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수박 나르던 손, 이제는 동료가 ‘선배님’이라 부른다
‘론다비’.
2014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마트 농산물 코너, 정육점 바로 옆. 수박 상자를 하루 평균 80개 이상 나르며, 선별·포장·진열까지 도맡아 일했습니다.
매장 안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고객을 맞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7월 1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론다비 씨는 기능직 정규직 전형을 통과해 제주도 내 농협 최초의 정규직 이주여성으로 채용됐습니다.
조합 측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제주 농협 역사상 처음입니다.
■ 발표 당일, 누군가 말했다
“이제 진짜 선배가 됐네요”
정규직 채용 전형에 도전한 건 지난 6월.
서류심사와 면접을 모두 통과했을 때, 매장 동료들은 그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채용 발표가 난 직후, 일부 직원은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론다비 언니, 이제 진짜 고참 되셨어요.”
누구도 그를 외국인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켜온 사람에게, 마침내 이름이 돌아왔습니다.
■ 국적보다 앞선 시간, 이젠 ‘선배’로 돌아오다
론다비 씨는 2007년, 23살의 나이로 캄보디아에서 제주로 들어왔습니다.
결혼 후 성산읍에 정착해 두 아들을 키우며 지역에 뿌리내렸습니다.
마트 근무 시간 외에도 그는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을 위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정 절차나 병원 예약이 막막한 이들을 대신해 직접 전화하고, 처음 제주에 도착한 이주여성에게는 “주민센터 먼저 가서 외국인 등록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제 마트 동료들은 그를 ‘언니’, 혹은 ‘선배’라고 부릅니다.
직함은 이제야 바뀌었지만, 신뢰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 구호가 아닌 제도로.. 조직이 변화한 순간
박명종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론다비 씨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줬다”며 “앞으로도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신뢰받는 농협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채용은 고용 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포용이라는 단어가 문서가 아니라 제도로 작동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조직 안으로 ‘제도적으로 품은’ 첫 장면’이기도 합니다.
■ 이름, 이제는 출신이 아닌 시간으로 불린다
제주는 지금, 출신을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누구와 시간을 쌓아왔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첫 이름이 ‘론다비’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론다비’.
2014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마트 농산물 코너, 정육점 바로 옆. 수박 상자를 하루 평균 80개 이상 나르며, 선별·포장·진열까지 도맡아 일했습니다.
매장 안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고객을 맞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7월 1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론다비 씨는 기능직 정규직 전형을 통과해 제주도 내 농협 최초의 정규직 이주여성으로 채용됐습니다.
조합 측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제주 농협 역사상 처음입니다.

성산일출봉농협 정규직으로 전환된 론다비 직원. 제주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농협 정규직에 채용된 첫 사례다. (제주농협 제공)
■ 발표 당일, 누군가 말했다
“이제 진짜 선배가 됐네요”
정규직 채용 전형에 도전한 건 지난 6월.
서류심사와 면접을 모두 통과했을 때, 매장 동료들은 그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채용 발표가 난 직후, 일부 직원은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론다비 언니, 이제 진짜 고참 되셨어요.”
누구도 그를 외국인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켜온 사람에게, 마침내 이름이 돌아왔습니다.
■ 국적보다 앞선 시간, 이젠 ‘선배’로 돌아오다
론다비 씨는 2007년, 23살의 나이로 캄보디아에서 제주로 들어왔습니다.
결혼 후 성산읍에 정착해 두 아들을 키우며 지역에 뿌리내렸습니다.
마트 근무 시간 외에도 그는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을 위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정 절차나 병원 예약이 막막한 이들을 대신해 직접 전화하고, 처음 제주에 도착한 이주여성에게는 “주민센터 먼저 가서 외국인 등록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제 마트 동료들은 그를 ‘언니’, 혹은 ‘선배’라고 부릅니다.
직함은 이제야 바뀌었지만, 신뢰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 구호가 아닌 제도로.. 조직이 변화한 순간
박명종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론다비 씨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줬다”며 “앞으로도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신뢰받는 농협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채용은 고용 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포용이라는 단어가 문서가 아니라 제도로 작동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조직 안으로 ‘제도적으로 품은’ 첫 장면’이기도 합니다.
■ 이름, 이제는 출신이 아닌 시간으로 불린다
제주는 지금, 출신을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누구와 시간을 쌓아왔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첫 이름이 ‘론다비’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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