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웃돈 집계, 국제선·크루즈로 외국인 회복
체험형 관광 확산 속 추석 연휴 시험대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 해수욕장은 더 이상 평범한 휴양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래 위에 땀방울이 튀고, 파도 너머로 환호가 번졌습니다.
맨발로 부딪히는 발소리, 원판을 들어 올리는 함성, 바람을 가르며 튀어 오르는 물줄기가 뒤섞여 휴양지의 익숙한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연휴를 포함한 닷새 동안 제주를 찾은 발길은 2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항은 귀가 행렬로 종일 분주했지만, 해변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역동적인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제주는 지금 ‘쉬는 섬’을 넘어 ‘경험의 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만큼이나,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 닷새간 22만 명, 예상을 웃돈 집계
17일 제주자치도관광협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13일부터 17일까지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약 22만 명으로 파악됩니다.
당초 전망치였던 21만 6,00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가량 늘어난 수준입니다.
최종 집계에서는 일부 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날짜별로 13일 4만 3,534명, 14일 5만 127명, 15일 4만 8,657명, 16일 4만 2,431명,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3만 7,000명 정도 제주를 찾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 하늘길·바닷길이 불러온 인파
늘어난 운송 인프라가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국내선 공급석은 21만 5,000석, 국제선은 3만 석으로 지난해보다 확대됐습니다.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8개 국을 연결하는 국제선은 162편으로 전년보다 23편 늘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7,000여 명을 태운 크루즈선 3척이 입항하면서, 하늘길과 바닷길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관광협회 한 관계자는 “국제선 증편과 크루즈 재개가 겹치며 외국인 수요가 확연히 살아났다”고 설명했습니다.
■ 해변은 ‘운동장’, 바다는 ‘무대’
연휴 마지막 날,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은 체육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크로스핏 체험의 장이 마련되면서 참가자들은 맨발로 달리고, 저마다 무거운 원판을 들어 올리며 모래 위에 땀을 흘렸습니다.
매순간마다 함성이 터졌고, 낯선 이들이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박진웅 씨는 “여행하면 흔히 쉬고 노는 게 전부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 즐기니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습니다.
행사를 운영한 곽새빛 ‘B’크로스핏 대표는 “관광객이 구경꾼이 아니라, 지역 이슈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며 “호응도 커지는 추세라 서핑, 요가, 해양레저까지 체험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습니다.
또 협재해수욕장에서 만난 가족 여행객 김민호 씨(가명·44)는 “아이들이 파도에 뛰어들며 웃는 모습이 가장 소중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홀로 제주를 찾은 대학생 이주현 씨(가명·22)는 “책 읽고, 스노클링하고, 체험까지 하루가 가득 차 다시 오고 싶다”고 다양한 체험 소감을 얘기했습니다.
■ 내국인 반등세, 합리적 소비가 견인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내국인 관광은 여름 들어 반등했습니다. 7월은 전년 대비 4% 이상 늘었고, 이번 연휴로 그 흐름이 확실해졌습니다.
최근 글로벌 OTA(온라인여행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여름 제주행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29% 늘었고, 렌터카 예약은 13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지사장은 “비용 대비 만족을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제주가 다시 선택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가성비 제주’ 정책, 가격 인하와 디지털 전환
제주도는 여름 반등세를 추석과 가을까지 이어가기 위해 ‘가성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8월 한 달간 도내 22개 음식점에서 갈치요리를 최대 30% 할인하고, 25일부터 31일까지는 303개 숙박업소가 참여하는 대규모 숙박 할인 행사를 진행됩니다.
5성급 호텔은 최대 30%, 그 외 숙소는 20%까지 할인되며, 예약은 제주도 공식 관광 플랫폼 ‘탐나오’ 앱에서 가능합니다.
또 오는 9월부터는 제주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디지털 관광증이 전면 시행됩니다.
