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편 중 단 10편.. “말하지 않았으나, 보여준다”
‘요망진당선작’이 증명한 여성 서사의 감각적 전환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 9월 24~28일 개최
폭발 대신 진동.
선언보다는 직감.
올해 ‘요망진당선작’은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흔듭니다.
그 울림, 제법 깊습니다.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를 앞두고, 제주자치도와 (사)제주여민회가 공동 주최하는 단편경선 부문 ‘요망진당선작’ 본선 진출작 10편을 24일 공개했습니다.
총 393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 10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숫자는 선별이 아닌, 정제의 결과입니다.
여과된 감각, 밀도 있는 서사, 오래 남는 목소리들.
이 영화들은 ‘성평등’을 구호처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모서리 닿은 자리에서 가만히 말 걸며, 구조가 밀어낸 틈에서 침묵을 깹니다
빈곤, 돌봄, 재생산, 퀴어, 장애, 노동.
그러나 핵심은 그 ‘주제’가 아닙니다.
껍질을 벗기면 결국 마주하는 건 감정.
말보다 오래 남는, 날것의 감각입니다.
■ “사회의 틈, 생활의 결”.. 여성감독들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올해 ‘요망진당선작’은 뚜렷한 기조를 드러냅니다.
거대한 담론보다는 생활의 결을 따라가고, 주제의 무게보다 감정의 떨림에 집중합니다.
예선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제주여성영화제가 추구하는 고유한 감각과 관객과 접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정작들은 하나같이 ‘곁’을 감지하는 섬세한 촉수를 지닌 작품들입니다. 말 그대로, 곁에 오래 남는 영화들입니다.
■ “그 장면, 지금의 한국이다”.. 병든 엄마, 지친 귀, 탈진한 감독의 얼굴들
10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와 시선을 가졌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무너진 일상에서 시작된 감정의 서사입니다.
‘꽃놀이 간다’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딸이 엄마를 집으로 데려오는 이야기. 절망이 아니라 믿음으로 버티는 감정의 윤곽이 선명합니다.
‘나를 들어줘’의 속기사는 매일 폭언을 녹취한 뒤 귀를 씻습니다. 귀에 생긴 염증은, ‘듣는다는 행위’의 고통을 상징합니다.
‘자궁메이트’는 생리 주기가 맞지 않아 연인과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민희가 자궁 교체를 결심하는 이야기. 낯설지만, 신체를 언어로 바꾼 여성서사의 한 장면입니다.
‘컬러플 해피니스’는 영화 촬영장에서 시작해 예술대학 진학, 그리고 자퇴까지. 중년 여성의 시작과 포기가 리듬처럼 반복되는 서사입니다.
이 외에 갯벌을 메운 신도시에서 멸종위기 조류의 사체를 부검하는 ‘신도시케이’, 낙태를 앞둔 친구를 도우려는 여고생의 시선을 그린 ‘유림’, 사라진 언니의 예비 신랑을 찾아 산에 오르는 ‘자매의 등산’까지.
올해 진출작들은 하나하나 ‘생활로부터의 발화(發話)’를 선명하게 증명합니다.
■ ‘요망진’이라는 이름의 힘.. 제주가 지켜낸 여성영화의 최전선
‘요망진’은 제주 방언으로 ‘야무지고 당찬’이라는 뜻입니다.
사랑스럽되 중심이 있고, 부드럽되 주저하지 않는 상태.
‘요망진당선작’은 신인을 발굴하는 공모의 장만은 아닙니다. 한국 단편영화에서 가장 감각적인 장면이 집결하는 좌표로 진화했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는 이 무대를 해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지켜왔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 하나로만 묶기에는, 이 작품들은 더 미묘하고 더 정교합니다.
거대한 말보다 한 장면이 더 오래 남는 이유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는 오는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열립니다.
올해 이 10편이 어떤 관객에게, 어떤 울림으로 남을지.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거기, 고요하게 흔들린 건 무엇이었습니까?”
본선 진출작 목록(가나다순)
▲‘꽃놀이 간다’ (이정현) ▲‘나를 들어줘’ (공현지) ▲‘댄스라이프(Dance Life)’ (천규희) ▲‘모과(quince)’ 백소혜 ▲‘바람직한 편견’ (황후아) ▲‘신도시케이’ (고은상) ▲‘유림’ (송지서) ▲‘자궁메이트’ (노희정) ▲ ‘자매의 등산’ (김수현) ▲ ‘컬러플 해피니스’ (박혜원)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요망진당선작’이 증명한 여성 서사의 감각적 전환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 9월 24~28일 개최

