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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억 ㎞ 너머, 먼 우주에서 되돌아온 질문.. “우리는 왜 끝내 사랑을 입에 올리는가”
2025-08-11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포도뮤지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불편함에서 성찰로
기억을 넘어 사랑에 도달하는 1년의 항해
전시장 입구. (포도뮤지엄 제공)

# 그는 시작을 결코 부드럽게 열지 않았습니다.
안심하고 발을 들이는 순간, 질문은 힘을 잃고 사유는 흐려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첫 장면은 무겁고 차갑게, 호흡마저 방해할 만큼 응축된 공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시선은 다시 아래로 떨어지고 불편함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상처 내던 순간, 그 상처를 반복하던 습관 그리고 외면으로 일관했던 긴 침묵까지.


“이토록 적나라한 아픔이었나.”

문득 새어 나오는 말입니다.

정면으로 마주하니, 심장 쪽이 제법 묵직해집니다.
그 공기가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시선은 다른 문 쪽으로 향합니다.


두 번째 방입니다. 그는 이번엔 ‘시간’을 꺼냅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누구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또 다른 이는 하루가 멈춘 듯 길게 늘어져요. 당신은 어떤가요?”


잊고 있던 질문이, 오래 가라앉아 있던 물결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체감 속도의 틈을 자각하는 순간, ‘아,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당신을 이해할 여유가 생겨납니다.


마지막 방에 들어섭니다. ‘기억’은 빛과 그림자처럼 교차하며 서로를 가릅니다.
나의 기억이 누군가의 기억과 맞물리고, 그 사이에서 각자의 시간이 반사되어 되돌아옵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우리는 결국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연결 위에 한 단어가 놓입니다.
값싼 낭만이 아니라, 어둠을 걷어내고 거리를 무너뜨리는 에너지로서 ‘사랑’입니다.

모든 장면과 절차가 그 단어를 향해 있었다는 것을, 이 순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쇼 시부야 作

폭력과 시간, 기억과 연결을 거쳐, 결국 사랑이라는 해답과 마주하는 자리.
9일부터 포도뮤지엄에서 개막한 전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We, Such Fragile Beings)’입니다. 

전시는 1990년 보이저 1호가 64억 ㎞ 떨어진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에서 출발합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 불린 이 사진 속 지구는 먼지알갱이처럼 작기만 합니다. 
테마공간 우리는 별의 먼지다

“광활한 우주 속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왜 서로를 향해 끊임없는 갈등을 벌이며 살아가는가? ”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전시는 유한함과 불완전함에 대한 자각에서 이해와 연민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설계했습니다.

모나하툼 作

■ 폭력과 망각의 경계, ‘망각의 신전’ 


전시장 입구에서 시선은 곧장 위로 끌립니다. 
천정 가까이에 매달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공기를 짓누르듯 자리합니다. 

도시에서 익숙한 재료가 낯선 조합 속에 놓이며, 붕괴 직전의 정적을 만들어냅니다. 

안정과 불안정이 맞물린 풍경. 
폭력은 이렇게 일상에 스며들고, 우리는 그 안에 살면서도 종종 잊습니다. 
이 구조물은 그 ‘습관적 망각’을 막아서는 경계석 같습니다. 
제니 홀저 作

벽 한쪽에는 금속판들이 연이어 걸려 있습니다. 
화면 속을 스쳐 지나던 단어들이 금속 표면에 새겨지자, 말은 냉기와 무게를 함께 품습니다.
 
하루도 안 되어 사라질 법한 언어가 영구히 남는 모습은, 우리가 감정을 소비하는 속도를 낯설게 비춥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철조망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위를 덮은 건 수백만 개의 작은 구슬입니다. 
잔혹함 위에 빛을 얹는, 느리고 집요한 손길. 치유는 종종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닮았습니다.

마르텐 바스 作

■ 시간을 조형하는 ‘시간의 초상’ 

두 번째 전시실은 공기의 결부터 다릅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노동자가 시계바늘을 조립하고 해체합니다. 
매 순간 새로 태어나지만, 속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몸을 소모하면서도 세계의 리듬을 붙듭니다. 
수미 카나자와 作

신문지로 가득한 벽에는 수백 겹의 연필선이 얹혀 있습니다. 정보의 표면이 별자리처럼 재배열되며, 기록과 손동작이 다른 차원의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얇은 종이 스크린에는 꿈의 파편이 흘러갑니다. 
빛과 종이가 직조한 장면들은 언어에 붙잡히지 않는 무의식을 건드립니다. 
애나벨 다우 作