QR코드 하나로 음식점·숙박·교통·체험 프로그램까지 통합 할인·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관광객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소상공인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여름 이벤트가 단기적인 만족도를 높였다면, 디지털 관광증은 장기적으로 신뢰 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라며 “가성비와 품질을 동시에 보장하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이어지는 가을·겨울에도 ‘제주여행주간’과 연계한 향토음식 할인, 음식점 자율 할인 이벤트 지원, 우수 갈치요리 업소의 ‘착한가격업소’ 지정 검토 등 후속 정책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 추석 연휴, 두 번째 시험대
광복절 특수가 지나자, 제주의 시선은 이제 추석 연휴로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10월 3일)부터 한글날(10월 9일)까지 이어지는 7일 일정입니다. 여기에 10일(금)에 휴가를 내면 최장 열흘짜리 황금연휴가 완성됩니다.
임시공휴일 지정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부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지난 설 연휴 임시공휴일 지정이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내수 활성화 효과가 줄었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주도는 추석을 앞두고 항공사와의 협업 할인, 가을 ‘제주여행주간’, 9월 디지털 관광증 전면 시행 등을 준비 중입니다.
관광 정책 부문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가 회복 신호였다면, 추석은 흐름을 굳히는 시험대”라며 “중장기 성장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텔 업계 관계자도 “광복절 연휴 객실 예약률은 95%를 넘겼지만 추석은 가족 단위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며 “체험형 프로그램과 지역 축제를 결합한 상품 발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복절 연휴가 제주에 남긴 것은 증가세만은 아니었습니다.
해변은 땀과 호흡이 교차하는 체험의 장으로 바뀌었고, 바다는 환호와 도전이 어우러진 무대로 확장됐습니다.
이제 다음 무대는 추석입니다.
이번 반등세가 짧은 불꽃으로 스칠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불씨로 옮겨 붙을지는 정책과 업계, 그리고 제주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제주는 더 이상 ‘쉬러 가는 섬’에 머물지 않습니다.
참여와 경험, 합리와 신뢰가 공존하는 새로운 여행지로 변모하며, 또 다른 성장의 서막을 열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체험형 관광 확산 속 추석 연휴 시험대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 해수욕장은 더 이상 평범한 휴양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래 위에 땀방울이 튀고, 파도 너머로 환호가 번졌습니다.
맨발로 부딪히는 발소리, 원판을 들어 올리는 함성, 바람을 가르며 튀어 오르는 물줄기가 뒤섞여 휴양지의 익숙한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연휴를 포함한 닷새 동안 제주를 찾은 발길은 2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항은 귀가 행렬로 종일 분주했지만, 해변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역동적인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제주는 지금 ‘쉬는 섬’을 넘어 ‘경험의 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만큼이나,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 닷새간 22만 명, 예상을 웃돈 집계
17일 제주자치도관광협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13일부터 17일까지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약 22만 명으로 파악됩니다.
당초 전망치였던 21만 6,00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가량 늘어난 수준입니다.
최종 집계에서는 일부 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날짜별로 13일 4만 3,534명, 14일 5만 127명, 15일 4만 8,657명, 16일 4만 2,431명,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3만 7,000명 정도 제주를 찾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 하늘길·바닷길이 불러온 인파
늘어난 운송 인프라가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국내선 공급석은 21만 5,000석, 국제선은 3만 석으로 지난해보다 확대됐습니다.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8개 국을 연결하는 국제선은 162편으로 전년보다 23편 늘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7,000여 명을 태운 크루즈선 3척이 입항하면서, 하늘길과 바닷길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관광협회 한 관계자는 “국제선 증편과 크루즈 재개가 겹치며 외국인 수요가 확연히 살아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름 해변이 체육관으로 변했다. 17일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에서 열린 크로스핏 프로그램에 관광객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 해변은 ‘운동장’, 바다는 ‘무대’
연휴 마지막 날,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은 체육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크로스핏 체험의 장이 마련되면서 참가자들은 맨발로 달리고, 저마다 무거운 원판을 들어 올리며 모래 위에 땀을 흘렸습니다.
매순간마다 함성이 터졌고, 낯선 이들이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박진웅 씨는 “여행하면 흔히 쉬고 노는 게 전부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 즐기니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습니다.