폭발 대신 진동.
선언보다는 직감.
올해 ‘요망진당선작’은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흔듭니다.
그 울림, 제법 깊습니다.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를 앞두고, 제주자치도와 (사)제주여민회가 공동 주최하는 단편경선 부문 ‘요망진당선작’ 본선 진출작 10편을 24일 공개했습니다.
총 393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 10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숫자는 선별이 아닌, 정제의 결과입니다.
여과된 감각, 밀도 있는 서사, 오래 남는 목소리들.
이 영화들은 ‘성평등’을 구호처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모서리 닿은 자리에서 가만히 말 걸며, 구조가 밀어낸 틈에서 침묵을 깹니다
빈곤, 돌봄, 재생산, 퀴어, 장애, 노동.
그러나 핵심은 그 ‘주제’가 아닙니다.
껍질을 벗기면 결국 마주하는 건 감정.
말보다 오래 남는, 날것의 감각입니다.

■ “사회의 틈, 생활의 결”.. 여성감독들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올해 ‘요망진당선작’은 뚜렷한 기조를 드러냅니다.
거대한 담론보다는 생활의 결을 따라가고, 주제의 무게보다 감정의 떨림에 집중합니다.
예선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제주여성영화제가 추구하는 고유한 감각과 관객과 접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정작들은 하나같이 ‘곁’을 감지하는 섬세한 촉수를 지닌 작품들입니다. 말 그대로, 곁에 오래 남는 영화들입니다.
■ “그 장면, 지금의 한국이다”.. 병든 엄마, 지친 귀, 탈진한 감독의 얼굴들
10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와 시선을 가졌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무너진 일상에서 시작된 감정의 서사입니다.
‘꽃놀이 간다’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딸이 엄마를 집으로 데려오는 이야기. 절망이 아니라 믿음으로 버티는 감정의 윤곽이 선명합니다.
‘나를 들어줘’의 속기사는 매일 폭언을 녹취한 뒤 귀를 씻습니다. 귀에 생긴 염증은, ‘듣는다는 행위’의 고통을 상징합니다.
‘자궁메이트’는 생리 주기가 맞지 않아 연인과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민희가 자궁 교체를 결심하는 이야기. 낯설지만, 신체를 언어로 바꾼 여성서사의 한 장면입니다.
‘컬러플 해피니스’는 영화 촬영장에서 시작해 예술대학 진학, 그리고 자퇴까지. 중년 여성의 시작과 포기가 리듬처럼 반복되는 서사입니다.
이 외에 갯벌을 메운 신도시에서 멸종위기 조류의 사체를 부검하는 ‘신도시케이’, 낙태를 앞둔 친구를 도우려는 여고생의 시선을 그린 ‘유림’, 사라진 언니의 예비 신랑을 찾아 산에 오르는 ‘자매의 등산’까지.
올해 진출작들은 하나하나 ‘생활로부터의 발화(發話)’를 선명하게 증명합니다.
■ ‘요망진’이라는 이름의 힘.. 제주가 지켜낸 여성영화의 최전선
‘요망진’은 제주 방언으로 ‘야무지고 당찬’이라는 뜻입니다.
사랑스럽되 중심이 있고, 부드럽되 주저하지 않는 상태.
‘요망진당선작’은 신인을 발굴하는 공모의 장만은 아닙니다. 한국 단편영화에서 가장 감각적인 장면이 집결하는 좌표로 진화했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는 이 무대를 해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지켜왔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 하나로만 묶기에는, 이 작품들은 더 미묘하고 더 정교합니다.
거대한 말보다 한 장면이 더 오래 남는 이유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는 오는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열립니다.
올해 이 10편이 어떤 관객에게, 어떤 울림으로 남을지.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거기, 고요하게 흔들린 건 무엇이었습니까?”

제25회 제주 여성영화제 폐막식. (제주여성영화제 SNS 캡처)
본선 진출작 목록(가나다순)
▲‘꽃놀이 간다’ (이정현) ▲‘나를 들어줘’ (공현지) ▲‘댄스라이프(Dance Life)’ (천규희) ▲‘모과(quince)’ 백소혜 ▲‘바람직한 편견’ (황후아) ▲‘신도시케이’ (고은상) ▲‘유림’ (송지서) ▲‘자궁메이트’ (노희정) ▲ ‘자매의 등산’ (김수현) ▲ ‘컬러플 해피니스’ (박혜원)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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