출구 쪽 벽에는 560개의 시계가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이름과 연도, 직업, 국적이 새겨진 시계판은 하루의 길이가 얼마나 불평등하게 흘러가는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이완 作

■ 기억이 겹치는 ‘기억의 거울’ 

이 방은 고요하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소금 위에 올려진 낡은 집어등은 바다의 온도와 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한때 밤바다를 밝혔던 불빛은 이제 기억의 증언자가 되었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제각각의 창문과 문이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혼자라면 쓰러질 것들이, 나란히 서면 구조가 됩니다. 
송동 作

벽 한쪽에는 고요한 아침 하늘이, 다른 쪽에는 그날의 재난·전쟁 뉴스가 걸려 있습니다. 
평온과 혼돈이 동시에 존재하는 하루의 결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 호흡과 별먼지, 그리고 야외의 문장 

몰입형 공간에는 유리 전구들이 별자리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다양한 폭력과 치유의 생존자가 숨을 불어넣은 전구에, 관객이 다시 호흡을 더합니다.
순간, 전구 속 빛은 이웃 전구로 번져갑니다. 어둠 속 별들이 서로를 깨우듯,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는 빛이 공간 전체를 물들입니다.
테마공간 유리 코스모스

또 다른 공간에서는 보이저 탐사선의 ‘골든 레코드’가 울립니다. 
거울 속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이 점점 작아질수록, 우리는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합니다. 

야외 정원에는 한 문장이 빛으로 서 있습니다. 
“사랑은 어두움을 소멸시키고 우리 사이의 거리를 무너뜨리는 혁명적인 에너지다.” 

전시의 모든 흐름이 그 문장에 수렴됩니다. 
로버트 몽고메리 作

■ 이 서사를 만든 사람들

이번 전시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11명의 작가와 2개의 프로젝트 그룹이 함께했습니다.

모나 하툼(Mona Hatoum) 작가는 전쟁과 이주의 기억을 건축적 조형으로 변환해 불안정한 세계의 균형을 질문합니다.

제니 홀저(Jenny Holzer) 작가는 언어를 물질로 고정시켜 권력과 폭력의 구조를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혐오와 선동의 문장을 차갑게 박제했습니다.
라이자 루 作

라이자 루(Liza Lou) 작가는 수백만 개 비즈로 표면을 덮는 집요한 손작업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시각화해 선보입니다.

마르텐 바스(Maarten Baas) 작가는 노동과 반복 속에 재생되는 시간을, 수미 카나자와(Sumi Kanazawa) 작가는 신문과 연필선을 겹쳐 재구성된 기록을 보여줍니다.
사라 제 作

사라 제(Sarah Sze) 작가는 빛과 종이로 언어 이전의 무의식을 포착하고, 이완(Lee Wan) 작가는 서로 다른 하루의 속도를 시계로 구현합니다.

부지현(Boo Jihyun) 작가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빛과 냄새를 전시장에 옮기고, 송동(Song Dong) 작가는 버려진 창과 문으로 공동체의 기억을 세웁니다.
송동 作

쇼 시부야(Sho Shibuya) 작가는 같은 날의 하늘과 뉴스 이미지를 병치해 평온과 혼돈의 동시성을 직관화합니다.

애나벨 다우(Annabel Daou) 작가는 지워지고 다시 쓰인 문장 속에서 분열된 시대의 공통 감각을 탐색하며, 김한영(Kim Hanyoung) 작가는 두껍게 쌓인 붓질로 인내와 응시의 시간을 화면에 새깁니다.
김한영 作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작가는 야외 공간에 사랑을 혁명적 에너지로 선언하는 네온 시를 설치하며 시적 개입을 시도합니다.

이 모든 것을 직조해낸 포도뮤지엄(Podo Museum)은 2021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혐오’, ‘이주와 소수자’, ‘노화’ 같은 의제를 예술로 번역하며, 제주를 넘어선 문화 담론의 거점이 되었습니다. 
포도뮤지엄 전경.

김희영 총괄 디렉터는 이번 전시를 폭력·시간·기억이라는 세 축으로 엮고, 그 끝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놓았습니다.

“사랑을 말하려면 먼저 불편함과 마주하고, 시간을 되돌아보며, 기억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가끔 우주의 스케일을 떠올리면 생각의 분모가 커진다. 일상의 고민과 문제들이 훨씬 작은 크기로 느껴지고, 그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시야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처음에는 다소 무겁고 파격적으로 시작하지만, 작가들의 눈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폭력에서 치유로 옮겨가는 과정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8월 8일까지 이어집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합니다. 

유료 전시로, 현장 발권과 네이버 등 제휴 플랫폼 사전 예약이 가능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유선 문의 또는 포도뮤지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지현 作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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