행사를 운영한 곽새빛 ‘B’크로스핏 대표는 “관광객이 구경꾼이 아니라, 지역 이슈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며 “호응도 커지는 추세라 서핑, 요가, 해양레저까지 체험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습니다.
또 협재해수욕장에서 만난 가족 여행객 김민호 씨(가명·44)는 “아이들이 파도에 뛰어들며 웃는 모습이 가장 소중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홀로 제주를 찾은 대학생 이주현 씨(가명·22)는 “책 읽고, 스노클링하고, 체험까지 하루가 가득 차 다시 오고 싶다”고 다양한 체험 소감을 얘기했습니다.

17일 제주시 이호테우해변. 모래사장에 운동기구가 놓이고, 바다를 오가며 크로스핏 체험이 이어지고 있다.
■ 내국인 반등세, 합리적 소비가 견인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내국인 관광은 여름 들어 반등했습니다. 7월은 전년 대비 4% 이상 늘었고, 이번 연휴로 그 흐름이 확실해졌습니다.
최근 글로벌 OTA(온라인여행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여름 제주행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29% 늘었고, 렌터카 예약은 13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지사장은 “비용 대비 만족을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제주가 다시 선택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가성비 제주’ 정책, 가격 인하와 디지털 전환
제주도는 여름 반등세를 추석과 가을까지 이어가기 위해 ‘가성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8월 한 달간 도내 22개 음식점에서 갈치요리를 최대 30% 할인하고, 25일부터 31일까지는 303개 숙박업소가 참여하는 대규모 숙박 할인 행사를 진행됩니다.
5성급 호텔은 최대 30%, 그 외 숙소는 20%까지 할인되며, 예약은 제주도 공식 관광 플랫폼 ‘탐나오’ 앱에서 가능합니다.
또 오는 9월부터는 제주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디지털 관광증이 전면 시행됩니다.
QR코드 하나로 음식점·숙박·교통·체험 프로그램까지 통합 할인·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관광객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소상공인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 이미지. 모바일에 기반한 NFT 관광증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음식·기념품·놀이 콘텐츠를 연계한 관광 소비를 시도하는 구조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도 관계자는 “여름 이벤트가 단기적인 만족도를 높였다면, 디지털 관광증은 장기적으로 신뢰 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라며 “가성비와 품질을 동시에 보장하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이어지는 가을·겨울에도 ‘제주여행주간’과 연계한 향토음식 할인, 음식점 자율 할인 이벤트 지원, 우수 갈치요리 업소의 ‘착한가격업소’ 지정 검토 등 후속 정책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 추석 연휴, 두 번째 시험대
광복절 특수가 지나자, 제주의 시선은 이제 추석 연휴로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10월 3일)부터 한글날(10월 9일)까지 이어지는 7일 일정입니다. 여기에 10일(금)에 휴가를 내면 최장 열흘짜리 황금연휴가 완성됩니다.
임시공휴일 지정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부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지난 설 연휴 임시공휴일 지정이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내수 활성화 효과가 줄었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주도는 추석을 앞두고 항공사와의 협업 할인, 가을 ‘제주여행주간’, 9월 디지털 관광증 전면 시행 등을 준비 중입니다.
관광 정책 부문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가 회복 신호였다면, 추석은 흐름을 굳히는 시험대”라며 “중장기 성장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텔 업계 관계자도 “광복절 연휴 객실 예약률은 95%를 넘겼지만 추석은 가족 단위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며 “체험형 프로그램과 지역 축제를 결합한 상품 발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복절 연휴가 제주에 남긴 것은 증가세만은 아니었습니다.
해변은 땀과 호흡이 교차하는 체험의 장으로 바뀌었고, 바다는 환호와 도전이 어우러진 무대로 확장됐습니다.
이제 다음 무대는 추석입니다.
이번 반등세가 짧은 불꽃으로 스칠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불씨로 옮겨 붙을지는 정책과 업계, 그리고 제주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제주는 더 이상 ‘쉬러 가는 섬’에 머물지 않습니다.
참여와 경험, 합리와 신뢰가 공존하는 새로운 여행지로 변모하며, 또 다른 성장의 서막을 열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