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1만 400TEU.. 도, 세금 73억까지 예산 편성
“채워야 할 건 항로가 아니라, 그 안에 실릴 실물”
제주~칭다오를 잇는 첫 국제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오는 9월 정식 취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길이 열렸지만, 정작 그 배에 무엇을 채울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제주도는 주 1회, 연간 52항차에 1만 400TEU의 손익분기점을 제시했습니다.
700TEU급 선박을 기준으로 연간 15회 이상 만재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주항 첫 국제 정기항로의 ‘실전 시험’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 57년 만의 국제항로.. 9월, 첫 화물선 뜬다
1일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주~칭다오 간 정기항로 개설이 공식 통보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선사의 신청으로 논의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입니다.
1968년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국제 컨테이너 정기항로가 실제로 운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는 중국 선사 소속 7,500톤(t)급, 700TEU 적재 규모의 선박을 투입해 주 1회, 연간 52회 왕복 운항할 계획입니다.
■ 손익분기점 1만 400TEU.. “못 채우면, 세금이 채운다?”
도는 이 항로가 연간 1만 400TEU, 즉 매주 평균 200TEU 안팎의 물동량이 꾸준히 채워져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선박당 절반 수준의 적재율만 안정적으로 유지해도 수지가 맞는 구조지만, 그마저도 현재 확보된 고정 수출입 물량으로는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해 도는 올해 41억 원의 손실 보전 예산을 편성해뒀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시범운항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실금 18억 원까지 별도 확보해, 실제 실적에 따라 최대 73억 원까지 도비가 투입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수출은 늘었지만.. ‘정기선에 실을 물량’은 미지수
올해 상반기 제주 전체 수출액은 1억2,80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8% 늘었습니다.
반도체, 항공기 부품, 의약품, 수산가공품, 음료류 등이 주요 품목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이 매주 반복·대량 운송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주 수출 대부분은 소량·다품종·비규격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격 컨테이너에 실어 반복 운송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즉, 수출 총액이 늘어났다고 해서 곧장 정기 화물선의 실적이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 도, ‘물량 확보 전략’은 진행 중.. 하지만 실물은 아직
도는 전자상거래 허브와 연계한 물류 구축, 중국산 원자재의 직수입 유치, 전남과 연결된 역배송 체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관련 부서들과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전담 TF도 꾸려, 현재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정기선에 실제 실릴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기업이 참여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있지만 계약된 실물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전략은 많다’는 말이,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 물류비 절감 효과?.. 전제 조건 충족 먼저
제주~칭다오 직항로가 본격 가동되면 기존 부산 환적 구조와 비교해 컨테이너당 최대 85만 원의 물류비가 줄고, 운송 시간도 이틀 이상 단축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생수·화장품·가공식품 등 수출입 품목의 가격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은 사실 ‘가정’ 위에 세워진 셈법입니다.
정기선이 제대로 운영되고, 실제 화물이 반복적으로 채워진다는 조건이 먼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절감 효과는 수치상 이점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 항로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물류는 ‘만들어지지 않아’
제주도는 이번 항로 개설을 ‘국제 무역항으로의 도약’, ‘동북아 물류 플랫폼의 첫걸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확보된 실물입니다.
행정이 길을 낼 수는 있지만, 그 길을 유지하는 힘은 시장과 산업 구조에서 나옵니다.
정기항로 유지를 위해선 반복 가능하고 안정적인 물동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화물이 없는 항로는 예산을 먹는 구조일 뿐, 계획과 포장만으로는 결국 한계에 부딪힙니다.
길은 열었습니다..
이제, 그 배를 매주 채울 수 있는 실물의 힘이 제주항의 미래를 결정짓게 됩니다.
정책 역할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이 항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는 시장이 말할 차례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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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야 할 건 항로가 아니라, 그 안에 실릴 실물”

제주~칭다오를 잇는 첫 국제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오는 9월 정식 취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길이 열렸지만, 정작 그 배에 무엇을 채울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제주도는 주 1회, 연간 52항차에 1만 400TEU의 손익분기점을 제시했습니다.
700TEU급 선박을 기준으로 연간 15회 이상 만재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주항 첫 국제 정기항로의 ‘실전 시험’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 57년 만의 국제항로.. 9월, 첫 화물선 뜬다
1일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주~칭다오 간 정기항로 개설이 공식 통보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선사의 신청으로 논의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입니다.
1968년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국제 컨테이너 정기항로가 실제로 운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는 중국 선사 소속 7,500톤(t)급, 700TEU 적재 규모의 선박을 투입해 주 1회, 연간 52회 왕복 운항할 계획입니다.

■ 손익분기점 1만 400TEU.. “못 채우면, 세금이 채운다?”
도는 이 항로가 연간 1만 400TEU, 즉 매주 평균 200TEU 안팎의 물동량이 꾸준히 채워져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선박당 절반 수준의 적재율만 안정적으로 유지해도 수지가 맞는 구조지만, 그마저도 현재 확보된 고정 수출입 물량으로는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해 도는 올해 41억 원의 손실 보전 예산을 편성해뒀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시범운항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실금 18억 원까지 별도 확보해, 실제 실적에 따라 최대 73억 원까지 도비가 투입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수출은 늘었지만.. ‘정기선에 실을 물량’은 미지수
올해 상반기 제주 전체 수출액은 1억2,80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8% 늘었습니다.
반도체, 항공기 부품, 의약품, 수산가공품, 음료류 등이 주요 품목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이 매주 반복·대량 운송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주 수출 대부분은 소량·다품종·비규격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격 컨테이너에 실어 반복 운송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즉, 수출 총액이 늘어났다고 해서 곧장 정기 화물선의 실적이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 도, ‘물량 확보 전략’은 진행 중.. 하지만 실물은 아직
도는 전자상거래 허브와 연계한 물류 구축, 중국산 원자재의 직수입 유치, 전남과 연결된 역배송 체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관련 부서들과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전담 TF도 꾸려, 현재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정기선에 실제 실릴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기업이 참여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있지만 계약된 실물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전략은 많다’는 말이,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 물류비 절감 효과?.. 전제 조건 충족 먼저
제주~칭다오 직항로가 본격 가동되면 기존 부산 환적 구조와 비교해 컨테이너당 최대 85만 원의 물류비가 줄고, 운송 시간도 이틀 이상 단축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생수·화장품·가공식품 등 수출입 품목의 가격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은 사실 ‘가정’ 위에 세워진 셈법입니다.
정기선이 제대로 운영되고, 실제 화물이 반복적으로 채워진다는 조건이 먼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절감 효과는 수치상 이점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 항로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물류는 ‘만들어지지 않아’
제주도는 이번 항로 개설을 ‘국제 무역항으로의 도약’, ‘동북아 물류 플랫폼의 첫걸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확보된 실물입니다.
행정이 길을 낼 수는 있지만, 그 길을 유지하는 힘은 시장과 산업 구조에서 나옵니다.
정기항로 유지를 위해선 반복 가능하고 안정적인 물동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화물이 없는 항로는 예산을 먹는 구조일 뿐, 계획과 포장만으로는 결국 한계에 부딪힙니다.

길은 열었습니다..
이제, 그 배를 매주 채울 수 있는 실물의 힘이 제주항의 미래를 결정짓게 됩니다.
정책 역할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이 항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는 시장이 말할 차례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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