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무비자 시대, 제주의 승부수
장기 체류·소비 다변화·질서 관리.. ”구조 전환 관건“
# 오는 9월 29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그동안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독점’ 지위를 누려왔던 제주 관광업계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단체여행 수요가 육지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입국 문턱이 낮아지면 전체 방한 시장이 커져 제주로 오는 발길이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옵니다.
■ 국정과제와 무비자, 맞물린 변화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대한 상호 조치 성격이 강합니다.
동시에 국정기획위는 제주를 ‘글로벌 워케이션’과 ‘스포츠·해양레저’ 허브로 육성하는 국정과제를 확정했습니다.
정책 당국 관계자는 “국정과제 방향은 장기 체류형 고부가가치 관광 육성”이라며 “무비자 확대와 결합하면 제주를 찾는 발길을 장기 체류와 지역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독점 지위에서 경쟁 구도로
제주는 2002년 특별법을 통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게 30일 무비자 체류를 허용해 왔습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90만 5,696명 중 73%가 중국인(홍콩 포함)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 101만5,997명 중 75%가 중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무비자 전국 확대는 제주 관광 회복세를 다소 제약할 수 있다”면서도 “제주 중국인 관광객의 94.3%가 개별여행객이어서, 단체 수요 분산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연계여행 시장, 기회로 살려야
업계 일각에서는 무비자 전국 확대가 ‘서울·부산·제주’ 등 주요 도시를 묶는 연계 패키지여행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그동안 비자 문제로 서울과 제주를 한 번에 방문하기 어려웠던 단체 관광객이 저렴한 국내선 항공편으로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하는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국적 LCC 관계자도 “서울·부산과 제주를 잇는 중국인 단체 전세기나 특가 국내선 상품 기획이 가능해진다”며 “2016년 33개였던 제주~중국 직항노선이 현재 13개로 줄었지만, 전국 무비자가 기폭제가 되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장기 체류형 모델로 전환
제주가 쇼핑·면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체류형 관광을 설계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워케이션 숙소, 해양레저 체험, 컨벤션 참가를 묶은 2~3주 체류형 패키지를 만들면 단순히 이벤트성 관광이 아니라 뚜렷하게 ‘머무는 이유’를 줄 수 있다”며 “숙박·교통·체험업계와 협력해 장기 투숙 요금제, 로컬 체험권 등을 포함시키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소비 구조 다변화
2024년 제주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중 면세·쇼핑 비중은 60%를 넘지만, 음식·문화체험은 20% 미만입니다.
이와 함께 개별 트렌드 확산에 소비 지출 분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 말 그대로 씀씀이는 분산되고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단체 일정에 전통시장·농촌체험·로컬 식당 이용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는 조건을 넣으면 골목상권에 관광 수요가 지속 스며들 수 있다”며 “지역 소비 비중이 높은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 질서와 안전, 재방문 의지가 핵심
무비자 확대에 따른 관광객 유입과 함께 질서 관리 부담도 커집니다.
전문가들은 “다국어 안내, QR코드 기반 신고 시스템, 관광업계 자율규제 같은 현장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 지역 이미지가 지켜진다”며, “질서와 안전은 재방문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공항·항구·주요 관광지에 다국어 안내 표지와 신고 채널을 확대하고, 가이드·관광업 종사자 교육을 강화해 질서 위반 사례를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 ‘머무는 제주’를 기다리며
전국 무비자 시대, 제주 승부처는 ‘입국 이후’입니다.
단체로 한국에 들어온 관광객이 장기 체류와 지역 소비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 그리고 재방문으로 연결되는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관광정책 전문가의 말처럼, “무비자는 문을 여는 조치일 뿐,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 지금 제주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변화가 숫자 늘리기에 그칠지, 아니면 ‘머무는 제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정책 당국과 민간이 얼마나 실행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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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체류·소비 다변화·질서 관리.. ”구조 전환 관건“

# 오는 9월 29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그동안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독점’ 지위를 누려왔던 제주 관광업계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단체여행 수요가 육지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입국 문턱이 낮아지면 전체 방한 시장이 커져 제주로 오는 발길이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옵니다.

■ 국정과제와 무비자, 맞물린 변화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대한 상호 조치 성격이 강합니다.
동시에 국정기획위는 제주를 ‘글로벌 워케이션’과 ‘스포츠·해양레저’ 허브로 육성하는 국정과제를 확정했습니다.
정책 당국 관계자는 “국정과제 방향은 장기 체류형 고부가가치 관광 육성”이라며 “무비자 확대와 결합하면 제주를 찾는 발길을 장기 체류와 지역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독점 지위에서 경쟁 구도로
제주는 2002년 특별법을 통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게 30일 무비자 체류를 허용해 왔습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90만 5,696명 중 73%가 중국인(홍콩 포함)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 101만5,997명 중 75%가 중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무비자 전국 확대는 제주 관광 회복세를 다소 제약할 수 있다”면서도 “제주 중국인 관광객의 94.3%가 개별여행객이어서, 단체 수요 분산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연계여행 시장, 기회로 살려야
업계 일각에서는 무비자 전국 확대가 ‘서울·부산·제주’ 등 주요 도시를 묶는 연계 패키지여행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그동안 비자 문제로 서울과 제주를 한 번에 방문하기 어려웠던 단체 관광객이 저렴한 국내선 항공편으로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하는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국적 LCC 관계자도 “서울·부산과 제주를 잇는 중국인 단체 전세기나 특가 국내선 상품 기획이 가능해진다”며 “2016년 33개였던 제주~중국 직항노선이 현재 13개로 줄었지만, 전국 무비자가 기폭제가 되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장기 체류형 모델로 전환
제주가 쇼핑·면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체류형 관광을 설계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워케이션 숙소, 해양레저 체험, 컨벤션 참가를 묶은 2~3주 체류형 패키지를 만들면 단순히 이벤트성 관광이 아니라 뚜렷하게 ‘머무는 이유’를 줄 수 있다”며 “숙박·교통·체험업계와 협력해 장기 투숙 요금제, 로컬 체험권 등을 포함시키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소비 구조 다변화
2024년 제주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중 면세·쇼핑 비중은 60%를 넘지만, 음식·문화체험은 20% 미만입니다.
이와 함께 개별 트렌드 확산에 소비 지출 분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 말 그대로 씀씀이는 분산되고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단체 일정에 전통시장·농촌체험·로컬 식당 이용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는 조건을 넣으면 골목상권에 관광 수요가 지속 스며들 수 있다”며 “지역 소비 비중이 높은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 질서와 안전, 재방문 의지가 핵심
무비자 확대에 따른 관광객 유입과 함께 질서 관리 부담도 커집니다.
전문가들은 “다국어 안내, QR코드 기반 신고 시스템, 관광업계 자율규제 같은 현장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 지역 이미지가 지켜진다”며, “질서와 안전은 재방문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공항·항구·주요 관광지에 다국어 안내 표지와 신고 채널을 확대하고, 가이드·관광업 종사자 교육을 강화해 질서 위반 사례를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 ‘머무는 제주’를 기다리며
전국 무비자 시대, 제주 승부처는 ‘입국 이후’입니다.
단체로 한국에 들어온 관광객이 장기 체류와 지역 소비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 그리고 재방문으로 연결되는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관광정책 전문가의 말처럼, “무비자는 문을 여는 조치일 뿐,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 지금 제주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변화가 숫자 늘리기에 그칠지, 아니면 ‘머무는 제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정책 당국과 민간이 얼마나 실행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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