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손잡았지만, 2.9% 인상에 머문 논의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급 1만 32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올해보다 290원, 인상률로는 2.9% 오른 수준입니다.

인상은 됐는데, 정작 체감도는 낮은 은 적습니다.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가운데선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1998년·2.7%)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형식은 달랐습니다.
지난달 10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17년 만에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가 현실을 반영한 출발점이었는지, 고착된 타협의 종착지였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 ‘합의’는 있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5일,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1만320원으로 확정·고시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합의에 도달하며 이뤄졌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극한 대치를 반복하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론 분명한 전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형식에 그쳤을 뿐,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인상률은 역대 정부 첫해 중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8년엔 16.4%, 박근혜 정부도 2014년에 7.2% 인상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인상률은 2.9%.
명목상 인상은 맞지만,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뚜렷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결정된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도록 지도·감독과 정책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동계 내부에선 “갈등을 봉합한 합의였을 뿐, 최저임금 제도의 방향성엔 손도 대지 못한 결정”이라는 회의론도 나옵니다.


■ 시급 1만 320원.. 월급으로 215만 6,880원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1만 320원으로, 월 환산 기준(주 40시간, 월 209시간)으로는 215만 6,880원입니다.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 적용됩니다.

고용부는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이의 제기 기간을 운영했지만, 노사 단체 모두 추가적인 이의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고시된 원안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다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대 중후반)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상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에서는 ‘명목상 인상’ 이상 체감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 최저임금 인상률, 언제부터 멈췄나

이번 인상률 2.9%는 2021년 1.5%, 2024년 2.5%, 올해(2025년) 1.7%와 비교하면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입니다.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물가와 임금, 고용의 삼각 균형이 필요한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사실상 ‘극한 협상’ 또는 ‘상징적 조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합의’ 형식을 갖췄더라도, 실질적 결정 구조는 여전히 공익위원 주도의 ‘정치적 타협’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입니다.


■ 숙제는 ‘다음’으로 넘겼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이 조용히 마무리된 배경은 분명합니다.
노동계는 물가·고용 여건을 감안해 극한 대치를 피했고, 경영계는 경기 불확실성 속 최소 인상 수준에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여전히 답이 없습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제가 급변하는 노동시장 구조를 반영하고 있나?”

플랫폼 노동, 초단기 계약, 지역별·업종별 생산성 차이 등은 제도 설계 바깥에 놓여 있습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노동정책 분야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된 게 없다”며 “합의의 속도가 사회 변화보다 느리다면, 결국 그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내년 최저임금이 진짜 의미 있는 숫자가 되려면, 논의의 구조와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매년 같은 결론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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