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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과 파도는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제주서 만난 청소년들의 ‘되기’
2025-08-13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 19~30일 ‘파도처럼, 바람처럼’ 전시
니체 ‘Becoming’과 청소년 시선이 담긴 40여 점의 제주 기록
정윤서 作

바람은 늘 다른 길로 불고, 파도는 한 번도 같은 결을 그리지 않습니다.
불규칙한 흐름 속에서도, “나는 살아있다”는 확신을 외칠 수 있는 나이, 청소년기.

아직 굳지 않은 자아와 감각은 매 순간 형태를 바꾸며,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를 끝없이 오갑니다.
제주에 머무는 국제학교 재학생 30여 명이 그 시간을 예술로 붙잡았습니다.

19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한림읍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 갤러리(1층)에서 여는 ‘파도처럼, 바람처럼: Like the Wave, Like the Wind’ 전입니다.
회화·드로잉·조형·설치·영상 등 40여 점을 통해, 머무름과 이동, 정체성과 환경 사이를 오가는 사유를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수연 作

■ ‘되기’, 멈추지 않는 존재의 흐름

이번 전시의 사유적인 축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되기(Becoming)’입니다.
고정된 정체성에 안착하지 않고,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 청소년기의 존재는 이 개념처럼 유동적입니다.

전시 제목 속 파도와 바람은 바로 그 불안정하면서도 창조적인 변화를 은유합니다.


그래서 작품 속 선과 색, 질감은 결론을 향한 완성도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실험의 흔적으로 다가옵니다.
관객은 이 흔적 속에서 ‘형성 중인 자아’가 지닌 힘과 불안을 동시 마주하게 됩니다.

■ 경계에서 길어 올린 시선

학생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왔습니다. 익숙했던 틀을 벗어나, ‘나’와 ‘이곳’의 관계를 새로 써 내려가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제주에서 마주한 풍경과 감정은 각자의 매체로 옮겨졌고, 그 결과물은 관객에게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변화의 한가운데를 보여줍니다.

포착한 감각은 파도의 간헐적 리듬처럼, 바람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궤적처럼 매 순간 달라집니다.

화면 위에서 번지고 사라지는 그 흔적들은 자연스레 청소년기라는 시간의 변주와 겹쳐집니다.

김승희 作

■ 교육과 장소가 만든 교차점

전시는 서귀포의 예술 교육기관 카사아트와 협력 교육기관 JISD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지역 문화공간과 국제학교라는 독특한 교육 환경이 만나면서, 개인의 서사와 공동체 경험을 동시 확장하는 장이 됐습니다.

이는 작품 발표를 넘어, 지역과 세계, 개인과 집단이 교차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 “떠나기 전의 감각이 가장 선명하다”

전시를 기획한 측은 “우리는 바람과 함께 왔다가,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면서, “청소년기의 흔들림이 남긴 시각적 유산(legacy)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결이 제주에 스며들어 오래 남기 바란다”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되어가고 있을까.”

잠시 머무는 이들에게도, 이 땅에 뿌리내린 이들에게도 똑같이 유효한 ‘다시 바라보고’ 또 함께 ‘되어’ 보는 경험을 권하는 물음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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