던 문화재들이 손끝을 통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수정사 탑 몸돌은 섬세하게 새겨진 인왕상의 선까지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재현돼,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전율을 주는 ‘입체적인’ 역사 경험을 제공합니다.

외도동 수정사 터 출토 탑 몸돌.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점자부터 휠체어 높이까지.. 설계, 모든 감각을 존중하다


이번 전시는 그 자체가 ‘배려의 설계’입니다.
모든 촉각전시물에는 점자와 큰 글씨 해설문이 함께 제공되며, 체험대는 전동휠체어 이용자도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췄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중 감각을 활용한 ‘모두를 위한 전시’가 된 셈입니다.

■ 제주, 촉각을 품다.. 박물관 문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이번 촉각 전시는 정보 격차를 줄이고, 또 관람의 폭을 확장시키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보이고’, 또 ‘보여주는’ 시대를 넘어 ‘경험하게 하는’ 박물관, ‘접근성’을 넘어 ‘참여성’으로 진화하는 전시 공간.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시도를 통해 제주 역사 전시의 ‘물리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촉각이란 감각으로 모두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촉각전시물인 전복껍질 칼.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끝이 아닌 시작.. 감각이 열리면, 역사는 살아납니다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는 “‘손끝’은 제주의 시간과 관람자의 감각이 만나는 실험실”이라며 “앞으로도 청각·후각 등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물관은 이제 ‘보는 공간’에서 ‘느끼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만지는 순간, 시간은 움직입니다.
제주의 역사, 그 시작은 당신의 손끝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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